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3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31화(531/675)
제 531화
옥조들에게 꺼내지 않았던 갖가지 도구와 무기들을 꺼내 눈앞의 적을 공격한다.
콱!
어느새 팔목에 부착한 석궁에서 볼트를 발사하고, 볼트에 달린 밧줄로 제곡조의 몸을 속박한다.
“꺄아아악!”
그사이, 백 마리가 넘어가는 옥조가 박정필을 포위한다.
이에 박정필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하얀색 뼈다귀를 꺼낸다.
그 작은 뼈다귀는 다른 뼈다귀와 이어진 채로 끝도 없이 꺼내지더니, 거대한 그물의 형상이 되어 옥조들을 뒤덮는다.
본 네트(Bone net).
백현이 언데드를 연구하며 남은 재료로 만들어 낸 도구였다.
연구 중이었던 소재인 만큼 제법 튼튼한 그물이니, 완전한 속박은 무리라도 옥조들을 일이 분은 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이거나 먹어랏!”
“꺄아악!”
세 머리의 연속 쪼기를 간신히 피해 낸 박정필이 품에서 포션을 꺼내 던졌다.
이하늘이 만들어 낸 실패작.
그 실패작을 모아 새롭게 조합하여 만들어 낸 대 실패작이었다.
치이익!
한쪽 머리는 산성 액을 뒤집어쓰고, 한쪽 머리는 순식간에 고름이 차오른다.
남은 머리가 동료의 복수를 하겠다는 부리를 쩌억 벌리며 다가오자, 박정필이 그 속으로 시커먼 무언가를 던져넣었다.
“박정필 특제 짬처리 대폭탄이다!”
“꺄-”
퍼어엉!!
제곡조의 머리 하나가 거칠게 터져나갔다.
폭약과 함께 고창석이 만든 실패작들을 잘게 부숴 넣어둔 수류탄.
세운에게 전투법을 배운 이후로 디아블로 길드의 남는 부산물은 전부 박정필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부산물을 사용하여 만든 결과가 바로 이것들이었다.
“꺄아아아악!”
부웅!
제곡조가 날개를 펄럭이자 엄청난 풍압이 박정필을 짓눌렀다.
그래도 남은 체력을 억지로 쥐어짜내 발톱을 날카롭게 변화시켜 필사적으로 바닥에 틀어박아 저항한다.
훌륭한 성장이었지만.
“꺄악!”
“꺅!”
“꺄아악!”
“으아아아악!”
제곡조는 강했다.
박정필이 기껏 상처입힌 상처들이 순식간에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박정필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잡았다아아!”
세 머리가 재생되는 틈을 타 뒤로 돌아간 박정필이 제곡조의 외날개를 붙잡았다.
이 날개가 바로 제곡조의 약점이자 던전의 열쇠.
마찬가지로 이 역시 세운에게서 배운 전투법이었다.
적의 시야를 빼앗고 천천히 적의 약점을 살펴보는 것.
이윽고 박정필이 외날개를 힘차게 꺾었지만.
푸홧!
“으악!”
아쉽게도 외날개는 뽑히지 않았다.
박정필의 손길에 따라 비틀리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더니, 되레 박정필의 몸에 저주의 손길을 남겼다.
다급하게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휘둘러 보았지만, 외날개는 잘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도 좋은 단검 좀 만들어 주라니까!”
박정필은 뜬금없이 고창석에게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이미 저주가 스며들어 있었다.
날개를 직접적으로 잡았던 왼손은 이미 외날개와 마찬가지로 기괴하게 비틀리는 중이었다.
“으아아악, 젠장!”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이쯤하고 도망치는 게 어떠냐며 낄낄댑니다.
“나도 좀 좋은 힘 같은 거 주면 어디 덧납니까!”
결국, 외날개도 떼어내지 못한 채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사이에 제곡조는 상처 입은 머리를 완전히 회복했다.
역시, 도망칠 수밖에 없나?
박정필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번에야말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자신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농담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오른팔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때, 발레포르에게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이미 다 가르쳐 주지 않았느냐며 되묻습니다.
“가르쳐 주긴 뭘…….”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상대의 소매를 훔치고, 손에 들린 무기를 빼앗고, 날개에 달린 깃털까지 훔쳐보았으니.
박정필의 오른손바닥에서 발레포르의 성흔이 번뜩였다.
서열 6위의 마왕이자 도적의 공작.
마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도둑질’이라는 능력 하나에 미친 듯이 집착하여 결국 서열 6위까지 올라간 마왕.
마왕 중에서도 가장 곁에 다가가기 꺼려한다고 알려진 마왕인 그의 권능은 당연하게도.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이제 눈알 정도는 훔칠 수 있지 않겠냐며 턱을 짚습니다.
단순한 도둑질이었다.
뚜둑.
“……어?”
저도 모르게 손을 놀린 박정필의 오른손 위로 거대한 눈동자가 잡혀 있었다.
아직 머리에서 떨어진 줄도 모르고 데굴데굴 주위를 살피다가 한쪽 눈알이 사라진 본체의 머리를 보고 놀라 동공을 축소하는 눈동자가.
당연하게도, 그 당사자 역시 남은 한쪽 눈알로 떨어져 나간 자기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지금까지 들려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비명을 내질렀다.
슬슬 본 네트를 탈출하려 발버둥 치고 있던 옥조들이 그 비명을 듣고 전신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자리에 뻗어 누웠다.
박정필 역시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그것을 증명하듯 귓구멍은 물론 눈과 코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꽈득!
“카하아아-”
순식간에 제곡조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 박정필의 손에는 새로운 신체 부위가 들려 있었다.
혓바닥.
제곡조의 긴 혓바닥이 꿈틀거리자, 그 주인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잘하지 않냐며 낄낄거립니다.
“아…….”
박정필이 손에 힘을 주어 제곡조의 혓바닥을 터트렸다.
그렇게 열심히 공격했을 때도 순식간에 몸을 회복하던 제곡조였는데, 신체 부위를 ‘훔치자’ 아무리 주변의 용암을 끌어당겨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통 때문인지, 비명 때문인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며 날뛰는 제곡조를 바라보며, 발레포르가 최후의 전언을 남겼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걸 훔칠 때라며 속삭입니다.
“가장 중요한 거…… 말임까.”
혓바닥이 터져나가며 핏물이 줄줄 흐르는 오른손을 바라보며 박정필이 중얼거렸다.
오른손바닥에서 흉흉하게 빛나고 있는 발레포르의 성흔.
마왕의 신성이 전신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박정필이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러고는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유유히 앞으로 내걸었다.
제곡조가 비명을 지르든 말든.
전혀 남 일인 것처럼 느긋하게.
“꺄아아악!”
“꺅, 꺄악!”
제곡조의 발톱이 머리칼을 스쳐 지나간다.
날갯짓이 그의 움직임을 가로막는다.
바람에 의해 일렁이던 용암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솟구친다.
박정필은 그 모든 위협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피해 내며 제곡조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푹.
“꺄–”
일순간, 제곡조의 비명이 멈춘다.
난폭하게 일렁이던 용암마저 움직임을 멈춘 채 고요하게 분위기를 읽어낸다.
제곡조의 세 머리가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지며, 세 개의 날개에서 수천 개의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이거 말입니까.”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낄낄거리며 계약자의 손에 들린 제곡조의 ‘진짜 머리’를 바라봅니다.
제곡조의 뇌.
세운이 여정의 지침표로 알아냈던, 제곡조의 세 개의 머리를 잇고 있는 유일한 약점.
이내 박정필이 손에 힘을 주어 그것을 파괴하고.
“형님, 저 해냈슴다…….”
푹.
괴이하게 뒤틀린 외날개를 외길 끝의 구멍이 끼워 넣는 것으로.
[ 히든 던전, ‘규환지옥(叫喚地獄)’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000,000point 상승합니다. ]…….
협동 던전, 규환지옥의 공략이 막을 내렸다.
* * *
입구를 막고 있던 벽이 사라지고, 세운은 곧장 반대편 외길을 향해 내달렸다.
다급하게 움직인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진짜 혼자서 공략한 건가.”
외길의 끝에 외날개를 박아넣은 채로 기절해 있는 박정필과 쓰러진 몬스터들이 가득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스 몬스터의 약점을 정확하게 공격한 모양.
주변의 옥조들은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생을 다한 듯했다.
“박정필.”
완전히 기절한 건지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안 들려온다.
급한 대로 치료 마법을 사용하여 자잘한 상처들을 치료해 주고, 이하늘이 만들어 준 포션을 들이부어 준 후에야 반응이 온다.
“으음, 으…… 으어악! 사, 살려?!”
“끝났어. 네가 죽였잖아.”
“엥? 제가요?”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리액션이라며 낄낄거립니다.
자기가 쓰러트린 제곡조의 머리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박정필.
뜬금없지만, 발레포르가 왜 박정필을 보며 저렇게 웃어대는지 이해 가 되는 장면이었다.
그보다, 깨어난 박정필에게 할 질문이 많았다.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어떻게 제곡조를 쓰러트렸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떠올랐지만, 그전에.
“수고했다.”
세운은 박정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아마, 이게 세운이 박정필에게 한 첫 번째 칭찬이 아니었을까?
그 덕분에 박정필은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세운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으어어엉, 형님!”
“더럽다.”
아니, 안겨들려고 하였다.
피와 눈물, 먼지 등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가슴팍에 안고 싶지 않았기에 세운이 손을 뻗어 녀석의 얼굴을 밀어냈으니 말이다.
“형님, 저 진짜 힘냈습니다! 저거, 저거 보입니까?”
“그래, 수고했어. 진짜.”
“으흐흐! 제가 바로 형님의 오른팔 아닙니까! 당연한 일이죠! 오, 이거 남아 있네. 기념품으로 가져도 됩니까?”
“마음대로 해.”
“얏호!”
녀석이 열쇠로 사용했던 외날개를 뽑아 들더니 허리춤에 꽂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쓰러져 있는 제곡조의 시체 앞에 달려가 발길질을 시작한다.
“아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덩치도 큰 놈이 치사하게 일 대 삼으로 덤비냐?”
일 대 삼이라.
아무래도 제곡조의 머리가 세 개라서 저렇게 말하고 있나 본데, 히드라라도 마주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게다가, 제곡조는 머리가 세 개로 보여도 실질적인 ‘두뇌’는 하나다.
시체의 상태를 보니 그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모양인데, 그러고도 저러고 있다니.
“으헤헤헿! 그러게 어딜 형님의 오른팔인 나 박정필한테 까불어! 죽어서도 후회해라! 아니, 지옥에 있던 놈이니까 또 죽지도 못하려나? 으헤헤헿!”
신이 나서 쓰러진 제곡조에게 화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금까지의 감동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성과는 확실하니.’
최소한의 생존법만 알려주고, 그 이후로는 무시하고 있었는데, 워낙 겁이 많은 놈이라 더 이상의 성장은 바라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런 놈이 당당하게 팔열던전의 제곡조를 쓰러트리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그러니.
“박정필.”
“넵, 형님의 오른팔! 박정필 여깃슴다!”
“그래. 오른팔이니까 내가 가는 곳에 당연히 너도 따라가야겠지?”
“……넵?”
“너도 대규환지옥의 자격을 얻었을 테니까, 다음 지옥에도 같이 가야겠지?”
조금 더 이용, 아니, 함께 해도 되겠다.
“아니, 형님. 제가 바쁜 일이 생겨서…….”
“바쁜 일은 무슨. 거주지에 갈 때마다 구석에 숨어서 놀고 있던 거 모를 줄 알고?”
“아니, 저 진짜 바쁩니다! 이번에 다 쓴 폭탄이랑 도구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또…….”
“닥치고 따라와.”
“으아아아악! 형니이이이임!”
규환지옥이 협동 던전인 이상, 대규환지옥도 2인 이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던전일 가능성이 크니.
이참에 한 차례 더 써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