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8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82화(482/675)
제 482화
세운이 엘 아브르에서 논문을 쓰는 동안, 디아블로 길드 역시 엘하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허…… 엘하임의 석순을 부수다니.”
“더 단단한 건 없나?”
“그게 끝이라네. 이곳에서는 자네의 힘을 감당할 수 없겠어. 그러니…… 이곳에 가 보게. 이곳이라면 자네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련터도 있을 거라네.”
그중에서는 벌써 자격을 인정받아 엘 아브르에 소개받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백현 같은 경우에는 자격을 인정받은 후에도 샘플을 수집하는 게 우선이라며 의뢰를 통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소개에 따라 엘 아브르에 먼저 도착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엘 아브르에 도착한 건 바로 유서아였다.
그녀는 ‘날카로운 가지’라는 곳에서 우선 전투력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되었던 대련에서 가지 소속의 모든 인원을 쓰러트렸다.
그 덕분에 곧장 실력을 인정받아 엘 아브르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유서아 님. 날카로운 가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검사군요. 환영합니다. 이곳은 엘 아브르. 그대의 자격을 증명하고, 다른 이의 자격을 확인하고, 세상의 모든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유서아가 안내인의 환영을 받으며 엘 아브르에 입장하였다.
가장 먼저 안내받은 곳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검술을 통해 자격을 인정받은 현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구역.
그곳에는 다른 구역과는 다르게 몸으로 검술을 수련하고, 새로운 검술을 창안하고 있는 검사들이 존재했다.
“소문은 들었다. 날카로운 가지에서 첫날에 전원을 쓰러트렸다고?”
“대단하군. 그곳의 수장이 데릴 제이아스였나? 현자급에는 미치지 못해도 충분히 실력 있는 자였는데.”
“어떤가. 지금 당장 대련해 보지 않겠나?”
“알겠어요.”
“오, 생각보다 호탕하구만! 아주 좋아!”
“이래야 엘 아브르의 검사라 할 수 있지! 당장 판을 준비하지.”
“하하, 간만의 환영식이로군!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엘 아브르에서의 대련에 시작되었다.
뛰어난 검술을 인정받아 현자의 직위를 획득했지만, 그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검사였다.
혼자 검술을 창안하고 연구하는 것보다 수백, 수천 번 검을 부딪쳐 가며 검술을 수정해 가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었다.
챙, 채앵!
“허어! 대단하군! 누구한테 배운 거지? 검술도 대단하지만, 보법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군!”
“놀랍도록 가벼운 움직임이야. 쾌검…… 아니, 유검에 더 가까운가?”
“다만, 공격이 너무 가볍군.”
카앙!
날카로운 가지에서 하루 만에 모든 검사를 쓰러트린 유서아였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이곳의 검사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출난 장기를 지니고 있었다.
쾌검으로 유서아의 검을 모두 받아치는 이도 있었고, 전신 갑옷으로 무장하여 유서아의 검을 받아내며 중검을 휘두르는 이도 있었다.
하나같이 손에 꼽을 만한 실력자들.
그들 중에서는 거주민은 물론이고 한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가벼운 검에 독을 섞은 건가? 뛰어나지만, 공격이 너무 얕아. 두꺼운 갑각이나 지방을 가진 몬스터는 상대하기 힘들겠어.”
“오, 소리를 이용한 장거리 공격이라. 뛰어나지만, 정체만 알면 대처는 간단하지.”
“속도가 너무 빨라 제어가 어려운 건 알지만, 몇 번 붙어보니 공격 패턴이 눈에 보이는군. 환검이나 첨검술을 익히면 실력이 더 올라가겠어.”
“이봐, 강설. 자네가 첨검술 좀 보여주지 않겠나?”
“그러지.”
엘 아브르는 기본적으로 지식 교류의 장이었다.
이곳의 검사들은 자신의 실력을 숨기는 것이 아닌, 교류를 통한 실력의 발전을 추구하였다.
유서아와 대련을 마친 이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알려주었고, 그중에서는 직접 검을 알려주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비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만은 절대로 공유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유서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보법은 대체 어디에서 배운 건가? 가끔 허공을 박차기도 하던데. 비기가 아니라면 혹시 알려줄 수 있겠나?”
“나도 궁금하군. 저토록 가벼운 보법은 처음 봄세.”
“논문으로 기록해 두어도 되겠어. 첫 논문으로 작성함이 어떤가? 내가 도와주겠네.”
다만, 그 가르침이 공짜는 아니었다.
검사들은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동시에, 유서아의 지식 역시 공유받고 싶어 하였다.
유서아 역시 제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며 엘 아브르의 생활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검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었나? 혈랑이 새로운 논문을 냈다더군.”
“설마, 이번에도 심법인가?!”
“심법의 일종이긴 한데, 화살에 내공을 담아 성질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더군. 우리에게는 도움이 안 되겠어.”
“잠깐, 그 방법이라면 비검술에 응용할 수 있지 않겠나?”
“저, 정말 그렇겠군! 비검술이라면 충분히 응용할 수 있겠어. 지금 당장 받아오겠네!”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던 유서아가 흠칫했다.
혈랑이라니. 이는 세운의 이명이 아니던가?
‘설마, 세운 씨가 말했던 목적지가 이곳이었나?’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세운의 목적지는 나무 기둥 아래라고 하였고, 엘 아브르는 나무 기둥의 아래에 존재했으니까.
유서아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금 막 대련을 마친 현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 혈랑이란 자가 혹시…….”
“아, 최근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 들어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현자의 직위를 달았다더군. 이름이 분명…….”
“정세운, 맞나요?”
“오, 맞네. 혹시 아는 사이인가? 신기한 사람이야. 처음에는 정령에 관련된 논문만 내길래 정령사인 줄 알았는데, 그 후에는 다른 분야의 논문들을 쏟아내더군.”
역시, 세운이 맞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현자가 자신이 들고 있던 논문 몇 개를 보여주었다.
“이게 다 그 현자가 쓴 논문이라네. 아니, 내가 쓸 만해 보이는 것만 추려온 것이니 이건 십 분지 일도 안 되는 양이지.”
“이렇게나 많이요?”
“대단하지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을 쏟아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중요한 건 그 대부분이 A급 이상의 논문이라는 거네.”
엘 아브르에 도착하자마자 수십 개의 논문을 쏟아내는 세운.
최근의 대화에서 유추하자면, 그 행동이 곧 아우터와의 대면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유서아는 논문을 써서 얻을 수 있는 것에 관해 물었다.
현자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대도서관의 이용, 현자들의 조언 등…….
그러다 가장 마지막에 핵심이 나왔다.
“무엇보다…… 대현자의 직위를 얻으려는 게 아니겠나?”
“대현자요?”
“엘 아브르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들을 뜻하네. 엘 아브르의 대부분의 특권을 사용할 수 있지. 그리고 소문으로는 숨겨진…… 하하, 아니라네. 나도 주책이군. 방금은 못 들은 걸로 하게.”
대현자…….
비록 현자가 말을 중간에 끊었지만, 그녀는 그 뒷얘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세운이 어째서 이곳에 들어와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짐했다.
“혹시 그 대현자라는 직위를 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신도 세운의 뒤를 따라가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뒤이어 들어온 디아블로의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엘 아브르에서의 첫날, 정령에 대한 논문을 쓰며 감을 잡은 세운은 다음 날부터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네, 갑자기 왜 그러나! 정령사는 그저 한 길만 파야 한다네!”
“전 정령사가 아닙니다만.”
“정령을 다루는 자가 다 정령사지 무슨 말인가! 정령사의 재능을 받았다는 건, 곧 정령사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뜻이라네!”
노인이 그런 세운을 붙잡았지만, 세운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정령에 관한 논문에 대한 문제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령을 연구하는 현자들이 높은 평가를 내려주긴 하지만, 수가 너무 적어.’
현자로서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자들의 평가와 인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령에 관한 논문은 현자의 수가 너무 제한적이었다.
엘 아브르에서 르르바돈을 포함하여 정령을 연구하는 현자의 수가 고작 다섯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하루에 한 편 이상 정령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세운은 노인의 연구실에서 다양한 논문들을 작성하였다.
[ 미궁형 던전의 효율적인 공략법 ] [ 난폭한 내공을 다스리는 심법에 대한 고찰 ] [ 마나 회로의 확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 ] [ 커스 라플레시아의 인위적 육성과 폭주의 활용성 ]세운이 회귀 전에 작성하였던 모험가로서의 논문은 물론, 무공이나 마법, 몬스터에 관련된 논문까지.
다양한 현자들이 평가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논문들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 정세운 회원님에게 엘 아브르의 현자 직위를 부여합니다.
세운은 엘 아브르의 현자가 될 수 있었다.
역대 기록으로 가장 빠르게 현자의 직위를 단 회원이 한 달만이라는 것을 볼 때, 일주일이라는 세운의 기록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신기록이었다.
게다가, 그 파급력인 그 이상이었다.
“마나의 속성 이론에 대해서는 잘 읽었네. 그래서 말인데, 나와 속성 활용법에 대해 공동 연구를 하는 게 어떤가? 실험법은 이미 모두 작성해 두었네! 자네는 숟가락만 올려도 되니, 부디…….”
“대련을 신청한다! 자네의 무공과 맞붙어 내 ‘원한도법’을 완성하고 싶으니, 부디 도움을 청한다!”
“저, 저기. 정세운 현자님 맞으신가요? 조언을 청하고 싶은데 혹시 시간이 되시는지…….”
수많은 현자가 세운에게 도움을 청했다.
공동 연구 제안은 물론, 조언을 청하거나 대련을 요청하는 등, 대부분의 현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최우선시하였기에 보통은 이런 도움을 거절하지만 세운은 달랐다.
‘다음에는 무슨 논문을 써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잘됐네.’
다른 현자들의 논문을 도우며 논문을 작성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간단하게 조언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해당 논문에 세운의 첨언을 추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래 걸리는 연구는 제외하고, 최대한 실력 있는 현자들의 가치 있는 논문에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럴수록 엘 아브르에서 세운의 입지는 놀랍도록 빠르게 상승하였다.
‘대충 한 달로 잡으면 되려나?’
대현자까지 한 달.
다른 대현자가 들었다면 절로 노성을 토해 낼 정도로 무례한 생각이었다.
다만, 세운은 그럴 자신이 있었다.
‘이미 S급 논문 20개는 달성했고.’
대현자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은 달성했다.
이제 남은 조건은 단 하나.
이미 대현자의 직위를 얻어 엘 아브르의 머리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 중 절반의 인정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들의 눈에 들 필요가 있었다.
보통 대현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만 관심이 있어 그들의 눈에 드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지만…….
똑똑.
“네.”
“정세운 현자님, 맞으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청의 대현자님께서 찾으십니다. 마법을 주제로 현자님과 나눌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한 달이라는 예상 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