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1화(51/675)
제 51화
“네놈은…… 꼭! 산 채로! 사지를!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먹어주마! 먹어주마! 먹어주마!”
오우거의 수장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함성을 내지른다. 전신이 화상으로 부글거리는 와중에, 그 눈동자만은 선명하게 세운을 비추고 있었다.
별개의 스킬이 아니라도, 일반인은 그 눈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며 자리에 주저앉았으리라.
그사이, 세운은 놈과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로, 아공간 주머니를 통해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이게 좋겠네.”
[ 고블린 장검 ]분류 : 장검
등급 : E+
설명 : 고블린들이 플레이어를 약탈하여 빼앗은 검. 상태가 제법 쓸 만해 보인다.
능력 : 1. 고블린 마크 – 고블린의 체액이 발려 있어 공격한 적에게 일정 확률로 미약한 마비 독을 주입한다.
고블린 창고에서 획득한 무기. 그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던 철검이었다.
철검을 가볍게 휘두르던 세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금니 단검을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등급이 더 높은 어금니 단검으로도 공격이 통하지 않았던 상대인데, 오히려 무기의 수준을 떨어트리다니.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우선 그 약삭빠른 다리부터 찢어주마!”
“찢어주마! 찢어주마! 찢어주마!”
수장이 본격적으로 세운을 향해 달려왔다.
오우거의 익숙한 두 번째 패턴, 잡기.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오우거가 아닌 수장이 그 거대한 몸을 앞세우며 달려오자 땅이 쿵쿵거리고 공기가 밀려왔다.
그런 와중에 세운은 피할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고블린 장검을 꽉 쥐고 자세를 잡았다. 딱히 무공을 운용할 생각도 없었다.
단순한 베기 동작.
쿵, 쿵, 쿵!
그렇게 수장의 발걸음이 지척에 도달했을 때쯤. 세운은 마몬의 보물창고를 열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보물을 불러들였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독혈의 마검, 흐룬팅 ]– 영웅 베오울프가 그렌델의 어미를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보검. 독물에 담금질 되어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단단해진다는 마검으로 불린다.
우우웅!
흐룬팅에 보검의 힘이 깃들자, 고블린 장검이 왕왕 울려댄다.
한 영웅이 사용하던 보검의 힘이, E+급의 평범한 철제 장검에 깃들었으니 무리가 가는 게 당연했다.
실제로, 세운이 회귀를 하고 처음 나뭇가지에 ‘분노의 검, 그람’의 힘을 부여했을 때는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소멸했으니까.
다만.
“한 번만 버텨라.”
어차피 세운은 흐룬팅의 힘이 깃든 장검을 언제까지고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창고에 존재하는 보검의 수는 넘쳐난다.
게다가, 그 전부 실체 없는 검의 힘일 뿐.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사용해 주는 것이, 검에게도 좋을 거라 생각되었다.
철컥!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울려대는 장검을 꽉 쥐고, 달려드는 수장을 향해 겨누었다.
거대한 덩치 탓에 놈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땅이 쿵쿵 떨려왔지만, 세운의 발은 땅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듯이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잡았다. 이놈!”
“잡았다! 잡았…….”
그렇게, 수장의 두꺼운 손바닥에 세운의 어깨에 닿기 직전.
서걱-
무언가가 날카롭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 장검이 ‘흐룬팅’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합니다.
-‘흐룬팅’에 잠재된 독기가 폭발합니다.
푸화아아앗!!
보라색 독 구름이 뿜어져 나갔다.
흐룬팅을 담금질할 때 사용했다고 알려진 독물. 몸체가 부서지자, 그 속에 잠들어 있던 독기가 터져 나간 것이다.
다행히도 독기는 세운이 휘두른 검로를 따라 퍼져 나갔기에, 세운이나 뒤에서 전투 중인 강한철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베기에 직격당한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의 상태는 그렇지 못했다.
스으으-
독 구름이 옅어지자, 수장의 상태가 보였다.
안 그래도 화상으로 인해 전신의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그 위로 독이 스며들어 살이 곪고 진물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피부라도 멀쩡했으면 숨을 참고 도망쳐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다크 플레어로 인한 화상 덕분에 독 구름의 위력이 극도로 올라가 있었다.
“형, 나 아파. 형, 아파. 형, 형?”
놈의 머리 중 하나가 애타게 반대편 머리를 불러보았지만.
툭.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장검을 휘둘렀을 때 들려왔던 절삭음, 그 정체가 형이라 불리는 수장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베인 머리는 아직까지 자신의 죽음을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파직!
세운은 머리의 눈을 감겨주는 대신, 가벼운 발걸음으로 머리통을 짓밟았다.
독기로 인해 경화된 두개골이 허무하게 터져 나갔다.
“형, 형, 형!”
서걱-
어금니 단검을 다시 꺼내 든 세운이 애타는 목소리로 이미 터져 나간 머리를 부르고 있는 남은 하나의 머리를 떨어트렸다.
가죽이 어찌나 단단한지, D+ 무기로도 상처 하나 내기 어려웠는데.
독기로 인해 피부가 짓물러진 것은 물론, 근육이 녹고 뼈가 삭아 들어간 덕분에 놈의 머리는 너무나도 쉽게 베어졌다.
이게 바로 세운이 생각해 낸 보물의 사용법.
일회용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단점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히든 보스 몬스터,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개인 공적치가 100,000point 상승합니다.
-히든 보스 몬스터를 혼자서 처치하여 개인 공적치가 추가로 50,000point 상승합니다.
-‘크락의 큰도끼’를 획득하였습니다.
-‘카틀락의 작은 도끼’를 획득하셨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힘줄’을 획득하셨습니다.
…
시야를 가릴 정도로 긴 시스템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15만이라는 공적치는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세운이 기억하기로, 다음 튜토리얼 때도 이런 포인트의 공적치를 한 번에 얻는 경우는 없다고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30 상승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부드럽게 숙성된 먹이를 씹으며 이것 또한 별미라며 눈을 크게 뜹니다.
‘이게 별미라니.’
꿈틀거리는 벌레나 구워진 고블린, 거기에 독에 절은 트윈 헤드 오우거까지.
일반인이었다면 이삼일쯤 굶은 후라도 입에 대지 못했을 것들인데, 어떻게 된 게 베엘제붑은 단 한 번도 ‘맛없다’고 한 적이 없었다.
과연, 폭식의 마왕.
어쩌면 미각을 버렸기에 폭식이라는 이명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콰직!
시스템 메시지를 치우고, 정신을 차릴 때쯤, 뒤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등을 돌려보니, 복부 정중앙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는 오우거 한 마리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오우거의 방향이 이쪽을 향한 것을 보니, 오우거가 수장을 잃고 당황한 틈을 타 일격을 날린 듯했다.
강한철의 주변에 쓰러진 네 마리의 오우거.
결국, 정말 네 마리의 오우거를 쓰러트리고 만 것이다.
‘저놈도 진짜 대단하단 말이야.’
세운이야 회귀 전의 기억을 가지고, 두 마신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지만, 강한철은 그 무엇도 아니었다.
세운 덕분에 일찍이 서열 2위의 대마왕, 아가레스와 계약할 수 있었고 무공도 배울 수 있었다지만.
결국,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던 건 강한철 스스로의 능력이었다.
스르르-
세운의 손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와 강한철의 몸을 감싸 안았다.
힐.
현재 세운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치료 마법이었다.
덕분에 마지막 주먹을 뻗은 그대로 힘을 다해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강한철이 다시금 몸을 움직여 왔다.
“……고맙다.”
“너도 독하네. 버티기만 해도 충분했는데, 진짜 혼자서 오우거 네 마리를 쓰러트릴 줄이야.”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과연 자신의 계약자라며 기분 좋게 악어를 쓰다듬습니다.
“그래도 결국 너보다는 늦었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자, 마셔.”
세운이 마몬의 보물창고를 열어 포션 한 병을 던져주었다.
뭐, 저걸 마신다고 해도 상처는 회복되어도 피로 자체는 회복하지 못하겠지만, 당장 자리에서 움직일 체력 정도는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이제 끝인가?”
“그래.”
히든 보스 몬스터라는, 세운조차도 모르는 숨겨진 몬스터의 사냥까지 끝냈다.
이 상황에 더 이상 굶주린 오우거가 추가로 소환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은 거점으로 돌아가야겠지.’
본래 굶주린 오우거의 역할은 튜토리얼 세 번째 장의 진행 속도를 촉진시키는 것.
그러나, 오우거가 사라진 지금. 플레이어들이 열정적으로 싸워주지 않는 이상, 튜토리얼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이 주위에는 히든 피스도 없을 텐데…….’
이곳은 지금까지의 구역과는 다르다.
오로지 플레이어들끼리의 전투를 위해 설정된 넓은 평원으로써 무언가를 숨길 만한 공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회귀 전에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적을 피하며 필드 곳곳을 숨어다녔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플레이어 사냥을 하고 다니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포인트도 충분하니까.’
현재 세운의 공적치는 40만 포인트 이상.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아무리 날뛰어 봤자, 이 점수를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마나나 모아야 하나…….’
계획을 찬찬히 떠올려도, 이곳에서 더 쟁취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차피 새로 생긴 세 번째 서클에 마나도 채워 넣어야 하고, 단전의 내공도 모아야 하니, 당분간은 거점에서 명상이나 하는 게 좋아 보였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적랑을 불러 거점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탑의 역사상 최초로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소환하였습니다.
-탑의 역사상 최초로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쓰러트렸습니다.
-특별 혜택으로 플레이어 ‘정세운’을 포함한 클랜 전체에게 ‘튜토리얼 세 번째 장 패스권’을 드립니다.
“패스권?”
설명을 읽지 않아도, 패스권의 의미는 간단했다.
플레이어의 수가 절반 이하가 되어야만 한다는 튜토리얼의 조건을 무시하고, 세운의 클랜을 합격시켜 준다는 뜻이다.
‘이거라면…….’
세운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튜토리얼 네 번째 장의 정보를 알고 있는 세운에게 이런 보상은 어지간한 완제품보다도 환영이었다.
이것으로, 계획했던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