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5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50화(450/675)
제 450화
디아블로 길드원들이 도착한 이후, 거주지에서 휴식과 대련을 반복하던 세운의 일정은 한층, 아니, 몇 층은 더 바빠졌다.
“오빠, 여기도 마법진 좀!”
“재료가 많으니까 할 맛이 나네. 언니, 여기는 방어 구역이니까 성벽부터 쌓을까?”
“아니, 함정부터 먼저 구상하자. 저번처럼 무너지지 않게 확실히!”
“응!”
– 성좌, ‘검은 새’가 상공의 적을 처단할 날카로운 천충탑(天衝塔)을 구상합니다.
– 성좌, ‘거대한 새’가 적을 발견하고 은신한 적을 감지하는 감시탑을 구상합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쌍둥이 자매를 돕는 일이었다.
데스힐에서 벌였던 흑십자 길드와의 전투처럼 다음 쉼터에 들어서면 또 어떤 길드와 길드전을 벌일지 모른다.
길드전은 길드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합법적으로 상대 길드를 무릎 굽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해도, 세운에게 시비를 걸어오던 청해 길드나 세운의 대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 적으로 돌아서게 될 흑익 길드 등.
다양한 길드와의 길드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상, 길드전의 준비는 철저하게 해 두어야 했다.
“튜리크, 부탁해.”
– 응!
세운은 다양한 마법진을 통해 쌍둥이 자매의 건설이나 함정 등을 설치하는 걸 도왔고, 여기에 튜리크의 힘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쉬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는 길드원들은 모두 건설을 도와주었으니 길드전의 준비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오빠, 오빠가 보기에는 좀 아쉬운 부분 없어?”
“공중전은 여기 이걸로 대비해 두긴 했는데, 어때?”
이전과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쌍둥이 자매가 세운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물어왔다는 점이다.
흑십자와의 전투에서 방어벽이 뚫렸던 경험 탓일까?
혹시 자신들이 놓친 점이 있는지, 자신들이 모르는 공격을 통해 함정이 파쇄되면 어쩔지, 다양한 고민과 의견수렴을 통해 점점 더 완벽한 방어 시설을 건축하고 있었다.
“지반 아래에도 방어를 대비해야겠는데. 권능이나 마법을 통해 지하에서 습격해 올 수도 있으니까.”
“아, 그렇네!”
“지반에도 판을 깔아놔야겠다.”
“기후 상황도 대비해 둬야 할 거야. 길드전에서는 상식 밖의 일도 벌어지거든. 갑자기 홍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건 대비하고 있었지!”
“수창 오빠랑 얘기해서 해결하고 있어!”
때문에 세운 역시 쌍둥이 자매의 물음에 적극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기본적인 주의점은 물론, 앞으로 상대할 확률이 가장 높은 청해 길드나 흑익 길드와의 길드전에 특히 집중했다.
쌍둥이 자매의 일을 도운 후에는 거주지의 한편에 크게 지어진 백현의 연구 시설에 들렀다.
“아, 세운 씨! 오셨습니까.”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에 얻은 샘플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하하!”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얼마 가지 않아 정식 군단장으로 불릴 만하겠다며 계약자의 군세를 칭찬합니다.
바쁘다고 하는 말과는 다르게, 그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 보였다.
기본적인 언데드 연구는 물론, 운석과 언데드를 조합하여 아우터를 상대할 방법.
거기에 쌍둥이 자매와 협력하여 거주지를 공격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등, 길드전에 사용할 만한 방법까지.
“안 그래도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마법에 대항하는 언데드를 연구 중인데, 아무래도 진짜 마법을 상대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각 속성 마법별로 저 샘플들 좀 공격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죠.”
– 자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록 캐논’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문 라이트’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샤이닝 블레이드’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콰과광-!!
백현은 어느새 디아블로 길드에서 가장 큰 전력이 되어 있었다.
튜토리얼 때 세운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언데드 하나를 일으키고, 만티코어의 사체를 연구하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발전이었다.
하나의 군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힘은 길드전은 물론, 아우터를 상대하게 될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될 터이니 세운도 아끼지 않고 그의 실험을 지원해 주었다.
“세운 씨, 여기 계셨군요. 상의할 게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을까요?”
“어떤 일인데?”
“65층까지의 등반으로 다들 생각 이상으로 많이 성장해서 새로운 팀 편성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여기에 세운 씨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요.”
유서아는 개인 수련에 더해 부길드장으로서 길드 관리에 힘을 쏟고 있었다.
솔직히, 이는 길드장인 세운이 해야 할 일이었는데 그녀가 대신해 주고 있다.
그러니 세운은 그녀가 찾아올 때마다 충분히 그녀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사실 그녀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 딱히 거들 것도 별로 없었지만, 세운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만으로도 유서아의 표정은 크게 밝아졌다.
“여기 있었군.”
“대련은 안 돼.”
“어제도 못 하지 않았나?”
“보다시피 많이 바빠서. 저기 건설 현장 좀 돕거나, 영 찝찝하면 박정필이나 좀 데려가.”
“그놈은 왜?”
“땅이나 부수고 있는 것보다는 그놈이랑 수련하는 게 더 나을걸? 네 주먹의 가장 문제가 적을 맞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거니까.”
“맨날 도망이나 다니는 놈이다.”
“그러니까 안성맞춤이라는 거지. 그놈, 보기엔 그래도 도주나 회피 실력은 뛰어나거든. 아마 좋은 수련이 될 거다.”
“……어디 있지?”
“해리한테 물어보면 바로 알려줄 거야. 아마 어디 숨어서 낮잠이나 자고 있겠지.”
“알았다.”
아쉽게도 강한철과의 수련은 패스다. 할 일이 너무 많아진 탓에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한철의 실력은 이미 세운의 지도가 필요 없을 지경이라 대련은 그의 실력 발전에 더 이상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으아악, 형니이이임!”
“가자.”
저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가뿐히 무시하고 다음 일정을 향해 움직였다.
백현의 연구 시설과 마찬가지로 쌍둥이 자매가 특별히 신경 써서 지어둔 치료 시설.
크게 연구동과 치료 동으로 나누어진 이하늘의 병동이었다.
“아룬의 꽃잎은?”
“특성 파악은 끝냈는데, 조합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네요. 개수가 적으니 섣불리 실험하기도 어렵고요.”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어지간한 재료라면 내가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음, 그럼 혹시 신성력(神聖力)과 관계된 소재가 있을까요?”
“지금 당장 가진 건 이거뿐이고, 다음 쉼터에서 제대로 구해 줄게. 마침 떠오르는 소재가 몇 개 있거든.”
“네. 당장은 이걸로 충분히 연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2층의 시련에서 찾아낸 히든 던전, 아룬의 뿌리 감옥.
그 끝에서 보상으로 얻은 아룬의 꽃잎은 세운의 힘으로도 용도나 활용법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때문에 이 연구는 전적으로 이하늘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물론, 그녀의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아침에 새로운 조합법을 하나 찾아냈거든요. 한 번 봐주시겠어요?”
“물론이지.”
– 성좌, ‘피투성이 사자’가 이는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조합법이라며 계약자의 재능에 감탄합니다.
“재능이라뇨, 아직 한참 부족한데요.”
62층에서 얻은 보상은 아룬의 꽃잎만이 아니었다.
세운이 히든 던전을 돌아다니며 얻은 보상은 물론, 그녀가 따로 찾아낸 소재와 세운과 함께 돌아다니며 채집한 소재들.
62층 전체를 쑤시고 다니듯 하였으니, 그 양은 창고 몇 개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덕분에 그녀의 연구실에는 갖가지 포션이 쌓여가고 있었다.
“아룬의 열매는 어떻게 됐지?”
“아, 그거요. 좀 살펴봤는데 제가 다룰 게 아닌 거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맡겼어요.”
“다른 사람?”
“네, 아마 곧 알게 되실 거예요. 아마 세운 씨도 놀랄걸요?”
디아블로 길드에서 연금술을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는 이하늘뿐이다. 그런데 아룬의 열매를 다른 사람한테 맡겼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지만, 얼마 후에 찾아온 식사 시간에 세운은 그녀의 말에 완전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미정 언니, 오늘 요리 특히 미쳤는데?”
“나 한 그릇 더!”
“이거 좀 싸가면 안 돼? 너무 맛있다!”
생산계 플레이어라고도 볼 수 있는 김미정. 그녀가 아룬의 열매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어쩐지 구황작물처럼 생겼다 싶었더니, 맛을 확인한 그녀가 곧바로 감자 요리 레시피를 활용해 본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성화라 불리는 아룬의 열매를 이런 데 쓰는 게 조금 아깝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 미정표 특제 감자전을 섭취하였습니다.
– 일주일 동안 체력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 영구적으로 체력이 3 상승합니다.
– 미정표 특제 알감자 버터구이를 섭취하였습니다.
– 일주일 동안 최대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 영구적으로 체력이 3 상승합니다.
…….
전혀 아니었다.
단순히 일정 기간 동안 보조 효과를 주던 기존의 요리들과 달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요리라니.
이는 회귀 전에 다양한 요리를 먹어 본 세운으로서도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심지어 세운은 체력에 세 개의 능력치가 붙었을 뿐이지만, 이건 세운의 기존 능력치가 워낙 높았기에 그런 것뿐.
다른 이들은 세운보다 능력치가 훨씬 많이 상승된 것 같았다.
그렇게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세운이 가장 기다리던 건 다른 일이었다.
“어르신.”
“오, 왔구먼! 마침 이름까지 지어둔 참이라네. 이번에는 정말 자신 있어. 한 번 확인해 볼 텐가?”
“네.”
–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훌륭한 재료에 훌륭한 실력이 합쳐졌으니 당연한 결과물이라며 크게 만족합니다.
고창석이 세운에게 거대한 낫을 건네주었다.
각종 질 좋은 희귀 광석은 물론이고, 아룬의 뿌리 감옥에서 얻었던 환수와 영수의 소재까지 넣어 만들어진 낫.
특히, 세운을 위하여 튼튼한 내구력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무기였다.
거주지에서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은 없었지만, 지금 당장 세운이 무기의 상태를 판별하는 방법은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황금빛 물결, 크리사오르 ]–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가 사용하던 낫으로써 살상보다는 곡식을 상징하는 그녀의 성상에 걸맞은 힘을 지니고 있다.
고창석이 건네준 보구의 힘이 깃들었다.
영웅의 보구도 아닌 신의 보구가 가진 힘이 깃들었음에도 낫은 침착하게 그 힘을 버텨냈다.
낫을 가볍게 휘둘러 보아도 금이 가기는커녕 보구가 가진 힘을 이끌어내며 황금빛 물결을 선보인다.
다만, 문제는 이다음이다.
– 영절겸(靈切鎌)이 ‘크리사오르’에 잠든 수확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크리사오르’를 통해 찬란한 황금물결이 재현됩니다.
보구가 가진 진정한 힘을 완전히 끌어내고 나서도 부서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보구가 가진 힘을 완전히 이끌어낸 세운이 낫을 크게 휘둘렀고.
솨아아-!
크리사오르에서 흘러나온 황금물결이 사방으로 흘러갔다.
황금물결이 흘러간 자리에서는 풍년이 찾아온 가을의 논처럼 잘 여문 곡물이 자라났다.
가축을 키우거나 곡물을 재배하는 등,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알려진 거주지의 대지에서 곡물을 키워낸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일.
곡물의 신인 데메테르의 힘이 깃든 무기였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낫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물결이 저 멀리까지 닿아 거주지 전체가 황금빛을 뿜어냈다.
“……감사합니다.”
“허허, 조금만 더 기다리게. 원하는 무기라면 뭐든 만들어 줄 터이니.”
세운은 보구의 힘을 훌륭히 이끌어냈음에도 작은 실금하나 생겨나지 않은 대낫을 내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