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2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28화(628/675)
세운이 다급하게 방어 마법을 펼쳤다.
혹시나 아우터가 기습해 올 가능성을 생각해 미리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뜬금없는 용의 공격이라니.
불에 달군 꼬챙이처럼 시뻘건 손톱이 눈앞까지 도달했을 때는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카탈락카스?”
대체 무슨 소리일까?
짧은 의문을 느꼈지만, 답은 명확했다.
지금, 이 순간 세운의 눈앞으로 방어 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서클. 그 아홉 번째 서클의 근원이 된 드래곤 하트의 주인임을 말이다.
“어떻게 부활한 거지?! 네놈의 목은 분명 이 내가 직접 물어뜯었을 터인데!”
세운이 사용한 드래곤 하트의 주인은 마룡 ‘카탈락카스’.
그리고 눈앞에서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레드 드래곤의 이름은 ‘카샬락카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이름이다.
이 정도면 둘 사이의 인연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정도.
다만, 그렇다고 하여도 카샬락카스가 저렇게나 흥분할 정도의 사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해다.”
“결국 영혼까지 악마에게 팔아넘긴 것이냐! 아무리 마룡이라 불렸다 한들, 부끄럽지 아니하더냐!”
“말했듯이, 오해다. 난 카탈락카스가 아니라…….”
“헛소리를!”
째앵!
결국 실드 마법이 깨어지고 말았다.
세운의 마법이 강력한 건 사실이지만, 상대는 드래곤.
순수 마법으로 상대하자면 세운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 테고, 드래곤이라는 우월한 신체는 폭식의 권능으로 능력치를 쌓아 온 세운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역시 용이라는 건가?
그도 아니라면…… 편견이라고는 하지만, 레드 드래곤이 가지고 있다는 특유의 고집스러운 성격 탓일까?
그나마 대화라고 할 만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처음 잠깐이고, 그 이후부터는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세운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상관없다. 몇 번을 부활해도, 이 몸이 직접 죽여 주겠다!”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카앙!!
지금까지 상대해 온 용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녀의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외관만으론 용의 전성기라 불리는 웜급에 맞먹어 보였다.
비록 마법적 지식이나 현명함 등은 5,000살이 넘은 에이션트 드래곤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육체적인 면에서 웜급 드래곤이 전성기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카샬락카스는 레드 드래곤.
모든 드래곤을 통틀어 가장 전투적인 존재였다.
‘멀쩡한 상태였으면 몰라도 지금은 좀 애매한데.’
이곳에서도 아우터를 막느라 고생했겠지만, 세운은 위로 올라온 아우터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은 아우터를 상대했다.
아홉 개의 서클이 텅텅 빌 만큼 마나를 소모했고,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내공까지 많이 소모했다.
그렇다고 나태의 권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근 폐왕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언제나 마지막 한 수는 남겨 둬야 한다는 경각심이 들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할 수 없나.’
세운은 열쇠를 꺼내 들었다.
네피림, 솔로몬의 작은 열쇠를 말이다.
“아르스 게티아.”
철컥-
시커멓게 물든 열쇠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갔다.
세운의 뒤로 끝없는 심연이 펼쳐지고, 세운이 불러낼 마왕을 언급하였다.
“응답하라, 뱀을 쥔 악마.”
심연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어둠에서부터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어둠 안이 꿈틀거리는 수백, 수천의 무언가로 가득 차올랐다.
마치, 뱀 구덩이를 보는 듯한 기괴함.
“서열 72위의 마왕, 안드로말리우스.”
뱀 구덩이 안에서 마왕의 윤곽이 드러났다.
분명 사지 똑바로 달린 사람의 윤곽이었지만,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이, 마치 수백 마리의 뱀이 사람의 몸을 조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 키히힛. 이거 좋은데. 암두어쩌구가 괜히 신나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닌 게 아니었어.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듯이 음습한 목소리.
그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등골이 오싹거렸다.
“안드로말리우스.”
– 편하게 불러. 마계에서도 내 이름을 통으로 부르는 놈은 별로 없다고. 안드, 안스, 안드로, 말리우스. 뭐든 편한 대로 불러. 키히힛.
“괜찮습니다, 그보다…….”
– 그거 알아? 네 성격, 아가레스 님보다 급하다고 마계 전체에 소문난 거. 그래, 힘을 빌려줘야지. 안 그래도 얼른 뿜어내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다고.
이미 약속을 수락한 만큼 안드로말리우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에 세운이 바로 세 번째 열쇠를 사용하기 전, 카샬락카스가 수상함을 느끼고는 곧바로 브레스를 뿜어냈다.
“역시, 악마와 계약한 것이구나! 네 더러운 피가 나에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저주스러울 따름이다!”
콰르르륵!
레드 드래곤의 파이어 브레스.
그 어떤 용암보다도 뜨겁다고 알려진 불길이 세운을 불태웠다.
이는 설사 같은 용이라도 쉬이 막아내기 어려운 열기였다.
만약 세운이 방어 마법을 펼쳤다고 하여도 몇 초를 버티는 게 고작이었으리라.
그런 화염을.
– 키힛, 제법 따뜻하네. 발라크가 봤으면 제법 귀여워했겠어.
안드로말리우스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아냈다.
심연에서 흘러나온 뱀들이 얽히고 얽혀 거대한 방어막을 구축한 덕분이다.
뱀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불꽃을 완벽하게 차단해 냈고, 세운은 그사이에 룬어가 잔뜩 새겨진 열쇠를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철컥.
주술의 서, 아르스 포울리나. 그 힘이 발현되자마자.
– 키히히히힛!
촤르르르!
심연에서부터 수천, 수만 마리의 뱀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괴이하게도 카샬락카스가 뿜어내는 불길을 타고 올라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불길을 멈추었지만.
“캬아아!”
“스읏!”
뱀들은 멈추지 않았다.
대신, 수만 마리의 뱀이 한데 뭉쳐 거대한 한 마리의 뱀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카샬락카스의 목덜미를 물었다.
– 짜릿하구나! 역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것보다는 직접 힘을 쓰는 게 훨씬 재미있어!
뱀은 그녀를 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그녀의 몸 전체를 휘감더니, 힘껏 조이기 시작했다.
용 대 뱀.
누구든지 전자를 외칠 만한 전투였지만, 상황은 너무나도 가볍게 뱀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럴 수밖에.
아무리 72마왕 중에서 서열이 가장 낮은 서열 72위의 마왕이라지만, 마왕은 마왕.
안드로말리우스의 힘은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르스 포울리나 덕분에 지금 안드로말리우스의 힘은 탑에서도 그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제 힘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죽이면 안 됩니다.”
– 키힛, 아쉽네. 간만에 피 냄새 좀 맡나 했는데. 뭐, 죽이면 발라크가 날뛸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 해야겠네. 그래도…….
빠각.
“크오오오오오!”
뱀이 순간적으로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
그러자 카샬락카스의 날개 하나가 뒤틀리며 관절이 어긋났다.
들려오는 용의 포효.
적을 위협하기 위함이 아닌, 일반적인 생물과 똑같은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 마신님들이 아끼는 인간에게 이빨을 드러낸 벌은 줘야지.
드래곤이라 해도 날개가 꺾이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멀쩡한 상태로 제압하고 싶었는데 졸지에 날개를 꺾어 버리게 되어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드로말리우스의 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심연으로 되돌아왔다.
– 언제든지 불러 주라고. 키히힛.
딱 부탁한 일만 마치고 만족하며 사라지는 안드로말리우스.
조금 과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깔끔한 성격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역시, 강력하네.’
솔로몬의 작은 열쇠.
사용할수록 그 힘에 감탄이 나왔다.
고작 힘을 한 번 빌리는 것뿐이지만, 무려 성좌의 힘을 심지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온전하게 발현할 수 있다니.
남은 네 번째, 다섯 번째 열쇠까지 모으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우선은…….’
세운이 아래로 내려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닥에 추락한 카샬락카스를 향해.
카샬락카스는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당해 추락하면서 전신의 관절이 어긋났을 텐데, 그 상태로도 기어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대화 좀 하지.”
“죽여 버리겠다! 이 몸이 부서지더라도,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
“제대로 봐라. 나는 카탈락카스가 아니다.”
“외관을 바꾼 것 따위로 이 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네놈의 그 더러운 마나는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해는 간다.
드래곤은 마나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 불리는 만큼, 다른 감각보다 마나에 더욱 예민한 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마나가 깃들어 있으니까.
생명체는 물론, 길가에 놓여 있는 돌멩이에도 마나는 깃들어 있다.
그 마나는 저마다 미묘하게 다른 형태를 띠고 있으니, 객관성으로 따지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마나를 판별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다시 봐라.”
“그래 봤자……!”
세운이 그녀의 앞에서 마나를 발현하였다.
비록 카탈락카스의 드래곤 하트를 흡수했지만, 그 마나는 이미 세운의 것이 되었다.
여러 가지 힘과 섞이고 융합하여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마나가 된 것이었다.
비록 흥분한 상태여서 세운의 존재를 카탈락카스로 착각했겠지만, 용인 그녀라면 그 차이를 똑똑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세운의 예상은 적중했다.
눈앞에서 마나를 일으켜 주니 그녀는 곧 세운이 카탈락카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체가 뭐냐.”
카샬락카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여전히 적대적인 모습이지만, 굳이 그녀와 적대할 생각은 없었다.
“날개는 내가 치료해 주지.”
세운의 손에서 나온 빛이 그녀의 날개에 깃들자, 기괴한 각도로 부러져 있던 날개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9서클에 오른 세운의 회복 마법은 그만큼이나 대단했다.
“어째서 네놈에게 그 더러운 냄새가 배어 있는 것이냐.”
“드래곤 하트를 흡수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놈의 드래곤 하트는 내가 직접 깨트렸다.”
“복제품이랄까. 아무튼, 난 너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정확한 건 아니지만, 용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의 질문으로 진실 확인을 마치더니, 세운의 진위를 확인한 카샬락카스가 그제야 적대감을 늦췄다.
“네가 전투를 도와준 건가?”
“그 더러운 것들이라면, 맞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었는데 감히 내 앞에 또 한 번 모습을 드러냈기에 끝을 내주었지.”
“저 장비는…….”
“첫 번째 전투에서 녀석들에게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더군. 그래서 연구한 결과물이다.”
세운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녀의 길드원들, 용아병이라 불리는 자들은 운석으로 만든 장비들을 들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운석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운석의 힘만을 추출하여 삽입한 듯한 장비.
이는 고창석마저도 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오오, 대단하구먼! 나도 여러 번 시도했던 방법인데, 전부 실패했다만. 혹시 누가 만들어 준 거요? 가능하다면 대화할 자리 좀 만들어 줄 수 있겠나?”
그 때문일까?
고창석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용아병들을 찾아가 이런저런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원래 저렇게 아무에게나 친근하게 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운석의 힘이 깃든 장비가 어지간히도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세운 역시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운석은 어떻게 찾아낸 거지?”
“네가…… 운석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위를 처리하느라 몰랐나 본데, 아래에 숨어 있던 아우터는 내가 전부 처리했거든.”
“그런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제가 보증할게요.”
“너는?”
세운의 뒤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엘라.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6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