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5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52화(552/675)
– 크하하하하! 대단하구나!
분노의 신전에 사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의 군단이 밀리고 있음에도, 그에게서는 조금의 언짢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만족스러움까지 느껴졌다.
– 바알의 사도와 아가레스의 사도. 거기에 가미긴의 사도까지. 네놈의 군단 역시 악마의 군단이나 다름없구나!
디아블로 길드가 악마라니.
인정하기는 싫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귀 후에 시작부터 마몬과 베엘제붑의 시선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72 마왕의 시선이 집중된 디아블로 길드.
그들이 72 마왕과 계약하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뭐,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은 아니지.’
선신들의 경우 대부분 계약과 함께 까다로운 조건을 달거나 등반 중에도 귀찮은 부탁이나 행동을 요구하고는 한다.
그에 반해 72 마왕들은 디아블로 길드에게 별다른 부탁을 해 오지 않았다.
마신들의 시선도 있겠지만, 마왕들 모두 계약자들이 전투하고 성장해 나가는 데 만족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 다 대단하지만, 가미긴의 사도는 정말이지 놀라울 지경이야. 아직 어리지만, 족히 군단장에 다다를 재능을 가지고 있어.
사탄의 입에서 연신 칭찬이 쏟아졌다.
하긴, 당장 모니터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세운에게도 백현의 무력은 놀라울 지경이었다.
‘탐욕의 권능으로 역량이 늘긴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기대 이상으로 강해졌어.’
한동안 연구소에만 틀어박혀 있더니, 기어코 만티코어를 되살리고 말았다.
만티코어는 부지휘관이라도 된 것처럼 언데드를 지휘하였고, 언데드 군단의 행동 역시 이전과 달라 보였다.
‘좀 더 자연스럽다.’
언데드 군단은 이지 없이 주인의 명령만을 따르는 존재다.
백현의 군단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지금 백현의 군단은 만티코어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적을 공격한다.
최소한의 이지가 남은 것처럼.
아마, 저게 바로 백현이 이번에 습득한 깨달음이리라.
“더 ‘지휘’하지 않을 겁니까?”
–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확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더군다나 666번째 군단이 위기감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나 역시 만족했다.
청해 길드가 디아블로를 받쳐주며 수비와 보조를 맡아주었다. 그에, 디아블로 길드가 진형을 맞춰가며 차근차근 전진하였다.
유서아와 강한철이 적진을 휩쓸고, 그 위로 백현의 언데드 군단이 침범했다.
“사탄 님께서 지켜보신다!”
“크윽, 인간에게 져서는!”
“그럴 수는 없다!”
666번째 군단장까지 기세를 펼치며 디아블로 길드를 공격하려 하였다.
그러나.
푸욱.
“잘했습니다. 만티.”
만티코어의 독침이 군단장의 등을 꿰뚫었다.
“고작 만티코어의 독침 따위……로…….”
만티코어의 독침은 탑에서도 알아주는 극독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계에는 만티코어를 가뿐히 뛰어넘는 극독이 가득했고, 군단장쯤 된다면 그 정도 독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저항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백현의 만티코어는 그냥 만티코어가 아니었다. 백현에 의하여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존재.
그 힘은 이미 만티코어라는 종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쿠궁.
666번째 군단의 군단장이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려 몸을 꿈틀거렸지만, 그럴수록 극독이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며 몸을 시꺼멓게 물들였다.
– 크하하하하하!!
자신의 군단장이 쓰러졌음에도 여지없이 울려 퍼지는 사탄의 웃음소리.
모니터 속의 전장에는 어느새 전투가 끝나고, 디아블로 길드가 악마들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허공을 올려다보는 것을 보니, 세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듯 보였다.
“확인은 끝나셨습니까?”
– 네놈을 인정하마. 네놈은 훌륭한 지휘관이다. 이 사탄이 인정할 만큼이나.
* * *
– 흠, 그렇군. 루시퍼 놈을 빼고 전부 네놈에게 손을 얹은 건가.
‘확인’이 끝난 후, 세운은 먼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사탄이 아무리 탑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하여도 상황을 인식할 필요성은 이었으니까.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듣자 하니 사탄은 자신의 전장에서 군단과의 훈련을 일삼으며 다른 것에 관심을 꺼두었다고 한다.
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성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다른 마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무엇도 자신의 관심 밖이었단다.
하지만, 그라고 해도 세운이 내뱉은 말에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그 아우터라는 것들이 그렇게 강한가? 네놈이 보기에는 내 군단이 아우터에게 질 것 같은가?
“성좌라고 하더라도 아우터의 침식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사탄 님의 군단은 아우터의 좋은 숙주가 될 뿐입니다.”
– 곤란하군. 그래도 네가 그것들을 쓰러트리고 내 앞에 당도했다는 건 방법이 있다는 거겠지?
“제가 발현한 파멸의 권능과 정령의 힘. 그리고 운석으로 만든 장비로 아우터에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 너무나도 제한적인 방법으로 들리는데.
“방법은 앞으로도 더 찾아갈 생각입니다.”
파멸의 권능은 세운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강해지면 길드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으로 퍼트리는 건 무리다.
정령의 힘 역시 그 수가 극히 적고, 운석으로 만든 장비 역시 사탄의 군단을 전부 무장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던 중, 사탄이 하나의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 네놈, 신성(新星)이라고 하였지?
“네.”
– 만약 네가 성좌의 직위에 오른다면 그 파멸의 권능이란 것을 퍼트릴 수도 있겠군.
성좌. 즉, 세운이 신의 자리에 오른다는 가정.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야말로 헛소리에 가까웠지만, 세운은 이미 성흔을 지니고 신성의 직위를 얻었다.
실제로 세운의 계획 중에는 직접 성좌의 자리에 오르는 것 역시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단순히 성좌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성좌의 자리에 오르면 파멸의 권능을 퍼트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운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에게 한한 얘기였다.
그 힘을 더 많은 사람. 그것을 넘어 신들에게까지 퍼트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제가 절대 신의 위치에 올라 신들이 저를 따르게 만들거나.”
– 절대 신의 자리에 앉은 성좌가 네놈을 집어삼켜 파멸의 권능을 획득하는 것이지.
절대 신.
신 중의 신.
올림포스의 제우스나 아스가르드의 오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아니, 사실 그들 역시 절대 신이라 칭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절대 신이라는 직위는 그만큼 초월적인 것이었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라면 절대 신을 바라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신의 직위에 오르는 게 아우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면, 세운은 절대 신의 직위에 도전할 것이다.
– 크하하하하하!!
그 담담한 대답에 사탄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신전에 울려 퍼졌다.
– 당돌하다, 당돌해! 마신의 앞에서 절대 신의 직위를 노린다니.
– 666개의 군단을 거느리며 지옥을 통치하는 이 몸조차도 닿지 못한 자리를!
– 하지만, 더욱 마음에 든다!
– 암, 사내라면 큰 목표를 지녀야 크게 성장하는 법이지!
쿵!
사탄이 양 주먹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걸이와 함께 의자가 으스러지더니 주황빛 가루가 되어 세운의 성흔으로 흡수된다.
이게 바로 사탄의 신성.
분노의 신성이었다.
– 분노의 마신, 사탄에게 인정받았습니다.
– 분노의 마신에게 인정을 받아 ‘분노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분노의 신성을 이어받아 길드와 관계된 버프와 스킬, 시스템에 추가 보정이 이루어집니다.
– 분노의 신성을 이어받아 성흔의 위력이 강화합니다. 성흔을 발휘할 시 모든 권능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사탄의 신성을 모두 흡수한 성흔이 한순간 주황빛으로 일렁이며 사탄 특유의 문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내용투성이였다.
‘길드와 성흔의 강화.’
길드의 강화는 안 그래도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디아블로 길드를 그 이상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성흔의 강화 역시 아우터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힘인 파멸의 권능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버릴 것 하나 없이 알찬 효과들.
“감사합니다.”
분노의 신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방금 스며든 분노의 신성 중에는 신전을 유지하기 위한 신성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 힘이 모두 사라졌으니, 신전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잔해 속에서, 사탄이 또 한 차례 크게 웃었다.
– 크하하하하!!
처음 들었던 것보다 훨씬 우렁찬 웃음소리.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신전이 부서지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탄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호탕하게 웃으며 세운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개의 뿔에서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분노의 신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 그 목표를 이루려면, 언젠가 나조차 넘어서야겠지. 기대하겠다. 네가 내 앞에 찾아와 감히 검을 들이미는 모습을.
– 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666군단을 모두 쓰러트려야겠지만 말이지.
– 기억해라.
– 네 군단은 네놈 그 자체나 다름없다.
– 군단을 무시하고 외로이 계단을 오른 자는 결국 무너지고 마는 법.
–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네놈의 등을 받쳐줄 이들을 아껴라.
– 그러지 않으면, 나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쿠궁!!
신전의 기둥이 무너지며, 바닥이 갈라졌다.
형체가 흐릿해지기 시작한 사탄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세운에게 등을 돌렸다.
– 금방 또 보길 기대하지. 미래의 도전자야.
콰아앙!!
분노의 신전이 완전히 무너지고, 사탄과의 대면이 막을 내렸다.
* * *
“악마들이 사라집니다.”
혹시나 이변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곧바로 목을 치기 위해 악마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해리가 말했다.
그 말대로, 악마들은 전부 주황빛 가루로 변해 사라져 가고 있었다.
“크크……. 인간에게 지다니. 꼴이 우습군.”
“아닙니다. 군단장. 하계에 내려오며 쇠약해졌을 뿐이니, 본연의 힘이라면…….”
“닥쳐라. 다 핑계일 뿐이다. 사탄 님께서 지켜봐 주셨는데도 졌다. 그뿐이다.”
“…….”
“우리가 666번째 군단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군. 이 또한 사탄 님의 뜻이겠지.”
666번째 군단의 군단장이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해리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어 손을 맞잡았다.
“아무래도 그쪽의 군단장이 나보다 한 수 위인 모양이군. 혹시, 그대가 지켜본 군단장의 강점을 내게 알려줄 수 있겠나?”
조금 전까지 치고받던 사이었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자신들 모두가 각자의 주인을 위해 이 전투를 펼쳤음을.
갑작스러운 전투였지만, 각자의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악마들은 패배했음에도 인간을 무시했던 자신들의 잘못과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군단장과 눈을 마주치던 해리는 고민 끝에 짧은 말을 내뱉었다.
“마스터는, 강합니다.”
너무나도 단순한 대답.
조언이라기에 민망할 정도의 대답이었지만, 군단장에게는 아니었다.
“크크…… 그렇군. 강한 군단장이라. 그 당연한 진리를 잊고 있었군.”
스르르-
악마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보랏빛 날개를 펼친 한 남자가 서서히 내려왔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다들 고생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분노의 전장에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제 55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