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6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63화(463/675)
제 463화
“퓌이이이-!”
갈색의 깃털로 뒤덮인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친 맹금류.
양쪽으로 펼친 날개의 길이를 더하면 10m가 넘어 보인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지니고 상공에서 급하강하여 먹잇감을 낚아채는 놈을 상대하는 방법은 녀석이 급하강하는 가장 강한 순간에 무기를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위이이이잉-
그 옆으로는 독액이 뚝뚝 흘러내리는 독침을 지닌 벌이 시끄러운 날갯짓 소리를 내고 있다.
벌뿐만 아니라 비행이 가능한 모든 벌레형 몬스터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비행형 몬스터 주제에 전신이 단단한 외골격으로 뒤덮여 방어력까지 뛰어난 놈들이다.
“크롸아아아아-!”
그 반대편에서는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움츠러드는 포효를 내지르며 수십 마리의 용종이 날아왔다.
66층의 시련에서 보았던 블랙 와이번을 포함하여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와이번과 그 하위의 비룡들까지.
그야말로 날 수 있는 몬스터란 몬스터는 전부 모여든 것 같았다.
“장난 아닌데요?”
“나무 위라서 자리 잡기도 힘든데, 비행형 몬스터라니.”
“지천목을 지키라는 말도 애매합니다. 핵 같은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나뭇잎 하나 떨어트리지 말라는 건 아닐 테고.”
“일단은 그전에 살아남는 것부터 걱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기 저놈들 살벌한 것 좀 보십쇼.”
“그렇겠네요.”
디아블로 길드 전원 전투를 준비했다.
적이 워낙 많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포위를 당하고 있는 구도에 머리 위까지 경계해야 했으니 최대한 뭉쳐서 밀집 진형을 이루었다.
이런 진형이 적의 광범위 공격에 취약하다는 건 알고 있으나 광범위 공격 정도는 충분히 막을 자신이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부터 다가오던 어둠은 어느새 지천목의 상공 전부를 뒤덮었다.
세운이 66층에서 무찔렀던 것보다는 조금 작아 보이는 블랙 와이번이 어둠과 동화되어 가장 먼저 이빨을 드러낸다.
여기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은.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끼에엑!”
애초에 밀집 대형에서 빠져나가 손목을 풀고 있던 강한철이었다.
크기만 해도 수십 배가 차이 나는 와이번이 무섭지도 않은지 쩌억 벌어진 아가리를 향해 도약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무모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김없이 와이번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불과 이 층 전까지만 해도 실신 상태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무력이었다.
와이번의 추락을 시작으로, 하늘을 가득 채운 어둠이 본격적으로 지천목을 노리기 시작했다.
“까아아악!”
“기잉, 기이이잉-”
울음소리도 울음소리지만, 그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로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다.
지휘를 내리기 위해 소리치는 유서아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유서아도 이를 인지했는지 이를 악물며 몬스터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여기부터는 진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각자의 실력과 판단을 믿는 수밖에 없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독에 잠긴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피에 젖은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저주에 물든 병동’을 사용합니다.
…….
푸홧!
전투의 시작은 역시나 이하늘의 디버프 세례였다.
이제 막 전투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시전자의 혈액을 소모하여 힘을 강화시키는 지팡이의 능력까지 사용하여 최대한 넓게 디버프를 퍼트렸다.
덕분에 눈에 보이는 상당량의 몬스터들이 마르바스의 권능에 뒤덮여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비행형 샘플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 정도면 아예 하나의 비행 부대를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으, 저 오빠 또 눈 돌아갔네.”
“언니, 우리는 최대한 나무를 지켜보자.”
“그래!”
본래는 최소 세 개의 클랜, 또는 길드.
그 이상이 합동하여 도전해야 난이도가 맞는 시련이 바로 이번 70층의 시련이었다.
몬스터의 수를 봐도 그렇고, 지켜야 할 지천목의 크기도 그렇다.
대형 길드라면 몰라도 5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디아블로 길드가 도전하기에는 규모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 타란튤라의 거미줄이 전장을 덮쳐옵니다.
– 아군의 전투력이 증가하고, 적군의 이동 속도가 소폭 줄어듭니다.
촤악!
“일단 지천목보다는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신경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디아블로 길드는 훌륭하게 몬스터 무리를 상대하였다.
수가 부족한 만큼 지천목의 외곽까지 완벽하게 보호할 수는 없었지만, 가장 많은 몬스터가 몰리는 중앙은 완벽하게 보호 중이었다.
심지어 중앙에서 쓰러진 몬스터의 수가 워낙 많아 아래의 가지에서부터 쌓인 몬스터가 위까지 올라올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많기도 하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기는 언제든지 먹을 준비가 되었다며 입을 크게 벌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다음 쉼터로 들어가면 한동안 또 금식 기간이 이어질 테니 지금 잔뜩 먹어 두어야겠다며 각오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번에야말로 음식을 아껴서 보관해 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서걱!
세운은 다가오는 박쥐 모습의 몬스터 하나를 베어냈다.
비행형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날개 한쪽만 공격하면 움직임이 크게 무력화된다.
물론, 그 날개를 자르는 게 가장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방해꾼을 정리하자마자 세운은 정신을 집중하며 성흔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색욕의 권능.’
과연 어떤 힘일까?
역대 마신들의 권능을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대단한 힘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어떤 유형으로 발현될지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피조물을 상대해 본 경험으로 짐작하자면 재생과 분열이 떠오르지만, 재생이라면 나태의 권능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분열과 관련된 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뭐가 어찌 되었든, 직접 사용해 보는 게 제일이었다.
– 색욕의 양막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 색욕의 양막이 분열합니다.
성흔에서 흘러나온 진득한 액체.
색욕의 터에 들어갔을 때 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그 양막이 세운의 몸을 뒤덮었다.
다만, 이제는 색욕의 힘 자체가 세운의 것이 되었기 때문일까? 색욕의 터에서 느꼈던 그 특유의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의 품 안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했다.
양막은 세운을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치고는 바로 옆에 떨어져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분열?”
시스템의 설명 그대로였다.
성흔에서 흘러나온 양막은 세운의 정보를 완벽하게 복제하고 또 하나의 세운으로 분열하였다.
바로 눈앞에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뒤랑달을 들고 있는 양막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움직임을 재현하는 건가?’
세운을 똑바로 마주 보고 있는 양막.
세운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양막 역시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검을 뒤집어 잡자 양막 역시 검을 뒤집어 잡았다.
검을 집어넣고 불사궁을 꺼내자, 양막 역시 만병지함에서 불사궁을 꺼내 들었다.
처음 사용하는 거라 그런지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권능의 사용법을 대충이나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디, 얼마나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지 볼까?”
세운이 등을 돌리자 양막 역시 뒤로 돌아서 세운과 등을 마주했다.
가장 먼저 사용해 본 것은 마법.
– 흑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파직!
본래 시전자가 아닌 몬스터의 머리 위에서부터 좌표가 설정되어 적을 강타하는 번개 마법, 기가 라이트닝.
그 수식을 변경하여 오른손 위로 번개를 발현하였다.
당장에라도 뻗어나갈 듯이 파직거리는 번개를 압축하고 또 압축한다.
“마법은 합격이고.”
다음은 불사궁을 눈앞으로 들어 올리며 기가 라이트닝을 합친다.
압축되어 강해진 기가 라이트닝이 불사궁의 활대를 지그재그로 휘감는다.
번개에서 일어난 열기 때문에 활시위가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불사궁 특유의 냉기가 열기를 적당하게 진정시켜 주었다.
“내구력도 합격.”
양막 역시 세운과 마찬가지로 불사궁에 기가 라이트닝을 휘감았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세운이 성흔을 밝히며 광란의 힘을 발현하였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막의 오른 손등에서 특유의 검붉은 빛이 타오른다.
내공을 끌어 올려 신체를 강화하고 초식을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
양막은 세운이 사용하는 모든 힘을 완벽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확인해 볼 게 딱 하나 더 남았다.
세운이 불사궁에 깃든 기가 라이트닝에 집중하면서 바로 다음 힘을 발현하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승리의 활, 비자야 ]– 천상의 장인 비슈바카르만이 날씨와 전쟁을 관장하는 신 ‘인드라’를 위해 만들어 낸 무기로써 사용자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활.
불사궁에 휘감긴 번개가 더욱 증폭되었다.
날씨의 신이라고도 알려진 인드라를 위해 만들어진 활인 만큼, 번개를 다루기가 훨씬 쉬워졌다.
단순히 번개가 깃든 수준을 넘어 번개 그 자체로 이루어진 것처럼 불사궁이 금빛으로 번쩍였다.
활시위 역시 차가운 얼음 시위에서 전류가 파직거리는 전격 시위로 변했다.
‘만약 이거까지 따라 한다면…….’
세운이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다.
세운과 똑같이 번개로 이루어진 활을 들고서는 담담하게 세운의 눈을 마주치고 있는 양막의 모습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두 존재가 상대의 모습에 만족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대 이상이야.’
마법과 무공은 물론, 아이템이나 권능까지 완벽하게 복제하고 따라 하는 분열체.
이는 단순히 공격력이 두 배로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익숙해지면 그 이상도 가능해.’
공격을 준비하며 조금씩 색욕의 힘에 익숙해질수록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열체는 세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익숙해진다면 세운의 의도에 따라 세운이 원하는 별개의 행동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전투력을 세 배 이상 끌어 올리는 게 가능해.’
아직 힘을 사용한 이후에 어떤 페널티가 존재하고, 그렇게까지 사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세운은 결국 그 일을 해 낼 자신이 있었다.
미소를 유지한 두 존재가 서로 다른 방향을 통해 전격으로 이루어진 활시위를 끌어당겼다.
– 불사궁이 ‘비자야’에 잠든 승리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비자야’를 통해 승리의 날이 재현됩니다.
파지직!
활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전격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섬광처럼 빠르게 몬스터로 이루어진 어둠을 가르고 하늘을 꿰뚫었다.
강력한 일격이고, 화려한 일격이었지만 그 공격에 당한 몬스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몬스터들이 세운에게 집중했다.
피부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류를 애써 참아내며 녀석들이 세운에게 날아들려는 순간.
콰릉!
콰르르르릉-!!
“까아아아악!”
“크라아아악!!”
어둠으로 뒤덮여 있던 하늘에서 수백 갈래의 번개가 세상을 밝히며, 어둠을 물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