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5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55화(455/675)
제 455화
–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진군(進軍)’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쾅, 쾅, 콰과광!!
68층의 미로 전체에 굉음이 퍼져나간다.
주변에 머물던 플레이어들은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가 출현했다고 생각하며 몸을 숨겼고, 주변의 몬스터들 역시 그 압도적인 충격에 뒷걸음질을 보였다.
“질기군.”
강한철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68층의 벽은 흙벽이나 바위벽과는 구조가 전혀 달랐다.
자격의 지천목.
나무의 내부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질긴 섬유질이 얽히고 얽혀 만들어진 벽은 그 어떤 광석보다도 튼튼했다.
단순히 강도가 강한 게 아니라, 섬유질 특유의 탄성으로 충격을 흡수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날붙이로 공격해 봤자 질긴 섬유질을 자를 수는 없었으니…….
68층의 벽과 천장은 전부 절대로 부술 수 없는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랬었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擊破)’를 사용합니다.
콰직!
강한철이 마지막으로 휘두른 주먹에 뚫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마침내 꿰뚫린 주먹을 보고 흥분하여 지면을 쾅쾅 내리찍습니다.
비록 주먹이 까지고, 어깨가 뻐근하게 아파왔지만 결국 68층의 벽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는 끝이 아니었다. 벽을 부수는 데 한 번 성공한 강한철은 노하우를 깨달았다는 듯이 더욱 힘차게 주먹을 내뻗기 시작했다.
그 결과, 68층의 벽 곳곳이 꿰뚫리며 지천목이 지르는 비명이 미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디아블로 길드의 부길드장, 유서아가 달리고 있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붉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다.
간혹 거대한 덩치를 내세운 몬스터가 유서아의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크어-”
서거걱.
그런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수십 갈래로 찢겨나가며 생을 마감했다.
유서아는 순식간에 몇 개의 통로를 이동한 후 움직임을 멈추고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생각 이상으로 넓은 곳이네요.”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제아무리 마신을 터라도 미로 전체에 거미줄을 쳐놓으면 찾지 못할 리가 없다고 자신합니다.
기억력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
68층의 드넓은 미로를 펜과 종이, 기억력만으로 전부 파악하려는 것은 오만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 대신, 유서아가 선택한 건 바알의 권능이었다.
그녀가 달릴 때마다 얇디얇은 실이 퍼져나가 거미줄을 구축했다.
그렇게 구축된 영역은 그녀에게 정보를 전해 주었고, 덕분에 그녀는 조금씩 완벽한 지도를 작성하고 있었다.
“미로라…….”
“전 왼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난 오른쪽!”
“길드챗으로 계속 상황 보고하면서 진행하죠. 길이 겹치면 탐색 속도가 떨어질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던 중, 67층의 공략이 끝낸 디아블로 길드원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드챗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곧바로 미로의 수색에 참여하였다.
“언니, 한쪽 벽씩 맡아서 움직일까?”
“응, 그러자!”
쌍둥이 자매가 통로의 양쪽에 서서 맡은 벽을 훑으며 움직였다.
그녀들은 건설가로서 무언가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 역시 뛰어났다.
비록 관련 스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철저하게 숨겨진 히든 던전도 그녀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정확도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전부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섬유질을 녹이는 방법으로 숨겨진 걸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성좌, ‘피투성이 사자’가 괜찮은 방법이라며 갈퀴를 쓰다듬습니다.
이하늘은 자신이 만들어 낸 독성과 마르바스의 권능을 조합하여 미로를 녹여냈다.
강한철만큼이나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그만큼이나 효과가 뛰어난 방법이었다.
“아래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새벽의 밀물’을 사용합니다.
솨아아!
미로의 아래로 내려간 최수창이 밀물을 쏟아냈다.
물은 곧 그의 영역이나 다름없으니, 물에 닿은 곳에 숨겨진 것들을 파악하거나 물이 새어 나가는 곳을 통해 지형을 파악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세운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탐색 능력을 지닌 해리와 수백의 언데드 몬스터로 미로를 헤집고 있는 백현 등에 의해 그 거대한 지천목 내부에 위치한 미로가.
“그어어어어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정복당하고 있었다.
* * *
그 시각, 세운 역시 빠른 속도로 달리며 미로를 구석구석 조사하고 있었다.
특히, 꽉 막혀 있는 미로의 중심 주변을 중점으로 맴돌면서.
‘여긴 아니고.’
그러는 동안 여정의 지침표는 지금까지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히든 던전이나 숨겨진 아이템을 찾아내는 용도로 사용했다면, 지금은 그것들을 찾아내 배제하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색욕의 터가 아니라면 무시한다.
아쉽긴 해도 저것들을 전부 찾아 나선다면 색욕의 터를 찾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뭐, 68층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 관심 갈 만한 물건이 없는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거,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습니까?”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물을 무시하는 거냐며 눈가를 찌푸립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못 믿겠으면 그냥 내놓으라며 권능을 회수합…….
“아닙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계속 풀고 다니고는 있는데, 솔직히 용도를 알 수 없었다.
단순히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거라면 여정의 지침표를 가지고 있는 세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실타래의 설명에 ‘단순히 길을 잃지 않기 위함이 아닌, 난제를 해결해 주는 힘이 깃든 물건이다.’라는 설명이 있었기에 조금 더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거, 실히 무한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에는 주먹만 하던 실타래가 벌써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래서는 미로의 중앙 주위를 절반도 조사하기 전에 실타래가 모두 끊기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께에에에!”
몬스터 한 마리가 길목을 막아섰다.
실타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몬스터는 전부 처리하며 이동하는 중이었기에, 세운은 망설임 없이 검을 꺼내 들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입을 열고 기다립니다.
어차피 그리 강한 몬스터도 아니다. 무공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검을 아래로 긋기만 해도 몸이 절반으로 갈라질 게 분명하다.
그것보다는 녀석의 체액이 몸에 묻지 않게 신경 쓰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그렇게 세운이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서걱-
“꾸엑-”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의 몬스터가 절반으로 갈라졌다.
세운이 아직 검을 휘두르기 전이었는데, 몬스터가 저 스스로 터져나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쩌억 벌어지는 몬스터의 사체 사이로 딱 붙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이 보였으니 말이다.
“어머, 여기 있었네요~”
다섯 장의 카드로 입가를 가리고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르카나.
세운을 따라온 것인지,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세운의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요? 그저 우연이랍니다~”
지금까지 길드챗에 단 한 마디의 글도 올리지 않은 그녀다.
길드챗을 확인하고는 있겠지만 68층의 드넓은 미로 속에서 이렇게 세운을 찾아오다니.
다른 사람이 우연이라고 말하면 헛소리로 생각하겠지만, 그녀가 말하니 느낌이 달라졌다.
‘진짜 우연인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행운의 힘.
게다가 최근에는 어떻게 했는지 독자적인 성흔까지 만들어 내며 그 힘이 더욱 강해졌다.
인과율에 가장 가까운 힘이라 알려진 행운의 힘이 더욱 강해졌으니, 그저 운으로 세운을 찾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근데, 뒤에 그 줄은 뭐에요?”
“새로운 탐색 방법이랄까. 색욕의 터는 내 힘으로도 찾지 못하니까.”
“그런 걸로 되겠어요? 차라리 제가 먼저 도울게요~”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물이 모욕을 당했다며 심기를 불편해합니다.
아르카나의 도움.
솔직히 행운이라는 요소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막상 눈앞에 찾아온 그녀를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저 행운만으로 세운을 찾을 정도라면 그 행운으로 색욕의 터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때요? 원한다면, 간만에 힘 좀 제대로 써 보려는데.”
“그럼, 부탁하지.”
“와아, 저도 드디어 부탁받았네요~”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물만 있으면 되는데 왜 굳이 저런 여자에게 부탁을 하냐며 따집니다.
그녀가 등을 돌리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행운에 의지한 채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게, 저도 이 힘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더 행운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알겠더라구요.”
스으으.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드레스 밑단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나풀거렸다.
성흔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올림포스에 존재하는 그녀의 성좌이자 행운의 여신, 티케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일 터다.
안 그래도 행운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녀의 힘이, 여신의 힘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
“가만히 있는 자에게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잖아요?”
그녀가 길을 걷는 도중에 무심하게 카드 한 뭉치를 쏟아냈다.
무언가를 알고 하는 게 아니었다. 철부지 꼬맹이가 사고를 치듯이 무심하게, 별생각 없이 아무 일이나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주변을 쿡쿡 건드리고 다니는 거죠. 말괄량이 소녀처럼. 어때요, 어울리나요?”
두 팔을 벌리며 뒤로 돌아 세운과 눈을 마주친 그녀가 남은 카드 뭉치를 허공에 흩날렸다.
그때, 나풀거리던 카드 한 장이 통로를 이룬 섬유질 사이에 박혀 들어갔다.
딱히 무언가 이상이 생길 정도도 아니고, 아주 살짝.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 작은 변화에…….
쿠구궁.
통로의 바닥이 무너지고, 아래로 통하는 길이 생겨났다.
여정의 지침표로도 함정이나 통로의 부실함을 감지해 내지 못했던 세운이었기에 눈앞의 현상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 그녀의 행운은 이미 상식선을 벗어나 있었다.
72 마왕들이 괜히 그녀의 힘에 관심을 가지며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란 말이야?”
“몰라요? 행운이라는 게 때마다 의미하는 게 달라서요. 그치만 적어도 이쪽으로 향하는 게 훨씬 더 길을 찾기 좋을걸요?”
세운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아쉽게도 바닥이 무너졌을 뿐, 숨겨진 통로 같은 게 드러나진 않았다.
그러나, 막막하던 수색 작전에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며 통로를 내려가는 순간.
툭.
세운이 들고 있던 실타래가 수명을 다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실타래의 길이가 다된 것이다.
그 순간.
–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지천목의 미로를 파악합니다.
–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주인의 난제를 읽고, 해답을 찾아냅니다.
길이가 다 되어 달랑거리고 있던 실타래의 끝에서 금빛으로 이루어진 실선이 생겨났다.
그 실은 세운과 아르카나를 지나쳐 통로를 따라 앞으로 쭉 나아갔다.
무엇이 실타래의 발동조건이었을까?
단순히 길이를 다하는 것일까, 아니면 목표와 어느 정도 가까워야 했던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아르카나의 행운에 지장을 받은 것일까?
그러한 궁금증이 떠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드디어 자신의 보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쾌재를 지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실타래를 따라가지 않고 뭐하냐며 당신을 재촉합니다.
색욕의 터를 향한 앞길이 한층 더 밝아졌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