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3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33화(433/675)
제 433화
“치르르르릇-”
기간트 블라토.
높이 4m에 길이는 10m를 넘어가는 거대한 바퀴벌레처럼 생긴 이 녀석이 바로 63층에서 말한 해충 중 하나였다.
저렇게나 거대한 주제에 속도도 빠르고 갑각도 두꺼우며, 재생력은 트롤에 맞먹을 지경이다.
저런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기에 63층의 시련은 파티 사냥이 반강제되고는 한다.
물론, 세운은 예외였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스톰’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화륵!
세운의 검에 불의 폭풍이 휘감겼다.
기간트 블라토가 불꽃을 감지하는 순간, 여섯 개의 다리로 빠르게 도망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세운이 호접활공의 보법을 밟으며 날아가듯이 내달려 순식간에 기간트 블라토의 앞을 막아섰다.
“치르르르릇-!”
녀석이 공기가 울릴 정도로 더듬이를 올린 채 소리를 내더니 세운을 향해 무언가를 내뱉었다.
공기에 닿자마자 수상한 연기를 내뿜는 그것은 기간트 블라토 특유의 부식액.
피부는 당연하고, 바위나 철까지 부식시켜 버리는 강력한 액체였다.
‘그래봤자 불에는 약하지.’
다만, 세운은 이미 녀석의 약점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눈앞으로 날아오는 부식액을 향해 당당하게 검을 내질렀다.
치이이익!
뒤랑달에 감긴 불꽃 폭풍이 부식액을 불태웠다.
세운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호접활공의 보법을 통해 허공을 짓밟고 한 번 더 도약해 부식액을 내뿜고 있는 녀석의 주둥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치르르르륵!”
검으로 머리를 꿰뚫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몸을 움직이는 녀석.
기간트 블라토는 머리가 잘려도 한동안 움직임을 움직일 정도로 생명력이 질긴 녀석이었다.
세운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투 전에 뒤랑달에 불꽃 폭풍을 휘감아두었던 것이다.
“잘 가라.”
콰르르르륵-!!
녀석의 내부에서 불꽃 폭풍이 몰아쳤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침을 줄줄 흘리며 환호합니다.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춰있던 부드러운 속살이 타들어 가며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제아무리 생명력이 질기고 재생력이 뛰어난 몬스터라 하더라도 속살이 전부 타들어 가면 방법이 없다.
“츠릇…….”
털썩.
결국 기간트 블라토는 전신의 갑각 사이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63층의 해충을 혼자서, 그것도 단 일격으로 쓰러트려 버린 것이다.
– 우글거리는 숲의 해충, ‘기간트 블라토’를 사냥하였습니다.
– 시련 통과까지 박멸해야 할 해충의 수 1/4
한 마리로 끝이 아니다. 63층의 통과 조건은 네 마리의 해충을 제거하는 것.
단, 세운은 혼자서 사냥했기에 바로 한 마리가 채워진 거지, 파티 단위로 해충을 사냥하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파티를 꾸린 만큼 더 많은 해충을 사냥해야만 한다.
즉, 대부분의 파티는 63층을 통과하기 위해 수십 마리의 해충을 사냥해야 한다는 말이다.
– ‘기간트 블라토’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그래도 나름 보스급 몬스터라 그런지 최근 지지부진한 능력치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
기대하고 있던 베엘제붑이 환호를 내지른 것은 덤이다.
‘다음은…… 왼쪽인가.’
해충은 강하기도 하지만, 벌레의 특성에 걸맞게 은신 역시 뛰어나 찾기부터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이는 세운에게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여정의 지침표를 따라 보법을 밟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새로운 해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캬라라라-”
수풀 사이로 보이는 네 개의 초록색 대낫.
순식간에 그 정체를 알아챈 세운이 고개를 젖히자마자, 그 자리로 바람의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트윈 헤드 맨티스.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낫처럼 생긴 앞다리를 가진 해충이었다.
호접활공을 사용하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기척을 숨긴 채 움직이고 있었기에 어떻게 세운의 존재를 알아챘나 싶었는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젠장, 위험했잖아! 전방! 방패 제대로 들어 올려!”
“덩치가 커서 모든 공격을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 제릴, 베스! 둘은 공격 말고 방어 마법으로 전방에서 커버하지 못한 공격을 막아줘!”
“알겠습니다!”
해충은 세운을 공격한 게 아니었다.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며 네 개의 대낫을 마구 휘두르다 빗나간 공격이 세운에게 날아온 것뿐이었다.
제대로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면 눈먼 칼날에 머리가 잘려 나갈 뻔했다.
서걱!
“큭!”
“젠장, 무슨 놈의 공격이 방패를 잘라!”
“공격이 튑니다! 마, 막을 수가!”
다만, 예상보다 강한 해충의 전투력에 당황한 것일까?
방패수의 방패가 잘리는 순간, 일순간 그들의 진형이 붕괴하였고 그사이를 통해 트윈 헤드 맨티스가 튀어 나갔다.
주변에서 다급하게 녀석을 막아보았지만, 맨티스는 무언가에 꽂힌 듯이 최후방에 위치한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는 특유의 날카로운 대낫을 높게 치켜들었다.
“어, 어어? 살려-”
“제릴!”
서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바닥으로 머리가 떨어졌다.
다만, 그 머리는 제릴이라고 불린 마법사의 것이 아니었다.
“캬라라라라락-!!”
머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트윈 헤드 맨티스. 아니, 이제는 원 헤드 맨티스라 불려 마땅한 해충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앞으로 사뿐하게 착지한 세운이 뒤랑달에 묻은 녹진한 체액을 털어냈다.
“몬스터 스틸이라고 하진 않겠지?”
“그, 그럴 리가요. 감사합…….”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삼 초식, 천공(天孔)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파티의 장으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고개를 젓자마자, 세운이 뒤로 돌아 포효하고 있는 맨티스를 향해 검을 올려 뱄다.
일순간 세상이 멈추는 듯이 묵직한 충격과 함께.
“캬락…….”
몸통 전체가 꿰뚫린 녀석의 머리가 네 개의 앞다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두 개의 머리는 제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날카로운 이빨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저, 이름이라도…….”
“잠깐! 저 길드 마크, 혹시 디아블로 길드!”
“앞다리는 내가 챙겨도 되겠지?”
“무, 물론입니다!”
세운은 고창석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트윈 헤드 맨티스의 앞다리를 챙겨 들고 곧바로 다음 해충을 찾아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해충을 사냥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보았기 때문일까?
‘다들 잘하고 있겠지?’
잠깐 다른 길드원들을 떠올리며 길드챗을 확인하려던 세운이 곧 고개를 저었다.
세운이 알고 있는 디아블로 길드라면 고작 이곳에서 헤매고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세운이 떠난 자리에는, 도움받은 플레이어들이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뒤늦게 감사 인사를 외치고 있었다.
* * *
그 무렵, 세운을 제외한 길드원 전원이 모인 디아블로 길드 역시 해충 사냥에 돌입했다.
쿠웅!
– 우글거리는 숲의 해충, ‘블러드 모스핏’을 사냥하였습니다.
– 시련 통과까지 박멸해야 할 해충의 수 0.5/4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합이 꽤 잘 맞는데?”
“그러게요. 솔직히 생각 이상입니다.”
“역시 서아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동감입니다.”
다만, 디아블로 길드는 다른 이들처럼 수십 명이 모여 길드 단위로 해충을 사냥하지 않았다.
그런 사냥은 속도가 빠를지는 몰라도 세운의 말대로 경험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유서아가 파티를 잘게 나눈 탓이다.
길드원의 특성에 따라 많게는 네 명, 합이 잘 맞으면 세 명이나 두 명이서 해충을 사냥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단 세 명은.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擊破)’를 사용합니다.
콰앙!!
“끝났다. 다음은 어디지?”
– 플레이어 백현이 ‘시체 폭발(corpse explosion)’을 사용합니다.
퍼어엉!!
“벌레형 몬스터가 이리도 많을 줄이야! 이번 숲 테마의 시련들은 정말이지 보물창고나 다름없습니다! 아, 다른 분들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손상 없이 해충을 죽여주지 않겠습니까? 꼭 부탁드립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킬러 비’를 지배합니다.
“이이이잉-”
쿵!
세운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62층의 해충들을 사냥하는 중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최소 여섯. 아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열 명 이상은 모여서 해충을 사냥 중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무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는 따로 있었다.
[ 유서아 : 해리, 다음 해충의 위치 좀 알려주시겠어요? ] [ 해리 케인 : 잠시…… 북서쪽으로 대략 2km 방향에 지네 형태의 해충이 있습니다. ] [ 유서아 : 고마워요. ] [ 강한철 : 다음은 어디지? ] [ 해리 케인 : 지금. 바닥을 내려쳐 보시겠습니까? ]콰아아앙-!!
“크루루루룩-”
[ 강한철 : ……고맙군.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불결한 악취가 점점 사라져간다며 만족합니다.
해리 케인.
그는 63층의 숲이 훤히 내다보이는 높은 나무 위에서 자신의 고유 스킬과 서열 57위의 마왕, 오세의 권능을 빌려 해충의 위치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 정확도는 가히 놀라울 지경.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해충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해충 사냥에 지원한 걸로 판단되어 그는 이미 63층의 통과 조건을 한참 전에 만족한 상태였다.
“마스터는…… 이미 보이지도 않는군.”
다만, 레이더처럼 넓게 펼쳐진 그의 감각에도 세운은 잡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세운이 던전 내부에 들어가 있거나, 그의 감각 망에서 벗어날 정도로 멀리 이동했거나.
시기를 생각한다면 둘 중 무엇이 되었건 대단한 일이었다.
– 플레이어 해리 케인이 ‘적색 눈동자’를 사용합니다.
시야 속의 생명체를 감지하는 오세의 권능, 적색 눈동자.
그로 인해 해리의 시야는 열 감지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를 붉게 물들였다.
해리가 할 일은 그 생명체의 크기와 생김새 등으로 해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디아블로 길드에 위치를 알려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건?’
지금까지와 다른 무언가가 그의 시야에 잡혔다.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생김새 역시 여타 곤충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도 ‘적색 눈동자’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 해리 케인 : 북쪽으로 3km 방면에 해충으로 추정되는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만, 조금 이상합니다. 정찰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 유서아 : 네. ]유서아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금방이었다.
3km라는 거리라고는 해도, 그녀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빨랐기 때문이다.
[ 유서아 : ……붉은 해충. ] [ 해리 케인 : 네? ] [ 유서아 : 세운 씨가 말한 붉은 해충이에요. ] [ 강한철 : 불안하면 내가 사냥하지. ] [ 유서아 : 아뇨, 이건…… 혹시 모르니 저희 전원이 나서야 할 것 같아요. 한철 씨, 신호 좀 부탁드릴게요. ] [ 강한철 : 그러지. ]–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강한철의 주먹이 지면을 내려치고, 거대한 바위가 인근의 나무 위까지 치솟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리 정해진 신호에 따라, 바위를 향해 디아블로 길드가 모여들었다.
63층의 시련, 우글거리는 숲.
디아블로 길드의 첫 레이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