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5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50화(550/675)
칠대 마신 중 하나, 분노의 마신 ‘사탄’.
그는 칠대 마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 군단을 거느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려 666개의 군단.
마왕들이 서열을 놓고 경쟁하는 것처럼, 666개의 군단 역시 사탄의 첫 번째 군단이 되기 위해 매일 같이 경쟁한다.
덕분에 사탄에게 감히 대적하는 자가 없음에도 사탄의 전쟁은 언제나 피가 튀고, 살점이 잘려 나갔다.
“인간이라.”
“오랜만의 실전이라 기대했더니, 아쉽군.”
“이참에 우리 군단의 힘을 사탄 님께 보여드리는 거다!”
“인간의 피와 살을 취하면, 665군단 정도는 쉽게 넘길 수 있겠지.”
“그간 충성에 대한 사탄 님의 포상일지도 모르겠군!”
그중에서도 666군단은 당연하게도 최약의 군단이었다.
치고받으며 하루에도 서열이 수십 번이나 뒤바뀌는 군단 내부에서도 유달리 서열이 정체되어 있는 최약의 군단.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탄의 군단’ 내부에서 한한 이야기였다.
최약의 군단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엄연히 사탄의 군단 중 하나. 마계의 몬스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뭐, 뭐죠?”
“저희랑 수가 비슷한 걸 보니, 뻔하네요. 싸우라는 거겠죠.”
“저쪽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백현 씨나 서아 씨처럼 아직 못 온 분들까지 세면 똑같아요.”
“이런…….”
군단의 수는 디아블로와 청해의 길드원을 합친 것과 똑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목표를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다.
디아블로와 청해 모두 무기를 바로 잡고 전투를 준비하였다.
“인간 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대적하려는 건가?”
“사탄 님의 군단인 우리에게 무기를 꺼내 들다니.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겠구나.”
666군단은 각자의 무기를 바로 쥐고, 비웃음을 가득 매단 채 진형을 다듬었다.
비록 상대와의 수를 맞추기 위해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 본래 군단의 진형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들은 인간을 상대함에도 방심하지 않았다.
“굳이 통성명까지는 필요 없겠지.”
“우리는 사탄 님의 군단.”
“그분께서 우리를 부르셨다면, 우리는 충실하게 무기를 휘두를 뿐이다.”
군단이 전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전투 준비!”
“준비!”
유서아가 없는 상황에서 길드를 지휘할 사람은 해리뿐이었다.
아직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당장 눈앞의 악마들이 적대적인 세력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니 일단은 무기를 들어 상대를 대적해야만 했다.
해리의 눈에 박힌 오세의 눈이 상대의 강력함을 인지하고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도망칠 곳 따위는 없었다.
카앙!!
“큭!”
“오호, 인간치고는 제법인데.”
한 차례의 충돌.
비록 군단 중 최약인 666번째 군단이고, 탑으로 내려와 힘이 약화되었다지만, 그들은 여전히 강력했다.
해리 역시 이를 파악하고는 즉시 진형을 바꾸었다.
“저희끼리는 무리입니다! 핵심 전력이 도착할 때까지는 버텨야 합니다! 수비 태세로 바꿉니다!”
“네!”
해리는 주제를 파악할 줄 알았다.
오세의 눈으로 상대의 강함을 인지하고, 한 번의 충돌로 그 차이를 느꼈다.
이대로 억지로 부딪혀 봤자 승률은 한없이 낮으니, 유서아나 강한철 같은 핵심 전력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크크크! 겁먹고 몸을 돌돌 마는 모습이 거북이나 다름없구나!”
“그래, 인간은 그래야지!”
“오랜만에 재밌는 전투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666번째 군단은 희열에 빠졌다.
사탄의 전장에서 665개의 군단을 상대하며 패배를 일삼았던 그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압도적인 강함을 체감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쾅, 콰광!
“큭!”
“그래, 막아봐라! 언제까지 막을 수 있는지 보자꾸나!”
해리가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유서아와 강한철은 팔한지옥을 공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서아라면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세운의 소집령에 무조건 응했을 텐데, 그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이나 바쁘거나 사정이 있다는 뜻.
즉, 그 둘이 언제 도착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
‘백현 님이라도 오셨다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백현은 거주지의 연구 시설에 있었다.
세상과 연을 끊은 듯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거주지에 있을 확률이 높은데도 소집령에 응하지 않다니.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곳에 아르카나가 있다는 점이었다.
“귀찮네요. 아직 조금 피곤한데.”
악마에게 불운의 성흔을 남기며 방어를 뚫을 위험이 있는 강한 악마들을 상대하고 있는 아나.
제논 역시 한 길드의 마스터답게 청해 길드를 지휘하며 훌륭하게 공격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우측에서 마법이 날아옵니다! 수창 님!”
“……알겠습니다.”
푸화앗!
우측에서 날아온 검은 불길이 최수창이 뿜어낸 물길에 막혔다.
해리가 다급하게 전황을 파악해 나갔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이대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다못해 컨디션이라도 좋았다면 모를까, 세운을 위해 바다 위에서 전투를 이어가느라 다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휴식을 취했다지만, 완벽하게 회복할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으니까.
푹!
“큭…….”
그러던 중, 견고하던 디아블로의 방벽에 틈이 생기고 말았다. 무자비한 두드림 끝에 한 악마의 창끝에 방벽이 뚫린 것이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해리는 저도 모르게 하나의 이름을 떠올렸다.
‘마스터…….’
해적 섬의 시련에서 자신을 구해 주고, 그 어떤 적이 나타나도 일검으로 적을 쓰러트리고, 자신들을 이곳까지 끌고 와준 영웅.
이제는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스스로 앞길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름이 떠오르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 어?”
붉은 하늘에서 내려온 보랏빛 섬광이 디아블로의 진형 최전방에 쏘아졌다.
섬광은 방금 막 악마의 공격에 뚫려 흔들리고 있는 디아블로의 방패에 깃들었고.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얼스터를 상징하는 빛의 왕자, 쿠 훌린이 사용하던 검은 방패.
방패가 검게 물들며 테두리에 은장식이 새겨졌다.
쿠 훌린.
그 위대한 영웅이 사용하던 방패의 힘은 악마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으로 모자라 일순간 전방의 악마들을 모두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마스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리는 저도 모르게 그 힘의 주인을 외쳤다.
* * *
사탄이 말한 ‘확인’은 간단했다.
자신의 군단과 세운의 군단. 즉, 디아블로 길드의 전투에서 디아블로가 승리하는 것이다.
– 물론, 수는 제대로 맞춰주지. 비록 666군단이라 하더라도 군단 전체를 내보내면 임시 전장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세운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길드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사탄의 조건을 거절할 수는 없었으니까.
분노의 마신, 사탄.
그의 힘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우웅-
분노의 신전의 벽면.
모니터처럼 전장을 비추고 있는 그곳에 사탄의 666군단과 세운의 디아블로 길드가 나타났다. 그 뒤로 이제는 디아블로 소속이나 마찬가지인 청해 길드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서아와 강한철은 아직 팔한지옥을 공략 중인가?’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몇 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두 군단이 정면으로 충돌하자마자 세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크하하하! 이거, 내 쪽이 앞서는 모양이군. 불안한가?
핵심 전력이 존재하지 않고, 그만큼 숫자의 차이까지 존재하는 상황. 불합리한 상황을 따지고 싶었지만, 사탄은 충분히 세운의 상태를 고려해 주고 있었다.
당장 자신의 군단 중 최약체인 666군단을 불러온 것과 숫자를 맞춰 주었으니까.
이 상황에서 세운이 불평하는 게 오히려 불합리한 일이었다.
– 이해한다. 자신의 군단을 믿는 것과 자신의 군단이 무조건 이기는 것은 다르지.
– 하지만, 무조건 군단을 믿고 지켜본다고 올바른 지휘관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지.
– 네놈에게 지휘관에 걸맞은 지휘권을 내리겠다.
“지휘권?”
– 직접적인 관여는 안 되겠지만, 지휘관으로서 간접적인 관여는 얼마든지 허락하도록 하지.
“정확하게 어떤 관여를 말하는 겁니까?”
– 복잡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만. 그래, 직접적인 공격행위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
사탄이 말한 ‘지휘권’은 단순했다. 거리와 제약을 무시하고 자신의 군단을 보조할 수 있는 힘.
사탄이 그리 말하자마자 몸에서 느껴지는 이 힘은 ‘권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세운이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바로,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탐욕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불가능하지만.’
세운이 지금까지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탐욕의 권능은 무척이나 제한적인 권능이라,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무구에 그 힘을 깃들게 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탄이 ‘지휘권’을 언급하며 세운에게 깃든 힘이 그것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 크하하하하! 신기하구나! 마몬의 힘인가? 아니, 마몬의 신성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크하하하!
모니터가 비추는 디아블로 길드의 최전방.
길드원이 들고 있던 방패에 탐욕의 권능이 깃들었다.
탐욕의 권능이 제대로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세운은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타른카페 ]– 악룡을 무찌른 불사의 영웅, 지크프리트가 사용하였다는 투명 망토.
디아블로 길드를 지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인 해리 케인.
악마들도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저 끝에서 악마 하나가 해리에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세운이 해리에게 탐욕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그 즉시 해리의 몸이 투명해지더니, 해리가 마치 세운과 눈을 마주친 것처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더욱 활발하게 상황을 이끌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페일노트 ]– 원탁의 기사 중에서 활의 기사라고도 불리는 트리스탄이 다루던 ‘결코 빗나가지 않는 활’.
해리의 지시에 따라 활을 쏘아대던 김미정의 활에도 탐욕의 권능이 깃들었다.
‘어르신이 만드신 장비니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지금까지 세운이 탐욕의 권능을 사용할 때 장비가 부서졌던 건 신의 무구를 깃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격이 조금 낮은 무구들은 고창석이 만든 무구로도 충분히 제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 크하하하! 대단하구나! 전세가 순식간에 뒤바뀌었어! 내가 생각하던 지휘와는 다르지만, 지휘관의 역량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
세운이 탐욕의 권능을 사용할수록 디아블로 길드는 더욱 활약하기 시작했다.
악마들이 당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마스터의 힘입니다! 모두, 전진 태세로 변형! 밀어붙입니다!”
“해리 씨! 목표 맞혔어요, 다음은!”
“우측의 마법사입니다!”
“네!”
“큭! 고작 인간 놈들이!”
이제 디아블로가 형편없이 밀리는 꼴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치 상태에 이르게 되자 악마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거기에, 세운이 마지막 한 수를 두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바로 공포의 권능.
지휘권의 힘 덕분에 세운의 공포의 권능은 그 어떤 것의 방해도 없이 사탄의 군단에게 닿았다.
“크윽……!”
악마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들은 사탄의 군단. 비록 최약체라고는 하나 공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악마이자, 그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사탄의 군단이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손발이 떨리는 것인가?
“모두 고개를 들어라! 사탄 님께서 지켜보신다!”
“인간 따위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악마 군단이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자세를 유지했다.
공포의 권능에 저항하는 모습이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공포에 저항하느라 움직임이 굼떠진 것이다.
“지금입니다!”
그리고 해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대치 상태에서, 디아블로 길드가 순식간에 몰아쳐 전황을 역전시켰다.
– 크하하하하! 재밌어. 아주 재밌구나! 그럼…….
그때,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웃고 있던 사탄이 검지 끝으로 왕좌를 두들겼다.
– 나도 ‘지휘’를 시작해야겠군.
분노의 마신, 사탄이 지닌 진정한 권능.
분노의 권능이 전장에 펼쳐졌다.
제 55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