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0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05화(605/675)
“그 깃털들, 어떻게 얻은 거지?”
“내가 물을 말이다.”
천사의 깃털은 단순히 시련을 통과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회귀 전의 세운도 얻지 못할 만큼 까다롭게 숨겨진 조건을 만족해야만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런 아이템을 블레이크가 가지고 있었다니.
놀란 건 세운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전령, 미아 역시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우와, 마스터도 86층의 갈림길을 모두 한 번에 통과하신 거예요?”
“무슨 말이냐, 미아. 아니다.”
“예?”
미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세운이 86층의 천사에게 깃털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모든 갈림길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옳은 길만을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그럼 대체 무슨 방법으로 깃털을 받았냐는 미아의 질문에, 블레이크가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탐색했을 뿐이다.”
“설마, 또 전부…….”
“맞다. 모든 갈림길을 들러, 모든 계단을 탐색했다. 수상해 보이는 곳은 전부 파헤쳐 가며.”
“그런데 깃털을 줬다는 건가?”
“모든 계단을 둘러본 집념에 감탄했다며 깃털을 주더군.”
“깃털을 받는 조건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가.”
들어보니 86층만 아니라 다른 층에서 깃털을 받은 조건 역시 세운과 완전히 달랐다.
81층의 시련에서는 성화를 견디며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고, 심지어 문지기의 공격까지 견디며 모든 구역을 탐사했고.
82층의 시련에서는 선택한 황금 문의 시련을 극복한 이후에도 황금 문 내부를 샅샅이 뒤지며 모든 구역을 탐사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쏟아지고부터 천사들에게 인정받아 깃털을 받았단다.
‘노가다나 다름없네.’
블레이크가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런 단순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니.
물어볼 건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곱 장인 거지?”
세운이 지닌 깃털은 여섯 장.
깃털은 천사를 통해 받아왔는데, 87층인 이곳에는 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깃털의 수도 6개가 끝인 줄 알았는데, 그의 손에는 일곱 장의 깃털이 들려 있었다.
“아, 이건…….”
블레이크가 깃털을 내려보았다.
그러며 방금 지나쳐온 난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검은 성운이 쓰러진 자리에 나풀거리고 있기에 가져왔다.”
“검은 성운이 깃털이 떨어트렸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검은 성운이 터지고 난 다음에 나타난 깃털이다.”
검은 성운의 폭발이 87층의 깃털을 얻는 조건이었던 건가?
고민하던 세운은 고개를 저었다.
81층부터 86층부터 그래왔듯이, 이번에 역시 정답은 이 하나가 아니었을 거다.
검은 성운 말고도 깃털을 얻을 방법이 있었을 거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블레이크도 이 깃털이 첨탑과 관련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아마, 이게 맞을 거다.’
세운은 오히려 그의 추측에 확신을 가졌다.
회귀 전, 흑탑의 마스터는 블레이크는 결국 루시퍼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신마대전이 발발하였다.
블레이크는 탐색 스킬 하나 없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찾아내었을까?
간단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깃털을 찾아냈던 거다.
‘블레이크의 방식이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 모든 깃털을 찾아냈을 테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세운 역시 깃털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깃털의 존재를 몰랐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위에도 깃털이 숨겨져 있다면 그걸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세운뿐이다.
“좋아, 지금부터 깃털을 찾으러 가 보지.”
우우웅-
여정의 지침표가 깃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 * *
천사의 깃털.
블레이크가 이미 일곱 번째 깃털을 얻었지만, 세운은 아직 다음 층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저 깃털이 열쇠나 이정표가 아니라 ‘자격’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깃털이 첨탑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라면, 기껏 첨탑을 찾아내도 세운은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건 곤란하다.
그렇기에, 모든 깃털은 두 개씩 찾아야만 했다.
그리 생각하며 세운이 가장 먼저 찾아온 곳은 87층에서도 특이한 지형 중 하나인 적운(赤雲)이었다.
“세운, 이곳에도 깃털이 있는 건가?”
“아마도.”
여정의 지침표의 반응은 희미하다.
마치 무언가의 방해라도 받는 것처럼, 여정의 지침표도 깃털에 한해서는 제대로 된 길 안내를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건 아니다.
여정의 지침표는 희미하게나마 깃털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희미한 반응과 세운이 아는 하천의 지리.
두 가지를 결합하여 추측해 낸 곳이 바로 이 적운이었다.
“난층이랑은 완전히 다르네.”
“화창하군.”
적운.
쌘구름이나 뭉게구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구름이었다.
특히 이 적란운은 꼭대기는 둥글고 밑은 편평한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아래의 인간들이 알고 있는 구름의 정보다.
애초에 아래에서 부르는 적운의 이름은 적운(赤雲)이 아니라 적운(積雲)이었다.
“주인의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
“주인?”
“저놈이다.”
수직운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높게 치솟은 붉은 구름, 적운. 그 위에서 기다란 생명체가 구름을 휘감으며 내려왔다.
용. 아니, 용이라기보다는 뱀에 가까운 모습의 괴물.
용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용에 다다르기 직전의 괴물로서 불을 내뿜고 비를 내리게 한다고 알려진 보스 몬스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녀석을 상대하는 건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꽁지를 빼곤 한다.
그도 그럴 게, 녀석은 하천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몬스터였으니까.
이무기가 화를 낼 때마다 하천의 날씨가 어두워지고, 그가 낮잠을 잘 때마다 날씨가 화창하게 일렁거린다.
“저놈을 상대하려는 건가?”
“무서우면 나 혼자 상대하지.”
“그럴 리가. 함께하겠다, 세운.”
“저, 저는 도망가 있을게요! 힘내세요!”
분위기를 읽은 미아가 재빨리 도망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적대감을 풍기고 있는 세운과 블레이크를 발견한 이무기가 콧잔등을 찡그리며 송곳니를 내밀었다.
그의 경계심이 반영된 듯이, 화창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둡게 물들었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그 사이로 이무기의 두 눈만이 섬뜩하게 빛났다.
“가지.”
“좋다.”
펄럭!
세운과 블레이크, 둘이 동시에 날개를 펼쳤다.
튜리크의 아름다운 보랏빛 날개와 루시퍼를 상징하는 날카로운 붉은 날개.
두 날개가 각각 보라색과 붉은 궤적을 그리며 이무기를 향해 소용돌이쳤다.
“크와아아악!”
이무기가 다짜고짜 불길을 뿜어댔다.
87층의 날씨를 지배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그 불길은 태양처럼 뜨거웠다.
“불은 내가 맡지.”
“좋아.”
블레이크의 제안에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멀리서 검은 성운을 쓰러트리는 걸 보았지만, 그가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와 함께 목표를 찾았을 때.
지금은 사이가 좋을지 몰라도, 그때는 블레이크와 검을 맞대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그의 힘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세운이 불꽃의 범위를 벗어나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블레이크는 당당하게 불꽃의 중앙에 서서 손을 들어 성흔을 맹렬히 빛냈다.
“역전(逆轉).”
그의 날개가 붉은빛을 토했다.
마치 거울처럼 빛나는 붉은 날개가 이무기가 내뿜은 불꽃과 충돌하자…….
콰아앗!
불꽃이 방향을 반대로 바꿔 이무기를 향해 나아갔다.
‘역전. 상대의 공격을 반사하는 힘인가?’
이무기가 당황했다.
순식간에 두 인간을 불태우리라 생각했던 불꽃이 자신을 향해 날아들다니.
피하기는 너무 늦었으니, 불꽃을 상충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불길을 내뿜었다.
콰아아-!
두 불꽃이 부딪히는 사이, 세운은 이미 이무기의 머리 바로 옆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높게 들어 올려지는 뒤랑달.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일 초식, 파천(破天)이 강화됩니다.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검게 물든 뒤랑달이 이무기의 눈을 향해 떨어졌다.
자신의 불을 맞받아치느라 몸을 뺄 수 없던 이무기.
눈꺼풀이 존재하지 않는 뱀의 특성상,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눈을 보호해 주는 투명한 비늘을 믿는 것뿐이었고.
푸홧!
“크와아아아악!”
세운의 검은 녀석의 눈을 여지없이 베어냈다.
세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 끝에서 지옥의 불길, 헬 파이어를 뿜어냈다.
제아무리 날씨를 조종하는 녀석이라도 눈동자 안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는 걸 버틸 수는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싸우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군.”
불꽃이 사라지자마자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블레이크. 그의 손에 들린 건 두 쌍의 단검이었다.
하나는 마기를 풀풀 풍기는 검은색 단검, 다른 하나는 천사의 것처럼 신성력을 뿜어내는 하얀 단검.
카앙!
이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덩치에 맞지 않게 재빠르게 두 단검을 깨무는 이무기.
그 틈을 이용하여 세운이 검을 휘두르려 하였지만, 세운의 옆으로 이무기의 꼬리가 날아들었다.
콰광!
“카아악-”
바로 이어서, 이무기가 휘감고 있던 적운이 꿈틀거렸다.
적운은 터지듯이 붉은 구름을 쏘아내더니, 그 모두가 이무기의 형상이 되어 세운과 블레이크를 공격했다.
“히드라를 상대하는 기분이군.”
“히드라라…… 그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은데.”
적운으로 이루어진 수십 마리의 이무기.
녀석들은 구름으로 만들어진 것을 증명하듯, 쓰러트려도 구름이 되어 흩어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공격을 허용할 수는 없었다.
비록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녀석들이 가진 힘은 진짜였으니까.
콰광, 쾅!
콰아앙!!
세운과 블레이크, 그리고 이무기.
세 존재가 격돌할 때마다 하천의 구름이 일렁였다.
날씨가 수시로 변동하고, 하천의 몬스터들이 몸을 떨었다.
“블레이크, 아까 그 힘. 저 구름을 상대로도 쓸 수 있나?”
“빈틈을 만들어 주라는 건가. 알겠다, 세운. 다만, 한 번에 쓰러트려야 할 거다.”
적운으로 이루어진 수십 마리의 이무기가 입을 쩌억 벌리며 달려든다.
그때, 블레이크의 날개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역전.”
쿠궁!
이번에는 튕겨 나가는 게 아니었다.
역전이라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뒤집거나 뒤바꾸는 힘.
처음에 불꽃의 방향을 바꾸었다면, 이번에는 이무기가 분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적운을 뭉치던 힘을 반전시켜 적운을 흩어지게 했다.
역전.
단순하지만, 활용력에 따라 그 어떤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사기적인 힘.
그야말로 루시퍼에게 딱 어울리는 마신다운 권능이었다.
“크와아아아악!”
순식간에 구름으로 만들어진 이무기가 사라지고, 진짜 이무기만이 남았다.
녀석은 세운과 블레이크를 한 번에 끝장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
머리 위로 심연처럼 어두운 먹구름을 만들어, 모든 것을 초토화하는 용의 번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것이 완성되기 전, 세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아메노하바키리 ]–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사이에서 태어난 바다와 폭풍의 신, 스사노오가 악룡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트릴 때 사용하였다고 알려진 검.
녀석을 죽이기에 딱 어울리는 검.
본능적으로 섬뜩함을 느낀 이무기가 미처 다 모으지 못한 먹구름을 활성화하여 세운에게 번개를 쏘아냈다.
쿠릉-!
용의 번개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용의 모습을 한 채로 세운에게 날아드는 번개.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그 위력은 족히 하천의 존재를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하나.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이 ‘아메노하바키리’에 잠든 폭풍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아메노하바키리’를 통해 뱀 사냥이 재현됩니다.
폭풍을 다루는 스사노오의 검.
악룡인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트린 검.
아메노하바키리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세운의 검은 번개로 이루어진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날아드는 용에게 날아들어 몸을 갈랐고.
푹-
“크락-”
곧이어, 용을 선망하며 만들어진 약점, 이무기의 역린을 찔렀다.
이내 혼란스러웠던 하늘이 다시금 맑아지며.
“역시.”
사라져 가는 이무기의 역린에서, 순백의 깃털 한 장이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제 6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