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5화(55/675)
제 55화
-지금부터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에 피해를 입힐 시, 정식 공성전으로 취급받습니다.
-공성전 이외의 방법으로 성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룰이 떠오르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세운이 벌인 행동 탓에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규칙인 게 분명했다.
‘뭐, 아이템은 적당히 만족스럽게 털었으니까.’
사실, 이것만 해도 꽤 많이 털었다.
이런 꼼수를 이용하는 건 기껏해야 두세 번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무래도 네 번째 구역에서의 변수는 예상하지 못한 탓에 대응이 늦어진 듯했다.
게다가.
‘어차피 더 털라고 해도, 이제는 무리인 것 같고.’
워낙 화려하게 성을 털고 다닌 탓일까?
아직 세운의 클랜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이 도착하지 않아 경계가 느슨하던 성들이 바짝 주의하기 시작했다.
폭발음이 워낙 크기도 했고, 소통이 없다시피 한 성들이라고 해도 병사들의 고함과 비명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획득한 아이템을 정리하고 떠나려던 중.
삑, 삐익-
꺼두었던 통신석에서 신호가 들려왔다.
세운이 마나를 주입하니, 통신석이 영롱한 빛을 발산하더니 곧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운 씨, 들리시나요?
“어, 듣고 있어.”
-다행이에요.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되길래 걱정했거든요.
“아, 조금 바빴거든.”
통신석 건너로 유서아의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정필이 귀찮게 굴길래 꺼두었던 건데, 아무래도 세운이 창고를 털 무렵에 계속 연락을 걸어왔던 듯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뇨, 이동은 순조로워요.
“그럼?”
-그게…….
-형님! 형님, 저 정필입니다!
“왜 또. 이번에도 시답잖은 이유로 연락한 거라면…….”
-찾았습니다! 다른 성이랑은 겉모습부터 다른, 번쩍거리는 성을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황금성.
* * *
소식을 들은 세운은 즉시 클랜의 위치로 돌아갔다.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해가 저물었기에, 휴식을 먼저 취했다.
솔직히 당장에라도 공략에 나서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클랜원 모두 튜토리얼 세 번째 장에 이어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와중에 대련을 요청하는 강한철의 부탁을 들어준 후, 시간이 흘러, 아침이 찾아왔다.
“어떱니까, 형님? 제가 찾았습니다!”
“잘했어.”
황금성. 그 이름 그대로, 성벽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비쳐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실제로 금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지만, 햇살에 비춰 철벽이 밝게 빛나는 모습만큼은 정말 성벽이 황금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 황금성 ]분류 : 성
등급 : A+
설명 : 황금처럼 찬란한 철벽으로 둘러싸인 성채. 뛰어난 방어력은 물론 각종 수성 무기와 무장 병력이 가득한 최후의 요새이다.
능력 : 1. 금빛 철벽 – 성벽이 무너지지 않는다. 황금성의 병사들은 모든 공격으로부터 받는 데미지가 30% 감소한다.
2. 금빛 병기 – 성에 존재하는 모든 수성 무기나, 병사들의 공격이 적의 방어력을 30% 무시한다.
3. 황금성 내부에 있는 병사들의 모든 능력치를 15% 상승한다.
4. 하루에 한 번. 적의 움직임을 일제히 멈추는 ‘골든 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
황금성의 정보를 확인한 세운이 미소 지었다.
무려 A+급 성채.
이미 창고를 털고 다녔던 성들이 모두 C-에서 C+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연 압도적인 등급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능력은 A+이라는 등급에 걸맞게 엄청났다.
다른 성들과는 달리 어느 누가 자리를 잡아도 강력한 만능형 효과들. 게다가 성 자체에 고유 스킬까지 달려 있었다.
이곳을 차지하게 되면, 다음 다섯 번째 튜토리얼의 난이도가 팍 줄어들 게 분명하다.
문제는…….
‘그만큼 점령하기 까다롭다는 거지.’
저기 보이는 능력들이 수성전을 할 몬스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성의 등급이 A+급인 만큼 몬스터의 수준 역시 강력한데, 거기에 저런 효과까지 받는다니…….
솔직히 점령하라고 만든 곳이 맞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황금성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던 중, 세운을 지켜보던 두 성좌 역시 반응을 내보였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제법 멋진 성이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라며 바닥에 쓰러집니다.
‘그러고 보니 오우거 이후로는 폭식의 권능을 안 썼지.’
생각해 보니 튜토리얼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은 건 처음인 듯했다.
오래라고 해 봤자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지만 말이다.
세운은 찡얼거리는 베엘제붑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다독이며 공성전의 준비를 마쳤다.
저 성에만 진입하면, 폭식의 권능이야 베엘제붑이 쓰지 말라고 해도 쓸 테니까.
“세운 씨, 다들 준비 끝냈어요.”
“다들 고생했어. 성만 점령하면 다음 튜토리얼까지는 큰일 없을 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네, 그런데 어떻게 공격할 생각이신가요?”
애초에 굳이 어려운 성을 찾아내 공략하자고 했던 게 세운이었기에 유서아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당연했다.
세운 역시 밤에 휴식을 취하면서 황금성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처럼 성벽을 오르는 건 안 될 테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 앞서 창고를 털었던 성들처럼 몸을 숨기고 내부에 침입하는 것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성문을 쉽게 여는 것은 물론 잘하면 성주의 암살을 시도할 수도 있을 테니까.
다만, 이곳, 황금성은 불가능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성벽 위뿐만 아니라 성문 앞에서도 열 마리가량의 몬스터가 문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킬케르가식 은신술’이라고 해도, 황금성에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전면전이지.”
“가능할까요? 당장 성문 앞을 지키는 몬스터만 해도 열 마리인데. 분명 성안에는 수십 배의 몬스터가 있을 거예요.”
“알고 있어. 못해도 이백 마리는 넘어가겠지.”
황금성의 몬스터.
제왕 독수리의 척안을 활성화하자, 놈들의 정체가 보였다.
‘글로리 오크.’
오크의 상위종으로, 크기는 비슷하지만 신체 능력이나 지능이 훨씬 높은 종이다.
이것뿐이라면 다행이지만, 놈들은 황금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금빛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딱 보아도 수준 높아 보이는 장비. 아마 어지간한 창칼은 통하지도 않을 게 분명하다.
“혈랑 오빠! 우리가 공성 병기를 만들어 볼까?”
“저 성문, 한철 오빠도 못 부술 것 같으니까!”
“시간만 주면 투석기도 더 만들 수 있어!”
쌍둥이 자매가 자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녀들의 뒤로는 성좌의 힘으로 다시 크기를 키운 투석기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번 공성전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만…….
“괜찮아.”
“엥? 어째서?”
“그럼 저 성문은 어떻게 뚫으려구?”
“성문이야 뭐.”
세운이 새로 생긴 무기 몇 개를 떠올렸다.
고블린 창고에서 얻은 싸구려 무기들만 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준비는 충분하다.
“내가 부수면 되니까.”
* * *
[ 튜토리얼 세 번째 장 – 충돌 ]-다른 플레이어들이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하였습니다.
-이제 곧 해당 구역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진입할 예정입니다.
공성전을 시작하기 직전, 세 번째 튜토리얼의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시작 지점으로부터 꽤 거리가 떨어진 곳이었기에 당장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플레이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거다.
그러니.
“방해꾼이 나타나기 전에 끝내자고.”
“네!”
“알겠습니다. 형님!”
세운의 클랜이 본격적으로 공성전을 시작했다.
다들 전투태세를 갖추고, 쌍둥이 자매가 만들어 둔 공성 병기를 끌고 나간다.
이에 당연하게도 황금성에서도 눈치를 채고 무기를 꺼내 든다.
“취익! 멈춰라!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우리 황금성에 대한 공격 행위로 간주하겠다!”
글로리 오크.
나름 보통의 오크보다 신체 조건이나 지능까지 높은 상위 종으로 알고 있는데, 입을 열 때마다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자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시든가.”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이 초식, 혈랑아(血狼牙)가 강화됩니다.
서걱-
그리고 세운이 선두에서 경고를 외치는 글로리 오크의 목을 베어 내는 순간.
-‘황금성’과의 공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황금성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적이다!”
“취익, 공격하라!”
세운의 주변으로 반짝거리는 창칼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성문을 지키던 오크의 수는 열 마리. 세운이 방금 한 마리를 쓰러트렸으니, 동시에 아홉 개의 무기가 날아든 셈이다.
진법도 제대로 배웠는지, 그 모든 공격이 서로의 경로를 전혀 방해하지 않고 사각을 차단한 채 다가왔다.
그러나 세운은 혼자가 아니었다.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쿠구구구!
“취익!”
갑작스러운 땅의 울림. 그 때문에 오크들의 자세가 무너지며, 세운을 향해 다가오던 창칼 사이에 빈틈이 생겨났다.
그 사이로.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두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강한철의 등을 밟고 뛰어올랐던 유서아가 떨어져 내렸다.
서거거걱!
“크억!”
유서아가 착륙하자 벌어지는 피의 향연.
그녀의 쌍검은 오크의 갑옷을 뚫을 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놀랍게도 빠르게 휘두르는 검은 오크의 갑옷 사이의 빈틈을 정확하게 베어나가고 있었다.
겨드랑이, 목, 오금 등. 갑옷으로 지켜지지 못하는 아주 작은 틈으로 붉은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초록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세운 씨!”
“부탁한다.”
그 틈을 타, 세운은 당당하게 황금성의 성벽 앞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당장 앞에서 열 마리의 동료가 당하고 있는데도 성벽은 꿈쩍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감히 우리의 황금성을 공격하다니!”
“취익! 인간 따위가 황금성에 한 발짝이라도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성문을 건드리기도 전에 고슴도치로 만들어 주마!”
“쏴라!”
성벽 위에서 수십,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화살촉은 모두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 모두에는 ‘적의 방어력을 30% 무시한다.’라는 황금성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투두두둑!
그것들이 세운의 몸에 꽂히기 직전, 허공에서 얇은 벽이 하나 생겨났다.
와이드 실드.
이전에 고블린의 독침을 막아 내기 위해 세운이 사용했던 넓은 방어막이었다.
쨍, 째앵!
그러나 이번 와이드 실드는 이전의 고블린의 독침처럼 화살을 완벽하게 막아 내지는 못했다.
금빛 화살이 박혀 들어가며, 금이 쩍쩍 갈라지며 순식간에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세운은 그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거대한 도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굶주린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쓰러트리고 얻은 두 개의 도끼 중 하나. 크락의 큰도끼였다.
히든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얻은 아이템이니만큼, 강력한 무기이지만.
“취익! 고작 인간 따위가! 공성 병기도 아닌 도끼 하나로 황금성의 성문을 무너트릴 셈인가!”
성문을 무너트리는 것은 무리였다.
설사 황금성이 아니더라도, 개개인이 무기를 휘두르는 것으로 성문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거인의 도끼, 반고부 ]– 혼돈을 쪼개고 하늘과 땅을 둘로 나누었다고 알려지는 거인 반고의 도끼.
그게 평범한 도끼가 아닌, 신의 도끼라면 얘기가 다르다.
서걱.
쿠콰콰콰콰쾅!!!
세운이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세상이 터져 나가는 듯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성벽 위의 오크들은 사격을 멈추고 일제히 고막을 막아야만 했다.
금가루가 섞인 황금빛 먼지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먼지가 걷히는 순간.
“취익! 서, 성문이!”
쿠궁!!
황금성의 문이 두 동강 나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서 무장을 갖춘 오크들이 얼빠진 모습으로 세운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