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1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16화(516/675)
제 516화
[ 유서아 : 서문은 문제없어요. ] [ 해리 케인 : 동문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운이 막 지평선에 몰려오던 아우터들을 아폴론의 보구로 쓰러트렸을 무렵, 서문과 동문에서 각각 문제없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같이 전투를 시작했을 북문에서는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백현 씨라면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비록 혼자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백현이다.
그는 최근 권능으로 받은 아공간이 다 차서 더 이상 언데드를 보관할 수 없을 지경에도 올랐던 그는 이미 일인 부대. 아니, 일인 군단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룬의 꽃잎으로 만든 영약을 마시고 신성이 늘어 그 힘까지 강화되었으니, 지금 그의 무력이라면 북문은 혼자서도 충분히 잘 막고 있을 것이다.
‘남은 건…….’
쿵-
아폴론의 보구와 파멸의 힘에 의해 타들어 가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지평선의 아우터들.
녀석들 사이로, 검은 연기를 뚫고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쿵-
‘저놈.’
이렇게 거리가 먼데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지금까지 상대해 본 아우터와는 다르다.
불안정하게 뚝뚝 흘러내리는 검은 액체 대신,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단단하게 굳어 윤기 나는 외각.
본래의 모습을 선명하게 남기고, 움직임에서는 특유의 조바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습에 세운의 옆에서 냉정을 지키려 노력하던 단장이 넋을 놓고 중얼거린다.
“아아, 저게 삭풍의 주술사께서 봉인하셨다는 열사(熱沙)의 괴물인가…….”
착각일까?
녀석과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우터라고 함은 그저 본능적으로 생명체를 닥치는 대로 잠식하고 수를 늘리는 기생충 같은 존재일 텐데, 저 녀석의 눈빛에서는 본능이 아닌 차가운 이성이 느껴졌다.
“카-라라라라라락!”
녀석이 부르짖자 지평선에서 새로운 검은 물결이 꿈틀거렸다.
아우터가 뒤덮인 몬스터.
하지만, 그것들 역시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과는 달랐다.
방금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몬스터들과도 완전히 달랐다.
‘왜 다른 거지?’
저 거대한 괴물이 새끼라도 낳은 것처럼 작은 전갈들.
괴물과 마찬가지로 몸을 둘러싼 아우터가 갑옷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거리가 이렇게나 먼데도 다른 아우터와 기세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할 거지? 우선 성벽을 방패로 지금처럼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게 어떤가.”
“아니.”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지만, 저 전갈들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평범한 아우터라면 단장의 말대로 성벽을 방패로 쓸 수 있겠지만, 저들에게는 성벽 따위를 방패로 내세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위험하긴 해도, 적진에 직접 쳐들어가는 게 낫다.
“이쪽에서 가겠다.”
“너무 무모하다!”
“말했듯이, 이곳은 싸울 때 방해밖에 안 된다. 차라리 저 사막에서 스카베가 무너질 걱정 없이 싸우는 게 낫다.”
“크윽…….”
단장이 입술을 악물었다.
스카베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쳐들어오는 몬스터 앞에서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겠지.
“자존심 상해할 것 없다.”
“뭐라?”
사막을 향해 뛰어내리기 직전, 세운이 툭 던진 말에 단장이 고개를 들었다.
“저놈들을 상대로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값진 일이니까.”
그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세운의 신형이 지평선을 향해 이어졌다.
* * *
튜리크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자 지평선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검은 연기로 가려져 있던 아우터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만이 아니야. 행동부터가 다르다.’
아우터를 갑각처럼 두르고 있는 전갈들.
아우터라 함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느라 중구난방으로 이동하는 편인데, 녀석들은 한 군부대의 병사들처럼 어설프게나마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보았던 아우터의 행동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우선은 탐색이다.’
처음 보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 탐색부터 시작하는 건 회귀 전부터 이어진 세운의 습관이었다.
뛰어난 눈썰미와 경험, 그리고 여정의 지침표까지 합해지면 적의 약점을 찾아내는 건 금방이었다.
‘우선은 작은놈들부터.’
외양으로 볼 때, 작은놈들만 잘 관찰하여도 갑각처럼 달라붙은 아우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먼 거리에서는 여정의 지침표도 힘을 쓰지 못하니, 고도를 낮추며 녀석들에게 점점 더 가까이 내려갔다.
뛰어난 시력으로 놈들의 관절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본격적인 관찰이 시작되려던 찰나.
“카라라라락!”
“카라라라락!”
“카라라라라락!”
거대한 아우터의 외침과 함께 작은 녀석들이 복명복창을 하듯이 소리를 내뱉으며 꼬리를 바짝 세웠다.
물속에서 비명을 지르듯이 거북하면서도, 어딘가 날카롭게 들려오는 비현실적인 그 목소리.
그 괴이함에 세운이 위기감을 느끼며 즉각 위로 솟구치려 했지만, 아우터의 행동이 한 발짝 더 빨랐다.
촤앗!
녀석들이 꼬리에서 검은 액체를 뿜어냈다.
본래 전갈의 꼬리라면 독을 내뿜는 기관이지만, 녀석들의 꼬리에 나온 액체는 점액질처럼 끈끈했고, 높이 솟아올라 세운의 위를 뒤덮었다.
마치 그물망처럼.
하지만, 세운도 가만히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인페르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치이이익!
파멸의 힘을 담은 불꽃을 내뿜어 그물의 한 지점을 불태운다.
만약 저게 평범한 점액이라면 불꽃에 의해 녹아내릴 것이고, 아우터의 힘으로 강화된 점액이라면 파멸의 힘에 타들어 갈 것이다.
구조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점액질이 사라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늦었지만, 그물이 몸을 덮치기 전에 일부를 태우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그곳을 향해 몸을 날리는 순간.
“카락…… 걸렸-다…….”
“젠장!”
그물에 만들어 낸 구멍 사이로 날카로운 그림자가 세운을 향해 쏘아졌다.
카앙!!
탐색이라고는 해도 언제든지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날아오는 그림자를 뒤랑달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림자의 정체는 전갈의 거대한 꼬리.
모래폭풍 속에 갇혀 있던 괴물의 것이었다.
‘언제……!’
분명 녀석에게서 최대한 떨어져 있었는데.
금세 지척까지 다가온 녀석은 세운이 자신의 꼬리와 힘을 겨루고 있는 사이에 거대한 집게발을 앞으로 휘둘렀다.
가가각!
태극검의 묘리를 살려 꼬리를 흘려보내고, 날개를 접어 몸을 핑그르르 돌리며 집게를 피했다.
저렇게 두꺼우면서도 날카롭기는 또 얼마나 날카로운지 공기 갈라지는 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
“봉-쇄…….”
“카라라라락!”
“카라라라락!”
뒤이어 다시 한번 쏘아지는 점액질.
그것은 이전보다 더욱 넓게 하늘을 뒤덮더니 거대한 돔의 형태를 만들며 딱딱하게 굳었다.
작은 전갈들이 그 위를 기어오르더니 점액질에 꼬리를 끼워 넣고 돔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아우터가 전략을 쓰다니.’
돔의 크기만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돔은 세운의 비행을 제한하고, 거대한 전갈 녀석의 공격 범위에 무조건 세운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점액질을 내뿜고 있는 전갈들.
늦기 전에 점액질 사이를 돌파하려 했지만, 큰 녀석이 세운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숙-여라…….”
카가강!
단단해진 점액질이 하늘을 막고 있던 터라 고도가 낮아져 녀석의 집게가 세운에게로 곧장 날아왔다.
전략을 짜고 수하들을 다루며 말까지 하는 아우터라니.
자신을 폐왕이라 칭한 남자를 만났을 때와 비슷할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당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세운이 다급하게 집게를 떨쳐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 시기의 눈초리가 ‘##$#@’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딱 보아도 강적이다.
그런 만큼, 시작은 질투의 권능이 어울린다.
흑해를 되찾고 신성을 되찾은 만큼 강화된 레비아탄의 권능은 이전과 달리 곧바로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 시기의 눈초리가 ‘##$#@’의 힘을 ###…….
눈앞의 메시지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덩달아 질투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몸에 차오르던 힘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거부-한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황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세운이 당황하는 찰나, 연이어 날아온 녀석의 집게가 보랏빛 날개를 가른다.
관절에서 우득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날개를 급하게 비틀어 피하였지만, 날갯죽지 부근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짐과 함께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 주, 주인. 아파…….
이대로는 안 된다.
돔 안에 갇힌 상태에서 날개를 펴고 있어봤자 기동력이 증가하기는커녕 피해 면적이 올라가는 꼴밖에 안 된다.
세운이 곧바로 날개를 접으며 아래로 추락한다.
“카락!”
“크락!”
작은 전갈들은 전부 저 돔을 유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애초에 그 숫자가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세운이 떨어지는 자리로 수십 마리의 전갈들이 꼬리를 바짝 세우며 독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당황스럽다고 해도 세운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이미 그 손에는 뒤랑달 대신 음공이 순환되어 서리를 내뿜고 있는 아펠리온이 들려 있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삼 초식, 빙룡낙하(氷龍落下)가 강화됩니다.
콰직!
수직으로 낙하한 세운의 창끝이 바로 아래 있던 전갈의 몸통을 꿰뚫었다.
아펠리온의 주위에 감긴 빙룡의 형상은 이걸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차가운 서리를 내뿜으며 주위로 뻗어나갔다.
순식간에 정리된 바닥.
하지만, 세운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감각이 이상하다.’
아우터를 상대하는 만큼, 아까부터 계속 파멸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파멸의 힘 앞에 아우터 따위 두부처럼 갈라지는 게 정상이건만, 방금 찌를 때의 기분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처음은 쇠를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 느껴지더니, 이후로는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진득한 무언가가 창끝을 옮아 메는 기분이었다.
“크라아아아…….”
다행인 점이라면 세운에게 꿰뚫린 전갈이 다른 아우터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파멸의 힘에 의해 타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개체는 문제없지만…….’
감각이 이상하다고는 해도 이 정도는 세운의 근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상대는 이 작은 전갈들이 끝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저 거대한 전갈이다.
만약 저 녀석의 몸에 둘린 아우터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상대하기가 얼마나 까다로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물러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돔을 빠져나가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곳을 빠져나가 봤자 기껏해야 몇 분의 시간을 더 벌 뿐이다.
세운이 빠져나간다면 녀석들은 곧바로 스카베를 짓밟을 테니까.
세운은 날개를 펴는 건 포기하고 아우터에게 박힌 아펠리온을 꺼내 바로잡았다.
“산 자는- 돌아가리라…….”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전갈이 두 집게를 활짝 벌린 채로 세운을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