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2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23화(523/675)
제 523화
축제가 끝난 후.
스카베의 영주를 포함하여 거주민들에게 거한 인사를 받으며, 디아블로 길드가 다시 탑을 오를 준비를 마쳤다.
비록 하룻밤일 뿐이었지만, 그 많은 아우터를 상대하면서도 큰 부상을 입은 이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저희끼리 올라가나요? 그러지 말고 세운 씨도…….”
“아냐. 난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다들 먼저 올라가. 나 때문에 하던 것도 전부 멈추고 왔을 텐데.”
“저희도 도울 수 있어요!”
“돕거나 할 일이 아니야. 관리자랑 얘기할 게 있어서 그런 거니까 다들 먼저 가 있어.”
“하지만…….”
유서아가 발길을 못 떼고 머뭇거렸다.
혹시라도 세운이 또 혼자서 무모한 짓에 나설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에 세운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확인할 게 남아 있긴 하지만,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로 관리자인 튜닝과 대화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다들 얼른 올라가 주지 않으면 또 나 혼자 거주지에서 기다리게 될 텐데?”
“……알겠어요. 이번에는 저희가 먼저 올라가서 기다릴게요!”
몇 번이고 다독인 후에야 그녀가 출발을 마음먹었다.
디아블로 길드는 다시 한번 들려오는 스카베 거주민들의 환호성을 뒤로 하고 스카베를 떠났다.
평범한 귀환이 아닌 세운이 관리소에게 허용받은 권한을 통한 복귀이니 길드원 모두 자신들이 있던 층에서 하던 일을 계속 이어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튜닝.”
치이익-
세운의 호출과 함께 메시지 하나가 떠오르다니 길게 늘어지며 문의 형태를 만들었다.
“안에서 대화 나누시죠, 정세운 플레이어님.”
“그러죠.”
튜닝의 목소리를 따라 움직이자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백색의 공간에 도착했다.
세운을 쭉 모니터링하고 있었는지 미리 차를 따라 둔 찻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먼저, 관리소를 대표하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튜닝이 세운에게 상체를 숙였다.
“‘후보자’로서 아우터를 훌륭하게 격퇴해 주셨습니다. 특히 스카베의 담당 부서에서도 꼭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감사는 무슨, 됐습니다.”
“하하, 그러실 줄 알고 직접 찾아온다는 걸 말리고 대신 보상이나 넉넉히 챙겨주라고 해 두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주머니가 꽤 두둑합니다.”
가장 먼저 정산받은 건 공적치였다.
본래 후보자로서 아우터를 사냥할 때마다 공적치를 받기로 하였는데, 사태가 사태인 터라 이번에 정산받은 공적치의 양이 엄청났다.
이 정도라면 한동안 마음 놓고 경매장에 들러도 될 수준이다.
‘공적치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니.’
길드를 강화하고 재료를 구입하고 거주지의 규모를 키우는 등, 일반 플레이어도 아니고 한 길드의 마스터인 세운에게 공적치는 많을수록 좋았다.
게다가 다음 쉼터에 도달하게 되면 경매장 이외에도 공적치를 사용할 곳이 생겨난다.
늘어나는 공적치를 보고 있자니 내심 마음이 든든해졌다.
“스카베의 관리소에서도 공적치를 보태었습니다.”
“이게 끝입니까? 분명 절대 부족하다 느끼지 않을 만큼 준비해 두겠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평소였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한 수준이다.
게다가 아우터를 무찌르는 건 세운의 숙명이기도 하였기에 굳이 관리소에서 부탁하지 않아도 나섰을 것이다.
아니, 스카베의 상황을 감시하며 알려준 튜닝에게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상을 사양하고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정세운 플레이어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추가 보상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튜닝이 테이블 위로 유리구슬을 올렸다.
유리 안으로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스노 글로브와 비슷하게, 유리 안으로 모래알이 흩날리도록 보이게 만든 구슬이었다.
튜닝이 구슬을 살짝 흔들자, 그 안의 모래바람이 거세게 흔들리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 모습이 꼭…….
“모래폭풍?”
아우터를 봉인하고 있던 스카베의 모래폭풍을 떠올리게 했다.
세운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보니, 튜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해 주었다.
“맞습니다. 스카베의 모래폭풍. 아우터를 봉인하고 있던 모래폭풍을 만들었던 매개체입니다.”
“매개체?”
“사실, 이것만으로 모래폭풍을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스카베의 선조가 사용했다는 주술은 이미 소실되었으니까요.”
“사용하지도 못하는 매개체라면 고물 아닌가? 이게 보상이라고?”
“정세운 플레이어님이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시지 않습니까?”
“…….”
“사용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정세운 플레이어님에게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만약 스카베에서 보았던 모래폭풍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아니, 그 절반이라도 재현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엄청났다.
스카베의 모래폭풍은 그저 강한 위력이 아니라 아우터를 봉인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이번에 상대한 아우터가 거미줄로 만들어 낸 돔처럼 아우터를 외부로부터 격리시킬 수도 있고, 그 격리된 돔 속에 들어가 일대일로 아우터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폐왕을 묶는 것도 가능할지도.’
다음에 폐왕을 마주쳤을 때 이전처럼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매개체를 활성화할 방법이지만.
‘할 수 있다.’
세운은 자신이 있었다.
마몬의 보물을 사용하든, 회귀 전의 지식을 사용하든, 엘 아브르의 현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든.
어떠한 방법으로든, 매개체를 활성화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활성화해야만 한다.
“스카베의 관리장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구해 주신 물건입니다. 현재의 매개체는 이미 깨져 버린 터라, 과거의 선에서…….”
“알겠습니다.”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제 끝입니까?”
“편성된 보상은 이게 끝입니다만, 혹시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인지…….”
튜닝이 곤란한 듯이 물었다.
지금 내민 이 유리 구슬이 생각 이상으로 구하기 어려웠나 보다.
눈앞의 관리인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쪼았을 테지만, 튜닝과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에 이쯤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대화가 끝은 아니었다.
“새로운 곳의 감시를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곳, 말입니까?”
“다른 층에서도 이번 같은 일이 또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한 번 벌어진 일이니, 다른 층이라고 멀쩡할 리 없었다.
물론 세운이 파멸의 힘을 지니게 되고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로는 일부러 운석을 찾아대며 아우터를 몰살시키고 있지만, 그러지 못했던 곳이 남아 있었다.
바로.
“서리 요새.”
“세 번째 쉼터, 서리 요새 ‘카이어’ 말씀이시군요.”
“카이어의 얼음 호수 아래에 이번에 닥친 것과 비슷한 아우터가 잠들어 있습니다.”
세운은 서리 요새의 지하를 통해 얼음 호수의 지하로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아이스 골렘을 잠식한 아우터가 세운을 공격해 왔고, 파멸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였기에 놈들을 힘겹게 사냥한 기억이 난다.
놈들을 뚫고 호수의 지하, 그 중앙에 도착했을 때, 세운은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바다 괴물을 집어삼킨 아우터의 모습을.
차디찬 얼음 속에 봉인되어 있으면서도 그 강대한 힘이 선명하게 느껴지던 그 괴물이.
“……그렇군요. 저도 수상함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우터의 주위로는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게 가까이에 다가갈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호수 지하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감시할 곳은 두 곳뿐이다.
한 곳은 호수 지하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서리 요새의 지하.
그곳에는 서리 요새의 지휘관이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막고 있었고, 세운의 마법으로 단단히 막힌 통로는 폐왕이라 하여도 뚫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군요.”
남은 하나는, 20층의 시련이라 할 수 있는 얼음 호수의 표면.
만약 폐왕이 다른 방법을 통해 호수의 지하에 숨어들어 무언가 이변을 만들어 낸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얼음 호수의 표면에 이상이 생길 게 분명하다.
“차라리, 이변이 생기기 전에 지금 처리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튜닝이 새로운 제안을 꺼냈지만, 세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세운이라고 그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폐왕이 간섭하여 아우터가 더욱 강해지기 전에, 지금 화력을 몰아쳐 호수 아래의 괴물을 끝장내려고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힘을 더 키우고 싶습니다.”
어제의 전투로 생각이 달라졌다.
마법으로는 8서클, 내공으로는 20갑자의 경지에 이르고 70층 대의 마계를 가뿐하게 밀고 나가며 저도 모르게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운은 아직 부족하다.
적이 아무리 강해도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는 힘이 부족하다.
‘지금 섣불리 나섰다가는 폐왕이 봉인을 해제하는 데 들일 시간을 단축해 주는 꼴밖에 안 된다.’
호수 지하의 아우터 역시 모래폭풍의 괴물처럼 봉인된 상태.
기회를 노리자면, 폐왕이 호수 지하의 아우터를 해방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때가 기회였다.
그리고 세운은 그때를 대비하여 힘을 키워 둘 필요가 있었다.
설명을 알아들은 튜닝이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카이어의 관리소와 연계하여 최대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정세운 플레이어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대로 72층에 돌려보내 드리면 되겠습니까?”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사탄.’
마계에 잠들어 있는 분노의 마신, 사탄의 신전을 찾아내어 그를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신과 손을 잡아 그 권능을 얻는다.
마계에서 최고의 군세를 가지고 있다는 사탄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 권능이 어떤 힘일지는 몰라도 분명 아우터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팔열지옥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세운이 대화의 끝을 선언하듯 의자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 73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마창원(魔滄園)
– 썩은 늪을 통과한 당신의 눈앞에 거대한 언덕이 나타났습니다.
– 언덕에는 싸늘한 죽음의 냉기를 흩뿌리는 풀잎이 날카로운 예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 차갑게 얼어붙은 혈흔을 짓밟고 드높은 동산을 넘어 다음 시련으로 향하십시오.
72층을 마무리 지은 세운은 곧바로 다음 층으로 올라왔다.
‘마창원.’
동산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산처럼 거대한 굴곡이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날카로운 풀잎은 하나하나가 창칼과 같아서 움직이는 데도 극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끼요오오옷-!”
이곳부터는 악마들의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해진다.
71층, 마입에서 보았던 악마들이 대부분 일반적인 몬스터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에 불과했다면 이곳부터는 다르다.
환경에 적응하고, 더 높은 서열의 악마를 죽이고, 자신의 서열을 지키기 위해 진화한 악마들.
그 악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방에 존재한다.
특히나, 이곳에 존재하는 악마들은 서열의 앞자리가 7에 달하는 강적들이다.
‘이제부터는 나름 검을 휘두를 맛이 있는 적들이 나온다는 거지.’
이곳부터는 할 일이 많아진다.
당장 여정의 지침표만 떠올려도 수십의 방향이 떠오를 정도로 이곳에는 다양한 숨겨진 요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운이 찾는 것은 하나였다.
팔열지옥에서도 두 번째.
벌겋게 달군 사슬로 죄인을 결박하여 달군 쇠도끼로 찍어 죽이는 형벌을 내린다고 알려진 지옥.
흑승지옥(黑繩地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