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3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37화(637/675)
광휘의 황금알.
세운이 90층의 시련을 공략하는 도중에 얻은 보물이었다.
당시, 마몬이 평소와는 다르게 눈에 불을 켜고 거래를 제안하였다.
평소에는 세운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거래는커녕 상납을 제안하던 그녀였기에 세운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운이라고 하더라도 황금알의 정체는 알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세운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중에, 다른 조건으로 황금알을 상납하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요구하겠습니다.’
사실, 그건 일종의 보험이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에, 정말 그녀의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당하게 힘을 요청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보험.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보험을 발휘할 순간이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마치 이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보인다며 혀를 찹니다.
“보험일 뿐이었습니다. 92층에서 아우터가 습격해 올 줄은 몰랐지만, 100층에 도달하기 전에 아우터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짐작했습니다.”
폐왕.
그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시련에 아우터를 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예상치 못한 일을 벌여 왔던 폐왕이었으니까, 아예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목숨이 위험해진 지금, 급한 건 자신이 아니라며 눈을 부릅뜹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상대적 가치를 생각했을 때, 자신이 이전의 가치와 동등하게 황금알을 거래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탐욕의 마신인 만큼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몬은 냉철하게 상황을 확인하며 자신의 손익을 판단하였다.
‘베엘제붑과는 다르다는 건가.’
평소에 베엘제붑에게 먹이를 바치는 식으로 간단하게 요구를 처리해 온 세운에게는 색다른 일이었다.
물론, 그건 마몬이 어렵다기보다는 베엘제붑이 너무 쉬웠던 거였지만 말이다.
하나.
“거래를 받아주지 않으셔도 이 상황을 빠져나갈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황금알을 거래할 생각이 없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을 노려봅니다.
“그렇게 되면 전 평생 황금알을 내걸지 않을 텐데, 괜찮겠습니까?”
마신의 논리에도 세운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
다행인 점이라면, 아우터들이 세운을 경계하느라 이런 상황에서도 쉽게 덤벼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대답은 금방 들려왔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당당한 모습에 작은 한숨을 내쉽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녀는 세운에게 거래 내용에 관해 묻지 않았다.
아우터에게 밀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
이 타이밍에 황금알을 내민 세운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플레이어 ‘정세운’의 몸에 빙의합니다.
파아앗!
세운의 성흔에서 보랏빛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성흔에서부터 마몬의 신성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그녀의 힘이 충만하게 느껴졌다.
– 내 특별히 아끼는 장신구들을 챙겨 왔느니라.
세운의 동공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입고 있던 갑옷은 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남성용 예복으로 변해 갔고, 반지와 목걸이를 포함한 다양한 장신구들이 생겨났다.
“꾸륵…… 공격, 하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일까?
눈치를 보며 세운을 경계하기만 하던 아우터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세운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중지에 끼고 있던 사파이어 반지에 힘을 불어넣었다.
– 설마 이 몸이 직접 저 더러운 것들을 상대해야 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 정중한 거절, 데프레카티오 ]터엉!!
반지에서 뿜어나오는 푸른 빛.
이에 아우터들이 하나같이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시야의 사각에서 몰래 접근하던 아우터도, 거인처럼 거대한 아우터도 전부.
곧이어 세운이 날개를 펄럭이자 수많은 깃털이 허공에 흩날렸고.
[ 창공의 사슬, 엔키두 ]촤르르륵!
이는 곧 황금 사슬로 변하여 아우터들을 포박했다.
“꾸륵-”
“꾸륵, 꾸륵.”
아우터들이 저항하려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파멸의 힘까지 깃든 사슬을 녀석들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 화광의 보패, 풍화륜 ]이번에는 작은 바퀴가 달린 신발 모양의 보패를 집어 들었다.
풍화륜이란 이름에 걸맞게 보패에서는 날카로운 바람과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꾸르르르륵-”
몸이 포박된 상태로 맞는 뜨거운 불길.
바람과 불은 완벽하게 조화되어 바로 최근에 불러들였던 불의 총통, 아미의 불길과 맞먹는 화력을 자아냈다.
비록 화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파멸의 힘이 더해지자 아우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일방적으로 흘러가자 언어를 구사하던 지휘 개체가 다시 한번 명령을 내뱉었다.
“꾸으- 사슬을, 빠져나가라.”
“희생을, 감수하라.”
사슬에 닿은 부분은 파멸의 힘으로 인해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사슬에 닿은 부분을 포기하고 몸을 빼낸다.
아우터들은 사슬에서 탈출하자마자 세운을 향해 손톱을 빼 들었으나.
터엉!
이번에도 역시 사파이어 반지의 힘이 터져 나오며 아우터들을 튕겨 냈다.
“계획, 수정.”
“분열하라.”
“시간을…… 꾸륵.”
새롭게 내려진 지휘 개체의 명령.
아우터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세운과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세운이 손바닥 위로 서적 한 권을 떠 올렸다.
[ 금기된 마법서, 리베르 주라투스 ]촤르르륵-
역 십자가가 그려진 마법서의 표지가 넘어간다.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서적을 중심으로 반투명한 결계가 펼쳐나간다.
결계는 아우터를 스쳐 지나가며 쭉쭉 펼쳐지다 이윽고 모든 페이지가 넘어가 세운이 책을 덮었을 때.
쿠궁!
“크욱!”
“끄르르르-”
도망가던 아우터 모두 결계에 부딪히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급하게 땅을 파고 내려가는 놈도 있었지만, 땅 아래 역시 결계로 막혀 있었다.
주먹을 들어, 손톱을 들어, 뿔을 앞세워 두들겨 보아도 결계는 부서지지 않았다.
마몬의 마법서가 강력한 것도 있지만, 세운이 마법서에 파멸의 힘을 불어넣은 게 컸다.
[ 유도의 아스트라, 브라흐마스트라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세운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유난히 큰 깃털 두 장이 활대로 변하고, 그 중앙에 마몬의 보물이 걸렸다.
피융-
쏘아지는 화살.
화살은 이내 수백 갈래로 갈라지더니 결계 앞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아우터를 향해 날아갔다.
“꾸르륵!”
크기가 작은 아우터가 재빠르게 도망가고, 날개 달린 아우터가 화살을 피해 날았다.
갑각으로 막기도 하고 땅을 파고 들어가기도 하였지만,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푸부북!
“꾸륵!”
화살은 도망치는 아우터를 쫓고, 갑각을 들어 올리고 있는 아우터를 빙 둘러 날아가 급소에 처박혔다.
이 유도 화살 앞에서는 그 어떤 회피도 방어도 소용없었다.
“오라.”
“끄륵, 대업을. 위해.”
“두 번째 역행자를, 막아라.”
“우리의…….”
이변이 일어난 건 그다음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아우터가 일순간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네 번째 쉼터였던 지하 벙커 데지트에서 아우터를 처치했을 때 보았던 장면.
다만, 그때와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성장한, 모습을.”
데지트에서 보았던 아우터의 합체가 수십의 아우터를 대충 붙여놓은 누더기 같았다면, 지금 보는 아우터의 합체는 숙련된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갑각이 특화된 아우터가 표면을 이루고, 각력에 특화된 아우터가 다리를 이루었다.
숙주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만들어진 거대한 아우터.
그 가장 꼭대기에는 지휘 개체가 머리를 이루고 있었다.
백현이 보았다면 무척이나 흥분하지 않았을까 싶은 장면이었다.
“보여 주어라.”
“끄르르르르륵-!”
세운이 보아 왔던 거인의 기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거대한 덩치.
네 개의 다리에 상체가 붙은 모습은 켄타우로스를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지만, 서로 다르게 생긴 네 다리와 상체에 붙은 네 팔 등.
그 기괴한 모습은 도저히 켄타우로스 같은 명사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몸이 완성되자마자 녀석은 세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 낙마의 황금 창, 아르갈리아 ]세운이 황금 창을 내던졌다.
세운을 향해 다가오던 아우터는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인지 회피라는 개념 자체를 잊은 것인지 꼼짝없이 황금 창에 무릎이 꿰뚫렸고.
퍼엉!
꿰뚫린 무릎 아래가 거짓말처럼 뜯겨나갔다.
낙마의 황금 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효과.
하지만.
“끄르르르르륵!”
아우터는 멈추지 않았다.
세 개의 다리와 허벅지만 남은 하나의 다리로 땅바닥을 박차며 세운에게 달려왔다.
이에 세운도 멈추지 않고 무기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 천상의 승리, 비자야 ] [ 대요괴의 검, 쇼토우렌 ] [ 관통창, 이와토오시 ]…….
하나하나가 희대의 영웅이 사용하던 무기였다.
신이 휘두르던 무기나 전설의 괴수를 쓰러트린 무기, 또는 대악인이 사용한 피에 젖은 마검이었다.
그 모든 무기에 당하면서도 아우터는 기어코 세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끄르르륵…….”
다만, 그 대가는 참담했다.
네 개의 다리는 이미 전부 잘리고 구부러져 바닥에 질질 끌렸고, 네 개의 팔 중 세 개가 완전히 날아갔다.
복부에는 거대한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고, 머리의 절반이 날아가 한쪽 눈알만 남아 있었다.
녀석은 그 참담한 꼴로도.
“두 번째 역행자를…….”
남은 한쪽 팔을 들어 세운을 치려 하였다.
온 힘을 모아 팔을 변형해 팔뚝은 검날처럼 벼려지고 손톱은 창끝처럼 날카로워졌다.
주변으로 삐쭉 솟아난 가시들에서는 검은 액체가 뚝뚝 흘러내려, 조금만 스쳐도 자신의 체액으로 만들어진 극독을 주입하려는 게 보였다.
– 이제 슬슬 끝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럴 생각입니다.”
세운의 성흔이 더욱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지금까지 사용한 건 마몬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능일 뿐이다.
비록 황금알이라는 대가를 받고 최소한의 힘을 지니고 빙의한 터라 마몬의 모든 힘을 이끌어낼 수는 없겠지만, 그중 하나 정도는 구현할 수 있었다.
우웅-
아우터의 주변으로 마몬이 모은 무구가 떠 오르기 시작했다.
용인의 창.
악마의 혈검.
천사의 휘검과 마왕의 채찍.
하나둘 늘어나던 무구는 어느새 수천, 수만을 넘어가며 공간을 채웠다.
이게 바로 탐욕의 권능의 끝.
마몬이 가진 진정한 힘.
“탐욕의 전시회.”
푸부부북-!!
수만의 보구가 아우터를 향해 일제히 쇄도했다.
제 63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