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7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72화(472/675)
제 472화
“저것 봐! 전부 뚫고 청해의 거점까지 한 번에 돌입했어!”
“저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썼던 길드가 있었지 않나? 그때는 청해가 조금 당황하긴 했어도 대형 조련사 네 명이 나오자마자 침몰했었는데.”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말 청해 길드가 무너지는 거 아니야?”
“이번 길드전에서 패배하면 상대 길드 아래로 들어간다는 계약이었던 것 같은데. 청해가 지면 진짜 볼 만하겠는데.”
“흐음,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온 건 대단하지만, 제논이 직접 나서지 않았습니까.”
디아블로 길드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길드전을 관전하던 플레이어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본래 길드전이라 하면 상대의 위치를 정찰하고 전력을 분석한 후, 찔러보기식 공격을 이어가며 신중한 전투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까 절로 전투 시간이 길어지고, 대부분의 길드전이 짧으면 2~3일, 길면 몇 주가 넘어가는 경우도 생겨난다.
때문에 관전이 가능하다 하여도 몇몇 분석가 등을 제외하고는 길드전은 인기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계획 밀어붙여! 신생 길드의 저력을 보여주라고!”
“디아블로 길드, 전 쉼터에서도 대단했다니까? 분명 여기서도 힘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봤자 신생 길드지. 절대 못 이긴다니까?”
지금은 엘하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길드전의 관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엘하임의 거주민들까지도 관심을 가지며 기웃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흑익의 깃털, 최근 세운의 숙소에 찾아와 흑익의 간부들이 내건 제안을 전달하러 왔던 전령 역시 섞여 있었다.
“제논이랑 붙으라고 했더니 다 제쳐두고 제논에게 달려가는 겁니까? 하, 정말.”
초반의 기세를 살려 청해 길드를 차근차근 확실히 물리치면서 가도 됐을 것 같은데.
무리하게 뚫고 전진하다 보니, 제논에게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청해 길드에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었다.
대형 몬스터들 역시 바다에 가라앉아 마무리할 기회가 없었다고는 해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며 나아갔으면 저런 상황이 안 벌어지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세운이 너무 다급하게 행동한 것처럼 보였다.
“자리가 만들어지긴 했는데, 이건 일대일 구도가 안 되지 않습니까?”
제논을 만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이렇게 포위되어 있는 상황에서 머릿수가 많은 청해 길드가 제논이 세운과 일대일로 싸우게 보고만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잘 싸우든 못 싸우든, 옆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제논의 옆에 붙어 함께 싸울지도 모른다.
디아블로 길드원이 한 명당 두 명씩 맡아준다고 하여도 청해 길드의 인원은 넉넉하니까.
“어디, 그 거만한 태도에 근거가 있었는지 한 번 지켜볼까요?”
흑익의 깃털이 검은 망토를 눌러쓰며 관전에 더욱 집중하였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흑익의 암 덩이라 할 수 있는 간부들을 떠올리며.
소중한 길드 마스터가 이전에 툭 던진 한마디를 떠올리며.
그녀는 내심, 세운의 승리를 바라고 있었다.
* * *
‘일단 찾아오긴 했는데.’
여정의 지침표 덕분에 문제없이 제논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제논과 일대일로 맞붙어서 승리하는 것이다.
어차피 길드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길드석은 청해의 길드장인 제논이나 제논이 타고 있는 움직이는 거점에 존재한다.
길드전을 끝내기 위해서 결국 마주쳐야 할 상대를 일찍 찾은 건 분명 다행인데, 문제는 디아블로를 둘러싸고 있는 청해 길드였다.
“진형 구축도 끝냈고, 한 번에 끝내 버리면 되겠는데?”
“방심하지 마십시오. 한 번에 공격하다가 또 아까 같은 꼴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르카나의 성흔에 당해 본 경험 때문인지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덕분에 네 척의 선박 모두 자리를 갖추며 적들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었다.
“유서아, 저것들 좀 상대하고 있을 수 있겠어?”
“물론이죠. 맡겨주세요.”
“부탁할게.”
“네!”
펄럭!
세운의 등 뒤에서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제논을 상대하기 위해 아껴두던 힘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제논을 향해 날아오른다.
“막아!”
“제논 님께 접근하지 못 하게 해!”
세운의 목표가 너무 명확했기에, 청해의 길드원들이 각자의 무기로 세운을 조준한다.
다만, 세운 또한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하고 대비할 방법을 준비해 두었다.
– 디아블로 선박 1호가 ‘아르고 호’에 잠든 영웅을 터트립니다.
– ‘아르고 호’를 통해 영웅의 출항이 재현됩니다.
뿌우우우우-!!
“큭!”
“시끄러……!”
아르고 호에서 웅장한 뿔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배 아래에서 파문이 일어나더니, 곧 거대한 파도가 되어 청해 길드를 휩쓸었다.
세운을 겨냥하던 청해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몬스터 역시 파도로 인해 정신을 못 차렸다.
다행히 파문은 그리 길지 않았고, 뿔 나팔 소리가 가라앉을 때쯤엔 청해 길드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 다시금 무기를 들었다.
“전투 개시!”
“전투 개시!”
하지만 그들이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쯤에는 이미 결의를 단단히 다진 디아블로 길드가 공격 준비를 끝낸 이후였다.
특히, 아르고 호의 힘이 깃든 배 위에 서 있던 이들의 몸에서는 미약한 황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위대한 영웅들이 황금 양털을 구하기 위해 대원정을 떠나려 탔었다는 아르고 호.
그 진정한 힘은 단순히 시끄러운 뿔 나팔 소리와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원정에 나선 영웅들을 지켜주고 강화해 주는 데 있었다.
퍼엉!!
전투의 시작과 동시에 터져 오른 물줄기를 뒤로 하고, 세운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였다.
“하늘이라면 안정하다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바다에 있다 보면 갈매기들을 상대할 일도 많아서 말입니다.”
바다를 키우려는 듯이 물을 마구 쏟아내던 고래.
녀석이 세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지금까지 분수처럼 뿜어내던 물이 아니라 이전에 조개가 뿜었던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 수배는 더 강해 보이는 물줄기를 대포처럼 내뿜었다.
촤악!
“하하,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한쪽 날개를 접은 채로 회전하여 재빠르게 방향을 튼 덕분에 물대포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물대포는 조개가 뿜었던 것처럼 일회성 공격이 아니었다.
물대포는 처음의 기세와 위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세운의 뒤를 따라왔다.
‘피하지 못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세운이 아펠리온을 세워 잡으며 정면 돌파를 결심하였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삼 초식, 빙룡낙하(氷龍落下)가 강화됩니다.
튜리크의 날개를 접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물대포의 중앙을 파고들어 물살을 역행한다.
연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방향이 위가 아니라 아래라는 점이랄까?
다만, 물대포의 위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빙룡낙하와 더불어 천근추의 묘리까지 살려 몸에 무게를 더하고 있음에도 몸이 쉽사리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물대포의 위력이 워낙 강력하여 이 중앙에 버티고 있는 것부터가 힘들었기에, 세운은 물살을 뚫기 위해 무공 하나를 추가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오 초식, 빙룡현신(氷龍現身)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까드득!
세운의 몸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갑옷이 생겨났다.
얼음은 세운의 손을 타고 내려가 아펠리온의 창끝까지 번져가 반투명한 얼음 날을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힘을 얻은 세운의 몸이 물대포를 역행하며 아래로 쭉쭉 내려갔다.
‘고래를 죽이는 건 의미 없어.’
이대로 내려가 고래의 몸속을 후벼팔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힘 낭비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결국 제논과 맞붙으면 고래의 물대포를 걱정할 일은 없었으니까.
고래가 발악하며 꿈틀거려도 제논 역시 같은 상황일 테고, 고래가 잠수한다고 해도 세운 역시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
거점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유일한 단점 역시, 세운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흑익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상, 세운은 일대일로 제논을 쓰러트려야만 했으니 말이다.
촤앗!
결국, 물대포를 가림막 삼아 전진하던 세운이 그 끝에 도달하여 고래의 아가리가 보일 때쯤에야 물길을 빠져나왔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빙룡창법의 힘을 한가득 담아 제논을 향해 내질렀다.
“이런, 스켈의 몸에 들어가시면 그대로 짓이겨 드릴 생각이었는데. 감이 좋으신 겁니까, 아니면 흘러넘치는 투기를 숨기지 못하시는 겁니까?”
해류를 가득 머금은 제논의 삼지창이 아펠리온을 찍어 눌렀다.
물길에 의해 많이 줄어들었다지만, 낙하의 가속도를 최대한 살린 공격이었는데.
그의 삼지창에 감겨 있는 해류가 세운의 공격에 담긴 위력을 흡수하는 게 느껴졌다.
과연, 포세이돈의 사도로 불리는 자.
무기 역시 범상치 않아 보였다.
“뿌우우우우-”
덩치에 비해 맷집은 연약했던 걸까?
제논에 의해 짓눌린 아펠리온이 본래의 목표 대신 고래의 피부를 꿰뚫자, 뒤에서 물대포가 멈추고 웅장한 비명이 들려왔다.
세운은 제 공격을 쳐내고는 해류를 따라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공격을 이어가는 제논을 바라보며 만병지함을 열었다.
– 내공을 통해 북해검결의 제삼 초식, 북해동절(北海冬節)이 강화됩니다.
카앙!
상대가 물을 다룬다면, 세운도 이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주변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어 물 마법이 강화되었던 것처럼, 무공 역시 물이나 얼음을 다루는 류의 공격 또한 크게 강화된다.
세운과 제논의 무기가 서로 충돌하자마자 냉병기가 부딪힐 때 터져 나오는 뜨거운 불똥 대신 차가운 물길이 터져 나왔다.
“과연, 훌륭합니다. 소문으로 들리던 무력, 그 이상입니다.”
세운의 상승무공을 받아냈으면서도 제논은 여전히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상대는 엘하임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플레이어. 그리고 이곳은 제논이 가장 강한 상태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필드다.
그러니 세운 역시 처음부터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 시기의 눈초리가 ‘제논’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질투의 권능을 이용하여 제논의 힘을 뺏어온다.
레비아탄의 힘이 회복됨에 따라 강해진 질투의 권능은 별도의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제논의 힘을 앗아오기 시작했다.
– 시기의 눈초리가 ‘제논’의 힘을 질투합니다.
– 물 속성 친화력을 앗아옵니다.
– 민첩성을 앗아옵니다.
…….
“기분 나쁜 힘입니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제논은 질투의 권능을 곧바로 눈치챘다. 그러더니 그의 왼쪽 목에 있던 파도 문양의 성흔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성좌인 포세이돈에게 받았을 것이라 추정되는 성흔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 거대한 해류벽에 의해 시기의 눈초리가 차단됩니다.
– 거대한 해류벽에 의해 시기의 눈초리가 차단됩니다.
…….
질투의 권능이 활약을 멈추었다.
대처가 워낙 빨랐던 탓에 앗아온 능력치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막을 수도 있는 건가.’
확실히 지금까지 상대해 오던 몬스터나 플레이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레비아탄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이건 레비아탄의 문제가 아니었다.
“루인.”
– 크릉!
“보고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꽤나 멋진 애완동물을 키우고 계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푸화앗!
제논이 삼지창을 휘두르자, 삼지창의 날을 따라 해류가 일렁이며 허공에 바다가 그려졌다.
바로 이어서, 허공의 바다를 통해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몬스터가 나타나 세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세운과 제논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