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2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22화(622/675)
아쉽게도 다른 문에는 황금알 같은 보물이 놓여 있지 않았다.
그래도 보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늘깃 화살통이나 구름 가죽 등, 각각의 문에서는 일반적인 시련에서 구하기 불가능한 희귀하고 값진 아이템이 가득했으니까.
당장 세운의 장비도 몇 개 교환되었고, 소재들은 고창석에게 전해 주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장비를 만들어 줄 것 같았다.
“들어가자.”
“네.”
“으하하하, 기대되오!”
그리고 마침내 디아블로와 발할라 길드가 90층의 끝에 발을 내디뎠다.
찬란한 빛이 모두를 휘감으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 열 번째 쉼터, 빛나는 하늘 ‘샤이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빛나는 하늘, 샤이넨.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탑의 마지막 쉼터라고 예상되는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의 찬사가 튀어나왔다.
“세상에…….”
“하늘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대단하네요…….”
그럴 만했다. 회귀 전의 세운 역시 샤이넨에 도착하는 순간 감탄사를 금치 못했으니까.
지옥 같은 90층의 시련을 간신히 공략하고 올라온 참이라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 지경이다.
‘지금 봐도 아름답네.’
세운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빛나는 하늘이라는 이명처럼, 샤이넨은 은은한 빛을 흘려대는 구름 위에 지어져 있었다.
마치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구름 아래에 또 하나의 태양이라도 자리 잡은 듯하다.
심지어 구름에서부터 긴장을 풀어 주는 은은한 온기까지 올라오고 있었으니, 착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쉼터는 엘하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정해야겠어요.”
“엘하임도 엘하임이지만, 여긴 정말…….”
“아름답네요.”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넓게 뻗은 도로다.
금색과 하얀색으로 조화롭게 꾸며진 도로였는데,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빛이 넓게 퍼져 있었다.
좌우로는 이를 비춰 주는 가로등이 새겨 있었고, 도로 중앙에는 분수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분수대 중앙에는 아기 천사의 조각상이, 그 주변으로는 사대 천사의 조각상이 이를 지키듯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그 외에도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건축가가 아니라 예술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근데 저기,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요?”
“설마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우선은 전부 긴장해 주세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천사들.
딱 보아도 이곳의 거주민처럼 보였다.
쉼터에서 플레이어도 아니고 거주민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두 길드 모두 자세를 다잡았다.
다만, 경계는 금방 풀리고 말았다.
“환영합니다, 용사 여러분!”
“……용사?”
그야말로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었기 때문이다.
앞쪽의 천사들은 무기를 앞세워 길을 만들어 주었고, 뒤쪽의 작은 천사들은 나팔을 불고 하프를 울리며 분위기까지 잡아 주었다.
덕분에 디아블로와 발할라의 길드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세운 씨.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누려. 원래 이런 거니까. 그런데…….”
세운의 표정이 변했다.
세운의 기억 속에서도 샤이넨의 거주민들은 플레이어에게 우호적이었다. 지금처럼 환영 인사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용사라고 칭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호칭이 조금 이상했다.
게다가 환영 인사를 위해 찾아온 천사의 수도 회귀 전보다 더욱 많아 보였다.
물론 그때보다 올라온 인원수가 더욱 많았기에 그렇겠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거주민들은 보통 저희를 멀리하지 않았나요?”
애초에 다른 쉼터에서 플레이어를 멀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너무나도 많이 밀려오는 플레이어들.
덕분에 기존의 사회가 흔들리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플레이어의 수도 늘어났다.
자신들의 터를 빼앗기고, 치안이 위태로워지니 거주민들은 플레이어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뭐, 플라카 같은 경우는 이유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여긴 기준이 조금 다르거든.”
그에 반해, 샤이넨은 다르다.
애초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플레이어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세운이 기억하기로는 레드 드래곤이 자리 잡고 있는 길드뿐.
‘아, 하나 더 있지.’
그리고 세운이 사용하는 검술인 ‘하멜가 장검술’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자.
전설처럼 내려오는 탑의 검제(劍帝), 프랜시스 하멜.
그뿐일 것이다.
솔직히 프랜시스 하멜 같은 경우에는 회귀 전의 세운도 보지 못한 존재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존재한다는 건 분명하지.’
과거, 세운은 히든 피스로 들른 얼음 성에서 그의 모습을 보았다. 비록 과거의 잔재였다고는 하나 분명히 대화를 나눴다.
어쩌면, 이번에는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근 케이크랬지?’
프랜시스의 하멜이 남긴 마지막 말, 자신이 당근 파이를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장난기 가득한 말투.
실용성이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나중에 김미정에게 부탁해서 당근 케이크 하나를 챙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면 상하지도 않을 테니까.
“용사님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타나시다니! 그야말로 축복입니다!”
“축복…….”
“오리 오시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결국 디아블로와 발할라 길드는 그들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브린 자르는 호탕하게 웃음 지으며 그들의 청을 받아들였고, 세운 역시 고개를 끄덕였으니 말이다.
“용사님들 환영합니다!”
“이 얼마만의 용사님들인가! 신의 인도인 게 분명하군!”
“이번 용사님들은 수가 엄청나네!”
그들을 따라 걷고 있으니 일반 거주민들로 보이는 천사들 역시 두 길드를 환영해 주었다.
환영을 외치거나 꽃가루를 뿌리는 등, 예상치 못한 환영에 고개를 들고 걷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색하네요.”
“으하하하! 뭐 어떻소!”
“용사라니, 괜히 뭔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쑥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는 디아블로 길드원들.
그에 반해 세운의 표정은 더욱 진중해졌다.
용사.
다른 사람들은 그저 쑥스럽게만 느껴지는 그 호칭이, 세운에게는 너무나도 수상쩍게 느껴졌다.
그렇게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왕이라도 살고 있을 법한 거대한 백금 성의 문 앞에 있는 화려한 건물이었다.
“이곳입니다! 여독을 푸신 후에는 백금 성의 신께 인사를 올리러 와 주시길 바랍니다.”
“신?”
“네, 저희의 신이십니다. 아, 반대편 건물에는 먼저 온 용사님들이 계시니 친목을 도모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이만.”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천사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작별 인사를 건네자, 다른 천사들 역시 무기를 내리며 묵례하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숙소를 안 구해도 되니 좋긴 한데, 엄청 호화스럽네요.”
“그래도 좋은데요? 지금까지 썼던 숙소 중에서도 최고 아닌가요?”
“와아, 멋지다!”
“어떻게 지은 거지? 궁금해!”
“들어가서 골조부터 찾아보자!”
“응!”
건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디아블로와 청해, 발할라 길드까지.
총합 삼백 명이 넘어가는 엄청난 수인데도 건물은 이 모든 인원을 한 번에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러고도 방 몇 개가 남는 수준.
“예언이라도 한 걸까요? 저희가 올 걸 어떻게 알고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싶네요.”
“예언 같은 게 아니야.”
“그럼요?”
“회귀 전에도 똑같았거든.”
“아, 그냥 크게 지어 둔 건가요? 하지만, 어째서…….”
“이들이 처음 맞이한 플레이어가 워낙 범상치 않았으니까. 이 거대한 홀도 그것을 위한 거야.”
“그것?”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야.”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정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머물게 될지 모르겠지만, 굳이 짐을 풀지는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가 있는 세운에게는 굳이 풀어 놓을 만한 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 방이 너무 허전하지 않아요? 뭣하면, 제가 조금 꾸며드릴까요?”
“됐다.”
“저 인테리어 쪽으로도 자신 있는데,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어차피 금방 나갈 생각이라 문을 열어 두었더니 아르카나가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왔다.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여기.”
“너도 이곳은 처음이랬나?”
“저는 계단 위에서 시련을 포기했으니까요. 늑대 씨 덕분에 결국 여기까지 올라오게 됐네요~”
아르카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은 90층의 시련이었다.
샤이넨에 도달한 것 역시 처음이니만큼 그녀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금은 흥분한 느낌이었다.
“차분하게 둘러봐. 아마 플라카 이상으로 볼 게 많을 거다.”
“안 그래도 아름이, 다운이가 같이 나가자고 하더라구요~”
“많이 친해졌나 본데?”
“고맙게도 말이에요~ 아, 늑대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 저도 처음이라 기왕이면 같이 다니고 싶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안 될 것 같다.”
“뭐 계획이라도 있나요?”
“계획이라기보다는, 확인해야 할 게 생겼거든.”
“확인할 거라면?”
세운이 고개를 둘러 창문을 내다보았다.
일반적으로 여관 같은 숙박 시설의 창문은 주변의 상가가 잘 보이도록 설치했을 테지만, 이곳의 창문은 도심이 아닌 백금 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용사.’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세운이 회귀하면서 탑은 세운이 알고 있는 것과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다르다.
세운이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었던 열 번째 쉼터에 변화가 생겼다.
비록 호칭이 변하는 정도의 사소한 변화라지만,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화였다.
아마,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여기에, 나보다 먼저 시간을 거스른 회귀자가 있는 것 같거든.”
폐왕이 말했던 첫 번째 역행자가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 * *
하지만 곧바로 백금 성을 향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세운이라고 해도 방금 막 90층을 공략하고 나온 참이었으니까.
아홉 개의 서클에 바다처럼 풍만하게 차 있던 마나는 한계까지 사용하여 메말라 있었고, 전신의 근육까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주인, 나 조금만 쉴게…….
“푹 쉬어, 튜리크. 고생했어.”
– 응. 하암…….
무리하긴 튜리크도 마찬가지.
솔로몬의 열쇠도 사용 대기 시간이 남았으니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비록 힘을 많이 소모하긴 했지만, 격이 오르며 전체적인 회복 능력도 올라가 금세 회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피곤한 모두를 위해 이하늘이 직접 제조하고 나눠 준 포션 덕분에 몸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이제 가 볼까.’
굳이 누군가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기에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유서아에게도 일을 미리 설명하였으니 망설임 없이 숙소를 나섰고, 금방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애초에 세운의 목적지는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백금 성이었으니 말이다.
“용사님, 오셨습니까!”
“‘신’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벌써! 알겠습니다.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백금 성을 지키고 있는 천사들이 힘차게 경례하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백금 성의 화려한 문이 열리며, 디아블로와 발할라를 가장 먼저 환영해 주었던 두 쌍의 날개를 지닌 천사가 두 팔을 활짝 벌린 채로 다가왔다.
“환영합니다. 용사님! 얼른 들어오시지요!”
열 번째 쉼터의 아우터.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그것은 이 백금 성의 지하에 있을 터였다.
어쩌면, 폐왕이 말한 첫 번째 회귀자까지도 말이다.
제 6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