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3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30화(530/675)
제 530화
규환지옥(叫喚地獄).
까다로운 던전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 이상으로 까다로운 던전이었다.
“꺄아아아악!”
죽이고, 또 죽여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옥조의 비명이 고막을 찌른다.
소음도 반복해서 들으면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지는 법이건만, 저 비명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되지 않았다.
바람 마법을 사용하여 소리를 차단하려 해 보았으나, 옥조의 비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해도 소리가 조금 작아질 뿐, 여전히 그 비명은 세운의 고막을 찔러왔다.
부글부글-
그리고 열기.
좁은 외길의 양옆으로 들끓는 용암이 심리적인 압박감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일으켜 체력을 빼앗았다.
그 외에도 옥조들의 끊임없는 공격이나 양옆에서 튀어 오르는 불덩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신경을 자극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오늘 저녁은 닭고기냐며 신나게 다리 하나를 집어 듭니다.
다행이라면, 이 녀석들에게 폭식의 권능이 천적이라는 점이다.
녀석들은 칼에 베이고 마법에 당해도 용암에 닿는 순간 불사신처럼 목을 회복하지만.
“꺄아-악.”
콰직!
부활하기 직전, 목숨이 끊긴 타이밍에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면 더 이상 부활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덕분에 세운의 주위에 있던 옥조의 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차라리 미로형이었으면 편했을 텐데.’
이곳의 길은 외길이다.
여정의 지침표가 활약할 틈이 전혀 없는 지루한 외길.
예민해진 신경을 억누르고 마지막 옥조를 처리한 다음에야, 세운은 외길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스 몬스터인가.’
방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공간이다.
그저 길게 이어지던 외길이 더욱 넓어진 수준으로, 공간 주위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용암이 들끓었다.
그 중앙에, 여기까지 도달하며 상대해 온 옥조들과는 차원이 다른 괴조(怪鳥)가 고개를 들었다.
“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꺅! 꺅! 꺄악!”
세 개의 머리가 괴이하게 뒤틀린 부리를 벌려 일제히 비명을 내지른다.
날개를 펼치자 세 쌍의 날개에서 달군 쇳덩어리처럼 벌건 깃털이 떨어진다.
그리고 등의 중앙.
쌍을 이루지 못한 날개 하나가 불룩 솟아 있었다.
비틀리고 변색된 외날개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여정의 지침표 역시 외날개를 맹렬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저 외날개가 열쇠라는 건가.’
녀석의 뒤로 뒤틀린 구멍 같은 게 보였다.
대충 보아도 괴조의 외날개와 딱 맞는 사이즈.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외날개를 꺾어 저 구멍에 끼워 넣는 게 이번 던전의 공략법인 듯했다.
“얼른 끝내자.”
“꺄아아아아악-!!”
외길을 건너오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내기라도 하듯이, 세운의 검이 흉흉한 살기를 내뿜었다.
* * *
“꺄-”
쿠궁.
규환지옥의 보스 몬스터.
세 개의 머리로 지옥의 비명을 내지르던 괴조의 마지막 머리가 잘려 나가며, 육중한 몸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시야를 가득 뒤덮던 세 쌍의 날개 중 한 쌍은 이미 잘려 나가고, 나머지 두 쌍도 얼고 찢어지기를 반복하여 제 상태가 아니었다.
바닥에서 용암이 끓어올라 녀석을 회복시키려 하였지만.
– ‘삼두의 제곡조(啼哭鳥)’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콰직, 콰직!
이번에도 어김없이 폭식의 권능이 녀석을 덮쳤다.
사실, 굳이 이렇게 죽일 필요 없이 여정의 지침표로 찾아낸 녀석의 약점인 세 머리의 연결부 아래의 ‘진짜 머리’만 파괴하면 되지만.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환호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새 한 마리에 부드러운 목살이 세 개, 날개살이 일곱 개나 된다며 감탄합니다.
베엘제붑을 위해서라도, 폭식의 권능을 통한 능력치 상승을 위해서라도 이런 먹이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물론, 베엘제붑이 열쇠가 되는 외날개까지 집어삼키기 전에.
뚝.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그래도 날개살이 여섯 개나 된다며 감탄합니다.
외날개를 수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껏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 놓고 열쇠까지 먹혀 버리면 안 되니까.
어차피 만능열쇠가 있기에 없어도 상관없나 싶긴 했지만, 이 외날개는 딱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소재다.
어지간하면 열쇠로 사용한 후에도 수거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툭.
“공략 완료.”
아직까지도 콰직거리고 있는 베엘제붑의 식사 장면을 뒤로 하고, 뒤의 구멍에 외날개를 끼워 넣었다.
처음에는 조금 허술해 보였지만, 외날개가 전부 들어가자 외날개가 더욱 크게 뒤틀리며 구멍을 가득 메웠다.
이어서 쿠구궁 거리는 소음과 함께 주위의 용암이 들끓고, 구멍이 메워지며 위로 치솟았다.
[ 비명의 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 [ 두 개의 조각을 합쳐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의 길을 여십시오. ]대규환지옥의 길을 열라니?
혹시, 규환지옥을 공략하지 않으면 다음 시련을 아무리 뒤져도 대규환지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확실히, 그럴지도.’
회귀 전에 세운이 발견한 팔열지옥의 수는 몇 안 된다.
여정의 지침표를 가지고도 찾아내지 못하다니, 혹시나 앞선 지옥을 공략해야만 열리는 연계 던전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생각이 정답이었나보다.
하지만, 그전에.
타앗!
세운은 등을 돌려 입구를 향해 달렸다.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세운이야 충분했지만, 박정필의 실력으로 어떻게 할 만한 던전이 아니었다.
박정필은 옥조를 죽일 방법도 없을 테니, 보스 몬스터의 앞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주변에 수백의 옥조까지 날아다니고 있을 터.
아무리 녀석의 회피 실력으로도 그 모든 공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도망쳐서 입구 쪽에 피해 있으면 다행인데.’
박정필이라면 그럴 것이다.
분명, 무서워서 입구 쪽에 쭈그리고 앉아 ‘형님!’이라며 같은 단어만 외치고 있을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하는데.
그럴 것인데.
어쩐지, 불안하다.
옥조라는 방해꾼이 사라진 덕분에 순식간에 외길을 지나 입구에 도착한 세운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주변이 웅웅 울려댄다.
용암의 위로 파문이 일어나며, 저 멀리에서는 용암이 파도치듯이 꿈틀댄다.
그런데도,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부서지지 않는다.
‘설마, 시스템상으로 절대 판정을 받고 있는 건가?’
아니, 그래도 상관없다.
시스템상의 절대 판정이라 하더라도 허용선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게 마련이니까.
혹시나 싶어 만능열쇠를 가져다 대보았지만, 이 벽은 문이 아니었던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쾅, 쾅, 콰아앙!!
만병지함의 옵션을 최대한 이용하여, 다양한 무기로 벽을 공략한다.
베고, 치고, 부순다.
내공을 아끼지 않고 들이붓는 타격에 문의 흔들림이 극대화되는 순간.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사 초식, 붕천(崩天)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세운의 검에 파극심공 특유의 시꺼먼 내공이 몰려들었다.
문에 새겨 둔 진동을 일순간 터트릴 최후의 공격.
어떻게든 문을 부수겠다는 일념으로 검을 뽑으려는 순간.
쿠구궁-
“……무슨.”
굳게 서 있던 벽이 허무하게 내려갔다.
세운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충분히 만족했다는 듯이 사라지고 있는 벽은 누가 보아도 던전 공략 완료를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을 증명하는 것처럼.
[ 히든 던전, ‘규환지옥(叫喚地獄)’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000,000point 상승합니다. ] [ ‘찢어진 분노의 경전(4)’을 획득하였습니다. ] [ 두 개의 ‘비명의 조각’을 얻어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으로 향하는 ‘비명’을 획득하였습니다. ]세운의 눈앞에 규환지옥의 공략 성공을 의미하는. 박정필의 공략 성공을 의미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으아아아악!”
박정필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벌써 그의 주위로는 옥조의 수가 백 마리를 넘어가는데, 지옥의 비명 사이에서도 그의 비명은 가려지지 않았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웬일로 이렇게 열심히 하냐며 낄낄댑니다.
아무리 박정필이라고 해도 백 마리가 넘어가는 옥조의 앞에서 멀쩡할 수는 없었다.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
힘마저 다 소모되어 전신을 동물화시키는 건 불가능했고, 간신히 몸의 일부만 변신하여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정도였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보는 맛은 있지만, 이러다간 위험하지 않냐며 깐죽거립니다.
발레포르의 말이 맞았다.
애초에 이곳은 박정필의 수준이 맞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박정필은 도망치지 않았다.
“형님이 부탁했잖습니까!”
박정필이 규환지옥의 입구를 회상했다.
시끄러워서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세운의 입 모양을 누구보다 열심히 관찰했던 박정필이다.
‘박정필, 저쪽을 맡아라.’
당시에는 안 들리는 척했지만, 그 말을 어찌 헷갈릴 수 있겠는가?
“형님이 얼마 만에 나한테 한 부탁인데. 아니, 나한테 내린 명령인데!”
“꺄아아아악!”
바닥을 몇 바퀴나 굴러 간신히 옥조의 공격을 피하고 고개를 들자, 처음으로 새로운 모습이 보였다.
넓어진 길목. 그 끝에 쭈그리고 있는 거대한 괴조.
세 개의 머리를 가지고,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채로 등가의 외날개를 흉흉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괴물.
서서히 들어 올린 세 머리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오줌이 나올 것같이 괴기스럽게 생긴 적.
규환지옥의 보스 몬스터, 삼두의 제곡조.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어차피 기대도 안 하고 내뱉은 말이지 않냐며 나불거립니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뒷말 역시 들었으면서 모른 척하지 말라고 속삭입니다.
저쪽을 맡으라는 말 다음에 내뱉은 세운의 말.
‘피하는 건 자신 있지? 일단 해 보다가 안 되면 도망쳐 있어. 내가 이쪽 공략 마치고 금방 그쪽으로 가 줄 테니까.’
기대감 따위는 전혀 담고 있지 않은 말투.
누가 보아도 2인 협동 던전의 인원 제한을 맞추기 위해 박정필을 데려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박정필 역시 그 말을 이해했다. 찢어지는 비명 사이에서도 세운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형님의 유일한 오른팔로서 도망칠 수는 없잖습니까!”
“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꺅! 꺅! 꺄악!”
제곡조의 비명을 견디며, 박정필이 앞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