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5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55화(555/675)
탐욕의 권능으로 강화시킨 검과 색욕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분신체.
인피니티 서클까지 활성화되어 발현한 8서클의 바람과 화염의 마법.
거기에 태극신공의 묘리를 힘껏 살려 휘두른 검결까지.
세운이 현재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이라 할 수 있는 공격이 자라탄의 몸속을 휘저었다.
“구어어어어어!!”
기도가 타들어 갔기 때문일까?
자라탄의 비명은 이전에 비해 무척이나 거칠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세운은 비명과 함께 역류하는 화염을 피해 자라탄의 입을 붙잡고 있는 강한철을 붙잡고 빠져나왔다.
콰르르륵!
입에서 화염이 역류하는 꼴을 보니 마치 자라탄이 화염을 내뱉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누가 보아도 강력한 일격이었기에 자라탄의 다리를 붙잡은 채 대치하던 이들이 긴장감을 풀려 하였지만, 세운이 그것을 말렸다.
“아직 안 끝났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회생 불가의 타격을 입었다면 저렇게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을 테니까.
세운의 말을 알아들은 해리가 곧바로 사방에 이 소식을 알렸고, 곧바로 자라탄의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
“자라탄의 몸이 빨갛게!”
“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대로 계속 다리를 잡고 있으면 될까요?”
비록 붉은 바다에 잠겨 있다지만, 자라탄의 피부색은 초록에 가까웠다.
그 피부가 마해보다 진하게 붉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혈관이 부풀어 오른다.
그 혈관 하나하나에 모두 세운이 뿜어낸 불꽃이 차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면서도 세운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필사적으로 다리를 붙잡고 있었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구어어어어어어!!”
푸화앗!
치이이이익-!
자라탄의 발이 잠겨 있던 바닷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이내 폭발하듯이 터지며 사방에 뜨거운 파도를 퍼트린다.
그걸 시작으로 붉은 증기까지 내뿜기 시작하니, 사람들은 더 이상 자라탄의 다리를 잡고 있을 수 없었다.
“으악!”
“뜨거워!”
“마스터! 더 이상 붙잡고 있을 수 없습니다!”
자라탄이 세운의 공격을 흡수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그 뛰어난 맷집이 내부를 가득 채운 화염에도 끄떡하지 않고 저항하며 생긴 이변일까?
세운도 쉬이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건 자라탄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치명상은 입혔다.’
사방이 증기로 가득 차서 시야가 가려졌다.
그 때문에 자라탄의 신형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증기가 채워지기 직전에 세운은 보았다.
자라탄의 몸이 내부의 화염으로 인해 뭉그러지고 있던 것을.
‘그렇다면.’
세운이 만병지함에서 아펠리온을 꺼내 힘차게 던졌다.
뒤랑달을 제대로 휘둘러도 상처를 내기 힘든 자라탄의 피부에 아펠리온이 절반 넘게 박혀 들어갔다.
이전의 공격에 온 힘을 쏟은 터라 힘이 모자란 투창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자라탄의 방어력이 그만큼이나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에 세운이 길드를 향해 새로운 지시를 하달하였다.
“총공격.”
증기는 비단 시야만 가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바다가 끓고 증기를 내뿜으며 일어난 소음은 바다를 가득 채우며 정보의 전달조차도 차단했다.
그리고 그때, 세운의 성흔이 주황빛을 내뿜었다.
– 사탄의 전장에 분노의 함성이 울려 퍼집니다.
“……마스터?”
뜨겁게 달구어진 마해의 바닷물과 붉은 증기를 피해 달아나던 디아블로와 청해의 길드원들이 일제히 멈추어 세운을 바라보았다.
증기로 시야가 막혀 앞이 보이지 않고,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모두는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세운이 원하는 행동을.
지휘관이 원하는 전략을.
승리를 알리는 총공격 선언을.
“공격!”
“최대한 장거리 공격 위주로 갑니다!”
“두 명 정도는 증기를 막아드릴 수 있어요.”
“믿겠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발걸음을 돌리고 무기를 들었다.
증기는 여전히 시야를 막았지만, 모두 포기하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처를 내기는커녕 붙잡고 있는 것도 어려웠던 자라탄의 다리는.
푹!
콰득.
“먹힌다!”
“공격이 들어간다!”
사람들의 공격에 두부처럼 쉽게 잘리고, 부서져 나갔다.
“구어어어어어!”
자라탄이 더욱 크게 신음했다.
녀석의 몸에서 기생하던 마수들 역시 위험한 상황인 걸 깨닫고 자라탄을 지키기 위해 더욱 격렬하게 손톱을 드러낸다.
그사이, 다음 공격의 준비를 마친 세운이 눈을 뜨며 검을 다잡았다.
– 나태의 손아귀에 빠져듭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회복합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증폭합니다.
나태의 권능.
한 번 사용하면 후유증이 워낙 심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는 힘이지만, 지금은 확신이 있었다.
마지막 일격으로 자라탄을 끝장낼 수 있다는 확신과 이대로 후유증이 닥쳐도 자신을 지켜줄 사람들이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을 손아귀에 담아, 세운이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이 ‘갈라틴’에 잠든 태양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갈라틴’을 통해 정오의 축복이 재현됩니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마해의 괴수가, 자라탄이라는 이름보다는 ‘움직이는 섬’이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불렸던 그곳이, 찬란한 태양 빛에 삼켜지며 그림자를 줄여갔다.
* * *
“자라탄이…… 쓰러집니다.”
쿠궁.
푸화아앗-
살이 전부 무르고, 껍질이 새까맣게 탄 자라탄의 형체가 쓰러졌다.
그 덕분에 거대한 파도가 사방으로 퍼져나갔지만, 다행히도 열기가 식어 화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적절하게 따뜻한 온수에 땀이 씻겨나가 샤워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하, 정말 자라탄을 쓰러트리다니.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제논 님, 테이밍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디아블로의 마스터에게 가야 예의 아니겠습니까? 공헌도로 보았을 때, 자라탄의 부산물 전부가 그의 몫이나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자라탄의 새끼에 대해서는 제논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자라탄의 내부를 파헤쳐 새끼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세운이 있을 자라탄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제법 빠르게 발길을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목적지에는 이미 이하늘을 비롯한 디아블로 길드원들이 대부분 도착해 있었다.
“하늘 씨, 어때요? 세운 씨는…….”
“저번에도 보았던 후유증이에요. 휴식만 취하면 금방 일어날 거에요. 오히려 저번보다 체내 순환도 좋아서 더 금방 일어날 것 같아요.”
“다른 곳은 괜찮은가요?”
“큰 힘을 쏟은 만큼 과부하 증상도 있긴 한데, 전부 휴식만 취하면 낫는 것들이에요. 저도 처방 끝내 뒀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하늘이 본격적인 치료를 맡고, 다른 인원들은 혹시나 있을 추가 공격에 대비하여 경계를 맡고 있었다.
특히나 거대한 덩치로 중앙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강한철은 그렇게 믿음직스러울 수 없었다.
‘자라탄을 쓰러트리고도 저 정도 후유증이 전부라니.’
다리를 묶어 두느라 세운의 전투를 자세히 지켜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힘든 싸움일지는 예상이 되었다.
아무리 세운이라 하여도 상대가 자라탄이었으니 꽤 상처를 입을 거라 생각하고 달려온 건데, 겉으로 보기에는 불에 살짝 그을린 정도가 전부였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저 피곤해서 쓰러진 게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
“으아아아악! 형님, 너무합니다아!”
“쉿. 세운 씨 쉬고 있어요.”
“아니, 나 진짜 장난 아니었다니까? 위에서 임무 마치고 멋지게 서 있는데 갑자기 숲 다 타 버리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저놈이랑 같이 뒤질 뻔했다고!”
“한철 씨.”
“닥쳐라, 박정필.”
“읍! 으읍! 으브브븝!”
사태가 조금 진정되고, 제논이 조금 다급해졌다.
세운에게 자라탄의 새끼에 대한 허락을 구하려 했는데 당사자가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논을 의식한 유서아가 처음으로 세운에게서 눈을 떼고 제논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제논 씨, 여기서 뭐 하세요?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허락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자라탄 사냥을 권유하긴 했지만, 공적으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우선권은 디아블로의 마스터에게 있으니 말입니다.”
“네? 아뇨, 얼른 가세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세운 씨는 그런 사람이에요. 허락을 구하느라 시간을 끌다가 목표를 못 이뤘다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낼걸요?”
유서아의 허락이 있었지만, 제논은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가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만 이득을 얻겠다고 움직이기가 영 찝찝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챈 유서아가 쓰러진 자라탄의 등껍질 부분을 가리켰다.
“저기 보세요.”
“네?”
“저기, 곡괭이 들고 있는 할아버지. 보이시죠?”
“아, 네. 보입니다.”
자라탄의 등껍질 위, 한 노인이 자기 몸만 한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등딱지에 눌어붙은 검댕을 치우고, 겉껍질을 깊이 파 내려가더니 깊게 숨겨진 심부의 진녹색 등껍질을 찾아낸다.
“호오, 이거구먼. 이 정도면 확실히 내구도 쪽으로는 알아주는 장비를 만들어 낼 수 있겠어.”
–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눈을 반짝거립니다.
–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확실히 훌륭한 소재라며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다만 저 등껍질은 무기용으로는 사용이 어렵겠다며 고민에 빠져듭니다.
노인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자라탄에게서 소재를 채굴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세운 씨를 걱정했지만, 세운 씨가 이전부터 당부해 뒀던 게 있거든요. 감정에 치우쳐서 해야 할 걸 놓치지 말라구요.”
“……알겠습니다.”
제논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백 명이 넘어가는 청해 길드가 자라탄의 몸을 치우며 새끼의 존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 단단하던 살은 열기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어 걷어내는 건 쉬웠다. 다만, 자라탄이 워낙 거대했던 터라 수색이 쉽지는 않았다.
“부탁합니다.”
뿌우우-
백경이 해수를 뿜어내 살점을 걷어내고, 제논에게 조련된 다른 몬스터들 역시 힘을 합쳐 자라탄의 살을 걷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들썩.
운명이 이끌기라도 한 것일까?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찾아다니고 있는데, 딱 제논이 수색하고 있는 부위에서 생명의 태동이 느껴져 왔다.
쏴아아아-
백경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새끼 자라탄의 형체가 드러났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있지만, 새끼임에도 그 크기가 작은 건물만 하다.
– 성좌, ‘대양의 폭풍우’가 관심을 드러냅니다.
– 성좌, ‘대양의 폭풍우’가 마수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이 존재는 마기를 전혀 머금고 있지 않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성좌, ‘대양의 폭풍우’가 아무래도 마계라는 환경 때문에 이렇게 자라난 것이고, 성장하는 환경이나 방법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거라 조언합니다.
제논이 거북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과연, 자라탄.
백경을 조련해 낸 그의 힘으로도 조련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우우웅-
포세이돈이 관심을 드러내며 신성을 흘려보내 주니 자라탄의 목 옆으로 포세이돈의 상징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눈을 뜬 자라탄이 자기 주인을 처음으로 마주하며 가냘픈 소리를 냈다.
“같이 가봅시다. 자라탄. 마해보다, 마계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구우우우-”
제논은 생각했다.
세운을 따른다면, 분명 탑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제 55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