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0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08화(608/675)
네피림의 반응을 보아하니 세운의 추측은 더욱 명확해졌다.
옥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첨탑.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니라 솔로몬의 열쇠였다.
그중에서도 강마의 서라고도 불리는 1장과는 반대로 강신의 서라고 불리는 2장.
아르스 테우르기아-게티아.
‘루시퍼가 찾고 있는 게 이거였나?’
세운의 머릿속에서 루시퍼의 계획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강신의 서.
지금은 오만의 마신이라 불리지만, 루시퍼는 타락 천사라는 이름답게 본래는 악마가 아닌 천사였다.
그것도 높은 계급의 천사였으니, 강신의 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루시퍼의 손에 강신의 서가 들어간다면 신마대전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도 아니지.’
마신의 손에 넘어간 강신의 서.
강신의 서만으로 천사들을 조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천사들을 행동 불능으로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다.
이에 루시퍼가 천계를 공격하든, 천계에서 강신의 서를 되찾기 위해 루시퍼를 공격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은 일어날 거다.
여기서 동맹 관계에 따라 천계는 선신의 세력을, 루시퍼는 악신의 세력을 불러들였을 거고.
그렇게 이루어진 게 바로 신마대전.
세운이 기억하는 회귀 전의 전쟁이었을 거다.
“대답은 되었소? 그럼 이제 무용담을 들려주겠소?”
그 중요한 얘기를 꺼내 놓고 이제 얘기는 끝났다는 듯이 말을 돌리는 메타트론.
하지만, 세운이나 블레이크나 무용담이나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특히, 이 이후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하던 세운과 달리 블레이크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에둘러 가려 하지 않았다.
“열쇠는 어디 있지?”
“도전자들이 신경 쓸 게 아니라오.”
“아니,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그 열쇠뿐이다.”
직설적으로 목표를 말하는 블레이크.
가끔은 유연한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 보면 생각이 이렇게나 꽉 막힐 수가 없었다.
블레이크는 어째서 루시퍼의 말을 따르는 걸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충성심이었다.
“……하아, 열쇠를 가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하였소? 옆의 도전자 역시 마찬가지요?”
“그래.”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세운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둘 다 고개를 끄덕이니, 메타트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는 게 어떻겠소. 도전자로서 옥좌에 초대된 그대들에게는 신의 선물이 준비되어 있소.”
“내 목표는 하나. 열쇠뿐이다.”
“기어코, 영광을 앞두고 열쇠를 탐해야만 하겠소?”
블레이크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타트론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곤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도전자들의 무용담이나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하였소만…….”
사아앗!
메타트론의 몸에서 화염이 한 차례 타올랐다.
불꽃이 모두 사그라들자, 그의 몸에는 가벼운 천 옷 대신 단단한 중무장이 걸쳐져 있었다.
손에 잡힌 불꽃은 두꺼운 양손 검으로 변하고, 등 뒤의 날개에도 부분 갑주가 덮였다.
“그대들을 맞이하는 건 대리인으로서의 메타트론이 아닌, 옥좌의 수호자로서의 메타트론이었나보오.”
쿵.
그가 바닥에 검을 내리꽂았다.
그러자 여태까지 그의 수발을 들 듯이 상을 차리고 정리하던 천사들이 일제히 무장을 갖추었다.
그들 모두가 메타트론의 병사들.
즉, 세운과 블레이크의 적이었다.
“세운. 미안하지만, 도와주겠나?”
“그래야지.”
세운과 블레이크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 * *
카가가강!
수방에서 천사들의 무기가 둘을 덮쳐온다.
상을 차리고 정리하던 그들의 모습은 전투와는 전혀 동떨어져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열을 갖추고 하늘을 나는 철새들처럼, 그들은 한 몸인 것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세운과 블레이크를 공격한다.
그 어떤 군대보다도 체계적인 움직임.
그들은 시종 따위가 아닌, 진정한 병사들이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무용담이나 자랑하는 게 어떻겠소? 내 드넓은 아량으로 그대들의 무례를 용서할 터이니.”
“사양하지.”
캉!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잘 알겠소.”
자비를 베풀겠다며 두 팔을 활짝 벌린 메타트론의 품으로 흰색 단검이 날아들었다.
수십의 아기 천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틈을 노리고 던진 단검이라니.
정확하게 급소를 노리고 정체를 숨긴 채 날아드는 단검은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메타트론은 날아온 단검을 너무나도 손쉽게 쳐냈다.
그러고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 전장에 합류했다.
‘권능이 없으니까 생각보다 불편한데.’
이렇게 많은 적, 그리고 메타트론과 같이 강한 적을 상대할 때는 역시 질투의 권능이 제격인데.
마신들과의 연결이 끊어진 지금, 질투나 나태, 분노 등, 그 어떤 권능도 사용할 수 없었다.
세운에게 허용되는 힘은 마몬의 권능이 아니라 온전히 세운에게 넘어오게 된 마몬의 보물창고.
그리고 성흔에 깃들어 있는 공포와 광란, 파멸의 힘뿐이었다.
그보다 문제는 블레이크 쪽이었다.
“싸울 수 있겠나?”
“당연하다. 세운.”
블레이크.
그는 온전히 루시퍼의 힘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었다.
루시퍼와의 연결이 끊기면 신성도 내려받지 못하게 되니, 이전의 시련에서 보였던 힘은 전혀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펄럭!
태양처럼 붉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수백 장의 깃털을 쏘아내는 블레이크.
아기 천사들은 깃털을 막아내기 위해 일제히 몸을 멈추었고, 개중에는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깃털에 적중당한 이들도 있었다.
“루시퍼 님은 이미 지금의 상황을 예측해 두셨다.”
그의 성흔에는 루시퍼의 신성이 충만하게 깃들어 있었다.
애초에 이곳은 루시퍼의 목적지나 마찬가지였으니,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연결이 끊기기 전에 미리 사도에게 힘을 실어 둔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세운의 신성에는 다른 마신들의 신성이 깃들 만한 여유 공간이 없었다.
그러니 이러한 차이가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세운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냐?
그건 절대 아니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작은 악마, 아조트 ]– 연금술사 파라켈소스의 검. 그 검의 힐트에는 새 모양으로 변신한 악마들이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뒤랑달에 깃드는 아조트의 힘.
세운이 일 검을 휘두르자, 힐트에서 검신으로 이어진 검은 기운이 새의 모습으로 변해 전방으로 퍼져나갔다.
하나, 둘, 셋, 넷.
쉴 새 없이 쏘아진 새들은 무리를 넘어 새 떼를 만들어 내어 아기 천사들을 휩쓸었다.
“세운, 그것도 마신의 권능이 아닌가? 너도 신성을 미리 받아 둔 건가?”
“비슷해.”
굳이 자세히 설명할 이유도, 설명할 틈도 없었다.
아기 천사들이 당황하는 틈 사이로 메타트론이 튀어나와 그 거대한 대검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쿵!
“무용담만큼 재밌지는 않겠지만…… 부디 그 몸으로라도 나에게 재미를 안겨주길 바라오.”
“너를 쓰러트리면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건가?”
“대답할 필요는 없겠소. 어차피 그대들은 날 쓰러트리지 못할 터이니.”
손목이 시큰해질 정도의 근력.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의 검이 불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뜨거운 불꽃을 내뿜으며 열기를 선보였다.
검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타고, 폐가 뭉그러질 지경이었다.
물론, 마신혈을 흡수한 세운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의 열기를 버텨내는 것이오? 과연, 여기까지 찾아온 도전자라 할 수 있겠소.”
“더우니까 열기부터 좀 식혀야겠는데.”
순식간에 영창을 마친 세운의 검에서 푸른 물길이 일렁였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씨 블라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메타트론을 향해 뿜어지는 대양의 해일.
덩달아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아기 천사들 역시 해일에 휩쓸렸다.
드높은 구름 위에서 살아가며 구름의 바다는 보았어도, 진짜 바다는 처음 느껴보았기에, 해일에 휩쓸린 천사들 모두가 해일에 담긴 수압을 견뎌내지 못하고 날개를 버둥거리며 떠내려갔다.
다만.
치이이익!
“무리요. 나의 열기는 신의 열정을 표하고 있으니, 꺼트리는 게 불가능하오.”
씨 블라스트.
대양의 해일을 불러일으켜 시야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청탑 최강의 수류계 공격 마법.
무려 8서클의 마법이 코앞에서 뿜어져 나왔는데, 그중 한 방울도 메타트론의 몸에 닿지 못했다.
그의 몸에 닿으려던 해일은 모두 수증기로 변모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압도적인 열기.
메타트론은 지금까지 세운이 상대해 온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력한 존재였다.
‘이 정도면…… 최소 3품, 아니, 2품 천사 이상이다.’
8서클 마법을 이렇게나 타격 없이 받아낼 존재가 가벼운 존재일 리가 없다.
천사의 계급도는 1품부터 9품까지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2품 천사인 케루빔에 속할 정도가 아니라면 씨 블라스트를 이리도 타격 없이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솔직히 1품 천사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지만, 세운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1품이라면, 이길 수 없다.’
천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 1품 천사 또는 치품천사라고도 불리는 이들.
거기에는 4대 천사라 불리는 미카엘과 라파엘, 가브리엘, 우리엘이 포함된다.
세운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준신의 기준을 넘어선 존재인 4대 천사를 이길 수는 없으니, 메타트론이 1품 천사라면 마신의 권능마저 차단된 상황에서 그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배제한다.’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싸울 수는 없다.
메타트론을 2급 천사 이하로 간주하고.
솔직히 2급 천사라고 하여도 준신급에 다다른 이들이었으니 지금의 상태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조리 배제하고, 최선의 수를 사용한다.
“블레이크!”
“자잘한 것들은 내가 전부 정리하겠다.”
“아니, 자잘한 것들은 내가 정리하지. 저놈 좀 잡아 두고 있어.”
“알겠다, 세운.”
블레이크의 속도는 인정한다.
섬광처럼 빠른 속도로 휘두르는 날개와 단검이라면 아기 천사들을 금방 정리할 수 있겠지만.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프로즌 템페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세운에게는 마법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적을 상대로는 역시 대범위 마법만큼 강한 게 또 없었다.
휘이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첨탑 내부를 가득 채웠다.
씨 블라스트로 인해 해류에 젖어 있던 아기 천사들의 몸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다른 적이었다면 이걸로 상황 종료였겠지만, 상대는 저래 보여도 천사들이다.
메타트론의 병사들인 만큼, 이걸로 끝날 상대가 아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육 초식, 혈랑향연(血狼香煙)이 강화됩니다.
세운이 검을 휘두른다. 그럴 때마다 퍼져나간 늑대의 잔영이 얼어붙은 아기 천사들을 깨부순다.
첨탑을 가득 채운 늑대의 잔영.
금으로 만들어지고 레드 카펫이 넓게 깔린 아름다운 첨탑의 바닥에 아기 천사들이 부서져 만들어진 얼음 조각들이 가득 채워진다.
“세운!”
“이제 합류하지.”
장기인 섬광 같은 속도로 메타트론을 상대하던 블레이크가 도움을 외친다.
아무리 그라도 메타트론을 혼자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던 모양이다.
‘회귀 전에는 어떻게 메타트론을 상대한 거지?’
블레이크는 강하다.
성흔에는 루시퍼의 힘이 가득 차올라 있으니, 어지간한 적은 블레이크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메타트론은 그 이상으로 강하다. 블레이크가 성흔의 힘을 뿜어낸다고 해도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다.
세운과 합세하면서도 이렇게 팽팽한 대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회귀 전엔 블레이크 혼자서 메타트론을 상대했었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 이상하긴 하지만…….
‘열쇠의 확보가 우선이다.’
우선은 메타트론을 쓰러트려야만 한다.
비록 지금은 아군으로 싸우고 있지만, 블레이크보다 먼저 열쇠를 집어야만 했다.
제 6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