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2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26화(626/675)
“어떻게…….”
“권능, 안 멈출 겁니까?”
파멸의 힘에 의해 타들어 가는 아우터.
이미 소멸한 개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만,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며 타들어 가고 있던 아우터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시간의 권능, 그 사기적인 힘은 이미 죽은 개체만 아니라면 시간을 돌려 재생하는 게 가능했다.
그 대상이 아우터일지라도 마찬가지.
세운이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걸 봤음에도 그녀는 권능을 멈추지 않았다.
“……안 돼. 여기 아우터가 얼마나 많은지 안 보여? 아우터를 쓰러트리는 건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처음 보지만, 겨우 그걸로는 안 돼.”
“설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자만하지 마. 내가 권능을 멈추는 순간 이곳의 아우터 전부가 우리를 덮칠 거야. 그에 만족하지 않고 샤이넬을 뒤덮고, 이내 범람하여 아래층까지 뒤덮을 거야.”
그녀는 끝까지 세운을 믿어 주지 않았다.
뭐, 당연한 일이다.
세운이야 그녀의 존재를 미리 폐왕에게 듣고 그녀의 상황까지 유추하며 이곳에 도달했지만, 그녀는 달랐으니까.
아우터를 잡아 두기 위해 이곳에서 홀로 권능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게다가 갑자기 등장한 외부인의 믿어 달라는 말을 단번에 믿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얼른 돌아가.”
“그럼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어?”
시간의 권능이 유지되는 동안은 힘을 써도 낭비일 거라 생각되어 이 정도로 그쳤었는데, 그녀의 신용을 얻으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세운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우웅-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는 서클.
첫 번째 서클, 두 번째 서클…….
회전하는 서클이 많아질수록 주변의 마나가 강렬하게 반응하며 공기가 일렁거렸다.
“어어, 이거…….”
무려 9서클 마법사의 영창.
이는 그녀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그러는 사이 세운의 마법은 준비가 끝나고, 아우터의 몸에 박혀 있는 뒤랑달을 통해 발현되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스톰’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화르르륵!
세운의 검 끝에서, 그러니까, 아우터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예전엔 마법에 파멸에 힘을 실으려면 ‘그로잉 헤츨링’이라는 지팡이를 매개체로 삼아야 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분노의 권능을 통해 파멸의 힘을 주변에 나눠 주다 보니 매개체가 없더라도 마법에 파멸의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뭐, 성흔의 힘이 이전보다 월등히 강해져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꾸르르르륵!”
검에 실린 파멸의 힘만으로도 괴로워하던 아우터였는데, 파멸의 힘이 담긴 화염 폭풍이 터져 나오자, 아우터는 말 그대로 활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화염은 점점 주변으로 퍼져 나가 더욱 많은 아우터를 소멸시켰다.
“아직도 부족합니까?”
“…….”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는 아우터.
회귀하자마자 아우터와 함께 수년의 세월을 보내온 그녀였지만, 여태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우성치는 아우터라니.
회귀 전과 후를 포함하여 절대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리였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던 그녀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정말…… 정말 할 수 있어?”
“할 수 있습니다.”
“너 혼자 감당할 수 있어? 이 양을 봐. 내가 권능을 풀자마자 이 모든 아우터가 덤벼 올 거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 힘을 무서워한 아우터들은 전부 위로 도망칠 거야. 샤이넬을 덮치고, 수많은 천사를 잠식할 거야. 너 혼자 그걸 전부 막을 수 있어?”
확실히, 이 많은 양의 아우터를 세운 혼자서 어찌하기는 힘들었다.
회귀했을 당시의 계획처럼 혼자서 움직였다면 결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을 거다.
그래, 그때의 세운이었다면 말이다.
“동료가 있습니다.”
“설마, 그 동료들도 전부 아우터를 상대할 수 있는 거야?”
의문을 넘어 이제는 경악에 가까워진 그녀의 질문에 세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다들 준비됐죠? 지금부터 백금 성 주변으로 넓게 포진합니다.”
“네!”
“아우터가 나올 거예요. 범위가 넓기도 하고, 세운 씨의 연락에 따르면 아우터의 양이 엄청난 것 같아요. 하지만, 단 한 방울도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면 안 돼요.”
“알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길드가 빠르게 움직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청해 길드가 다른 때보다 더 큰 기대를 받고 있었다.
“제논 씨, 부탁드려요. 아마 숙주보다는 아우터의 원형이 뿜어나올 가능성이 크니 제논 씨의 힘이 효과가 클 거예요.”
“이미 준비는 끝내 두었습니다. 자라탄의 첫 활약이 되겠군요.”
발할라 길드는 디아블로와 청해 길드의 뒤를 맡아 주었다.
이전 쉼터에서 급하게 나눠 받았던 운석제 장비를 착용한 채로.
파멸의 권능만큼의 힘은 발휘하지 못할 테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마스터, 성질도 급하네요.”
“그러게나 말이야. 샤이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일을 벌이는지.”
“그래도 이게 낫지 않나요? 어차피 해치울 거, 빨리 해치우고 편하게 쉬는 게 낫지. 미루고 있으면 괜히 찝찝하잖아요.”
“하하, 맞는 말이야. 얼른 정리하자고!”
백금 성에서 천사들이 빠져나왔다.
백금 성은 그들의 본진이나 마찬가지.
대피령을 내리면 거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운의 이름을 들먹이자마자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유서아의 말을 따라 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용사님들, 저희도 돕겠습니다!”
“부디 힘내십시오!”
천사들이 뒤에 서서 팔을 앞으로 내밀자 환한 빛이 쏟아져 플레이어들의 몸에 깃들었는데, 활력이 넘치고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아우터와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아예 후방으로 빠져 지원을 맡을 생각이었다.
“이제 슬슬…….”
유서아가 마지막으로 진형을 확인하려던 중, 땅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모든 플레이어는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자세를 다잡으며 무기를 바로잡았다.
아주 잠깐의 침묵.
그 직후.
“나옵니다!”
콰아아아앗!!
백금 성의 내부, 정확하게 말하자면 본성은 아니고 본성을 둘러싼 수 개의 성벽 사이에서 아우터가 뿜어져 나왔다.
본성에는 결계라도 쳐져 있는 것인지 쉽게 들어가지 못하였고, 어차피 잠식할 만한 생명체도 전부 성 밖에 있었기에 아우터는 망설임 없이 밖으로 튀어나와 플레이어에게 다가왔다.
“제논 씨!”
“시작하겠습니다!”
콰아아아!
그의 백경이 분수처럼 물을 뿜어냈다.
본래라면 물대포 따위에 아우터가 물러날 리 없지만.
“꾸르르륵!”
“효과가 있습니다!”
파멸의 힘이 깃든 물세례에는 말이 달라졌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은 아우터는 염산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고통을 호소했다.
순간적으로 기세가 줄어든 아우터를 향해 세 길드의 집중 공격이 쏟아졌다.
콰과광!
쿵-
퍼엉!
아우터를 쓰러트리는 것도 쓰러트리는 거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우터라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였다.
아우터가 바깥의 천사를 하나라도 잠식하면 일이 심각해질 테니까.
그 때문일까? 싸움은 평소보다 더욱 크고 화려하게 흘러갔다.
“질란, 시작합시다!”
“무우우우-”
제논의 옆으로 마계의 시련에서 조련한 자라탄이 걸어 나왔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건물 한 채의 크기만큼 성장한 녀석은 곧바로 물을 내뿜었는데, 그 위력이 백경에 뒤지지 않았다.
“유서아 님, 생각보다 아우터의 양이 많습니다!”
“혹시 밀리고 있는 곳이 있나요?”
“밀리지는 않는데,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발할라가 도와주고 있지만, 모든 범위를 커버하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막아야 해요. 혹시 플라카 때처럼 샤이넬의 길드에 지원 요청을 할 수는 없을까요?”
“백금 성에서 나온 간부가 이미 지원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대답이 없습니다.”
“세운 씨도 곧 나올 거에요. 일단은 어떻게든 버텨보죠!”
“알겠습니다.”
백금 성.
샤이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곳은 수 겹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철벽의 방어를 자랑하지만, 성벽이 많은 만큼 그 크기 또한 상당했다.
디아블로와 청해, 거기에 발할라 길드까지 합쳐도 성벽을 모두 둘러막는 것은 불가능할 지경.
심지어는.
“아우터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설마 저희를 무시하는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우선순위를 저희에서 바깥의 거주민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이럴 수가.”
아우터의 패턴이 달라졌다.
원래는 어떻게든 주변의 플레이어들을 잠식하려 했지만, 파멸의 힘을 두려워해서인지 이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모든 방면을 막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아우터가 성을 빠져나가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니, 전부 막아내기 어려웠다.
“이래서야 방법이…….”
“서아 님! 백금 성의 간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연락이죠?”
“아까 지원을 요청해 둔 ‘슬레이어 길드’에서…….”
꾸르르륵!
해리의 보고가 끝나기 직전, 기어코 포위망 한 곳이 뚫리고 말았다. 파도처럼 뿜어져 나오는 아우터.
이 중에서 가장 유동성 있게 활약하던 아르카나가 재빠르게 움직여 그것을 수습하려던 중.
“더러운 존재여. 감히 또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냐.”
콰아아아앗!!
새빨간 화염이 아우터를 향해 몰아쳤다.
파멸의 힘도, 운석의 힘도 없음에도 아우터를 밀어낼 정도의 위력.
그 뜨거운 열기로 인해 아우터만이 아니라 주변의 구름이나 성벽까지 녹일 정도의 화염.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지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레드 드래곤, 카샬락카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병사들.
“빈틈은 저희가 메꾸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길 바랍니다.”
뼈로 이루어진 창과 갑옷.
생김새는 인간에 가깝지만 굵은 골격과 2m에 달하는 키는 인간보다는 오크의 체격에 더욱 가까워 보였다.
슬레이어의 길드원들은 자신을 용아병(龍牙兵)이라 소개했다.
그들은 용의 소재로 만들어진 장비를 입고, 자신들의 주인인 카샬락카스를 지키는 수호병들이었다.
“썩 돌아가거라, 이놈들아.”
“어딜 감히 용의 앞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느냐.”
“자, 잠깐!”
그들은 겁도 없이 아우터를 향해 돌진하였다.
제아무리 강한 존재라 하여도 아우터에게 닿으면 곧바로 잠식당하게 마련이다.
그 무식한 돌진에 당황한 유서아가 말려 보려 하였지만, 그들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쿠궁!
“꾸르르륵!”
하지만 용아병들은 유서아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우터를 훌륭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창칼을 휘두르며 그럴싸한 타격까지 안겨 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창석의 예리한 눈썰미 덕분에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장비…… 운석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구먼.”
슬레이어 길드의 용아병들. 그들 전원이 운석의 힘이 깃든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 6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