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7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75화(475/675)
제 475화
그 시각.
콰아아앗!
“으앗!”
“무슨 일이야!”
“가, 갑자기 해류가…….”
디아블로와 청해 길드가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던 바다에는 난리가 일어났다.
해류가 미친 듯이 일렁이며 해일이 일어난 것은 물론이고, 해수면이 폭발하듯 터지거나 용오름이 치솟아 하늘까지 올라갔다.
막상막하의 상태로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던 두 길드는 어쩔 수 없이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지금 중요한 건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보다, 이 거친 해류에서 살아남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두 길드는 그 원인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다.
“제논 님이 드디어 힘을 사용하셨나 보네.”
“수심이 깊지 않아서 불안했는데, 이 정도면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지.”
“아쉽네. 우리가 먼저 저쪽을 끝내고 싶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청해 길드는 이 거친 해류가 온전히 자신들의 길드장, 제논이 일으킨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이미 여러 번의 길드전을 거치며 제논이 심해에서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들이 시간을 끌며 바다의 수위를 높이려 했던 이유도 제논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심해’를 만들어 낼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디아블로 길드가 너무 빨리 도착해 조금 걱정했지만, 역시 자신들의 길드장은 완벽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에 디아블로 길드의 생각은 달랐다.
“세운 씨…….”
“어쩐지 잠잠하다 싶더니, 이제야 일을 벌이시네!”
“너무 늦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디아블로의 모두는 이 거친 해류가 세운이 일으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70층까지의 시련에서 이미 초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세운이었기에, 보이지 않아도 모두 그런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해수면의 해일이 조금씩 진정되어 갈 때쯤, 심해의 거품이 사라지고, 세운과 제논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건 청해 길드의 길드장, 제논이었다.
“쿨럭!”
처음 지상에서 벌였던 전투로 인한 자잘한 타격과 피로들.
삼지창이 잡힌 채로 연이어 당해 버린 장법으로 인해 진탕되어 버린 내부 장기.
그 상태로 포세이돈의 힘을 받아들이고, 세운과 충돌하느라 과부하까지 걸렸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는 심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배와 가슴에서 끔찍한 통증이 올라왔다.
“크흐, 흐흐. 제가…… 이겼습니다.”
그럼에도 제논은 거품이 사라져 가는 전방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거품이 사라진 그곳에는 중심을 잃고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세운의 신형이 둥둥 떠올라 있었다.
“아무리 발악해 봤자…… 이곳에서 저를 당해 낼 수는 없습니다.”
제논이 승리를 확신했다.
그래도 길드전 종료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목숨이 끊기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마무리를 짓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승리했다고는 하나, 그의 체력도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황이다.
간신히 삼지창을 들어 올리며 세운을 끝장내려는 순간, 그의 눈에 세운의 오른손등이 보였다.
진한 감청색으로 빛나고 있는 성흔은 제논의 생존본능을 찌르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논이 삼지창을 내려찍기 직전, 감겨 있던 세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 나태의 손아귀에 빠져듭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회복합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증폭합니다.
서걱!
“크윽!”
갑작스럽게 날아온 검날에 베인 제논이 침음을 삼키며 빠르게 세운과 거리를 벌렸다.
그래도 성흔의 빛에 의아함을 느끼고 미리 대처한 덕분에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 찰나에 해류를 전방에 뭉쳐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의 몸은 대각선으로 갈라진 채 길드전이 끝이 났으리라.
“그게 비장의 일격이었나?”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멀쩡한 겁니까! 분명, 방금의 격돌은 제가 이겼습니다!”
성좌의 힘을 극도로 받아들여 발휘한 제논의 일격.
포세이돈의 마차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공격은 세운이 탐욕의 권능으로 발현한 나가파사의 본 힘 ‘마카라’로도 완벽히 방어할 수 없었다.
결국 마나를 쥐어짜내 방어 마법을 펼친 덕분에 공격에 휩쓸리는 것을 막았지만, 그 대가로 체력 대부분을 잃어야만 했다.
포세이돈의 권능.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힘이었다.
다만, 세운이 이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세운이 별 대처 없이 그의 권능에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나태의 권능 덕분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불합리에 가까운 능력이란 말이야.’
일순간 모든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고 힘을 증폭시켜 주기까지 하는 나태의 권능, ‘나태의 손아귀’.
일격에 목숨을 잃지 않는 이상, 또 하나의 목숨을 제공해 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권능이었다.
“이제 패배를 인정하지 그래?”
세운이 제논을 향해 뒤랑달을 들어 올렸다.
현재 둘의 상태를 보라.
제논은 겉과 속이 전부 망가져 버려 흘러내린 피로 인해 주위의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에 반해 세운의 몸에는 작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자랑하는 몬스터들 역시 방금 둘의 충돌로 인해 대부분 역소환되거나 정신을 잃었다.
“패배라니, 그럴 리 없잖습니까! 스켈!”
“뿌우우우우-”
제논의 외침과 함께, 심해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해 길드의 거점을 짊어지고 있는 고래.
이미 몸 상태가 엉망인 지금, 저 스켈이라는 고래가 제논의 마지막 패인 듯하다.
“스켈은 흑해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생명체이자 영수라 알려진 백경의 후손입니다. 거점을 지키기 위해 따로 행동하지만, 스켈 역시 바다에서는 저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발합니다.”
“백경의 후손이라…….”
흑해의 마지막 생명체.
저 고래를 마주치자마자 레비아탄이 보내왔던 메시지가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혹시나 하여 레비아탄의 의향을 물어보려 하였으나, 세운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 대답이 들려왔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비록 적의 아래에 들어갔지만, 흑해에서 목숨을 건져 다행이라며 백경의 후손을 지켜봅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여기서는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며 눈을 감습니다.
요약하자면, 공격해도 된다. 그 정도가 되겠다.
어차피 친선전에 가까운 이번 길드전에서는 몬스터라 하더라도 플레이어와 똑같이 목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세운이 고래와 함께 제온을 쓰러트리면, 고래 역시 세운의 아래로 들어오는 것이 되니 레비아탄으로서도 더 안심될 것이다.
“이 웅장한 자태가 보이십니까? 끝을 낼 생각이셨다면, 방금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안 그래도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잘됐네.”
– 색욕의 양막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 색욕의 양막이 분열합니다.
세운의 몸에서 흘러내린 양막이 분열체가 되어 옆에 나란히 섰다.
완벽하게 똑같은 무기와 똑같은 갑옷, 똑같은 눈빛으로 나타난 분열체가 세운을 따라 제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분신? 하하, 소용없습니다! 바로 끝을 냅시다!”
고래의 입에서 해류가 일렁였다.
지상에서 한 번 피한 적이 있었던 공격이지만, 바다 안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심해의 해류 전체가 고래의 입 안으로 빨려들어 가는듯한 모습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고래의 브레스가 얼마나 강력할지.
아마, 지금 당장 꽁무니를 뺀다고 해도 저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뭐, 애초에 도망칠 생각은 없었으니.’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아쿠아 스톰(Aqua storm) ]– 폭풍을 불러내는 청탑의 대범위 마법으로써,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이스 스톰과는 달리 거대한 폭우를 동반하는 강력한 폭풍을 일으킨다.
세운의 손에서 일어난 폭풍이 뒤랑달에 깃든다.
이미 몇 번이나 시도했던 일이었기에 수식을 변경하는 것도, 검에 폭풍을 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다음.
– 청탑의 묘리에 따라 ‘썬더 스톰’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분열체의 손에서 번개로 이루어진 소형 폭풍이 생성되었다.
위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흑탑의 묘리나 적탑의 묘리 등을 사용하는 게 우선이지만, 요 한 달간의 수련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열체의 단독 행동을 사용할 때, 다른 묘리를 사용했다가는 마나 역류가 일어날 확률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이 순간만큼은 청탑의 묘리를 활용하여 마법의 안정성을 최대한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러면 마법 단일의 위력이 평소보다 떨어지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단일 마법의 위력 같은 게 아니었다.
파지직!
‘됐다.’
분열체가 번개의 폭풍을 성공적으로 뒤랑달에 휘감았다.
최근의 수련에서 성공한 기술이라고는 해도 아직 익숙한 기술이 아니었기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바닷물에 섞여 사라졌다.
“이제 정말 끝입니다! 스켈! 발사하십시오!”
“그래, 끝을 내야지.”
콰아아아-!!
고래가 해류를 뿜어냄과 동시에, 세운과 분열체 역시 검을 휘둘렀다.
검에 담긴 두 마법이 동시에 앞으로 뿜어지더니, 서로 손을 잡고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법의 융합.
최적의 상성을 구상하여 조합한 극상의 마법.
비록 칠 서클의 마법 두 개를 사용한 것이지만, 그 위력은 가히 팔 서클 마법에 비견될 정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력할지도 몰랐다.
콰아아앙!!
세운의 공격과 고래의 공격이 부딪쳤다.
백경의 후손답게 고래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애초에 녀석은 완전히 성장한 개체가 아니다.
말 그대로 아직 ‘후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한 어린 개체.
그렇기에 녀석의 공격은 완숙하지 못했고, 시작부터 세운의 공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어째서! 어떻게!”
제논의 외침에도 세운의 공격은 더욱 광포하게 고래의 공격을 집어삼키며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그렇게 해류를 집어삼킬수록 심해에서 일어난 번개 폭풍은 더욱 규모를 불려 나갔고, 어둡던 심해가 자색의 번개로 환하게 반짝였다.
“안 됩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 바다에서 저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포세이돈 님!”
제논이 성좌의 이름을 부르짖자, 그의 성흔이 푸른 빛을 강하게 내뿜었다.
포세이돈의 성흔은 해류를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 힘을 통해 세운의 공격이 가진 위력을 낮추려는 속셈이었다.
세운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물과 바람, 번개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바다에서 사용한 만큼 가장 큰 성질은 당연 물.
해류를 조종하는 포세이돈의 권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번에 펼친 세운의 공격에는 그 외에도 하나의 힘이 추가로 뒤섞여 있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파멸’이 깨어납니다.
색욕의 권능을 사용하기 전, 세운은 루인에게 뒤랑달 속으로 들어가길 명하였다.
당연하게도 색욕의 양막은 그런 검의 성질까지도 완벽하게 복사하였고, 지금 세운의 공격에는 평소보다 곱절은 강력한 파멸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안 통하는 겁니까!”
파멸의 힘은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성좌의 힘 역시 찢어발길 수 있었다.
이전에 트리톤을 상대하며 그 능력은 증명되었다.
그러니 그와 반대로, 파멸의 힘으로 신의 힘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 역시 가능했다.
“포세이돈 님!!”
파멸의 힘으로 지켜진 세운의 공격은 포세이돈의 성흔에도 불구하고 힘을 잃지 않았다.
결국 덩치를 한계까지 불려 나간 번개 폭풍이 백경의 후손과 청해의 거점, 애타게 자신의 성좌를 찾고 있는 제논을 집어삼키는 것으로…….
– 디아블로 길드와 청해 길드의 길드전에서 디아블로 길드가 승리하였습니다.
강렬했던 길드전이 디아블로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