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4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45화(545/675)
제 545화
‘자라탄이라.’
79층의 시련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몬스터.
하지만 회귀 전의 지식을 가진 세운이 반응할 만큼 희귀한 정보는 아니었다.
79층에 도달해 본 플레이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그 존재에 대해 듣게 마련이니까.
‘몬스터지만, 몬스터로 취급받지 않았지.’
자라탄은 거대한 거북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거대한지 처음 자라탄을 마주하는 이들은 자라탄을 몬스터가 아닌 섬이라고 인식했다.
이미 상식이라는 게 깨져 있는 탑이니, 움직이는 섬도 별 위화감이 없었으니까.
특히나 자라탄의 등껍질 위에는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을 정도였고, 세운은 그 위에서 히든 던전을 찾아낸 적도 있었다.
제논은 지금 그런 몬스터를 사냥하자고 있는 것이다.
“자라탄에게 덤빈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모조리 해일에 삼켜져 떠오르지 못했다죠. 그나저나, 역시 디아블로의 마스터입니다. 이미 자라탄의 존재를 꿰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섬으로 착각할 만하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몬스터.
때문에 자라탄을 공격한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니,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이따금 단체로 몰려들어 자라탄에게 시비를 거는 악마들도 존재했다.
자라탄의 마계 서열은 무려 10위.
99,999,999위까지의 서열이 존재하는 마계에서 10위라니,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실제로 마지막 시련인 80층에 도달하더라도 10위권의 악마들은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자라탄을 공략하자는 건가?”
자라탄의 서열도 모르고, 그 온순한 성격을 얕잡아 본 플레이어는 모두 죽었다.
그 누구보다 온화하지만, 마계의 악마답게 자신을 공격하는 이는 봐주지 않는 게 자라탄이었다.
두꺼운 발이 움직일 때마다 해일이 태양을 가리고, 거대한 입이 닫히면 그 누구도 막거나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라탄의 두꺼운 갑각은 설령 같은 10위권의 악마가 오더라도 쉬이 상처 내기 힘들 정도로 단단했다.
그런데도 제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디아블로의 마스터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자라탄이 죽는 순간, 몸 안에 심어진 알에서 새로운 자라탄이 부화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자라탄을 테이밍하고 싶습니다.”
“자라탄을?”
“자라탄을 테이밍한다면 80층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는 청해의. 아니, 디아블로의 무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가능하다면 말이야.”
“자신 있습니다. 포세이돈 님께서도 마스터를 돕는 데 최대한 협조하라며 힘을 보태주고 계시니 말입니다.”
제논은 이전에도 길드전에서 전설에 가까운 환수, 백경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라면 자라탄을 다루는 것도 꿈이 아닐 터.
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서열은 그저 숫자가 아닙니다. 10위의 서열을 지니고 80층에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가십니까?”
80층의 시련, 수라도.
그곳에서는 끊이지 않는 적들과 전투하며 한계까지 서열을 올려야만 한다.
그런 곳에 10위의 서열을 지닌 채로 들어가게 된다면?
어중간한 존재는 다가오지도 않을뿐더러.
‘10위권의 악마들이 접근해 올 가능성이 크다.’
10위권의 악마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세운도 한 명밖에 만나본 적이 없으니. 제논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다른 10위권 악마들이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다.
– 성좌, ‘배고픈 악마’가 당신의 생각을 읽으며 입맛을 크게 다십니다.
10위권의 악마들이라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치를 올릴 수 있을 터.
탐욕의 권능이 아니더라도 10권의 악마라면 ‘격’을 지니고 있을 테니 성흔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라탄이라면…….’
세운은 엘 아브르의 대도서관에서 보았던 자라탄의 전설을 떠올렸다.
마계가 생성될 때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자라탄.
그 자라탄의 소재라면, 탐욕의 권능으로 불러내는 어떠한 무기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10위권의 악마들이라면 어차피 한번 상대해 보고 싶었다.’
자라탄을 상대하면 그 계획을 확실하게 앞당길 수 있었다.
“어떠십니까?”
“좋다.”
세운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라탄.
모험가였던 세운이었기에 몬스터가 아니라 필드라는 인식이 더 강해 쓰러트릴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제논의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한 적이었다.
“다만, 시기는 좀 늦추지.”
“팔열지옥의 마지막이라면 이미 들었습니다. 그곳을 공략하시는 동안, 저희가 자라탄의 위치를 파악해 두겠습니다.”
팔열지옥뿐만이 아니다. 찢어진 경전 8개가 모두 모이면, 세운은 곧바로 분노의 신전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거기서 사탄과의 대면까지 무사히 마치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이후에 싸우기 적당한 위치로 유인까지 해 두겠습니다. 아마 세운 님께서 할 일을 끝마치신 뒤와 시기가 엇비슷할 겁니다.”
자라탄은 움직이는 섬이라 불리는 악마.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드넓은 마해에서 자라탄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놈을 유인하는 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그 시간을 고려하던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설레는군요. 자라탄을 테이밍하는 날이 오다니…….”
제논이 눈을 반짝였다.
창술도 훌륭하긴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테이머. 조련사에 더욱 가까웠다. 희귀한 몬스터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잡지도 않았는데, 설레발 아닌가?”
“하하,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도 그럴 게, 지금 제 앞에 앉아 계시는 게…….”
제논이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디아블로의 마스터이지 않습니까.”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고창석에게 부탁한 장비들이 모두 제작되었고, 열 저항 로브를 미리 얘기해 둔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대초열지옥에서 로브로도 감당이 안 되는 열기를 경험하였기에, 이번에는 이하늘에게 부탁해 관련 포션까지 받아냈다.
“장비는 어떤가?”
“마음에 듭니다. 전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허허, 비록 자네의 힘에는 못 미치더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네. 부디 자네에게 걸맞은 장비를 만들어 낼 때까지 힘 내보겠네.”
로브 외에도 이번에 깨 먹은 방패와 낫, 그 외에도 탐욕의 권능으로 어떠한 보구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비를 받아 만병지함에 넣어 두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디아블로의 중앙.
세운을 포함하여 32명의 길드원이 모여 있었다.
“다들 감사합니다.”
팔열지옥의 마지막 장. 최소 32명으로 예상되는 그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길드장의 부탁인데 당연하지요.”
“이번에도 더운 곳인가? 으으.”
“그래도 길드장과 함께니 별걱정은 안 되는데.”
“그거야 당연하지.”
모두가 세운을 위해 모여준 것이고, 자세한 내용은 사전에 공지했으니, 따로 전할 내용은 없었다.
장비 확인 역시 미리 확인했으니 세운은 감사 인사를 끝으로 곧바로 출발 신호를 알렸다.
모두의 시야가 뒤틀리며, 드디어 79층의 시련에 도착하였다.
– 79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마해(魔海)
– 끝없이 펼쳐진 붉은 바다, 마해.
– 서열을 획득하고, 생존하십시오.
– 그리하면 마계가 당신의 최후의 전장으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와, 바다!”
“제 생전 이렇게 답답한 바다는 처음 봅니다.”
“분명히 탁 트여 있긴 한데…….”
“바닷바람이 왜 이렇게 비릿해. 짠 내도 아니고, 이거 거의 피비린내 느낌 아냐?”
“누가 마계 아니랄까 봐.”
드넓은 붉은 바다.
이 바다가 바로 마해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일반적인 바다와는 달리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바다에서는 높은 파도 대신 잔잔한 파동만이 일고 있었다.
바다가 아니라 넓은 호수처럼 말이다.
“생존이면 간단하긴 한데, 얼마나 있으라는 거지?”
“그러게요. 이런 방식은 또 처음인데. 언제까지 생존해야 하는지도 안 알려주네요.”
답을 알고 있는 세운이었지만, 굳이 그 물음에 대답해 주지는 않았다.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유추하고 조심하는 게 각자의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되니까.
그게 지금까지 세운이 디아블로 길드원에게 고수해 온 원칙이었다.
세운은 묵묵하게 여정의 지침표를 떠올린 채 집중하더니, 이내 눈을 뜨고 제논에게 말했다.
“오차가 좀 클 테지만, 서쪽 방면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동쪽은 확실히 아닐 테니, 인지하고 찾으면 될 거야.”
“이 대해에서 사방 중 하나를 제외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세운이 가장 먼저 찾아낸 것은 자라탄의 위치였다.
물론, 여정의 지침표라 하여도 이 넓은 마해에서 별다른 힌트도 없이 짧은 시간에 그 위치를 추측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니 어중간한 위치만을 알려준 후, 곧바로 새로운 목표를 지정하였다.
‘팔열지옥의 마지막.’
회귀 전에는 여정의 지침표로도 그 위치를 찾아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품 안의 일곱 개의 경전에서 주황색의 빛이 흘러나오더니 여정의 지침표가 같은 색으로 물들며 또렷하게 한 방향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근데 형님, 여긴 어떻게 돌아다녀야 합니까? 드문드문 섬도 보이긴 하는데, 저거 딱 봐도 바위 사이에 몬스터가 득실댈 것 같단 말임다.”
지금 디아블로 길드가 서 있는 곳은 섬이었다.
섬이라고 해도 파릇파릇한 섬은 아니고, 생존이라는 의미와 상반되게 풀뿌리 하나 보이지 않는 바위섬.
제일 가까워 보이는 섬만 하더라도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는데, 헤엄으로 이동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걱정 마라. 이제 곧 나타날 테니까.”
“나타나다니 뭐가…….”
쿠구궁!
“으아아악!”
“아, 호들갑 좀 부리지 마! 시끄러워 죽겠네! 몬스터 나타나는 거 한두 번이야? 일일이 다 놀래게?”
“이 꼬맹이가, 넌 뒤에 있었잖냐!”
“어휴, 쫄보.”
“겁쟁이.”
“뭐? 이 쪼끄만 것들이!”
“간은 우리가 훨씬 클걸?”
바위섬 중앙의 가장 큰 바위가 들썩이더니 높게 치솟았다.
소라게가 소라를 메고 있듯이, 소라 대신 바위를 짊어지고 있는 바위게.
전신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녀석은 딱 보아도 강력해 보였다.
녀석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이들을 바라보며 두꺼운 집게발을 들어 올렸지만.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일 초식, 파천(破天)이 강화됩니다.
콰광!!
집게발을 내리기도 전에, 세운의 검에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바위를 쪼갠 검’이라는 이명이 붙은 뒤랑달의 검격을 견뎌낼 수는 없었다.
“와, 말도 안 되네.”
“형님, 믿고 있었습니다아!”
“보스 몬스터는 아니더라도 꽤 강해 보였는데…….”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신의 이빨은 튼튼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입을 크게 벌리고 기다립니다.
검을 거둔 세운이 베엘제붑의 메시지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폭식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어? 저거.”
“뭐야, 왜 굴러가?”
부서진 바위게의 파편이 바닷가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돌다리처럼 드문드문 이어지더니, 이내 제일 가까이 붙어 있던 섬까지 연결되었다.
그렇다. 이게 바로 마해의 특징 중 하나.
섬마다 존재하는 시험을 해결하여 다음 섬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정의 지침표는.
“가지.”
돌다리가 이어진 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 54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