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9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94화(594/675)
사건을 목격한 직후, 세운은 곧장 날개를 펼쳐 현장으로 날아갔다.
마피도 날 수는 있었지만 아직 그 속도가 느려 세운이 붙잡고 가는 중이었는데.
“아빠, 아빠!”
파닥파닥-
마음이 급한 건지, 비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건지, 세운이 괜찮다고 해도 조그마한 날개를 꺼내 연신 파닥거리고 있었다.
‘방금 그 마법, 최소한 7서클 이상이었어.’
세운이야 빠른 시간 내에 8서클에 도달했다지만, 7서클은 결코 가벼운 경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 차원에서 7서클 마법사라 하면 마탑주 정도의 경지.
다만, 용을 사냥할 정도면 마탑주뿐만이 아니라 숨은 기인까지도 끌어모아 오는 게 정상이니 아직 상대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자세히 보니 계곡의 상태도 엉망이었네.’
도착하자마자 보였던 계곡은 그저 아름다울 뿐이었는데, 공중에서 본 계곡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땅이 갈라져 물이 여러 갈래로 흐르고, 산이 부서져 본래 없던 폭포까지 생겨나 있었다.
부러지고 뽑혀 나간 나무가 이리저리 나뒹구는 등 전투의 흔적이 사방에 남아 있었다.
“아빠아!”
“마르피아…….”
“아빠, 괜찮아? 어떡해. 나, 아직 치료 마법 안 배웠어. 아빠, 나…….”
다행히 목적지가 그리 먼 편이 아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용을 향해 달려가는 마피.
이미 스스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친 상태라, 세운이 가까이 다가가 포션을 부었다.
“그대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포션을 부은 걸로도 회복이 더디다.
세운이 곧바로 8서클의 치료 마법을 사용하여 용의 몸을 회복시켰다.
다행히 치료 시작과 동시에 용의 몸이 빠르게 아물었다.
과연, 마나의 종주라고도 불리는 드래곤.
마나를 사용한 치료인 만큼 그 효율이 사람에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뛰어났다.
“인간. 그대는…….”
정신을 차린 드래곤이 세운을 보고 경계했다.
그럴 수밖에. 당장 그의 몸을 이 꼴로 만든 이들이 바로 세운과 같은 인간들이니까.
하지만, 그는 곧 긴장을 풀며 세운에 대한 적대를 풀었다.
“이곳의 인간이 아니로군. 게다가 그 힘. 드래곤 로드의…… 아니, 그보다 훨씬 강한 힘. 아마,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힘이로군.”
“그게 느껴지나?”
“그 역린에는 그대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힘과 지식이 깃들어 있다네. 그대가 왔다는 건…… 마피.”
“응! 내가 데려왔어!”
“역시 네가 한 일이었구나.”
용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마피를 내려보았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함을 담은 표정.
세운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가는 무엇을 치렀느냐.”
“나이라고 했어!”
“그렇구나. 성장의 정체…… 대가는 시간이었나. 어린 이에게 가장 값비싸고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다니…….”
“난 괜찮아! 아빠랑 엄마만 있으면 이대로도 너무 행복한걸!”
“고맙구나. 그리고 미안하구나. 정말…….”
“난 진짜 괜찮아! 헤헤.”
용이 마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얼떨결에 마피가 내놓은 대가를 들어 버린 세운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수십 배는 많을 용에게 시간을 대가로 받아 가다니.’
아마 황금 문을 여는 대가는 문을 여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마피에게는 시간을 대가로 가져갔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게 시간의 가치는 더욱 낮을 테니까.
평생 동안 부를 쌓으며 살아온 이에게는 금은보화를, 일생을 수련에 매진한 무도가에게는 그 힘을.
각자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불하는 게 바로 황금 문을 여는 대가일 것이다.
“그럼…… 그대. 인간이여.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나?”
“그러려고 찾아왔다.”
“부탁하네. 부디 용의 계곡을 지켜주게.”
“그러지.”
타앗!
더 이상 들을 설명도 없었다.
세운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날아갔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산을 넘자 이내 수십 마리의 드래곤이 보였다.
“인간!”
“어떻게 뒤에서!”
전투 중이라 그런가? 마피의 아비용과는 다르게 그들은 세운이 가진 역린의 힘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에 당연히 세운을 적이라 판단하며 곧바로 대처하려던 순간.
“크오오오오!!”
저 아래에서 용의 포효가 들려왔다.
마피의 아비용. 그가 내지른 포효였다.
“마르휘겔?”
“그렇군, 마피가…….”
“확실히. 용의 힘이 느껴지는군.”
용의 포효에는 마나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마나의 배열은 인간이 사용하는 모스 신화와도 같이 드래곤에게 그 뜻을 전달해 주었다.
용들은 금세 그 뜻을 알아채고 바로 세운을 인정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무리 아군이라고 해도 자신들을 공격 중인 인간과 같은 종족이니 경계를 품을 만도 한데, 역린의 힘이 그만큼 대단한 건지, 저 용들이 편견을 갖지 않는 편인 건지 모르겠다.
“상황은 어떻지?”
“휴전 상태다. 마르휘겔을 쓰러트렸으니 그사이에 재정비 시간을 가지려는 거겠지.”
“적의 수는?”
“대략…… 오백 명이다.”
오백 명의 인간.
본래 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대군을 끌고 와도 가능성이 희박한데, 고작 오백 명의 인간이 찾아와 수십의 드래곤을 상대 중이었다니.
‘드래곤들이 약한 것도 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드래곤들만 하더라도 카이어에서 본 드래곤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단순히 신체적인 능력만이 아니라 마나를 다루는 능력도 부족하다.
솔직히, 이 정도라면 마나의 종주라고는 불리기 힘들어 보일 정도.
기껏해야 대부분 세운보다도 낮은 7서클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인간의 수준에 못 미칠 정도는 아닌데. 인간도 생각 이상으로 강한 건가.’
드래곤이 약하거나 인간이 강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둘 다 해당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전장에 플레이어 고작 한 명을 보내다니.
세운이 겪고 들어본 그 어떤 황금 문과 비교해도 범접할 수 없는 난이도의 시련이었다.
“내가 찾아가 보지.”
“대화로 풀어볼 상대가 아니다. 우리도 대화를 위해 몇 번이고 접선을 시도해 봤네. 하지만, 저들이 원하는 건 대화가 아니라네.”
“그러면 무엇을 바라고 공격해 오는 거지?”
“명예. 그리고 우리의 몸이겠지.”
“……용의 소재를 말하는 거군.”
“비록 시간이 흘러 용의 힘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인간들에게 용의 뼈와 비늘은 아직까지도 최고로 통하고 있으니 말일세.”
시련이 괜히 용의 편을 들어준 게 아니었다.
용이 먼저 인간의 침략하여 그 복수심으로 반격에 나선 것도 아니고. 용의 계곡에 숨어 살아가고 있던 이들을 그저 욕심을 앞세워 공격한 거라니.
‘뭐, 나도 욕할 입장은 아닌가.’
비록 시련이라고는 해도 세운은 지금까지 보이는 대로 몬스터를 쓰러트려 왔다.
몬스터들도 대놓고 살기를 드러내며 공격해 왔다지만, 세운도 굳이 녀석들을 찾아가 쓰러트렸으니 말이다.
“대화가 안 되면 힘으로 해결하면 된다.”
“위험하네. 그대의 세계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이곳의 인간들은 강하네. 차라리 우리와 함께 공격에 나서는 게…….”
“혹시나 위험해 보이면, 그때 지원에 나서주면 된다.”
“……정말 괜찮겠나?”
“물론.”
어차피 시련을 통과하려면 상대의 수준을 확인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위험하면 바로 자리를 이탈할 자신이 있었기에, 세운이 바로 인간의 진형을 향해 날았다.
척, 척.
그 즉시 인간의 진형에서 일어나는 움직임.
혹여나 세운을 폴리모프 한 드래곤이라 생각하고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까 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다.
뭐, 그래도.
“드래곤이 아니군. 정체가 뭐지?”
채앵!
세운이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창칼이 겨누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드래곤 측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 드래곤 측에 붙다니. 어리석은 놈이군. 요즘 정세도 알지 못하는 건가?”
“정세?”
“용의 계곡은 그야말로 대륙의 보물창고. 온갖 보물이 파묻혀 있는 황금의 땅이다. 거기에 드래곤의 소재까지…… 우리 제국뿐만 아니라 모든 제국이 계곡을 노리고 있다.”
“그렇군. 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지.”
“이미 사방에서 계곡을 조이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쪽으로 오는 게 어떤가? 실력이 꽤 좋아 보이는데.”
척 보기에도 세운의 무력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곧바로 회유를 시작하는 인간 측의 수장.
“우리 콴 제국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특히 계곡을 공격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네놈 같은 부랑아도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지.”
소용없다.
설사 제국의 황제로 모신다고 하여도, 세운은 여기서 멈추어 설 생각이 없으니까.
“거절하지.”
“그렇다면…….”
남자가 손을 높이 올렸다.
그 즉시, 세운의 주변을 둘러싼 병사들이 공격 자세를 취해 보였다.
“죽어라.”
남자가 손을 바닥을 향해 휘두르는 동시에 사방에서 날카로운 창칼이 세운을 향해 찔러 들어온다.
그 순간, 세운의 검이 섬광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서거걱-
“허억!”
“어, 어떻게. 콴의 정예 무기를.”
거짓말처럼 가볍게 잘려 나가는 병사들의 무기.
병사들이 당황할 틈도 없이, 세운이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이제부터는 정당방위겠지?”
– 흑탑의 묘리에 따라 ‘디스페어 오브 윈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세운은 미리 준비해 둔 마법을 사용하였다.
절망의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나가며 병사들을 피 말리기 시작했다.
“마법사, 뭐 하나! 당장 마법을 막아라!”
“아, 안 되네.”
“무슨 헛소리냐! 얼른…….”
“8서클 마법이라네!”
“……8서클?”
그 대답을 한 이는 인간 측의 마법사.
이곳에는 탑주의 개념이 없어 보였는데, 이곳의 마법사들은 7서클 마법사였다.
그마저도 7서클 마법사는 대략 20명, 나머지는 6서클 마법사.
8서클 마법인 디스페어 오브 윈드를 막아낼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전부의 힘을 합쳐 절망의 바람이 더욱 퍼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내는 것뿐이었다.
“다일로, 출격이다!”
남자의 외침과 동시에 뒤에서부터 50명의 기사가 뛰어나왔다.
그들의 검날에 뒤덮여 있는 오러는 그들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강력한 마법이지만, 그래봤자 마법사!”
“단칼에 베어 주마!”
소드 마스터의 수준을 탑의 플레이어와 비교하자면, 대략 80층에 막 접어든 전투계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 상대가 무려 50명.
이들이 괜히 드래곤을 압박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분명 세운 역시 힘들었을 거다.
그래, 플라카에 도달하지 못했던 세운이었다면 자칫 나태의 권능까지 사용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플라카에서 몸을 담갔던 마신혈. 게다가 아우터를 상대하며 얻은 막대한 신성 등.
고작해야 몇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세운은 플라카에 도달하기 이전보다 놀랍도록 많이 강해져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일 초식, 파천(破天)이 강화됩니다.
콰광!
결국, 세운의 전방으로 정면 돌격해 오던 기사의 절반가량이 고작 한 번의 공격에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기사의 수는 아직 많이 남았다.
압도적 수를 무기로 내세우며 기사들이 검을 내지르고, 저 뒤에서는 가까스로 절망의 마법을 막아낸 마법사들이 반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때.
“대단하군.”
“과연, 이게 구전으로 남아 있던 탑과의 계약. 구원자의 힘인가.”
콰아아아앗!
저 위에서 용의 숨결이 몰아쳐 오며 세운을 공격해 오던 기사들을 막아냈다.
세운이 고개를 들어 저 높은 곳에서부터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 다가오는 드래곤들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통하지만, 몸의 언어는 잘 통할 것 같습니다.”
세운의 간단한 조크에 수년간 근심과 걱정으로 뒤덮여 있던 드래곤들의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가 내걸렸다.
제 59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