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2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21화(621/675)
세운이 날린 메테오 스웜, 그리고 방금 사용한 암두시아스의 힘으로 인해 주변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
그 속에서도 그나마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둥지.
아마, 지금은 베엘제붑의 배 속으로 들어간 천조의 것으로 추정되는 둥지가 세운의 눈에 띄었다.
‘처음에 그렇게 화를 내던 이유도 저거 때문이었겠지.’
세운이 둥지를 향해 날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둥지 안에 타원형의 물체가 보였다.
알.
분명 알처럼 생겼지만…… 가까이서 볼수록 알보다는 보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였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둥지에 착륙한 세운이 알을 집어 들었다.
“이건…….”
금색의 알은 백금으로 이루어진 그물이 감싸고 있고, 그물 장식의 사이사이마다 아름다운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그중에는 세운조차 알지 못하는 보석이 있을 정도.
신기한 건 분명 진짜 알이 아니고 광석인데도 알에서부터 은은한 온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거였다.
무엇보다, 알의 가장 중심.
그곳에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광석 하나가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오리하르콘.”
신이 만든 금속이라고도 불리는 광석이다.
지금은 형태가 달라졌지만, 봉인이 풀리기 전의 솔로몬의 작은 열쇠도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즉, 오리하르콘은 신의 기운을 머금기 가장 적절한 광석이라는 뜻이다.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광석은 신의 힘을 받아들여 무엇이든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칠대 마신을 긴장케 하는 솔로몬의 작은 열쇠처럼 말이다.
‘근데 이게 뭐지?’
회귀 전에는 이 문 안으로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곧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보았지만…….
[ 광휘의 황금알 ]분류 : –
등급 : –
설명 : –
시스템 설명에서도 아무런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경악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다급하게 당신을 부릅니다.
평소에도 세운이 보물을 얻으면 당장 자신에게 바치라며 닦달하던 마몬이었지만, 오늘은 반응이 유독 심했다.
세운이 고개를 들어 올리니 곧바로 그녀의 메시지가 연속해서 떠올랐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거래?’
세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몬은 보통 아무런 대가 없는 상납을 제안하지, 자신의 보물을 내어 주어야 하는 거래를 제안하지 않는다.
만약 거래하게 되어도 항상 세운이 먼저 제안하며 마몬을 꼬드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마몬이 곧바로 거래를 제안하다니.
마몬의 제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창고를 둘러보라며 제안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백금 진열장…… 아니, 황금 진열장에 올려진 것들까지 거래를 허락하겠다며 자비를 베풉니다.
세운에게 생전 설명해 주지도 않던 진열장의 종류를 언급해 주지 않나, 이름만 들어도 높은 수준의 보물이 있을 것 같은 황금 진열장을 허락하질 않나.
마몬의 제안을 들으면 들을수록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이게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건가?’
세운이 황금알을 내려보았다.
이렇게나 큰 오리하르콘이 박혀 있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물건임은 분명하다.
다만, 세운이 당장 이 보물의 가치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혹시나 다른 성좌들이 알까 싶어 기다려 보았지만.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마몬이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의아해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누가 흥분했냐며 다급하게 당신이 거래에 응하는 것을 기다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못 먹는 것 같다며 관심을 끕니다.
– 성좌, ‘암야의 올빼미’가 예쁜 보석이라며 자신에게 주면 기쁠 것 같다고 속삭입니다.
마몬 말고는 이 황금알에 대해 아는 마신이 없어 보였다.
황금 진열장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거래에 응하면 분명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겠지만.
“거절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황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럼 황금 진열장의 보물 두 개. 아니, 금강 진열장의 보물은 어떠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어떤 진열장이든, 됐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어째서냐며 소리칩니다.
“어차피 저도 전부 가지고 있는 거지 않습니까?”
세운의 결론은 간단했다.
물론, 보물 중에서는 형체를 가지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보물도 있다.
그런 보물은 세운이 가진 탐욕의 권능으로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마몬에게 받으면 그것들까지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마몬의 보물창고에 무엇이 있는지는 세운도 잘 알고 있었다.
가치가 높은 진열장이라 하더라도 당장 세운에게 필요할 만한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그래도 황금알의 정체를 모르는 건 여전하다.
탑에서 가장 다양한 지식을 지닌 세운도, 마몬을 제외한 마신들도 모르는 황금알의 정체를 시간을 끈다고 알아낼 수는 없을 터.
그래서 세운은 다른 방법을 택하였다.
“나중에, 다른 조건으로 황금알을 상납하겠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어떤 조건이냐고 묻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조건은 들어줄 테니 먼저 황금알을 넘기라며 닦달합니다.
“나중에 제가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요구하겠습니다. 지금 황금알을 상납했다가 그때 대답이 안 들려오면 어떡합니까?”
이게 현재 세운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어떤 보상을 받을지는 이미 정해 두었다. 다만, 지금의 세운에게는 필요 없는 보상이다.
이 보상은 언젠가 꼭 필요한 순간. 그때가 아니면 전혀 필요가 없는 보상이었다.
마몬이 길길이 날뛰며 어떻게든 세운의 마음을 돌려 보려 하였지만, 세운의 결정은 확고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당신의 제안을 승낙합니다.
마몬은 세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주도권이라 할 수 있는 황금알은 세운의 손안에 있었으니까.
이에 고개를 끄덕인 세운이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왔던 문을 향해 날았다.
‘다른 문에도 이런 보상이 있으려나?’
마몬이 이리도 탐낼 만한 보물이 널려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괜찮다.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문 내부의 보스 몬스터에게 폭식의 권능만 사용해도 충분히 이득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세운이.
타앗!
다음 문을 향해 맹렬히 비행했다.
* * *
“전열, 조금 더 천천히 나아가도 될 것 같아요!”
“유서아 님, 발할라 길드에서 지원을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일중 씨, 2팀 데리고 발할라에 지원 좀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세운이 문을 공략하는 사이, 디아블로와 발할라 길드는 계단을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대체 이 많은 수의 적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끊이지 않고 몰려들었다.
그나마 세운이 사라지고 얼마 후에는 천조들이 등장하지 않아 남쪽을 맡은 디아블로 길드에 여유가 생겼다.
“어? 저기…….”
“세운 씨?”
그러는 사이, 두 길드의 머리 위로 보랏빛 날개의 인영이 스쳐 지나갔다.
거리가 상당했지만, 그 정체를 알아보는 건 간단했다.
게다가 드문드문 나타나던 천조들이 세운이 지나간 이후로는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세운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발할라,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아마 곧 북쪽의 적들도 잠잠해질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보면 아실 거예요.”
유서아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했지만, 북쪽에서 시끄러운 굉음이 터져 나온 뒤부터는 마법과 화살을 뿌려대던 적들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저 멀리 북쪽의 문에서 흘러나오던 무지갯빛이 잠잠해지니, 발할라 역시 세운이 한 짓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아예 적진에 쳐들어간 겁니까? 이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공략이 훨씬 쉬워졌네요.”
계단 밖, 측면에서 날아오던 적들이 사라졌다.
이제는 앞과 뒤만 신경을 쓰면 되니, 디아블로와 발할라의 등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전방의 거인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후방의 짐승들은 청해 길드가 뿜어내는 물길 때문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 했다.
“헉, 헉!”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계단을 오르며 벌어지는 전투.
세운 덕분에 난이도가 낮아졌는데도, 긴 시간 동안 제대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해 가쁜 숨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기를 얼마나 휘둘렀는지 어깨가 빠질 것처럼 아파져 올 때쯤.
“……저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빨리 90층을 공략하다니…….”
“으하하하하! 이게 다 그대들 덕분 아니겠소!”
“아니에요. 발할라도 저희 생각 이상으로 강하던걸요.”
두 길드는 계단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정상은 두 길드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두가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환호성을 외칠 때, 유서아만은 표정을 더욱 진중하게 굳혔다.
“왜 그러시오.”
이를 알아챈 브린 자르가 가까이 다가왔다.
마침 유서아 또한 그에게 할 말이 있었다. 고민 끝에 생각하던 말을 내뱉었다.
“저희도 문에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문이라 하면, 거인들이 나온 문을 말하는 것이오?”
“네. 세운 씨 덕분에 너무 편하게 올라온 감이 있잖아요? 이대로 올라가면…… 성장하지 못할 것 같아요.”
“90층을 전부 공략해 놓고 굳이 힘든 길을 택한다는 말이오?”
“마음에 안 드시면 저희 디아블로만 가도 돼요. 아니, 사실 저도 허락을 맡아야 하지만요.”
만약 디아블로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서아 혼자서도 들어가 볼 생각이다.
솔직히 혼자 들어갈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나도 간다.”
대화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강한철.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온 디아블로의 길드원들은 유서아의 생각을 듣고는 한마음이 되어 대답했다.
“당연히 저희 모두 함께합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느끼는 편안함이, 다음 층에서는 죽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세운 덕분에 편하게 올라왔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오히려 더욱 힘든 길을 택하며 성장해 나가야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린 자르의 대답이 들려왔다.
“으하하하! 훌륭하오! 튜토리얼부터 90층까지 단 한 번도 주춤하지 않고 돌파해 왔다더니, 괜한 게 아니었구려! 그렇지 않나, 발할라여!”
“우!”
“모두, 준비되었나!”
“우!”
발할라가 우렁찬 함성을 내뱉었다.
이에 유서아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운 씨에게는 제가 말해 둘게요. 사실, 이미 허락은 맡았거든요.”
“으하하하! 이미 의욕 가득이셨구려!”
“세운 씨는 남문을 정리하고 온다고 했어요.”
“남문이라니. 사실상 시작점에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소리 아니요?”
“네, 그러니까…….”
유서아가 전방을 바라보았다.
90층의 목적지.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그 뒤로, 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거대한 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디아블로와 발할라 길드는 망설임 없이 목적지를 지나쳐 문을 향해 움직였다.
“세운 씨가 도착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문을 공략하죠.”
“좋소! 자, 다들 힘내시오! 약속된 영광을 위하여!”
두 길드가 거인이 튀어나오던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본래 온갖 몬스터로 우글거려야 했을 황금 계단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고.
이내 세운이 짐승들을 모두 정리하고 시련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세운 씨, 오셨어요?”
두 길드 모두 엉망이 된 장비와 가쁜 숨을 자랑하며 세운을 반겨 주었다.
그들의 옆에는, 평범한 거인과는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한 어느 거인의 머리가 생기를 잃은 채로 놓여 있었다.
제 6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