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3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34화(434/675)
제 434화
쿠웅!
– 우글거리는 숲의 해충, ‘자이언트 헤라클레스(赤)’를 사냥하였습니다.
– 시련 통과까지 박멸해야 할 해충의 수 40/4
세운의 앞으로 거대한 붉은 몸체가 쓰러졌다.
자이언트 헤라클레스.
우글거리는 숲에서도 가장 강한 개체로 알려진 해충이었다.
그중에서도 세운이 쓰러트린 녀석은 해충 중에서도 무작위로 발생한다는 붉은 변이가 일어난 개체로, 일반적인 해충보다 배 이상 강력한 해충이다.
세운은 그런 녀석을 혼자서 쓰러트린 것이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벌레를 발라먹기 위해 도구를 준비하다 참지 못하고 단단한 갑각을 와작 베어 뭅니다.
마지막 해충을 사냥한 세운의 손에 두 개의 검이 들려 있었다.
이게 바로 세운이 시련의 조건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굳이 이 녀석을 찾아 나선 이유 중 하나였다.
[ 자이언트 헤라클레스의 위 뿔 ] [ 자이언트 헤라클레스의 아래 뿔 ]소재가 아니다. 본래 자이언트 헤라클레스가 가지고 있는 괴력이 깃들어 무기화된 대검과 소검이었다.
붉은 개체를 사냥해 얻은 무기답게 무기에는 은은한 붉은 빛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 등급이 무려 S+급이었다.
이 정도면 마몬의 보구에 담긴 힘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만병지함을 열어 두 뿔을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 유서아 : 아직 못 끝낸 팀은 하나뿐인 건가요? ] [ 한아름 : 서아 언니, 미안! 아, 저 오빠만 아니면 진작 끝낸 건데. 나 팀 좀 바꿔주면 안 돼? ] [ 박정필 : 아니, 내가 문제냐! ] [ 한아름 : 당연히 오빠가 문제지! 아까 도망친 거 다 봤거든! ] [ 박정필 : 그건 도망친 게 아니라 전략상 후퇴라고! ] [ 한아름 : 그게 도망친 거지! ] [ 박정필 : 어쨌든 결국 마무리는 내가 지었잖아! ] [ 유서아 : 괜찮아요. 정황상 다음 시련도 단체로 움직일 확률이 높으니 기다렸다가 다 같이 이동하도록 할게요. ] [ 백현 : 전 조금만 더 샘플을 채집하다 가도 되겠습니까? ] [ 유서아 : 물론이죠. 그 외에도 의견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주세요.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아직 다음 층으로 이동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본래 저 정도 수로 다 함께 63층의 시련을 통과하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단순히 무력의 문제가 아니라 해충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저 정도의 인원이 한 팀을 제외하고 시련의 조건을 전부 충족하다니, 해리의 능력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모양이다.
길드챗을 지켜보던 세운이 짧고 웃으며 시련의 끝을 선언했다.
[ 정세운 : 난 먼저 올라가지. ] [ 유서아 : 세운 씨……! ]세운의 시야가 점차 어두워졌다.
시련의 결과는 당연히 1등.
무려 40마리에 해당하는 해충을 사냥하고, 마지막에는 우글거리는 숲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자이언트 헤라클레스의 붉은 개체까지 사냥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64층이면, 아마…….’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미약한 멀미감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가장 먼저 두 눈에 들어온 것은 단풍이 들어 아름답게 물든 나뭇잎들.
다만, 그 크기가 문제였다. 나뭇잎 하나하나의 크기가 거의 세운의 몸만 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나뭇잎이 달린 나무는 하나하나가 지금까지의 시련에서 보아왔던 그 어떤 나무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 거대했다.
– 64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부르짖는 숲
– 거목이 가득한 가을의 숲에 도착한 당신은 숲에 도착하자마자 살기 가득한 눈빛을 느꼈습니다.
– 이 거대한 야생의 세계에서 당신은 한낱 작은 먹잇감일 뿐입니다.
– 당신은 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한 무리의 우두머리를 사냥하고 먹이의 위치를 벗어나야만 합니다.
64층의 시련, 부르짖는 숲.
63층의 시련이 거대한 벌레를 상대로 레이드 사냥을 진행해야 했다면, 이번 시련에서 플레이어들은 몬스터 무리를 상대해야만 한다.
시련의 층수가 높아진 만큼, 무리에는 우두머리라 칭해지는 보스 몬스터 역시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63층 이상으로 파티 사냥이 반강제 되는 곳이지만.
‘가 볼까?’
당연하게도 세운은 이번 역시 혼자서 발을 움직였다.
* * *
64층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가 이곳의 거목처럼 거대하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건 ‘모든 몬스터가’ 그렇지 않다는 말일 뿐. 단 하나, 우두머리라 불리는 개체들은 거목만큼이나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우우우우-!”
“루인.”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 크아아아아앙!!
반대편에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우두머리에 대항하여 루인 역시 거친 울음을 내뱉었다.
우두머리의 외침에 사기가 진작되며 송곳니를 드러내던 늑대들이 저도 모르게 다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단 한 마리.
“크르릉…….”
– 크르릉…….
녀석들의 우두머리만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처음보다 더욱 짙은 살기를 휘날리며 당장에라도 세운을 죽일 듯이 눈을 빛내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튜리크가 있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지금까지 튜리크의 힘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제아무리 우두머리라고 해도 공포의 힘에 튜리크의 힘까지 깃들면 미약한 공포의 씨앗 정도는 심어줄 수 있었을 텐데.
우두머리가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수하의 늑대들까지 금방 정신을 차려가고 있었다.
“가자, 루인.”
– 크릉!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스톰’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스톰’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화르륵!
세운의 손에서 뿜어진 화염 폭풍이 늑대 진형을 휩쓸었다.
과연 64층의 몬스터답게 세운이 마법을 사용하는 즉시 위협을 눈치채고 거목의 뒤로 숨으려 하였지만, 절반가량은 속수무책으로 숯덩이가 되어야만 했다.
“크앙!”
“크르릉!”
우두머리를 선두로 수십 마리의 늑대가 달려왔다.
세운의 마법을 의식한 것인지 넓게 퍼져 포위 진형을 이루는 게,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지능이었다.
“떨거지들은 네가 좀 맡아줘.”
– 알겠다. 나의 주인이시여.
튜리크가 없어 우두머리의 수하들을 완전히 무릎 꿇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는 루인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루인이 늑대들을 맡는 사이, 세운은 우두머리를 향해 달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카앙!!
혈랑검법 특유의 내공 운영법 때문일까?
세운과 우두머리가 부딪히는 모습은 마치 두 마리의 늑대가 부딪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대할 맛 나겠는데.”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을 맛이 나겠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덩치도 덩치지만, 늑대 우두머리는 민첩하면서도 노련했다.
마치 강한 플레이어와 싸우는 듯한 기분에 오랜만에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 내공을 통해 자하검결의 제이 초식, 화우선형(花雨扇形)이 강화됩니다.
세운이 검을 뻗자 뿜어져 나온 불꽃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간다.
우두머리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재빨리 거목의 뒤로 몸을 숨긴다.
마음 같아서는 거목과 함께 녀석을 베고 싶었지만, 그건 힘의 낭비였다.
이 녀석 외에 많은 우두머리를 사냥하고 갈 생각이었기에 최대한 힘을 아끼며 녀석과의 대치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크릉!”
우두머리가 돌연 세운과 거리를 벌렸다.
딱히 무언가 공격을 하려던 게 아닌 대치 상황이었기에 갑자기 왜 저러는 건가 싶을 때, 세운의 귓속으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
“문 베어?”
64층의 몬스터 중에서도 강한 편으로 알려진 문 베어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수하로 수십 마리의 곰을 끌고 나타난 녀석은 곧장 세운을 바라보며 두꺼운 손톱을 들어 올렸다.
불행히도,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까아아악!”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귓가에 들려오는 품위 없는 지저귐에 인상을 찌푸립니다.
거목의 나뭇잎 사이에서 블레이드 크로우라 불리는 까마귀가 나타났다.
전신의 깃털이 칼날로 이루어진 녀석은 비행 종인 만큼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몬스터 중 하나였다.
“곤란하게 됐네.”
순식간에 세 마리의 우두머리에게 둘러싸인 세운.
루인 역시 늑대들을 상대하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적군이 나타나자 의견을 묻는 듯이 세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만, 세운이 곤란한 이유는 녀석들을 상대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조금 더 즐기고 싶었는데.”
늑대 우두머리와의 싸움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실험해 보고 싶었는데, 녀석들의 등장에 목적이 무산되어 아쉬운 것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힘을 크게 쓰더라도 전투를 빨리 끝내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스릉.
세운이 만병지함을 통해 이전 시련에서 얻은 자이언트 헤라클레스의 위 뿔과 아래 뿔을 꺼내 들었다.
새로 얻은 무기이니 힘을 시험해 볼 좋은 타이밍이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새로운 무기와 잘 어울리는 보구를 선택한 세운이 곧바로 탐욕의 권능을 발동하려던 순간.
– 안녕!
– 오랜만이야!
– 우리가 도와줄게.
– 더 강해진 것 같아!
세운의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그와 함께 세운의 주변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내가 일등이야!
쿠구구구!
더 이상의 참전을 막기 위함일까, 아니면 몬스터들이 도망치지 못 하게 하기 위함일까?
몬스터들의 뒤쪽으로 거목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석벽이 솟아올랐다.
– 새들아, 나랑 놀자!
“까아아악!”
그다음은 바람이었다.
날카로운 폭풍이 단풍잎을 가르고 거목에 상처를 내며 덩치를 불려가더니 까마귀 무리를 덮쳤다.
– 나쁜 곰!
퍼엉!
문 베어들이 있던 자리에서는 뜬금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의 대지를 연신 터트리며 뜨거운 불길을 토해 냈다.
– 개들아, 잠깐만 있어 봐~
다음으로 허공에서 쏟아진 물벼락이 늑대들을 덮쳤다.
우두머리를 포함한 늑대들이 물에 홀딱 젖은 것은 물론,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벼락에 의해 머리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일부 늑대들은 수압을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물을 들이켜며 익사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7서클 마법에 가까운 수준이네.’
저마다의 임무를 마친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세운의 등 뒤로 뾰족한 귀를 가진 엘프 하나가 깃털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생각보다 늦게 왔네요.”
“아는 게 많으면 해야 할 일도 많아져서 말이야. 화원의 위치는?”
“……아직 못 찾았어요. 그때의 약속, 아직 유효한가요?”
“물론이지.”
리엘 리프레인. 엘프의 마지막 생존자인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옷에 묻은 먼지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아하니 꽤나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럼…….”
“그보다 일단 저것들부터 먼저 처리하지.”
“그래야겠네요.”
“크아아앙!”
“쿠오오오!”
“까아아악!”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잇감이 세 배로 늘어났다며 우두머리의 울부짖음에 이어 ‘야호오오!’라며 탄성을 내지릅니다.
이다음 층이 바로 영원의 화원이 존재하는 곳이었으니, 적절한 만남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