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59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596화(596/675)
처음 쓰러트렸던 남자가 말한 대로 적은 한두 세력이 아니었다.
콴 제국이라 불린 것처럼 군대 하나가 몰려온 곳도 있었고, 자칭 용사 파티라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러 나라가 동맹을 맺고 용을 처단하러 왔다고 소리를 지르고, 십자가 문양의 전사들은 용을 악마라 부르며 검을 휘둘렀다.
“저기, 뭔가 오고 있습니다!”
“드래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텐데!”
“크기가 작습니다. 저건…… 인간입니다?”
“인간? 인간으로 변신한 드래곤이 아니라, 정말 인간이란 말인가?”
“네! 분명 인간입니다!”
“인간이 어찌 날개를 달고…….”
다만, 첫 번째 적을 상대한 이후 세운의 전투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상대와 먼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아니, 그것보다는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적진 앞에 멈추어 섰던 세운.
하지만 지금은 대화 따위는 바라지 않았고, 속도 또한 늦추지 않았다.
“멈춰라!”
“마법사들, 뭐 하나!”
“무리라네! 뭐, 뭔가 마법이 둘려 있네. 우리 힘으로는…….”
“벽이라도 세우시게! 얼른!”
쿠구구구!
마법사들에 의해 두꺼운 벽이 생겨났다.
마법사의 수준이 꽤 높은지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막고, 그 주변으로 흙벽이 생겨나 두께를 늘려주었다.
하지만, 세운은 이를 피할 생각조차 없었다.
쿠쾅!
“허억!”
아펠리온의 창끝을 앞으로 향하여 벽을 돌파해 냈다.
드래곤의 브레스조차 막아낼 것처럼 단단해 보이던 벽에 구멍이 생겨나며 세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취한 자세는, 투창.
아펠리온을 던지기 위해 자세를 다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휘관이 본능적으로 그 목표를 깨달았다.
“드, 드래곤 슬레이어를 지켜라! 놈의 목적은 드래곤 슬레이어다!”
“그런! 얼른 막아!”
“하지만 어떻게!”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드래곤 슬레이어만은 지켜야 해!”
드래곤 슬레이어.
이곳에도 역시 용의 두개골로 이루어진 그 아티펙트가 존재했다.
세운의 목표는 바로 저것이었다.
철컥, 철컥!
병사들이 타워 실드를 맞대며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로막았다.
마법사들이 벽을 세워 올리고, 하얀 신관복을 입은 이들이 그 모두에게 축복을 내렸다.
하지만, 그 모두 세운이 창을 내지르는 순간.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삼 초식, 빙룡낙하(氷龍落下)가 강화됩니다.
콰과과과광-!!
모든 벽이 꿰뚫렸다.
모든 방패가 나가떨어졌다.
태극신공을 통한 내공을 아낌없이 담은 세운의 창은 그들이 막을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괜찮다! 이 정도로 약화시켰다면, 드래곤 슬레이어가 뚫릴 리가 없다!”
지휘관이 외쳤다.
애초에 드래곤 슬레이어의 내구력은 그 어떤 광물이나 광석보다 단단하다.
처음의 위세라면 몰라도, 수많은 저항을 뚫으며 기세가 줄어든 창이라면 결코 드래곤 슬레이어를 뚫을 수 없다.
……라고 생각했지만.
푹!
“……어?”
비현실적이게도, 아펠리온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꿰뚫으며 내부의 핵을 파괴했다.
자세히 보니 아펠리온의 창끝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이음을 파고들고 있었다.
두개골.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하나의 이어진 뼈로 보겠지만, 사실 두개골 역시 다른 뼈처럼 여러 이음이 존재한다.
사람으로 친다면 정수리의 관상봉합이나 뒤로 이어지는 시상봉합 등을 뜻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드래곤 역시 봉합선이 존재한다.
그 존재가 너무 흐릿하고, 인간에 비해 봉합선이 더욱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어 알아차리지 못할 뿐.
세운은 여정의 지침표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그 봉합선의 사이를 노린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약점이라면 이미 파악해 뒀지.’
첫 번째 전투 때, 세운은 그저 생각 없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부수고 온 게 아니었다.
당시에는 마몬의 보구를 사용하여 손쉽게 공략했지만, 그사이에 여정의 지침표로 두개골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빠지직!
“아, 안 돼…….”
드래곤 슬레이어는 봉합선을 따라 위태로운 소리를 내더니 결국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부서지자마자.
“크릉…….”
“쿠오오오오…….”
잠자코 있던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제법 강하다고는 해도 드래곤 슬레이어가 없어져 본래의 힘을 낼 수 있는 드래곤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콰아아아아!
드래곤의 브레스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마법이 뒷길을 가로막고, 진영을 흩트렸다.
심지어 그걸로는 분이 안 풀리는지 맨몸으로 뛰어들어 난동을 피우는 드래곤까지 존재했다.
최고의 지성체라 불리는 드래곤이라 하여도 분을 푸는 데는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인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성흔을 통해 드래곤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도망친 소수의 병사는 자신의 나라에 드래곤에 대한 공포를 퍼트릴 것이다.
물론, 고작 하나의 씨앗이 잘 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방법을 숙지한 드래곤들이라면 이후에도 잘 따라 해 줄 것이다.
세운과 비하면 부족하겠지만, 그들에게도 ‘드래곤 피어’라는 압도적인 공포 자극제가 있었으니까.
“다음.”
“이번에도 내가 안내하겠다.”
처음 세운을 안내해 줬던 드래곤이 이번에도 자선하여 자신의 등을 허락하였다.
덕분에 신성을 소모하지 않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온전히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간이 드래곤의 편을 들다니! 세뇌라도 당한 것이더냐!”
자신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 소개하던, 아니, 사실 정말 그랜드 소드 마스터급 실력을 자랑하던 인간을 쓰러트리고.
“호오, 나와 같은 경지의 인간이 이 대륙에 또 하나 존재할 줄이야. 경이롭도다.”
8서클의 마도사 역시 세운의 손에 쓰러졌다.
생각보다 어려운 상대가 많아 체력이 금방 소진되었지만, 이미 세운을 완전히 믿게 된 드래곤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 용의 눈물이라는 포션일세. 드래곤 로드께서 직접 만드신 물품이니 마나를 꽤 회복할 수 있을 걸세.”
“이것도 발라보겠나? 근육을 진정시키는 데 탁월한 약초라네.”
“내 레어에 와서 조금 쉬어 가지 않겠나? 남은 전선은 우리 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네.”
“출출하지 않나? 허기라도 달래고 출발하는 게 어떤가.”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저건 자신도 처음 보는 것이라며 눈을 반짝입니다.
희귀한 포션에 꼭꼭 숨겨놨던 먹이를 들고 오질 않나, 비행 중에는 서로 진열을 짜 맞춰 마법진의 형을 유지하더니 합동 마법으로 세운을 치료해 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세운은.
쾅!
“드, 드래곤 슬레이어가!”
콰앙!
“안 돼!”
콰아앙!
“도망쳐라! 도, 도망쳐!”
쉴 틈 없이 인간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애초에 그들은 드래곤을 막을 정도의 준비만 해 왔지, 강한 인간 하나를 막아야 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가 이긴 건가?”
“인간들이 전부 물러갔습니다.”
“용의 계곡 주변에 인간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변을 탐색하고 온 몇 마리의 드래곤이 보고를 올렸다.
차분하게 보고를 하려 했지만, 감정에 벅차 목소리가 떨리는 건 숨기기 힘들었다.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가며 감정의 변화가 극도로 드물다던 드래곤들이 저런 반응이라니.
지금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맙다. 인간이여.”
“이 얼마 만에 맞이하는 고요인가.”
“드래곤 로드시여. 당신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
모두가 평화를 되찾았다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세운은 아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인간은 전부 물러갔다네. 용의 계곡은 이제 안전하다네.”
“잠깐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인간은 다시 돌아온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공포’를 활용한 것 아니었나?”
“이미 가물대로 가물어진 흙바닥에 씨앗 하나 심는다고 바로 열매를 기대하면 안 된다.”
인간의 가장 큰 힘이 무엇일까?
끝없는 욕망과 호승심, 이기심 등,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세운은 그중에서 ‘무지’를 떠올렸다.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무서움을 잊는다.
불가능하다 생각되었던 일도 금방 불가능을 잊고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도전한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운이 바로 그 인간이기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려면 꾸준히 공포의 씨앗을 심고, 물을 적셔야만 할 거다.”
그 말을 알아 들인 드래곤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드래곤.
다른 종족이었다면 설득하는 데만 한세월이 걸렸을 텐데, 그들은 세운의 설명을 바로바로 수긍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힘은 너무나도 약해졌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수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로드께서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셨네.”
“그러니 대비를 해야겠지.”
마음 같아서는 이제 바로 돌아가고 싶었다.
솔직히, 인간을 전부 몰아낸 시점에서 세운의 눈앞에는 시련 완료에 대한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결국 시간이 지나 용의 계곡은 새로운 위험에 처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아빠, 우리 이제 안전해진 거지? 이제 우리 다 같이 소풍도 가고 할 수 있어?”
세운을 이곳까지 안내해 준 새끼 용, 마피는 저 어린 몸으로 다시 한번 위험에 처하고 말 거다.
이제는 더 이상 치를 대가도 존재하지 않는 저 어린 몸으로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모습을 떠올리기 싫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방법을 떠올려야 할 거다. 미리 함정을 준비하든지, 철벽을 쌓든지, 평화에 안주하지 않고 힘을 키우든지.”
“그래…… 저 어린아이가 희생한 대가를 이렇게 날려 보낼 수는 없지.”
드래곤들 역시 마피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잡았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남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준비가 끝나기 전에 인간들이 침범하기라도 한다면…….”
“인간의 세력은 한둘이 아닐세. 강대국의 공략이 실패했다는 걸 듣는다면, 기회를 노리고 있던 세력이 고개를 쳐들걸세.”
당장 보이는 세력은 전부 정리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공포를 한 번 맛본 세력은 다시 공격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아닌 곳들은 승냥이처럼 곧장 달려들 것이다.
용의 두개골이 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세력들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지고 온다면 분명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시간은 내가 벌어 두지.”
“그대가? 하나, 기반을 다지기까지는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릴 걸세. 인간인 그대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 아니던가? 정말 괜찮겠나?”
“아니, 난 바로 떠날 생각이다.”
“그렇다면…….”
“드래곤 로드의 사체. 아직 남아 있겠지?”
세운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로드의 사체를 요구하자, 드래곤들이 순간적으로 몸을 흠칫거렸다.
제 59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