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0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09화(609/675)
카앙, 깡!
메타트론과의 전투가 과열되었다.
세운과 블레이크.
두 명이서 메타트론을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상황은 도저히 둘에게 유리해지지 않고 있었다.
“볼수록 아쉬운 실력이오. 영광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었을 터인데.”
디아블로의 마스터, 세운.
흑익의 마스터, 블레이크.
두 길드장이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메타트론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불꽃의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둘의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빈틈!’
어느새 메타트론의 뒤로 이동한 세운이 검을 휘둘렀다.
처음 사용했던 ‘작은 악마, 아조트’의 힘은 이미 끝나고, 벌써 세 번째로 사용하는 보구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며 그의 날개를 베려 하였다.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이 ‘다이토우렌’에 잠든 도깨비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다이토우렌’을 통해 문수지검이 재현됩니다.
카각!
갑옷이 덮여 있지 않은 날개의 이음새.
그곳을 향해 정확하게 휘두른 일격인데도, 날개는 베어지지 않았다.
메타트론이 즉시 반응하려 하였지만, 블레이크가 양손의 단검을 휘두르며 움직임을 막았다.
그사이, 세운의 검에서 강풍이 뿜어져 나왔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디스페어 오브 윈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서걱!
드디어 베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한쪽 날개 역시 베어내기 위해 검을 역으로 붙잡았지만.
“과연, 대단하오.”
메타트론의 몸에서 불꽃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기세를 이어가려던 세운과 블레이크 둘 다 불꽃으로 인한 풍압에 밀려나고 말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보니, 메타트론은 이전과 똑같이 거대한 양쪽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세운, 실패한 건가?”
“아니.”
“그럼…….”
“나의 날개를 잘라내다니. 놀랐소.”
메타트론의 등에서 열두 줄기의 날개가 떨어지더니 불길로 화해 잿더미가 되어 흩어졌다.
세운은 메타트론의 날개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메타트론의 날개는 하나가 아니었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한 쌍의 날개지만, 저건 처음에 보여주었던 서른여섯 개의 날개가 겹쳐 만들어진 날개다.
즉, 세운이 자른 건 서른여섯 개의 날개 중 열둘이었다는 말이다.
‘지금 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것도 여정의 지침표가 가리킨 메타트론의 가장 약한 부위였다.
그런데도 날개의 절반조차 자르지 못했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이었다.
“세운, 괜찮나?”
“괜찮긴 한데…… 이대로는 쓰러트릴 수 없을 것 같다.”
“확실히, 단단하다. 저놈.”
세운만이 아니다. 블레이크도 지금까지 메타트론에게 변변한 피해 하나 못 입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메타트론의 공격이 단조롭다는 점.
만약 메타트론이 공격까지 강했다면, 이미 승부가 났을지도 모른다. 세운과 블레이크의 패배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세운.”
“방법이 있나?”
“지금부터는 나한테 맡겨라.”
“맡기라니. 혼자서 메타트론을 상대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
“있다.”
“…….”
“단, 나서지 마라.”
“나서지 말라니?”
“내가 위험한 상황에 빠져도. 설사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절대 나서지 마라.”
블레이크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는 약속을 받는 것처럼 세운과 눈을 마주치더니,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등을 돌렸다.
“날 혼자서 상대할 생각이오?”
“그래.”
“오만이오.”
“그럴지도 모르지.”
“알면서도 덤벼온다는 건…… 여기서 죽고 싶기라도 한 것이오?”
“그럴지도…… 모르지.”
블레이크가 쌍검을 들어 올렸다. 붉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남은 신성을 불태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운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블레이크가 루시퍼의 신성으로 사용하던 권능, 역전.
그는 첨탑에 들어와서 전투가 벌어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힘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 * *
콰르륵!
메타트론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블레이크의 날개에 옮겨붙는다.
지금까지 잘 피해 왔지만, 사각이 없다시피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완벽히 피해 내기란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불꽃에 날아드는 불나방과 다르지 않소…….”
블레이크가 날개에 붙은 불을 무시하며 메타트론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그의 불꽃은 바람을 불거나 바닥을 뒹군다고 꺼지지 않는다.
블레이크는 메타트론의 품을 파고들더니 불이 붙은 날개를 칼처럼 휘둘렀다.
퍼져나가는 깃털이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쏘아진다.
날개의 절반을 포기하면서 날긴 일격.
카가강!
그 모든 공격이, 그의 중갑옷에 부딪히며 맥없이 떨어진다.
그 어지러운 광경 속에서.
푹!
“내가 불나방이라 하더라도.”
블레이크는 기어코 그의 몸에 단검을 쑤셔 박는 데 성공했다.
메타트론의 전신을 가리고 있는 중갑옷.
그중에서도 관절을 움직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이음새.
그곳에 검은 단검이 박혀 있었다.
“너 따위의 불꽃은 나를 태울 수 없다.”
명백한 도발.
블레이크가 이음새에 박힌 단검을 향해 반대 손에 들린 하얀 단검을 휘둘렀다.
망치로 정을 때려 박는듯한 공격.
아니다.
블레이크의 공격은 그런 게 아니었다.
흰색과 검은색.
두 개의 단검이 만나는 순간, 두 단검이 하나로 합쳐지며 단검의 날이 길게 늘어났다.
자연스레 메타트론의 어깨가 길게 베어지며, 갑옷의 이음새 사이로 피가 튀었다.
“내가 불꽃이 아니라도.”
하나, 메타트론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왼 어깨를 베이며 검을 휘두르기 어려워지자, 비어 있던 오른손으로 블레이크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대는 그저 초라한 불나방일 뿐이오.”
콰앙!!
블레이크의 몸이 볼품없이 튕겨 나갔다.
메타트론의 왼쪽 어깨에 낸 상처.
그게 바로 그가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이었다.
바닥을 구르느라 한쪽 날개는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었고, 반대쪽 날개는 아까의 공격으로 이미 반이 날아가 있었다.
두 단검도 메타트론의 갑옷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직까지 생각의 변함은 없는 것이오, 도전자여?”
“나는…… 열쇠를 탐하러 왔다. 루시퍼 님의 명에 따라. 다른 것 따위는 필요 없다.”
“루시퍼, 루시퍼. 루시퍼라…… 그렇군. 그대는…….”
메타트론이 오른손으로 불의 대검을 붙잡았다.
대검을 머리 위로 치켜든 그의 눈에서는 더 이상 자비가 엿보이지 않았다.
“잔악한 타락 천사의 끄나풀이었구려.”
“모든 것은 루시퍼 님을 위하여.”
“루시퍼. 그자는 이미 타락의 길을 건넜다 해도, 타락한 자에게 속삭여졌을 뿐인 그대에게는 정화의 길 역시 기다리고 있을 텐데.”
“모든 것은…….”
“아무래도 그대는 끝까지 어긋난 신념을 버리지 못할 것 같구려.”
화륵!
불의 대검이 타올랐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불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첨탑의 드높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이글거리는 거대한 불꽃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빛을 내뿜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 것처럼 신성한 불길.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고개가 절로 숙어지는 신성한 불길.
그 불길이.
서걱-
블레이크의 몸을 베었다.
왼쪽 어깨부터 대각선으로 그어진 검흔으로부터 불길이 터져 나왔다.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불태우는 신성한 불길.
영혼이 불타는 충격은 육신이 불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할 터.
그런데도 블레이크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메타트론을 똑바로 지켜본 채로 중얼거렸다.
“루시퍼 님을 위해.”
그때였다.
블레이크의 성흔에서부터 루시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붉은 신성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붉은 신성은 곧 블레이크의 몸에서 타오르고 있던 불꽃마저 삼켜 나가며 그 위세를 불려 나갔다.
“무슨……!”
블레이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며 자세를 잡았다.
평소 그가 단검을 휘두르기 위해 취하던 자세가 아니었다.
메타트론이 조금 전 블레이크를 공격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그 자세와 똑같았다.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고.
화륵!
블레이크의 손에서 불꽃의 대검이 치솟았다.
메타트론의 것과 같은 검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강한 불꽃의 대검.
블레이크의 손에서 치솟은 대검의 불길은 천장에 닿을 것처럼 타오르는 게 아니라, 천장에 닿고도 첨탑을 모조리 불태울 것처럼 거칠게 타올랐다.
“타락한 천사여, 기어코 더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오……!”
메타트론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루시퍼의 권능인 역전(逆轉).
그중에서도 시전자가 받은 피해 그 자체를 적에게 되돌려 주는. 아니, 거기에 루시퍼의 신성까지 더하여 몇 배는 강해진 공격을 적에게 되돌려 주는 권능.
시전자가 당했던 상황을 그대로 역전시키기 때문에 적은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이게 바로 목숨을 담보로 내지는 최후의 일격.
세운이 회귀하기 전, 메타트론을 쓰러트렸던 최후의 숨이었다.
서걱-
불꽃의 대검이 아래로 그어졌다.
메타트론의 몸이 대각선으로 그어지며, 그곳에서 새하얀 불꽃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루시퍼 님…….”
블레이크가 숨을 헐떡였다.
상처가 불에 지져진 덕분에 피는 흘러내리지 않았지만, 몸이 대각선으로 그어진 걸 넘어 영혼까지 상처 입었다.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게 대단한 상태.
“열쇠를…….”
하지만, 블레이드는 움직였다. 메타트론이 지키고 있던 옥좌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바치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명을 깎아내리는 듯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옥좌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
턱.
“인정하겠소. 그대는, 강하오.”
메타트론의 손이 얹어졌다.
그저 어깨가 잡힌 것뿐인데, 블레이크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입술을 꽉 물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해 보았지만, ‘희망’이 없어지자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도전자가 그대 혼자였다면, 그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도 모든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을 것이오.”
힘겹게 고개를 돌린 블레이크의 눈에 우뚝 선 메타트론이 보였다.
상처를 입히지 못한 건 아니다.
메타트론 또한 중갑옷이 뜯어져 나갈 정도로 큰 상처가 몸에 새겨졌고, 몸 뒤까지 퍼져나간 화염으로 인해 한쪽 날개가 절반쯤 갈라졌다.
“그랬다면, 나도 그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겠지.”
하지만, 메타트론은 쓰러지지 않았다.
힘이 다 떨어지고, 살면서 처음으로 중상을 입었지만.
“하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았소.”
결국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비록 상처 입은 몸이라도 그대들의 힘으로 나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오.”
블레이크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 말이 맞다.
비록 중상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운이 일격을 날리고도 서른여섯 장의 날개 중 고작 한 장을 잘랐을 뿐이다.
최후의 수인 역전. 그중에서도 자신의 상처를, 목숨과 직결될 정도의 상처를 역전시키고도 쓰러트리지 못한 상대다.
세운이 회귀하기 전과는 다르게 블레이크는 최후의 역전을 사용하고서도 목숨을 지켜냈지만, 결국 메타트론을 쓰러트리지는 못하였다.
더 이상 이 괴물을 쓰러트릴 방법은 없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콰아아아아-!!
뒤쪽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메타트론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아니었다.
정작 그 메타트론 역시 뒤에서 느껴진 압박감에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으니까.
“이건……!”
당연하게도, 위압감이 느껴진 근원은 세운이었다.
블레이크의 부탁대로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나서지 않고 있던 세운.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힘은.
“어찌, 인간의 몸에서 이런 힘이 느껴지는 것이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카탈락카스의 드래곤 하트 ]– 한때 세상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는 마룡, 카탈락카스의 드래곤 하트.
인간이 다다를 수 없다고 알려진 전설의 경지.
오직 용만이, 그도 아니라면 신만이 다다를 수 있다고 알려진 지고의 경지.
9서클의 힘이었다.
제 6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