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1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19화(619/675)
“여기가 남문인가.”
가까이서 본 문의 크기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비유하자면 어지간한 초등학교 운동장만 한 크기랄까?
나오는 몬스터의 양으로 보아 몬스터의 수를 감당하기 위해 이리 거대한 건 아닌 것 같았고.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감당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라도 있다는 건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천조들은 감히 건방지게 문 앞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끼야아아악!”
“끼야아악!”
수십 마리의 천조가 세운을 일제히 덮쳐 왔다.
녀석들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만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부리를 쩌억 벌리며 숨을 들이켜더니, 부리 앞으로 정체 모를 마법진이 그려진다.
그대로 소리를 내지르자.
파아아앗!!
강력한 소용돌이가 생겨나 세운을 노려 온다.
그 외에도 바람을 이용하여 손톱을 더욱 길고 날카롭게 벼린다든지, 날개를 비틀어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가속하는 등.
그리 영리해 보이지 않는데도 녀석들은 바람 마법의 전문가들이었다.
녀석들의 상대로 세운은…….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오 초식, 혈랑중엽(血狼衆獵)이 강화됩니다.
무공을 연습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행술을 연습했다.
바닥을 딛고 하는 무공과 허공에서 날갯짓하며 펼치는 무공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튜리크의 날개가 발전한 만큼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무공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끼야아앗!”
서걱-
순식간에 잘려 나가는 천조들.
녀석들은 날개가 잘려도 바람 마법으로 어떻게든 몸을 띄우며 게이트로 돌아가려 했지만, 세운이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마법 하나 쓰지 않고, 순수한 검술만으로 녀석들은 믹서기에 놓인 것처럼 철저하게 갈려 나갔다.
‘저기가 게이트.’
가까이 다가간 게이트. 아쉽게도 그 속은 오로라 같은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천조들의 저항도 강해져 세운을 견제하는 수가 백에 육박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세운은 본래의 계획을 준비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공포의 권능.
9서클에 도달하며 영혼의 격이 높아지며, 덩달아 강해진 성흔의 힘.
이미 수많은 동료가 갈려 나가는 걸 목격했기에, 공포의 매개체는 충분했다.
“끼, 끼야아아악!”
천조들이 몸부림치며 세운에게서부터 멀어졌다.
이미 날개가 잘린 녀석들은 공포에 바람 마법을 유지하지 못 하고 아래로 추락했다.
일순간 게이트로 향한 시야가 트인 순간, 세운이 곧바로 마법을 준비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메테오 스웜 (Meteor Swarm) ]– 우주로부터 작은 운석 수십 개를 끌어당겨 일대를 초토화해 버리는 궁극의 파괴 마법.
메테오 스웜.
일전에 사용했던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성 하나를 박살 내는 최강의 일격기였다면, 메테오 스웜은 영지 하나를 휩쓸어 버리는 강력한 범위기였다.
그렇게 생성된 수십 개의 운석이.
쿠구구구!!
게이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악!”
그 웅장한 광경 때문이었을까?
공포에 빠져 벌벌 떨고 있던 천조 몇 마리가 정신을 차렸다.
그중 몇 마리는 운석 하나라도 막아보기 위해 몸을 던져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바람 마법을 일으켜 보았지만.
“끼야악-”
콰직!
녀석들의 바람 마법 따위는 운석에 통하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찢겨 나가는 녀석들을 보고 나니 공포의 권능이 힘을 발하여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쑥-
수십 개의 운석이 게이트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눈앞에서 운석들이 날아들고 있었는데 이런 침묵이라니.
천조들은 그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온몸을 떨고 있었다.
‘어떤 반응이 일어나려나.’
게이트는 여전히 잠잠하다.
게이트를 가린 오로라 특유의 빛은 운석이 들어가고서도 변함없다.
내부가 보이지 않다 보니 궁금증이 자꾸만 커져 간다.
아무런 이변이 일어나지 않고, 천조들이 슬슬 정신을 차리고 세운을 공격하려 할 때쯤.
‘지금.’
드디어, 문에서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한결같이 문 내부를 뒤덮고 있던 오로라가 한 차례 일렁거리더니.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빛이 흩어졌다.
곧이어 오로라가 완전히 걷히더니, 메테오 스웜으로 인한 후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후폭풍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자욱한 연기는 메테오 스웜이 문 안에 제대로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운석들은 그저 허공을 스쳐 지나갔을 뿐일 테니까.
‘들어가 볼까?’
메테오 스웜이 통했다는 건 문이 양방향 포탈이라는 뜻이다.
천조들은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었으니, 세운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 안으로 향할 수 있었다.
‘느낌이 꼭 탑을 등반할 때랑 비슷한데.’
층과 층을 이동할 때 느껴지는 현기증이 문을 통과할 때도 느껴졌다.
아름다웠던 오로라가 사라지고 먼지로 가득 찬 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건.
“끼야아아악! 네놈이더냐아아!”
까아앙!
시야를 가득 채우는 짐승의 아가리였다.
분명 새의 부리였는데, 부리에는 달려 있지 않아야 할 날카로운 이빨이 톱니처럼 붙어 있다.
세운은 순간적으로 뒤랑달을 빼내 이빨을 막아내고 날개를 움직여 부리의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우두머리인가?”
세운을 반겨 준 적은 천조였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보아 왔던 천조들과는 전혀 달랐다.
먼저, 덩치.
괜히 부리를 벌린 것만으로 세운의 시야가 가려졌던 게 아니었다.
그리고 등에 난 다섯 쌍의 날개.
천사에게 날개란, 그 천사의 힘과 계급을 의미한다.
물론 날개의 수가 많다고 무작정 힘이 강하거나, 날개가 무식하게 크다고 계급이 높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꺾여 있다고는 해도 저 정도면 본래 3품 천사 안에는 들었겠는데.’
다행인 점이라면 앞서 보아 온 천조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날개가 꺾여 있다는 점.
본래 90층의 시련에서도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보스급 몬스터가 등장하지만, 이 녀석은 그런 몬스터가 아니었다.
세운조차 처음 보는 몬스터.
아무래도 이곳을 지키는 녀석인 듯했다.
“우리 둥지를 불태운 게에에! 바로 네놈이더냐아아아!”
녀석의 외침에 세운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는지 후폭풍으로 인해 생겨난 먼지가 벌써 대부분 걷혀 있었다.
주변에 보이는 건 다 부러진 나뭇가지들. 아래의 구름에는 그보다 작은 잔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둥지라고 할 만한 건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둥지?”
“네놈이! 네놈이 다 부숴 버렸지 않느냐아아아!”
“아.”
아무래도 저 하얀 가지 위에 천조의 둥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전부 부서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가만두지 않겠다아아아!”
녀석이 다섯 쌍의 날개를 펄럭이자, 그에 따라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더니 세운을 덮쳐 왔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소용돌이 안에는 녀석의 깃털이 창칼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저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저 깃털들이 세운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리라.
사아아악!
게다가 소용돌이의 인력이 장난 아니었다.
이제는 정령 왕에 도달해 가는 튜리크의 날개로도 벗어나기 힘들 지경이었다.
‘바람은 바람으로.’
– 흑탑의 묘리에 따라 ‘디스트럭션 윈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파멸의 바람이 몰아닥쳤다.
비록 루시퍼가 만든 깃털 벽을 상쇄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끼야아아악?”
그건 세운의 수준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루시퍼라는 상대 때문이었다.
녀석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는 9서클의 바람 마법에 의해 거짓말처럼 흩어졌다.
그 사이로 튀어나오는 세운.
세운은 먹이를 포착한 매처럼 날개를 접은 채 속도를 붙이고는 녀석의 목젖에 뒤랑달을 쑤셔 박았다.
푹!
“끼야아아아아악!”
곧바로 끝장내기 위해 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녀석이 제아무리 강해 봤자, 이대로 검 자체에 마법을 발현하면 끝이다.
목 안에서 터져 나오는 마법을 막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스으으-
“마나가…….”
녀석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마법이 취소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변의 마나가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마법이란, 마법사가 지닌 마나를 매개체로 주변의 마나를 움직여 현상을 발현시키는 것.
주변의 마나가 이렇게 불안정하면 제대로 된 마법을 발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9서클에 이른 세운이 적응하지 못할 정도의 불안정함이 괜히 만들어졌을 리가 없었다.
“키야아아악! 내 앞에서어어! 감히 내 앞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냐아아!”
부웅!
녀석의 몸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단순히 물리적인 바람이 아니라 주변의 마나까지 밀어내는 바람. 그 때문에 9서클에 이른 세운의 마법이 봉쇄되었다.
“용서 못 해, 용서 못 한다아아!”
녀석이 바람의 칼날을 휘두른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등 뒤의 날개에서부터 깃털이 빠져나오더니 세운을 향해 쏘아진다.
자신은 바람 마법을 사용하면서 상대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카앙!!
그렇다고 육체전이 부족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베여라! 죽어라아! 갈기갈기 찢어져라아아!”
볼품 사납게 꺾인 날개로 어찌도 저렇게 잘 날아다니는지.
거대한 덩치가 믿기지 않게 날렵하게 날아다니며 찔러 오는 바람의 손톱은 심히 위협적이었다.
그나마 문에 들어오기 전에 비행 전을 연습해 둔 터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버틸 수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일 초식, 파천(破天)이 강화됩니다.
쩌엉!
“안 통한다아!”
손톱을 요리조리 피하며 날린 회심의 일격.
파극암검 특유의 시꺼먼 검기를 두른 상태로 녀석을 공격해 봤지만, 깃털들이 순식간에 날아들어 세운의 검을 막아냈다.
깃털 따위 갈라낼 생각으로 힘을 줘 보았지만,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충격을 상쇄시켰다.
‘까다로운데.’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
보아하니 미약하게나마 신성을 지닌 것 같으니, 광란의 힘으로 순간적으로 육체 능력을 증폭시켜 파멸의 힘으로 일격을 날려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이전의 세운이었다면 그 방법밖에 없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운이 이러한 순간을 위해 거주지에서 브린 자르와 함께 대련하며 새로운 기술을 익혀 둔 것이었다.
“네피림.”
– 기다렸다.
세운의 손에 열쇠가 쥐어졌다.
레메게톤.
솔로몬의 작은 열쇠.
그중에서도 지금 쥐고 있는 건 세운이 지닌 세 개의 열쇠 중 첫 번째 열쇠.
“아르스 게티아(Ars Goetia).”
네피림이 시꺼멓게 물들었다. 봉인이 완전히 풀리고 본연의 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피림은 마기를 철철 흘려대며 박쥐를 닮은 날개를 드러냈다.
– 저 녀석이 열쇠로서의 내 첫 상대인가.
네피림의 말에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열쇠를 앞으로 쭉 내밀어 자물쇠를 풀 듯이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말했다.
“응답하라, 노래하는 일각수.”
철컥.
무언가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함께, 세운의 뒤편으로 공간이 벌어지며 끝없는 심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열 67위의 마왕, 암두시아스.”
외뿔 짐승의 윤곽이 드러났다.
제 6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