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9화(49/675)
제 49화
강한철이 선택한 전투법은 간단했다.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한 전면전.
키만 해도 두 배가 넘게 차이 나는데도, 강한철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당당하게 오우거에게 맞섰다.
“큰 인간…… 먹을 거 많아 보인다!”
쿵!
강한철과 오우거.
둘의 주먹이 부딪혔다.
주먹 사이의 공기가 찌부러지며 터질 듯한 굉음이 주위에 퍼져 나갔다.
‘정말 강하군.’
강한철의 눈에 호기가 감돌았다.
세운이 말한 대로 오우거의 힘은 강한철을 상회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심법을 익혀 내공을 쌓지 않았으면, 방금의 부딪힘으로 밀려나고 말았을 것이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어서 자신에게 배운 힘을 증명해 보라며 당신을 재촉합니다.
옛날 같았으면 힘의 차이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단순무식하게 이대로 힘의 대결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운과의 대련을 거치며, 강한철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효율적인 전투를 벌이는 게 가능해졌다.
부웅!
“크어……어?”
반대편 주먹을 내지르던 오우거가 하늘로 붕 떠올랐다.
엎어치기.
세운에게 배운 태극권의 초식을 응용한 기술이었다.
주먹을 내지르던 힘을 주체하지 못한 오우거는 미처 손을 쓸 기회도 없이 허공을 반 바퀴 회전하고 바닥에 충돌했다.
바로 이어서, 당황하거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강한철의 주먹이 오우거의 머리를 노려왔다.
쿠웅!
“크어, 이 인간. 위험하다. 위험한 고기다.”
간신히 주먹을 피해 낸 오우거가 바닥을 한 바퀴 구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작 인간의 공격일 뿐인데,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내려친 바닥이 움푹 파여 있었다.
저런 공격이라면 오우거라 하여도 두개골이 터져 나가고 말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강한철은 오우거의 뒤편으로 보이는 세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벌써 끝낸 건가.’
세운의 뒤쪽으로는 한쪽 팔과 목, 머리가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로 난자되어 있는 오우거의 사체가 쓰러져 있었다.
주위에는 초록색 혈액이 가득했는데, 그러고도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니 소름이 쫙 돋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 소름은 공포나 두려움 때문이 아닌.
‘언젠가, 꼭……!’
세운의 힘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었다.
얼른 강해져서 세운과 힘을 겨루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한철이 다시금 오우거에게 정신을 집중하였다.
“위험한 인간……. 그래도 먹을 거 많아 보인다!”
오우거가 두 팔을 넓게 벌리며 거세게 달려왔다.
그 모습이 호기심 넘치는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마주하는 이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저 거친 손에 잡히는 순간, 몸이 두 갈래로 찢겨 나가고 말 테니까.
그런데도 강한철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오우거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
오우거가 빠르게 가까워지며, 크게 벌어진 두 팔이 강한철의 몸을 조여올 때쯤에야.
스윽.
강한철의 몸이 움직였다.
복싱을 하듯이 몸을 말고 상체를 흔들더니, 조여오던 오우거의 팔을 어깨로 툭 쳐내며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다.
이 역시 태극권의 초식을 개조한 것이었다.
태극권이 주로 두 팔로 태극을 그려 적의 공격을 흘려보낸다면 지금 강한철은 팔이 아닌 몸으로 태극을 그려내며 적의 공격을 흘리고 있었다.
초식을 멋대로 개조하다니?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무공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뒤 바쳐주지 않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일을 강한철은 완벽하게 성공하였고.
뻐억!
“크어-억!”
몸을 돌리던 원심력을 그대로 주먹에 담아 오우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우득!
두꺼운 근육이 전신 갑옷처럼 몸을 지켜주고 있었음에도 강한철의 주먹을 막아 내지 못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폐라도 찔린 듯 오우거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당신의 ‘힘’에 크게 만족합니다.
오우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던 강한철의 주먹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듯이 스산하게 빛나고 있었다.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개전.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라 불리는 아가레스에게 받은 힘으로써 지금은 강한철의 대표 스킬이라고 불릴 만한 힘이다.
아가레스의 힘을 이어받아 대지를 진동시켜 지면을 가르고 바위를 솟게 하는 힘.
하지만, 그 힘이 대지가 아닌 몬스터의 몸에 적용되는 순간.
퍼어엉!
‘개전’은 상대의 몸을 내부에서부터 헤집어 놓고 결국 폭사(爆死)하게 만드는 잔인한 살인기가 되었다.
* * *
“대단한데?”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굶주린 오우거를 혼자서 쓰러트리고 말았다.
그런 강한철의 모습에, 세운은 절로 입을 벌리고 감탄하게 되었다.
회귀 전에 지켜보았던 강한철도 괴물처럼 강했었는데, 지금은 괴물의 수준마저 넘어선 것 같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회귀 전과는 달리, 지금의 강한철은 세운에게서 무공을 습득한 것은 물론 서열 2위의 대마왕인 ‘아가레스’와 계약을 해냈으니까.
-‘굶주린 오우거’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그러는 사이, 날카로운 이빨들이 오우거를 모두 집어삼켰다.
과연, 오우거랄까? 다른 능력치는 관여도 안 하고, 오로지 근력 수치만 확 늘려주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오우거의 힘줄을 질겅질겅 씹으며 그 맛을 깊이 음미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내린 세운이 강한철에게로 다가갔다.
짧은 전투였지만, 가진 힘과 내공을 전부 끌어올린 탓인지 바닥에 뻗은 채로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자, 마셔.”
“……고맙다.”
세운이 현 마몬의 보물창고를 열어 포션을 하나 꺼내 주었다.
창고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하급 포션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탑에 존재하는 ‘하급 포션’과는 달랐다.
지금 세운이 생각하는 하급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마몬의 보물창고에 존재하는 보물’ 중에서 하급이라는 뜻이었으니까.
꿀꺽, 꿀꺽!
그 증거로 포션을 들이켜자마자 강한철의 손 떨림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몸에 활력이 돌아온 것인지,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겠어?”
“멀쩡하다. 따라 나올 때부터 방해는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 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 그거 다행이네.”
잠시 전장에서 이탈해 있던 적랑과 멧돼지 스켈레톤이 돌아왔다.
이 전장에 몇 마리의 ‘굶주린 오우거’가 소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운은 어떻게든 모든 ‘굶주린 오우거’를 찾아 사냥할 생각이었다.
* * *
굶주린 오우거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세운에게는 ‘놀의 들창코’나 ‘제왕 독수리의 척안’, ‘코볼트의 짝귀’와 같은 감지계 능력이 많았으니까.
진득한 피 냄새나 시끄러운 굉음만 따라가도 척안으로 쉽게 굶주린 오우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대략 열 마리의 오우거를 쓰러트렸을까?
슬슬 오우거를 상대하는 데 익숙해진 세운이 새로운 수를 꺼내 들었다.
-탐욕(眞)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게리오네스의 소 ]– 에리테이아 섬에 살았던 게리오네스가 기르던 붉은 소의 고기.
소라고 해도 살아 있는 소는 아니었다.
소의 고기.
마몬의 보물창고의 입구 쪽에 쌓여 있는 보물 중 하나였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까마귀에게 어떻게 자신 몰래 저런 고기를 숨겨 둘 수 있냐며 항의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왕자에게 네가 다 먹을까 봐 일부러 숨겨 둔 것이라며 대답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지금이라도 용서해 줄 테니 얼른 자신에게 가져다주라며 항의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돌려 외면합니다.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 하나가 바로 이 게리오네스의 소 떼를 훔쳐 오는 것이라고 했었지.
이 소 떼의 고기는 올림포스의 신들마저 욕심을 낼 만큼 귀한 고기였고, 세운은 그러한 고기가 보물창고의 입구 부근에 존재하는 것을 보고 놀라야만 했다.
알고 보니 마몬은 이것을 보며 ‘훼손이 심해 하급품으로 분류하였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의 희귀성은 엄청났다.
“크오오오-!”
고기를 꺼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익숙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시각에 집중하니, 굶주린 오우거 한 마리가 이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거, 엄청 맛있거든.”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음미의 개념조차 모르는 오우거 따위에게 게리오네스의 소고기를 빼앗길 수는 없다고 외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착각하나 본데 저건 자신의 보물이라며 단언합니다.
오우거의 후각은 예민하다.
거기에 녀석들은 ‘굶주린’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극심하게 배고픈 상태.
고기에서 나는 풍부한 향은 튜토리얼의 세 번째 장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에 폭넓게 퍼져 나갔고.
“크오오!”
“고기, 고기다아!”
처음 달려오던 오우거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열 마리가량의 오우거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강한철, 괜찮겠지?”
“물론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오우거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을 쳤을 텐데, 강한철은 오히려 호기를 불태우며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역시, 데려오길 잘했어.’
열 마리의 오우거.
이는 아무리 세운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상대하기 힘든 숫자였다.
그러나 강한철과 함께라면 달랐다.
세운과 함께 오우거를 물리치지는 못하더라도, 오우거 몇 마리의 시선을 끌고 발을 묶어 두는 것만으로도 그사이를 틈타 오우거들을 빠르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콰르릉!
-흑탑의 묘리에 따라 ‘그라운드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르르릉!
강한철의 능력과 세운의 마법. 두 가지 힘이 시너지를 이루며 주변의 지형을 거칠게 부숴나갔다.
아무리 오우거라 하여도, 이토록 난장판이 된 대지 위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다.
그사이, 강한철과 세운이 오우거에게로 달려 나갔다.
서거걱-!
“크오오!”
오우거 사냥 따위, 이제 눈 감고 외울 정도로 익숙해졌다.
정면으로 돌진했을 때 기본적인 타격기를 시도하고, 그게 실패하면 어떻게든 상대를 잡기 위해 팔을 뻗는다.
공략법을 알고 있었기에, 오우거를 쓰러트리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쿠궁!
순식간에 한 마리의 오우거가 쓰러져 나갔다.
향기로운 풍미를 자아내는 게리오네스의 소고기에 도착하는 오우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놈들은 거친 지형을 힘겹게 통과하는 순간, 강한철의 주먹과 세운의 단검에 의해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만 했다.
-퀘스트 몬스터, ‘굶주린 오우거’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개인 공적치가 10,000point 상승합니다.
-퀘스트 몬스터를 혼자서 처치하여 개인 공적치가 추가로 20,000point 상승합니다.
-‘오우거의 힘줄’을 획득하였습니다.
…
전에도 보았던 똑같은 메시지가 눈앞에 연이어 떠올랐다.
곧바로 폭식의 권능을 사용한 덕분에, 소고기를 지키라며 시끄럽게 굴던 베엘제붑의 메시지를 잠시 동안 멈출 수 있었다.
-‘붉은 늑대 갑옷’의 능력 ‘늑대의 위협’으로 인해 인근의 굶주린 오우거들이 공포에 빠져듭니다!
-‘회색 늑대 망토’의 능력 ‘위압감’으로 인해 카리스마가 강화되며 적의 공포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위, 위험한…… 인간!”
세운의 장비가 빛을 발하자, 전투는 더욱 쉬워졌다.
어느새 고기를 노리고 찾아오는 오우거의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았네.’
최소 다섯 마리. 많으면 열 마리 정도일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사냥한 오우거의 수만 스물이 넘었다.
애초에 세운의 생각 이상으로 많이 소환되었거나, 오우거의 수가 줄어들자 추가 소환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
서걱-
“……끝인가.”
“고생했어.”
마지막 오우거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전투가 끝났다.
연이어서 오우거를 상대하다 보니, 강한철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포션을 던져주며 재정비 시간을 가지려는 순간.
-필드의 ‘굶주린 오우거’ 대다수가 쓰러졌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완료하여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이 소환됩니다.
“……뭐?”
세운조차 처음 마주치는 히든 피스가 눈앞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