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8화(48/675)
제 48화
굶주린 오우거.
이는 튜토리얼의 세 번째 장이 길게 늘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이 설정한 특별 몬스터였다.
지금이야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지만, 플레이어들은 점차 이성을 되찾으며 전투를 피하기 시작할 테니까.
‘누군가가 대신 플레이어들을 쓰러트려 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소문이긴 하지만, 한때는 플레이어 중 90% 이상이 무언의 협상을 벌여 전투를 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게 바로 저것. 굶주린 오우거다.
필드에 나타나서 숨어 있는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며, 강제로 그 수를 줄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몬스터는 클랜 하나가 전부 달려들어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고.
‘보상도 확실하지.’
쓰러트렸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나 공적치의 양도 상당했다.
세운은 지금, 그런 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하려는 것이었다.
“저도 같이 가겠어요! 혼자 가시는 건 너무 위험해요. 방금처럼 다른 플레이어들이 무리 지어서 공격하기라도 하면…….”
“무리 지어 와 봤자, 나 혼자 상대할 수 있어. 영 어려우면 도망칠 자신도 충분하고.”
“그래도!”
“큰 건은 넘겼다지만, 또 다른 클랜이 공격해 올지도 몰라. 네가 없으면 누가 사람들을 지휘하겠어?”
“……후우. 알겠어요.”
유서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운이기에 개인행동을 할 수 있지, 다른 사람을 데려가 봤자 짐이 될 확률이 높았다.
클랜보다는, 굶주린 오우거의 존재 때문이다.
녀석의 힘은 그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나는 상관없겠지?”
“음…….”
유서아가 물러난 후, 강한철이 특유의 거대한 덩치로 햇빛을 가리며 나타났다.
평소에는 세운이 무슨 행동을 하든지 이유 한 번 묻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그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세운을 따라나서고 싶어 했다.
‘강한철이라…….’
이에 세운은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과연, 굶주린 오우거를 사냥하는 데 강한철을 데려가도 되는지.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 결론은.
“좋아.”
승낙이었다.
강한철이라면 굶주린 오우거의 사냥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조금은 긍정적이었다.
아무리 세운이라고 하여도 굶주린 오우거는 최소한 클랜 단위로 상대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으니까.
강한철이 사라진 만큼 거점의 방어력도 떨어지게 되겠지만, 세운이 보기에는 거점에 남은 이들만으로도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서아가 아쉬움을 내보였지만, 클랜의 지휘관인 그녀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필아.”
“넵, 형님! 얼마든지 타십쇼!”
“그래.”
감시탑의 존재 덕분에 당분간 정찰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박정필의 적랑을 빌렸다.
다만 강한철의 체구가 워낙 거대했던 탓에 같이 타기는 힘들어서 마차를 끌던 멧돼지를 데려와야 했다.
멧돼지에 탄 강한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늑대 위에 태웠으면 모습이 꽤나 우스웠을 것 같았다.
“그럼, 다녀올게.”
“무사히 다녀오세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타앗!
적랑이 힘차게 땅을 박찼다.
그 뒤로 강한철이 탄 스켈레톤이 다급하게 따라왔다.
아무래도 늑대형 스켈레톤에 비해 멧돼지 스켈레톤의 속도가 느렸기에 속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맨몸도 아니고 저 덩치의 강한철까지 태우고 있었으니.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 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랐으니,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굶주린 오우거라는 몬스터. 강한가?”
“강하지, 엄청. 아마 너라고 해도 근력만으로 맞붙는 건 어려울 거야.”
“기대되는군.”
강한철의 눈에서 투기가 들끓었다.
생각해 보니 첫 번째 튜토리얼의 마지막 웨이브 이후로, 그는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인 적이 없었다.
기껏 해 봐야 판의 연주를 듣고 나타난 몬스터들을 상대한 게 가장 그럴듯한 전투였지.
그의 취향은 자잘한 몬스터보다는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었으니. 그토록 과묵했던 그가 굳이 나서서 세운을 따라가겠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죽여!”
“사, 살려 줘! 크윽!”
“젠장, 사람을 봤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굶주린 오우거를 찾기 위해 달리던 중, 사방에서 전투의 함성과 비명이 연이어 들려왔다.
유서아였으면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절부절못했을 텐데 강한철은 그저 묵묵하게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그 몬스터는 어디서 찾는 거지?”
“걱정하지 마. 애초에 굶주린 오우거는 한 마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충 가까이 가면 모르고 싶어도 위치를 알게 되니까.”
“그게 무슨…….”
세 번째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필드는 플레이어의 수만큼이나 넓다. 그러니 그 안에 고작 한 마리의 몬스터만 소환될 리가 없다.
세운이 기억하기로, 최소 다섯 마리.
회귀 전의 기억은 혼란과 공포로 범벅되어 있었기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열 마리는 넘게 소환되겠지.
그런 세운의 대답에 강한철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콰앙!!
“꺄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산 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워낙 컸기에 ‘코볼트의 짝귀’로 청각이 강화된 세운뿐만 아니라 강한철도 인상을 찌푸리며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그렇군.”
타앗!
세운의 의지에 따라 적랑이 급격하게 방향을 돌렸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비명이 크게 들려왔고, 땅이 왕왕 울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강한철이 소음의 근원지를 주시하며 스켈레톤의 갈비뼈가 위태로울 정도로 주먹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긴장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제는 강한철과 꽤 친해진 세운이었기에, 그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기대감.’
자신보다 더욱 강한 적이라는 소리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 본능을 무시하는 감정이지만, 이는 강한철이 더욱 강해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고 얼마 가지 않아, 굶주린 오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오!”
“저 녀석인가.”
“그래. 좀 마음에 들어?”
“상대할 만하겠군.”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자신의 계약자에게 힘을 증명할 좋은 기회라며 악어의 가죽을 쓰다듬습니다.
4m가 넘어가는 키의 녹색 괴물.
피부 아래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근육이 드러나 있었고, 그 위로 거대한 혈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눈이 붉게 충혈된 상태로 사람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턱 아래가 붉게 물든 것을 보니 이미 많은 플레이어를 학살한 듯했다.
주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굶주린 오우거를 상대할 용기를 잃었는지, 등을 보이며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두 마리인가?”
“아니. 우연히 위치가 겹친 것 같은데.”
도착한 곳에 존재하는 굶주린 오우거는 두 마리였다.
이러니 플레이어들이 손도 못 쓰고 도망칠 수밖에.
“잘됐네. 한 마리씩 상대하자고.”
“알겠다.”
세운과 강한철이 방향을 달리하며 찢어졌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러지 못했을 테지만, 강한철이라면 걱정 없었다.
거의 매일같이 대련을 반복하며 그 누구보다도 강한철의 힘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는 않겠지.’
그렇게 믿으며, 세운은 조금 뒤쪽에서 양손에 두꺼운 나무 기둥을 쥐고 휘두르던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나무 기둥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울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려왔다.
“배……고프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탐스러운 힘줄을 보고 군침을 흘립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우거는 금방 세운의 존재를 알아챘다.
은신술로 들키지 않고 다가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강한철의 전투를 지켜봐야 했기에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인간!”
-성좌, ‘배고픈 왕자’가 “쫄깃한…… 오우거!”라며 오우거의 말을 받아칩니다.
후웅!
오우거가 거침없이 나무 기둥을 휘둘렀다.
이에 세운은 바람에 밀려나는 나뭇잎처럼 자연스럽게 뛰어올랐고, 적랑이 고개를 숙이며 재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어서 세운이 도착한 곳은 오우거의 나무 기둥 위.
녀석이 당황하며 반대 손에 들린 나무 기둥을 휘두르려 하였지만, 이미 세운의 몸은 빠르게 앞을 향하고 있었다.
고창석이 만들어 준 무기. ‘어금니 단검’을 역수로 잡은 채로.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카밀식 단검술 ]– 세상에 다섯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용병왕, 카밀의 단검술. 평소에 쌍검을 사용하는 그녀가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검술이다.
일반적인 단검술이 아니다. 세운이 지금 상대하려는 오우거와 마찬가지로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된 단검술.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 세운에게 가장 걸맞은 스킬이다.
슥-
장검을 휘두를 때와는 전혀 다른 깔끔한 절삭음이 들려왔다.
상처 역시 깊지 않았다.
오우거의 손목 부근에 옅은 실선이 생겨났고, 녀석도 통증이 크지 않았는지 세운의 공격을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쿠웅!
“크어어? 손에, 힘이…….”
오우거가 손에서 힘을 풀고 꽉 붙잡고 있던 나무 기둥을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은 게 아니다. 힘줄이 잘린 덕분에 힘이 풀려 나무 기둥을 놓치고 만 것이다.
다만, 세운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에 가까웠다.
슥, 서거걱!
세운이 오우거의 팔을 타고 빠르게 내달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손에 들린 어금니 단검은 쉴 새 없이 휘둘리며 수많은 혈선을 만들어 냈다.
푸홧!
별로 깊어 보이지도 않는 상처건만, 단검은 철저하게 오우거의 힘줄이나 혈관을 노렸고, 오우거의 팔에선 몬스터 특유의 초록색 피 분수가 솟아올랐다.
카밀식 단검술.
적의 몸집이 거대할수록 급소 공격이 어려웠기에, 이런 식으로 힘줄이나 혈관을 노려 상대를 말려 죽이는 공격법이다.
때문에, 그녀는 용병계에서 ‘혈귀(血鬼)’라는 이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피식.
세운이 짧게 미소 지었다.
누군가가 수십 년 동안 수행해야 익힐 수 있는 기술과 기억을 단지 보물을 한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 획득할 수 있다니.
상식 따위 가볍게 짓이겨 버리는, 그야말로 사기적인 힘이었다.
파바바밧!
오우거가 필사적으로 팔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럴수록 세운을 떨어트리기는커녕 더욱 잔혹하게 피바람이 흩날렸다.
순식간에 팔 하나가 불구가 되었고.
세운이 녀석의 목 언저리에 도착한 순간.
서걱!
콰아아앗!
오우거의 목 양쪽 경동맥이 절단되며, 피 분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오우거가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고 해도, 트롤이 아닌 이상 피가 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녀석이 필사적으로 팔을 올려 상처를 막아 보았지만, 반대쪽 팔은 이미 불구 상태.
두 개의 경동맥을 하나의 손으로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혈액이 활공을 멈추며 소나기가 되어 아래로 쏟아지는 순간.
쿠웅!
굶주린 오우거의 동공이 빛을 잃으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퀘스트 몬스터, ‘굶주린 오우거’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개인 공적치가 10,000point 상승합니다.
-퀘스트 몬스터를 혼자서 처치하여 개인 공적치가 추가로 5,000point 상승합니다.
-‘오우거의 힘줄’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한 번에 오를 정도의 경험치와 추가 공적치까지 합해서 무려 만 오천의 공적치.
세운의 얼굴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입을 벌린 채 먹이를 기다립니다.
베엘제붑의 재촉에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던 세운이 고개를 돌렸다.
‘잘하고 있으려나?’
혼자서 굶주린 오우거를 사냥하고 있을 강한철을 향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