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8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85화(585/675)
그 시각.
세운이 떠나고 난 검은 대지, 플라카에서는 아우터와 디아블로 길드, 아니, 아우터와 플레이어들과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꾸르르륵-”
첫 기습에 비해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많아진 아우터.
흑익의 전령이 전한대로 아우터에게는 지능과 전략이란 게 생겨나 있었다.
플라카의 반격이 생각보다 거세다는 것을 깨닫고 순식간에 전력을 늘려 이렇게 공격대를 추가로 보내왔으니 말이다.
“더럽게 질기네! 뭐 이렇게 안 죽어!”
“절대 접촉하지 마라! 만약 접촉되었다면 잠식당하기 전에 해당 부위를 잘라내라!”
“너무 잔인하다고! 큭!”
힘겨운 전투가 이어졌다.
아무리 플라카라고 해도 플레이어 대부분은 근접 전투계.
그런 상황에서 상대와 접촉하지 말고 싸우라니.
상대가 약한 존재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몬스터보다 강한 상대로 접촉하지 않고 전투하는 것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저 길드는 대체 뭐야?”
“디아블로 길드. 못 들었나? 자네도 귀가 꽉 막혔구만.”
“유명한 놈들이야?”
“이제 막 처음 들어왔다지.”
“그런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콧대 높은 발할라의 동맹 길드다. 게다가 플라카에 올라오자마자 흑익을 쓰러트렸다지.”
“……그건 좀 인상 깊네.”
그에 반해, 디아블로 길드의 전투는 전혀 달랐다.
콰직!
츠으으읏-
“꾸르르륵!”
공격을 내지를 때마다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며 죽어가는 아우터.
오히려 아우터에게 먹히지 않은 원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쉬워 보일 정도였다.
“다들 저희 뒤에 서서 보조해 주십시오! 전열에 서서 아우터에게 잠식당하면 전투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파릇파릇한 신입들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들을 도와야만 한다.”
“쳇.”
“게다가, 실력만으로 보면 플라카에서 머물던 우리와 동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이는군.”
“분하긴 해도 여기서 경력이나 재다 개죽을 당할 수는 없지.”
플라카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자존심이 높다. 그도 그럴 게, 이 모두가 80층까지의 시련을 뚫고 플라카까지 올라온 강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이들은 더더욱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디아블로 길드의 뒤에 붙었다.
이곳까지 올라왔기에, 자존심이 얼마나 쓸데없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길드장이 사용하던 힘이군요.”
“혼자서 아우터를 썰어버릴 때부터 봐왔지만, 대단한 힘이야.”
“더 몰려옵니다! 집중합시다!”
문제는, 아우터의 수에 비해 디아블로 길드의 수가 너무 적다는 거였다.
당장 저 멀리서 날아오는 아우터만 해도 몇백 마리나 되는데, 디아블로 길드의 수는 고작해야 사오십 명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드디어 실전입니다! 여러분의 힘을 증명할 차례입니다!”
백현의 언데드가 아우터에게 큰 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몸에 운석이 박혀 있거나, 운석으로 된 손톱과 이빨 등이 박혀 있는 언데드.
그들은 모두 언데드에게 잠식당하지 않으면서 확실히 타격을 주고 있었다.
아마 백현만 빠졌어도 전장이 크게 휘청거렸을 것이다.
그때, 디아블로 길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꾸르륵!”
퍼엉!
아우터 한 마리가 폭탄처럼 터져나갔다.
그 앞에 서 있는 건 거대한 덩치로 울퉁불퉁한 망치를 쥐고 있는 사내.
발할라의 수장, 브린 자르였다.
“으하하하! 대단하오! 정말 공격이 제대로 먹히는구려!”
그의 손에 들린 건 운석으로 만들어진 배틀 해머였다.
세운의 부탁대로 고창석이 그의 장비를 가장 먼저 만들어 준 덕분이었다.
크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시피 만드는 데 꽤 많은 운석이 들어갔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운석으로 된 무기를 쥐는 순간부터 브린 자르에 의해 아우터가 터져나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허허, 이제 다들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구먼.”
“다음 무기 완성되었습니다! 사전에 공지한 대로 보급받아가시면 됩니다!”
고창석과 청해 길드.
거기에 각 길드가 공지를 받아 보낸 대장장이들이 모두 힘을 합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운석으로 된 장비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평소 고창석이 만들던 것처럼 개인에게 딱 맞는 장비는 아니고 양산품에 가까운 장비들.
그 종류도 대부분 가장 흔한 무기인 검이나 창이었고, 근접전을 대비한 방어구가 많았다.
그런데도, 장비의 보급 전과 후는 아주 큰 차이가 생겨났다.
“드디어!”
“이제야 저것들을 상대할 수 있겠네!”
“근질근질해 죽는 줄 알았다고!”
“다들 긴장합시다! 무기와 방어구가 생겼다고 한들, 저것들이 위험하다는 건 여전합니다.”
“마족들이 잠식당하는 거, 봤겠지? 갑옷만 믿지 말고 최대한 접촉을 피하며 싸워야 한다!”
디아블로 길드를 보조하는 건 똑같지만, 견제가 아니라 아우터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한 플레이어들.
간신히 진형을 유지하던 플레이어 쪽이 위세를 되찾아 갔다.
하지만,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잠시.
“또 몰려온다!”
“젠장, 끝나지를 않는구만!”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플레이어들은 결국 지치게 마련이다.
그에 반해 아우터는 지치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지원군을 추가로 보내온다.
당장은 잘 버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람들이 당황하던 중, 전장을 움직이고 있던 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무슨 대책입니까! 저희는 들은 게 아무것도…….”
“부길드 마스터를 포함한 저희 디아블로 길드의 핵심 인력 세 명이 아우터의 본거지를 향했습니다.”
“……무슨. 그럼, 지금까지 그들이 빠진 채로 싸워왔다는 겁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대로는 저희가 지쳐 패전할 뿐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계획을 실행 중이었습니다.”
“세상에…….”
듣고 있던 이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디아블로 길드는 안 그래도 강했다.
파멸의 힘 덕분이라고는 해도, 아우터와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자신들의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이제 막 플라카에 들어온 길드원이 말이다.
그런데 핵심 인력이 세 명이나 빠진 상태였다니?
당황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얼마나 버텨야 하는 겁니까!”
“아마…….”
해리가 아우터가 다가오고 있는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오세의 권능을 내려받은 그라도 저 너머까지는 시야가 닿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이제 적진에 도착했을 겁니다.”
쾅!!
해리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저 너머 산란장에서 폭음과 함께 새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 * *
“강철 씨! 제가 전략 말씀드렸잖아요!”
“경계에 빈틈이 없는 이상 계획이고 뭐고 의미 없지 않나? 시간을 끌기보다는 바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한편, 산란장.
그곳에서 일어난 첫 폭음은 유서아의 계획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었다.
원래는 아르카나의 힘으로 은신하여 최대한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가능하다면 곧바로 여왕을 박살 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여왕에게 바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돌입하는 게 계획이었는데.
아우터의 경계는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아르카나의 능력으로도 돌입하기 힘들 만큼.
이에 유서아가 계획을 수정하려 고민하려 할 때, 강한철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대뜸 산란장에 주먹을 날려 보낸 것이다.
“뭐 어때요~ 저기 봐요, 오히려 이걸로 빈틈이 생겼잖아요?”
아르카나의 말대로였다.
아우터 특유의 의식 공유 때문인지, 아우터가 잠식한 몬스터가 가지고 있던 집단행동의 본능 때문인지, 산란장의 몬스터가 전부 모여들었다.
처음 계획했던 경계의 빈틈이 사방에서 생겨나는 중이다.
“그럼, 한철 씨. 시선 좀 끌어줄 수 있겠어요?”
“얼른 가라. 이쪽은 내가 정리하겠다.”
“부탁해요.”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유서아는 빠르게 계획을 수정해 강한철을 넘어 이동했다.
아르카나의 기술 덕분에 흥분한 아우터들은 둘을 발견하지 못했고, 빠르게 산란장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한철 씨의 역할까지 제가 맡을게요. 아나 씨는 계획대로 여왕을 좀 막아주세요.”
“어머, 이제 아나라고 불러주는 거예요?”
“……상황이 급하잖아요. 괜찮겠죠?”
“그럼요~”
본래 강한철의 역할은 산란장을 부수는 것.
이 드넓은 부지를 통째로 부수는 게 아니라, 여왕이 낳아 놓은 알을 전부 부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한철이 없으니 그녀가 대신 맡을 수밖에.
‘할 수 있어.’
방법은 생각해 두었다. 그녀는 할 수 없는 일을 객기로 할 수 있다고 내뱉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나무 너머로도 보이는 거대한 산란장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니 알을 지키는 아우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꾸르르륵-”
입구에 침입자가 나타났는데도 녀석들만은 동요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위치를 지키고 주변을 경계하더니, 곧 유서아와 눈을 마주쳤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받아들입니다.
시간이 없다.
바알의 신성을 받아들인 그녀는 곧바로 아우터를 향해 달려갔다.
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이곳의 아우터는 플라카를 공격해 온 아우터나 입구에 있던 아우터보다 월등히 강하다.
아우터들과 가까워지기도 전에 수십 개의 독침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푸부붓!
주변에 독까지 흩뿌리며 날아가는 독침은 절대 피할 수 없어 보였지만.
타다닷!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이따위 공격쯤이야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다며 아우터를 비웃습니다.
유서아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허공에 잔상까지 남기며 고속 이동하는 그녀에게는 단 하나의 독침도, 한 방울의 독도 튀지 않았다.
“꾸르르륵-”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유서아를 향해 아우터가 팔을 휘둘러 보았지만, 역시나 닿지 않았다.
되레.
파팟!
그녀의 쌍검이 바람처럼 빠르게 아우터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너무나도 얕은 상처였기에 아우터는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었지만.
치이익-
그 결과는 엄청났다.
원래부터 바알의 극독을 검에 담아 휘두르던 유서아였는데 거기에 세운이 남기고 간 파멸의 권능까지 서려 있으니.
그녀의 검에 닿은 아우터들은 무도 괴로운 비명을 토해 내며 몸을 꿈틀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일격에 모두를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서아는 지나친 아우터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그녀의 목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아우터가 아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거대한 알집.
유서아는 순식간에 그 앞에 도착해 쌍검을 쥔 채로 힘을 집중했다.
‘그때, 세운 씨가 보여줬던 힘.’
그녀가 스카베의 전투를 떠올렸다.
위급 상황에서 레비아탄과 빙의되어 거대한 꼬리를 휘두르던 세운.
특히, 상대의 독을 밀어내고 전갈이 아우터를 섞은 독을 사용하는 것을 응용하여 자신의 독에 파멸의 권능을 밀어 넣던 공격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녀의 검에 담긴 바알의 극독.
거기에 세운이 남기고 간 파멸의 힘을 밀어 넣었다.
주변의 상황은 모두 잊는다.
뒤에서 바알의 극독에 감염된 몸을 잘라내고 복수를 위해 달려오는 아우터도, 위에서 알집을 지키기 위해 급하게 날아오고 있는 아우터도 전부 무시한다.
집중하는 것은 오직 손에 들린 쌍검과 바알의 극독, 그리고 파멸의 권능.
세 요소가 한데 뭉쳐 그녀만의 ‘독니’가 완성되는 순간.
푹!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잘 다듬어진 계약자의 독니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습니다.
알집을 파고들어 가는 쌍검.
거의 손잡이 직전까지 깊게 들어가는 쌍검에서부터 바알의 극독이 퍼져 나와 알집에 흡수된다.
“꾸윽—”
“쿠윽—”
거대한 알집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 안에서 탄생을 기다리고 있던 아우터가 꼼짝없이 목숨을 잃고 검은 연기로 화한다.
바알의 극독과 파멸의 권능의 조화.
그 힘은 실로 엄청났다.
여왕이 최선을 다해 낳은 예비 아우터들이 일순간에 모두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바로 그 순간.
“쿠르르르르르륵-!”
옆의 나무가 무너지며, 거대한 아우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의 절반 이상이 두꺼운 꼬리로 이루어져 있고, 전신이 아우터로 둘러싸인 와중에 선명하게 빛나는 벌레 특유의 복안(複眼).
그게 여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주변을 힘차게 날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수호병, 아니, 수호충(守護蟲).
“미안해요~ 최대한 막아보았는데, 저는 봐주지도 않고 이쪽으로 달리더라구요~”
그 뒤에서 나타난 건 역시나 아르카나였다.
계획대로 여왕을 막아보려 하였으나, 알집에 침입자가 도달한 것을 깨달은 여왕이 그녀를 무시하고 움직인 모양이다.
“그래도 계획은 성공했나 본데요?”
다만, 알집은 이미 바알의 맹독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부의 알과 애벌레를 잠식하고 있던 아우터 역시 몰살당했다.
이를 본 여왕이 귀가 찢어질 듯이 크게 울음을 내뱉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 울음소리마저 누군가가 만들어 낸 폭음에 삼켜졌다.
강한철.
전신에 아우터의 독침이 박힌 채로, 파멸의 힘으로 아우터를 버텨내고 강인한 육체로 독을 버텨내며 기어코 이 자리에 도착한 것이다.
“강적을 놓칠 수는 없지.”
“슬슬, 끝내보죠.”
“그래요~”
세운의 걱정과는 다르게, 플라카의 아우터 역시 빠르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제 58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