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5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51화(551/675)
– 사탄의 전장에 분노의 함성이 울려 퍼집니다.
사탄의 권능이 발현하는 순간, 전장의 악마들은 크게 달라졌다.
“크크크크큭!”
근육이 불룩이더니 덩치가 커졌다.
비단 근육만의 변화가 아니라 골격까지 새로 맞춰지듯이 온몸이 꿀렁였다.
디아블로 길드와 비슷했던 키가 훌쩍 커지며 디아블로에게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무기에서는 주황빛 기운이 흘러내리고, 머리의 뿔이 한층 더 스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 666번째 군단의 디아블로에 대한 적의가 대폭 늘어납니다.
– 666번째 군단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666번째 군단이 가진 강림에 대한 페널티가 대폭 줄어듭니다.
분노의 권능이 가진 힘은 간단했다.
아군의 강화.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버프 스킬이 아니었다.
밀리던 전황을 한순간에 역전시킬 정도로 엄청난, 말 그대로 하나의 ‘권능’이었다.
“보아라!”
“느껴라!”
“사탄 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악마들이 어깨를 펼치고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건방지게 자신들을 밀어붙이던 인간들을 향해 무기를 내질렀다.
쾅!
“큭! 힘이 갑자기!”
“다들 수비대형으로! 적의 기세가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수비대형으로!”
이변을 알아챈 해리가 즉시 진형을 다잡았다.
하지만, 진형이 채 잡히기도 전에 악마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나약한 인간에게 밀리는 꼴을 보여서는 안 된다!”
“사탄 님께서 지켜보신다!”
“인간들을 찢어발겨라!”
악마들의 기세가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방패로 막아내도 발이 밀릴 지경이었고, 무기로 찔러도 찰과상을 입히는 정도에 그쳤다.
세운의 도움으로 탐욕의 권능이 깃든 장비를 받은 이들만이 악마와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스터……!’
그 와중에도 세운의 지원은 끊이지 않았다.
방어가 밀린다 싶을 때마다 탐욕의 권능이 내려와 악마의 공격을 막아주고, 상대의 빈틈이 보일 때마다 탐욕의 권능이 무기를 강화해 주었다.
위험한 상황에 공포의 권능으로 악마의 몸을 경직시키고, 다급한 상황에서는 광란의 권능이 신체를 강화한다.
솔직히 세운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전황이 무너졌을 것이다.
“인간 따위에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지. 칼, 탄. 나서라.”
“사탄 님께서 지켜보시니.”
“사탄 님을 위해서.”
지금 디아블로 길드가 상대하고 있는 적은 사탄의 666번째 군단.
비록 상대가 인간이라 할지라도, 666번째 군단은 방심하지 않고 정예 악마들을 데려왔다.
군단장을 포함한 핵심 장수까지.
지금 본격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게 바로 666번째 군단의 두 정예 장수였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카강!!
“인간, 제법이군.”
“하나, 부족하다.”
아르카나가 나서 두 장군을 막아섰다.
두 개의 조커가 의인화되어 아르카나를 조력하고 있었으나, 그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지금의 컨디션으로 두 장군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깡!
잠시의 대치 후, 두 조커는 묵직한 방망이에 찍혀 카드로 돌아갔고, 아나는 저 멀리 날아갔다.
“귀찮은 힘을 사용하는군.”
“하나,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사탄 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시니!”
그 짧은 대치 상황 속에서도 착실하게 두 장군의 몸에 불운의 성흔을 남긴 아르카나.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두 장군의 몸에서 일렁거리던 분노의 성흔이 불처럼 타오르며 불운의 성흔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이걸 어쩌나~”
아르카나는 여유롭게 몸을 일으키긴 했으나, 상황이 영 좋지 않았다.
앞선 전투로 인해 그녀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카드도 거의 다 떨어진 상태.
카드를 새로 만들어 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나마 시간을 벌어주리라 생각했던 불운의 성흔마저 통하지 않는다니.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저 두 장군을 통과시켰다가는 디아블로의 진형이 곧바로 부서질 것이다.
“인간의 장군은 너 하나인가.”
“약해빠졌군.”
“끝을 내지.”
두 장군이 아르카나를 끝장내기 위해 내달렸다.
아르카나가 마지막 남은 카드를 펼치며 두 장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 카드가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두 장군이 아르카나의 지척까지 다가오는 순간, 두 개의 섬광이 그녀의 앞으로 떨어졌고.
쾅!!
두 장군의 전진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섬광과 함께 내려온 남자가 장군의 몽둥이를 주먹으로 받아치고, 섬광과 함께 내려온 여자는 두 개의 검으로 장군의 창을 가로막았다.
“조금 늦으셨네요~?”
“무슨 일이지?”
“해리 씨! 상황 보고 좀 부탁드려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우선 두 분 다 눈앞의 악마부터 상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방금 막 팔한지옥을 빠져나온 것인지 전신이 하얀 서리로 덮여 있는 둘.
바로, 유서아와 강한철이었다.
유서아가 뛰어난 지휘관인 건 분명하지만, 이 급박한 상황에서 전황을 설명해 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해리는 지휘권을 유지하려 하였고, 둘은 곧바로 상황을 인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간단하군.”
– 플레이어 강한철이 ‘아가레스의 악어’의 형상을 받아들입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받아들입니다.
“이놈들은……!”
“인간 중에서도 괜찮은 놈들이 남아 있었군!”
강한철의 몸에 악어가죽이 덧씌워지고, 유서아의 머리에 바알의 왕관이 씌워졌다.
둘 다 이제 막 팔한지옥을 나온 상태라 다른 사람 못지않게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 둘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전력으로 장군을 상대하였다.
“저희도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마스터와 관련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마스터의 ‘시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꼭 이겨야겠네요.”
“나를 이용하는 건가. 건방지군.”
해리가 자신이 이해한 상황을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강한철과 유서아는 강력했지만, 상대는 사탄의 666번째 군단. 거기다가 분노의 권능을 받아 힘이 강화된 상태였다.
그에 반해 유서아와 강한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
그것을 증명하듯이 악어의 형상이나 바알의 왕관은 평소와 달리 흐릿한 상태였다.
쿵!
“굉장한 힘이군.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이다!”
장군의 방망이가 강한철의 몸을 밀어냈다.
악어의 형상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순간, 하늘에서 보랏빛 섬광이 내려와 그의 주먹에 깃들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라우린의 반지 ]– 난쟁이의 왕이 끼고 있었다는 전설의 금반지. 착용하면 12인분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콰가가각!
“크윽! 무슨, 힘이 갑자기!”
그 순간, 강한철의 주먹이 장군을 압도했다.
밀리던 몸에 한순간에 힘이 솟구쳐 반대편 주먹으로 장군의 방망이를 쳐낼 수 있었다.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찌그러지며 저 멀리 날아가는 방망이.
“쓸데없는 짓을.”
그 이후부터 강한철의 주먹이 장군과 함께 대지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유서아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간장, 막야 ]– 전설의 대장장이라 일컬어지는 간장이 만들어 낸 한 쌍의 부부검. 웅검과 자검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막야의 피와 살이 깃들어 마검으로 불리기도 한다.
간장과 막야.
오왕인 합려와 구야자가 만든 삼대 명검을 받아내고도 만족하지 못해 간장을 재촉하여 만들어진 전설적인 쌍검.
그 힘이 유서아의 두 검에 깃들었다.
“고마워요. 세운 씨!”
서거거걱!
이내 그녀의 검은 악마의 피부를 단번에 꿰뚫었다.
그녀에게 부족한 유일한 것, 악마의 피부를 꿰뚫을 공격력이 탐욕의 권능으로 인해 완벽하게 충족되었다.
“부길드장이 왔다!”
“한철 씨도 왔어!”
“됐다! 이길 수 있어!”
“으아아아!”
번데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던 디아블로 길드가 다시 한번 일어났다.
강한철과 유서아는 그만큼이나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상황을 끝내려던 두 장군이 밀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악마 측 역시 이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다들 뭐 하는 것이냐!”
666번째 군단의 최후미.
가장 큰 뿔을 가진 악마가 몸을 크게 일으켰다.
“아무리 마지막 군단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사탄 님의 군단이다!”
그가 무기를 집어 들자마자 사방으로 진득한 마기가 퍼져나갔다.
그 마기에 닿은 악마들은 분노의 권능이 처음 발현되었을 때와 비슷하게 더욱 큰 힘을 얻었다.
핏줄이 한껏 도드라지고, 마기가 폭주하듯이 샘솟는다. 눈이 뒤집히고, 짐승처럼 흉포한 함성을 부르짖는다.
“사탄 님께 이 치욕을 보여드릴 셈인가!”
“아닙니다!”
“사탄 님이 바라보고 계신다!”
“사탄 님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이놈들은 사탄 님이 정해 주신 상대이다. 인간이라고 얕보지 말아라! 모두, ‘분노’를 드러내라!”
666번째 군단이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본래 처절한 약육강식의 지옥에서 처절한 싸움을 거치며 사탄의 군단까지 올라온 악마들.
그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군단의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질서를 위해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
“분노를……!”
“드러내라……!!”
하지만, 분노를 드러낼 때만큼은 다르다.
분노를 드러낼 때, 그들은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개성과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들 모두 사탄의 군단인 만큼 미약하게나마 사탄의 신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 힘은 군단에 들어오기 전보다 월등히 강한 상태였다.
“그-아아아아아!”
“이제 끝이다, 인간들아-!”
괴물.
그들은 말 그대로 괴물이 되어 있었다.
이게 고작 666번째 군단의 수준인지, 이게 과연 탑으로 강림하느라 약화된 군단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강력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의 뒤.
666번째 군단의 군단장이 서 있던 뒤쪽에서 작은 섬광과 함께 남자 하나가 소환되었다.
백의를 입고 반짝이는 안경을 쓰고 있는 남성.
곧이어 그의 뒤로 거대한 만티코어가 형체를 드러냈다.
아니, 이걸 과연 만티코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격을 지닌 생명체. 그것은 더 이상 언데드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였다.
“만티, 첫 전장의 향기는 어떻습니까?”
백현이 만티코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한 번 일으켰던 시체는 다시 일으킬 수 없다는 네크로맨서의 섭리를 깨부수고, 데스힐의 초혼석을 이용하여 새로이 일으킨 만티코어를, 언데드를 일으키는 수준을 넘어, 부활에 가까운 기적을 일으킨 백현.
그 기적의 당사자인 만티코어가 사탄의 전장을 향해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백현의 군대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거주지에 머무르며 만티코어를 일으키던 중, 번뜩인 깨달음으로 더욱 강화된 언데드 군단.
그들은 666번째 군단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군단처럼 정교하게 움직였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았다.
인간처럼 다양한 감정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백현에게 경외감과 존경, 그리고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늦은 만큼, 확실히 보답하겠습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뮌헨의 마도서 ]– 악령을 불러내는 흑마술과 네크로맨시 마법을 다루는 책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이름을 떨친 어둠의 마도서.
백현의 눈앞에 탐욕의 권능이 깃들며, 그의 언데드 군단이 더욱 사납게 부르짖었다.
제 55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