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4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43화(543/675)
제 543화
초열지옥의 보스 몬스터는 상어를 닮은 녀석이었다.
아니, 솔직히 상어라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악마화되어 지구의 동물과 연관 짓기 어려울 정도로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몬스터.
폭식의 마수처럼 준신의 격에 미친 존재라면 몰라도, 보스 몬스터 정도로는…….
푹!
“샤아아아악-”
세운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공략은 세운만이 아니라 일곱 명의 디아블로 길드원이 더 들어와 있었다.
그들이 모두 세운을 서포트해 주고 있으니, 세운은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묶겠습니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크라켄의 사냥’을 사용합니다.
촤르륵.
최수창의 작살이 모랫바닥을 뚫고 솟아올라 보스 몬스터의 몸을 휘감고.
“고정!”
“완료!”
쿠궁!
쌍둥이 자매가 거대한 건축물을 소환하여 밧줄을 눌러 고정했다.
이어서 해리의 지시에 따라 보스 몬스터의 외 눈꺼풀을 향해 디아블로 길드의 공격이 몰아쳤고.
“마스터! 지금입니다!”
모두의 공격에 보스 몬스터의 눈꺼풀이 벗겨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위로 뒤랑달이 내리꽂혔다.
[ 히든 던전, ‘초열지옥(焦熱地獄)’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000,000point 상승합니다. ] [ ‘찢어진 분노의 경전(6)’을 획득하였습니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저희야 보조밖에 못 했는걸요.”
디아블로 길드는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비록 세운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초열지옥의 보스 몬스터는 77층의 보스 몬스터라기에는 밸런스가 안 맞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였으니까.
그런 몬스터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하며 세운을 보조하다니, 디아블로 길드가 얼마나 강력해졌는지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마무리하고 떠나지. 어르신이 좋아할 것 같은 소재가 많아질 테니.”
“알겠습니다.”
“우와, 이거 뭐야? 광석인데 계속 흘러내리네?”
“열기 봐봐. 동력원으로도 쓸 수 있겠다!”
“챙겨, 챙겨!”
초열지옥, 팔열지옥 중에서도 유난히 그 열기가 강한 곳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은 당연하게도 뜨거운 열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전 지옥에서 얻었던 ‘지옥열화’ 이상으로 뜨거운 열기.
쌍둥이 자매가 건축물을 만들든, 고창석이 장비를 만들든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게 분명했다.
모두가 초열지옥의 소재를 채집하는 사이.
‘이제 두 개 남았다.’
세운은 손에 쥐어진 찢어진 경전을 내려보았다.
분노의 신전.
사탄을 대면하기까지 앞으로 단 두 걸음 남았다.
* * *
[ 히든 던전, ‘대초열지옥(大焦熱地獄)’에 입장하였습니다. ]이어지는 78층에서 찾아낸 대초열지옥.
그곳의 인원 제한은 예상대로 최소 16명이었다.
거주지에서 미리 언질을 해 두었기에 이번에도 인원은 금방 모집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대로라면 마지막 팔열던전은 32명이 모여야 한다는 말인데.’
디아블로 길드는 강력하지만, 정예 멤버로 구성된 길드라고 할 수 있어 인원수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32명을 모으는 건, 길드원 대부분을 소집해야 하는 것이다.
세운의 부탁이라면 모두가 들어주겠지만, 모두가 각자 할 일을 찾아다니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인원을 소집하면 그들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청해를 부르는 건 무리고.’
청해 길드는 디아블로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력 자체는 디아블로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다.
아무리 엘하임에서 날고뛰던 1위의 길드였다고 하나, 결국 다음 쉼터까지의 등반에 실패했던 길드.
그러니 그들을 데리고 팔열지옥의 마지막 던전에 들어가기에는 불안 요소가 있었다.
세운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높은 난이도일 팔열지옥의 끝에서 모두를 보호하며 싸울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이들을 데려가야만 했다.
“마스터, 계속 가면 되겠습니까?”
해리의 말에 고민을 접은 세운이 전방을 내다보았다.
대초열지옥.
이곳은 거대한 화산을 중심으로 둥글게 이루어진 필드였다.
그 크기가 워낙 거대하여 아귀도와 마찬가지로 숨겨진 시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곳.
“으악! 뜨거워!”
“호들갑 좀 떨지 마! 그러게, 여기 들어와 있으라니까, 꼭 말을 안 들어요!”
“흑흑, 다시는 오기 싫었는데.”
“시끄러워, 좀! 뚝!”
“큽…….”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엉덩이에 불이 붙어 날뛰는 게 꼭 꼬리에 불붙은 당나귀를 보는 것 같다며 낄낄댑니다.
이곳은 필드 자체가 재해라고 할 수 있었다.
중앙의 화산에서 쉴 새 없이 분출되는 용암과 대포처럼 쏘아져 오는 화성암.
용암 때문에 이동부터가 쉽지 않은데, 머리 위에서는 화성암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으니 공략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 인원을 정해야 할 정도로 규칙이 엄격하진 않은데.’
최소 인원수가 정해진 던전은 그에 맞는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규환지옥 때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여 적을 무찌르거나, 대규환지옥 때처럼 사방으로 나누어져 열쇠를 찾아오는 등, 최소 인원수를 붙인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초열지옥 때부터는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이곳들은 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혼자서 나서는 게 더 공략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자면…….
‘지키라는 건가.’
세운은 이번 던전의 목표를 떠올렸다.
초열지옥과 대초열지옥.
이곳에 입장했을 때, 공통적으로 ‘한 명의 죽음도 없이 던전을 공략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떠올랐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로 와닿겠지만, 세운에게는 길드원을 지키면서, 길드원을 지휘하면서 던전을 공략하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놈 성향은 여전하다며 혀를 찹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사탄은 마신 중에서도 최고의 대군(大軍)을 다스리는 놈에다가, 자신의 병사를 끔찍이도 아끼는 놈이라 언급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런 놈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라며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날개를 우쭐거립니다.
이번에도 세운의 생각이 맞았다.
대초열지옥은 메인이 되는 공략자에게 수하들을 지키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나쁘지 않네.’
마신의 시련이라고 하면 동료를 죽이라거나 하는 악독한 것들일 줄 알았는데.
비록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고 해도 목표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면, 환영이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서걱!
콰르릉-
떨어지는 화성암을 베어낸 세운이 앞으로 전진하였다.
도착지는 화산의 중앙, 용암과 화성암이 뿜어나오고 있는 분출구.
그곳까지 길드원을 전부 안전하게 데려가면 되는 것이다.
“모두 마스터를 따라갑시다!”
“적어도 방해는 되지 말자고!”
“다들 이것 좀 들어줘!”
“으악, 형니이임!”
디아블로 길드 역시 세운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
* * *
화산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용암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고, 그 열기 역시 숨을 쉬기 힘들도록 뜨거웠다.
그 열기가 열기 저항 아티펙트로도 막기 힘들 지경이 되자, 세운이 첫 번째 마법을 발휘하였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프로즌 템페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격정의 한기를 품은 냉기의 폭풍우, 프로즌 템페스트.
세운은 마나를 최대한 컨트롤하여 8서클의 폭풍우를 최대한 일직선으로 전방에 발사하였다.
까드득!
부글거리던 용암이 딱딱하게 굳고, 숨 막히던 열기가 식어 내렸다.
“이 틈에!”
“와, 얼음 폭풍이 몰아치는데도 추위가 안 느껴지네. 여기 얼마나 더웠던 거야?”
“닥치고 뛰어!”
세운이라고 해도 8서클 마법을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다.
게다가, 딱딱하게 굳은 용암 위로 새로운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
세운을 선두로 디아블로 길드가 빠르게 앞으로 내달렸다.
물론, 대초열지옥은 이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아, 앞에!”
“무슨…….”
화산이 또 한 번 불을 뿜었다.
무분별하게 사방으로 뻗쳐오던 화성암이 이번에는 정확하게 디아블로 길드를 노리고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떨어지는 화성암의 숫자는 수십이 넘어간다.
동층의 그 어떤 플레이어들보다도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디아블로 길드라도 저것들을 전부 막아내는 건 불가능.
그러한 화성암의 앞으로, 세운이 나섰다.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사 초식, 붕천(崩天)이 강화됩니다.
콰광!!
세운의 검에서 뻗어져 나온 검기가 하늘을 울렸다.
붕천이라는 초식의 이름에 어울리게, 하늘이 무너질 듯한 굉음과 함께 날아오던 화성암들이 일제히 파괴되었다.
“마스터!”
그러나, 화성암의 수는 생각 이상으로 많아 그 자리를 새로운 화성암이 채웠다.
게다가 부서진 화성암조차도 디아블로 길드를 향해 위협적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마법을 취소하면 아래의 용암과 뜨거운 공기를 막을 길이 없다.
그때, 세운이 만병지함에서 방패를 꺼내 들었다.
세운이 수집한 각종 희귀한 소재를 이용하여 고창석이 만들어 낸 방패.
그 위로, 탐욕의 권능이 깃들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태양의 이전, 스발린 ]– 태양의 앞에서 그 뜨거운 열기로부터 세상을 보호한다고 알려진 냉기와 한기의 방패.
방패에서 스산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이는 곧 방패 전체로 퍼져나가 그 표면을 시린 냉기로 뒤덮더니.
까가가각!
세운의 전방으로 넓게 퍼져나가 거대한 얼음 방패를 만들어 냈다.
‘이것도 버티기 힘든가.’
고창석이 만들어 준 방패에 금이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무기도 아니고 방패인 만큼 다른 무기들보다 내구력이 더욱 뛰어난 방패인데도 신의 힘을 버티기는 힘들었다.
하급 신의 힘 정도는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 격이 조금만 더 높아져도 이렇게 되어 버린다.
최대한 빨리 탐욕의 권능을 견딜 수 있는 장비나 소재를 찾아내 고창석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하며.
– 영방간(靈旁干)이 ‘스발린’에 잠든 한기를 터트립니다.
– ‘스발린’을 통해 냉월일식(冷月日蝕)이 재현됩니다.
콰가가강!!
방패에 깃든 한기를 일제히 내뿜었다.
방패가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며, 방패 주위로 거대한 벽의 형상을 띄고 있던 얼음이 무참히 깨져나가 화성암을 뒤덮었다.
달리는 속도를 더욱 올려 순식간에 화산의 끝에 도달하는 순간.
“죄인이여-!!”
– 한 명도 사망하지 않은 채로 대초열지옥의 초열화산에 등반하였습니다.
– 조건에 충족하여 대초열지옥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대초열의 지옥겁화 속에서 뜨겁게 몸부림쳐라-!!”
전신이 용암으로 이루어진 용암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