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6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64화(464/675)
제 464화
세운의 한 방으로 전세는 크게 역전되었다.
마법과 무공, 성흔과 탐욕의 권능. 거기에 이번에 릴리스와의 계약으로 새롭게 얻은 색욕의 권능까지.
그 모든 힘을 발휘한 일격은 한 번의 공격으로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일순간 소멸시켰으니 말이다.
그 한순간, 어둠으로 뒤덮여 있던 하늘이 절반 이상 밝혀질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따로 행동해도 되겠어요! 63층에서처럼 소규모 파티로 움직일게요!”
“네!”
“알겠습니다!”
“위험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바로 지원을 요청하거나 이곳으로 모이세요! 해산!”
“해산!”
유서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적군의 집중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밀집 대형에서 벗어나 실력에 따른 각개 전투를 펼치기 시작한다.
유서아나 강한철, 백현같이 전투에 자신 있는 이들은 혼자서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은 두세 명씩 미리 짜둔 파티로 이동한다.
“퓌이이이-!”
몬스터들이 당황한 틈을 타 빠르게 정리를 시작한다.
원거리 공격을 할 방법이 없다 해도, 몬스터가 지천목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역할은 충분하다.
세운의 공격으로 수가 많이 줄어든 것에 더해, 디아블로 길드의 거센 반격이 이어지자, 하늘을 뒤덮었던 어둠이 점점 더 옅어져 갔다.
그사이, 세운은 증발하듯이 사라져 가는 양막을 바라보며 떨리는 왼팔을 억누르며 불사궁을 만병지함에 집어넣었다.
‘강하긴 해도, 반동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는 건가.’
세운과 색욕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분열체.
별개의 존재가 사용한 두 공격이었기에 반동도 따로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신의 권능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나태의 권능을 사용한 이후에 급격하게 쌓이는 피로감에 기절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색욕의 권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반동이 있었다.
지금처럼 모든 힘을 쏟아낸 공격 후에는 안 그래도 반동이 심한데, 색욕의 권능을 사용한 덕분에 그 반동이 두 배로 들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반동에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가치는 충분해.’
색욕의 권능은 세운이 강해질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탐욕의 권능이나 나태의 권능 같은 다른 권능들과도 시너지가 괜찮아 보였다.
후유증을 버틸 만큼 체력이 강해질수록, 더욱 강한 공격을 사용할수록 그 효율은 증가한다.
점점 옅어지는 성흔의 옅은 초록빛을 감상하며, 세운이 손을 내렸다.
– 성좌, ‘암야의 올빼미’가 당신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암야의 올빼미.
색욕의 터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명이지만, 릴리스의 상징 중 하나가 올빼미라는 것을 떠올리니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원래 저 이명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도서관에서 보았던 서적들을 떠올렸으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이명 자체가 신성만 조금 투자하면 성좌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다지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괜찮으세요? 너무 무리하신 것 같은데, 제가 금방…….”
“괜찮아, 너도 바쁘잖아?”
“이제 좀 나아졌어요. 보다시피 몬스터도 대부분 퍼져 버려서 제가 할 일이 많이 줄었거든요.”
세운의 공격을 확인하고 곧바로 다가온 것일까?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았을 텐데, 이하늘이 곧바로 세운의 앞으로 달려왔다.
‘하긴, 적이 퍼져 있으면 마르바스의 권능을 쓰기 어려우니까.’
솔직히, 그녀는 이미 1인분. 아니, 수십 인분의 역할을 마쳤다.
중앙에 뭉친 몬스터 전체에게 저주를 걸지 않았으면 초반의 전투가 몇 배는 더 힘들었을 테니까.
걱정하는 그녀의 모습에 세운이 떨리는 왼손을 뒤로 숨기며 말을 이어갔다.
“부상자는?”
“없어요. 다들 어찌나 잘 싸우는지. 지금은 이미 이긴 분위기던데요?”
확실히, 밀집 대형을 풀고 소규모 파티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부터가 승리를 확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운이 생각하기로 이 이상 딱히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하나.
“그럼 이제 마지막만 받아내면 끝이겠네.”
“마지막이요?”
“두고 보면 알 거야.”
70번째 시련, ‘날아드는 어둠’.
나무 위라는 불안정한 지형에서 천 마리가 넘어가는 비행형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시련.
하지만, 시련은 이 정도로 플레이어의 등반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조건은 둘.
일정 시간 이상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내거나, 몬스터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거나.
둘 중 하나만 이뤄도 ‘마지막’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며 첫 번째 조건을 채우게 마련이지만, 디아블로 길드는 아니다.
이미 하늘의 어둠 절반 이상이 사라져 있으니 곧 ‘마지막’이 찾아들 거다.
세운이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퓌이이이-”
위이이잉-
“크르르르.”
몬스터들이 지금까지와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순간 몸이 경직되더니, 당황한 것처럼 몸놀림이 어색해진다.
그러더니 다급하게 날갯짓을 하며 상공 위로 떠 오른다.
“저것들 설마 도망가는 건가?”
“에이, 설마.”
“맞는 거 같은데?”
“원래 이런 시련이라는 거겠지. 하긴, 그 많은 몬스터를 어떻게 다 쓰러트려?”
“우리야 길드장 덕분에 이렇게 된 거지. 애초에 이게 맞을 거야.”
떠나가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전투를 벌이던 길드원들이 하나둘 무기를 잡은 손에서 힘을 뺐다.
지천목을 공격하던 몬스터들이 한데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하늘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많았는데, 지금은 그 수가 생각 이상으로 줄어들어 저렇게 한데 뭉쳐 있는데도 거대한 구름 하나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저것도 몇백 마리의 몬스터가 뭉쳐 있는 거라 충분히 위험하지만, 저 정도 수에 질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시련 완료가 안 뜨지?”
“그러게? 전부 도망갔는데.”
“잠시, 저놈들…….”
몬스터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바로 도망칠 거라 생각했던 몬스터들은 하늘에서 뭉친 채로 목청이 터져라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마치, 누구를 부르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환영하는 것처럼.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그에 대한 대답은 금방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악-!!!”
“크윽!”
“무슨 소리야!”
“내 귀!”
몬스터의 포효라기보다는 비명에 더 어울리는 굉음이 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굉음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귀를 막아도 고막이 얼얼하고, 피부 위로 와닿는 공기가 날카롭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저, 저것 봐!”
“젠장, 이대로 안 끝내준다는 건가.”
하늘을 검게 물들이던 몬스터들의 정중앙이 쩌억 벌어지며 방금 들려온 굉음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뭐야 저건…….”
“이제 몬스터를 보고 놀라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건 좀 심하네.”
“으으, 징그러.”
“멋집니다! 저렇게나 강력해 보이는 비행형 몬스터라니!”
백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질색하는 분위기다.
하긴, 그럴 수밖에.
새로 등장한 몬스터, 70층의 마지막을 장식할 몬스터의 정체는 괴조 암시원(暗提元).
저 득실거리는 몬스터들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놈이었다.
“꺄아아아악!”
“시끄러!”
“저, 저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밀집 대형! 다들 얼른 중앙으로 모여요!”
괴조의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대부분이 눈과 귀를 막으며 괴로워하다 눈치 못 채고 있었지만, 유서아를 포함한 몇 명은 볼 수 있었다.
비명을 지를수록 괴조의 앞으로 선명하게 모여들기 시작한 새까만 어둠을.
위기감을 느낀 유서아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퍼져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며 순식간에 밀집 대형을 이루었다.
“공격에 대비해요! 방어에 도움 될 만한 기술은 전부 사용해요!”
“알겠습니다!”
저 몬스터가 뭔지도 모르면서 괴조의 공격을 저렇게 훌륭하게 대비하다니.
과연, 유서아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운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공격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네가 저놈 좀 잡아줘.”
“네? 제가요? 그것보단 세운 씨가 올라가는 게…….”
“이번 시련의 목표 몰라? 시련은 어디까지나 지천목을 지키는 거야. 우리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시련을 완벽하게 끝내려면 지천목을 최대한 지켜야 해.”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저런 만찬을 눈앞에 두고 포기하는 거냐며 비명을 지릅니다.
베엘제붑의 메시지가 보였지만,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괴조를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련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그것보다 지천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튜리크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 괴조의 목을 베어내고 싶지만, 색욕의 권능을 사용한 후유증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지금 세운의 힘으로는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 정도가 한계다.
질투의 권능을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나태의 권능을 사용하기에는 안 그래도 심한 후유증이 폭발할까 봐 걱정이다.
당장 이번 시련이 끝나면 다음 쉼터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자마자 며칠 동안 기절해 있는 건 곤란하니까.
“내가 돕겠다.”
“그래, 그럼 되겠네.”
강한철까지 앞으로 나섰다.
강자를 상대하는 걸 좋아하는 강한철이었지만, 저 하늘 위에 있는 녀석에게까지 날아가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유서아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괴조의 앞에서 완성된 어둠이 격발되었다.
“꺄아아아아아악-!!!”
파아아앙-!!
브레스 같은 게 아니다.
어둠으로 이루어진 새까만 광선이 수백, 수천 갈래로 퍼져 지천목을 향해 쇄도했다.
당장 하나만 맞아도 위험해 보이는 공격이 저렇게 비처럼 쏟아지다니.
저 공격 때문에 70층의 시련을 살아서 통과하더라도 지천목이 손상되어 제대로 된 공적치를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세운은 자신이 지닌 모든 마나를 쏟아 하나의 마법을 준비하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리플렉션 (Reflection) ]– 반투명한 장막을 펼쳐 상대의 마법을 막거나 튕겨내는 상위 방어 마법. 물리 공격보다 마법 방어에 특화된 마법이다.
지이잉-
세운의 머리 위로 거울처럼 투명한 장막이 펼쳐졌다.
색욕의 권능을 사용한 탓에 전신에 피로가 쌓여 몸을 움직이는 건 힘들지만, 남은 마나를 사용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완벽한 건 아니다. 평소와 다르게 마법의 범위를 늘릴 때마다 정신력이 더욱 크게 소모되어 머리가 띵하고 아파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운은 점점 더 넓게 리플렉션을 펼쳐낸다.
“다들 보조해!”
“길드장을 도웁시다!”
“막아!”
파바바방!
반투명한 장막 위로 새까만 광선이 날아들었다.
마법 방어에 특화된 리플렉션답게 날아든 광선들이 힘을 잃고 사라지거나 반대로 튕겨 옆에서 날아오는 광선과 충돌하였다.
마나가 급속도로 소모되었지만, 길드원들이 보조해 준 덕분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간다.”
“네!”
타앙!
강한철이 주먹을 내뻗자, 그 주먹 위에 올라타 있던 유서아가 탄환처럼 솟아올랐다.
가속도가 떨어질 때쯤에는 세운에게 배운 허공답보의 묘리를 살려 허공을 박차고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도착한 괴조의 앞.
그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에 다른 몬스터들은 반응도 하지 못했고, 괴조 역시 당황했는지 몸을 움찔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내 날카로운 부리로 유서아를 쪼려 하였으나, 그보다는 유서아가 검을 휘두르는 게 먼저였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받아들입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독니’를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서거거걱!
바알의 왕관을 눌러쓴 유서아가 괴조의 전신을 스쳐 지나갔다.
막거나 할 틈새도 없었다.
바알의 맹독이 깃든 쌍검으로 전신을 난자당한 괴조가 날카로운 비명을 멈추고, 전신에서 피를 뿜어냈다.
‘애초에 괴조는 접근전을 벌이는 몬스터가 아니니까.’
괴조의 방어력이 약할 거라는 건 예상했다.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토해 내고도 플레이어가 남아 있으면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시련을 떠나는 게 바로 저 괴조였으니까.
바알의 권능을 최대로 발현한 유서아의 공격에 저렇게 난자당했으니 충분히 데미지를 입었을 거다.
“꺄아아-”
괴조가 추락했다.
바알의 맹독에 저항하고 전신의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내며 날개를 펼쳐 어떻게든 비행하려 하였으나…….
– 플레이어 유서아가 ‘괴조 암시원(暗提元)’을 지배합니다.
그보다 유서아의 쌍검이 녀석의 왼눈에 꽂히는 게 먼저였다.
날개를 편 채로 펄럭이지도 못한 채로 몸을 지배당한 괴조가 바닥으로 곧장 추락하였고.
빠득!
괴조의 머리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꺾이는 것으로 시련이 끝났다.
본래 녀석의 공격을 버티고 살아남기만 해도 성공하는 시련에서, 괴조를 쓰러트리기까지 했다.
이번 시련에서 얼마나 많은 공적치를 안겨줄지 기대가 되었다.
– 70층의 시련 ‘날아드는 어둠’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공적치가 집계되는 중, 세운은 말없이 어둠이 사라지고 붉게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보았다.
여덟 번째 쉼터, 생명의 중심 ‘엘하임’.
회귀 전, 모든 쉼터를 통틀어서 세운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그곳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