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3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39화(439/675)
제 439화
“하핫! 으하핫! 바보들! 나를 놓치다니!”
벌새의 몸 상태가 나아지기까지 얼마나 기다려 줬을까?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어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와 치료 마법까지 써주고 나서야 녀석이 날개를 펼쳤다.
그러고는 마치 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온 양 어깨를 들썩거리며 거만하게 부리를 들어 올린다.
“근데 여긴 어디야? 아, 몰라! 다 날아가 버려!”
후웅!
벌새가 세운과 리엘을 향해 돌풍을 날려 보냈다.
64층에서 본 둘의 움직임을 기억하고는 절대 피할 수 없도록 온 힘을 다해 넓은 범위로 펼쳐진 돌풍.
이전처럼 정령 한둘이 대신 맞아줄 수도 없는 범위였다.
“실프!”
– 응!
“일단 피하고…….”
척.
“……?”
리엘이 실프와 동화되어 자리를 탈출하려는 순간, 세운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의 뒤쪽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덕분에 그녀는 바닥을 도약하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힌 자세 그대로 세운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야만 했다.
“이게 무슨…….”
“있어 봐.”
“하핫! 으하핫! 날아가 버려라!”
후웅!
결국 둘의 몸이 돌풍과 맞닿았다.
아바타 같은 걸로 벌새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돌풍에 몸을 맡겼다.
“꺄아아앗!”
돌풍에 휩쓸리는 기분은 꽤나 기묘했다.
음속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허공을 비행하며 주변의 풍경과 구름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세운이야 회귀 전에 몇 번이고 느껴본 감각이었기에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마음이었지만, 리엘은 달랐다. 처음 느껴보는 압도적인 속도의 비행감에 눈을 감고 소리를 내지르는 중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지 않았다면 비명마저 날아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세운에게 들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역시, 이동하고 있어.’
리엘과는 다르게 세운은 차분하게 흘러가는 풍경을 지켜보며 관측하고 있었다.
자격의 지천목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65층의 시련.
그러나, 지금 세운과 리엘은 확실하게 지천목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공간이 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점 멀어지는 지천목이 세운의 이동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착륙 준비해.”
“꺄아아- 네, 네?”
슬슬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 세운이 허공에서 균형을 잡으며 근육을 긴장시켰다.
다만, 돌풍을 처음 겪는 리엘은 아직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 모양이었다.
정령에게 부탁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 꺗호!
– 너무 신난다!
– 신나, 신나!
– 나쁜 바라으암어아아아!
그녀의 정령들은 돌풍을 놀이기구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리엘과는 다른 의미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세운은 리엘의 뒷덜미를 잡은 상태로 내공을 빠르게 운용하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경신법(輕身法) ]– 몸을 가볍게 하여 빠르게 움직이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상승 경공 중 하나.
타앗.
세운의 몸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허공을 비행하고 추락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떨어졌다.
그것도 한 손에 리엘을 들고 있는 상태 그대로.
이는 세운이 지금까지 다양한 경공을 사용해 오며 이미 경신법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부족한데.’
날아온 거리가 예상보다 짧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 뭐야? 뭐지? 분명히 날려 보냈는데? 아니, 내가 같이 이동된 느낌이었는데? 왜? 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면 되잖아?”
“건방져! 건방져! 이번에야말로 사라져라아!”
벌새는 여전히 세운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세운이 들고 있는 새장의 기능 중 하나였다.
회귀 전에 얻었던 새장도 마찬가지였는데, 새장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간 새의 소유권을 획득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새가 일정 이상 거리를 벗어나면 다시 주인에게로 되돌아오게 설계되어 있다.
즉, 이 벌새는 세운의 곁을 떠날 수 없다.
“아, 안 돼! 안, 꺄아아아앗!”
– 신난다아아!
– 한 번 더어어!
결국, 둘은 또 한 번 돌풍에 몸을 맡긴 채로 65층의 허공을 비상해야만 했다.
* * *
“괜찮아?”
“으으, 이거 뭐예요. 대체……. 진짜 죽는 줄 알았다구요…….”
– 신난다!
– 한 번 더 하고 싶어!
– 나도!
– 나아쁜…….
그렇게 돌풍 두 번을 당하고 나서야 세운은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새장의 능력으로 인해 세운의 앞에서 나타난 벌새가 당황하며 다시 한번 돌풍을 만들어 내려 하였지만…….
“이제 됐어.”
“악! 으악! 이거 놔! 놔! 놔!”
더 이상의 돌풍은 필요 없었기에 벌새가 나타나는 즉시 세운이 손을 뻗어 날개를 붙잡았다.
낯선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던 터라 날개를 잡는 건 간단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포크를 집어 듭니다.
“악! 안 돼! 악! 날 먹지 마! 먹지 마! 미안!”
먹을 생각은 없지만, 더 이상 해명하기도 귀찮아 대꾸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세운은 가만히 벌새를 새장에 넣은 채 문을 잠갔다.
‘아, 먹여도 상관없으려나.’
생각해 보니 녀석은 어차피 64층의 몬스터 중 하나일 뿐. 그것도 우두머리급 몬스터다.
폭식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민첩 1 포인트 정도는 오르지 않을까?
“악! 봤어! 눈빛, 봤어! 악, 제발! 먹지 마!!”
뭐,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당장은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벌새의 후처리를 고민하고 있다 보니 정신을 차린 리엘이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 여긴 어디죠?”
“화원의 입구랄까.”
“65층은 지천목에게 인정받지 않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이런…….”
“그래서 이 녀석을 데려온 거지.”
게임으로 치자면 버그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벌새의 돌풍을 이용하여 여기까지 날아온 게 정상적인 방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 정상적인 방법이 있었겠지.’
그게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제대로 도착했다면 그걸로 되었다.
“얼마나 날아온 건가요? 지천목 나뭇잎이 간신히 보일 정도네요.”
“얼마나 날아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화원은 이 바로 앞이야.”
“화원이라면 분명 수호자도 있겠죠?”
“없어. 그냥 가면 돼.”
“네? 정말요? 아무리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라도 수호자가 없다니…….”
세운 역시 그녀의 말에 동감이지만, 이미 회귀 전에 경험해 본 일이다.
여기서부터 화원까지 적이라고 할 만한 대상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적은커녕 식물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생명체도 등장하지 않는다.
앞으로 조금 나아가니 울타리처럼 길게 세워진 나무들이 보였다.
그 익숙한 모습에 세운이 곧바로 나무들의 중심을 가리켰다.
“저기가 입구야.”
“저 거대한 나무가요?”
“……나무?”
정확하게 세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다.
물론 자격의 지천목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64층에서 보았던 거목과 비견될 정도로 큰 나무였다.
아니, 두께는 64층의 거목 이상이다.
‘저런 건 없었는데?’
회귀 전에 저곳은 아무것도 없는 빈 통로일 뿐이었다.
자기가 입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나무 사이가 텅 비어 있어서 세운은 너무나도 쉽게 그 안으로 들어갔었다.
지금 보이는 저런 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거, 보통 나무가 아니야.’
나무에게서 기척이 느껴진다.
나무에 무언가 숨어 있다는 게 아니다. 나무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일반인은 절대 느끼지 못하겠지만, 세운은 저 나무의 뿌리가 미약하게 움직이거나 가지가 부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리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호자는 없다면서요.”
“그런 줄 알았는데.”
드드드득-
그 생각을 증명하듯, 거대한 나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앉아 있던 거인이 몸을 일으키듯이 느긋하게, 또 위협적이게.
“뭐야, 저거! 도망가! 도망가!”
“시끄러.”
“켁!”
시끄럽게 구는 벌새의 입을 닫기 위해 새장을 흔들어 기절시킨 후, 새장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무는 뿌리를 꼬아 만들어진 두꺼운 두 다리를 펴고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그 크기는 64층의 거목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고, 주변의 나무들이 이에 반응하듯이 침엽수 특유의 뾰족한 나뭇잎을 바짝 세웠다.
쿠궁.
“그대들은, 자격이 없구나.”
수호자. 아니, 수호목(守護木)의 기둥 사이가 벌어지며 눈과 입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눈동자 대신 칠흑 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세운은 그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격이 없는 이들이 어찌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범인(凡人)이 알아서는 안 될 금역이라네. 그러니.”
수호목의 들어 올린 손에서 가지가 급격하게 자라났다.
양쪽으로 자라난 가지 사이에 넝쿨이 자라나 서로 꼬이고, 그 넝쿨을 잡아당기자 두꺼운 가지가 휘며 대궁(大弓)이 완성되었다.
이어서 대궁이 비스듬한 각도로 허공을 가리키자 활시위에서 나무의 형상을 닮은 화살 하나가 만들어졌다.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죽어 화원의 양분이 되어 주게나.”
피잉-
수호목의 화살이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파바바밧-!
화원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침엽수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잎사귀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백 그루는 되어 보이는 침엽수들이 쏘아대는 잎사귀는 마치 잘 훈련된 군대의 일제사격을 연상시켰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와이드 실드’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티디디딩!
급하게 방어 마법을 펼쳐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비. 아니, 나뭇잎 세례를 막았다.
다만.
‘뚫린다고?’
세운의 방어 마법은 나뭇잎 세례를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했다.
7서클에 이르러 저서클 마법의 효율마저 급격히 올라간 세운의 마법도 막아내지 못하는 공격이라니.
자세히 살펴보니 날아오는 수천 개의 잎사귀 모두에 정령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쿠구구궁!
때문에 세운은 곧바로 이차 방어 마법을 펼쳤다.
상식적으로 잎사귀가 바위벽을 뚫고 들어올 리가 없지만, 잎사귀들은 날카로운 창칼처럼 바위벽에 박히며 순식간에 균열을 만들어 냈다.
“이건 제가 막을게요! 저거 위에 거 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위에 거?”
세운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전방의 나뭇잎을 막아내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공격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수호목이 가장 처음 쏘아 올렸던 거대한 화살.
그 화살이…….
쿠구구구-!!
처음 보았던 크기를 넘어, 수호목 이상의 크기로 성장한 채로, 아니, 떨어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세운과 리엘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