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3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38화(638/675)
아우터의 움직임이 멈췄다.
전신에는 마몬의 온갖 보구가 고슴도치처럼 빼곡히 박혀 있어 피부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건 하나 남은 눈.
그마저도 흰자에 창칼이 다섯 개나 박혀 있어 미약하게 움직이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꾸륵…….”
그런 녀석을 향해 세운이 다가가 물었다.
“폐왕이 시킨 일인가?”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녀석들의 행동을 봤을 때, 설사 공포의 권능을 사용한다고 하여도 녀석들이 정보를 내뱉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세운의 예상대로 녀석은.
“대업을, 완성, 하기, 위해…….”
“꾸르르르르르-”
폐왕에게 받은 명령으로 추정되는 말만을 반복하며 서서히 쓰러져 갔다.
아우터.
본래는 머릿속에 생존과 증식 본능만이 있는 놈들이었는데, 지금 행동하는 걸 보면 그 대신 폐왕이 대체된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전투에서 도망치려 하기도 하지만, 생존과 전술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우웅-
세운의 성흔이 빛났다. 사라져 가는 아우터의 흔적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성흔을 통해 루인이 흥분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루인과도 정리를 마쳐야 하는데.’
최근, 사춘기라도 왔는지 세운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성흔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는 루인.
세운도 이제 어느 정도 자격을 얻었으니, 조만간 관계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100층에 오르기 전, 성좌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아주 신나 보이더구나.
“시원하긴 했습니다.”
마몬이 지닌 진짜 탐욕의 권능.
그 어떤 매개체도 필요하지 않고, 제한도 존재하지 않았다.
상황에 맞춰 온갖 보구를 꺼내쓰고 있자니 지금까지 사용해 본 탐욕의 권능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자, 그럼 이걸로 거래는 끝이니라.
마몬의 통보와 동시에 세운의 동공이 본래의 흑빛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장신구들이 사라지고, 예복이 점차 사라져 갔다.
그녀의 힘이 전부 날아가기 전에, 세운은 궁금했던 점을 하나 물었다.
“그런데 결국 그 광휘의 황금알은 어떤 물건입니까?”
광휘의 황금알.
마몬이 특히나 관심을 보였던 보물.
회귀 전에 그토록 다양한 보물을 관찰해 왔던 세운으로서도 그 용도나 가치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아름다운 만큼 보석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보이고 은은한 온기를 보자면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 궁금하느냐?
“정보에도 대가가 필요합니까?”
– 아니다. 지금은 제법 기분이 좋으니 굳이 이 이상의 대가는 필요 없느니라.
세운의 앞으로 황금알이 떠 올랐다.
마몬에게 상납한 탓에 그녀의 힘이 사라짐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는 광휘의 황금알.
– 설명하자면…… 그래, 일종의 강화 재료라고 보면 되겠지.
“강화 재료 말입니까?”
– 내가 지닌 복제품들은 진품과 흡사하지만, 1%가 부족하다. 이 황금알은 그 1%마저 채워 나가 진품과 100%에 가깝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다.
하긴, 그녀의 보물들은 완벽해 보여도 결국엔 복제품. 진품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당장 세운이 가장 처음 사용했던 보물인 크로노스의 모래시계 역시 본래의 힘을 그대로 지닌 채 회귀한 진짜 회귀자와는 달리 모든 힘을 잃은 채 과거로 회귀했지 않았던가?
그 간격을 메워 줄 물건이라니.
설명을 듣고도 그 사용 방법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 짐은 이제 가겠느니라. 이것으로 할 게 많으니 말이지.
“감사했습니다.”
– 무얼. 거래를 청하다니 건방지긴 하다만, 이러한 물건의 상납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로다.
스르르-
세운의 몸에서 마몬의 힘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신의 힘이 깃들어 있었던 만큼, 일순간 무력감이 들 지경이었다.
“이제…….”
콰르르륵-!!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폭음.
카샬락카스 또한 전투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결계를 펼쳐 아우터를 전부 휩쓸었던 세운과 달리, 카샬락카스는 외곽에 퍼져나가는 아우터를 전부 상대해야 했기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대로라면 아우터가 더욱 분열할 수도 있기에 얼른 전투에 참전하려던 세운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 올랐다.
– 진정한 ‘탐욕의 권능’을 경험하였습니다.
– 플레이어 ‘정세운’이 지닌 탐욕의 권능이 이에 영향을 받습니다.
– 탐욕의 권능이 성장합니다.
“성장?”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
탐욕의 권능이 성장한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득이었다.
– 탐욕의 권능에 새겨진 제약이 일부 사라집니다.
– 일정 시간이 지날 시, 이미 사용했던 보물을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매개체 없이도 일정 시간 동안 보물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뭐?”
세운이 지닌 보물 창고는 진짜 보물 창고가 아니다.
회귀 전, 아우터에 당해 무너지며 세운에게 그 근원만이 이전 당한 껍데기 없는 보물 창고.
때문에 보물을 사용할 때마다 매개체가 필요했고, 이미 사용한 보물은 힘을 잃어 사용할 수 없었는데.
한정적이긴 할지라도, 그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해지다니!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세운이 방금의 전투를 떠올렸다.
탐욕의 보물창고에서 보구를 마음껏 꺼내 들어 아우터와 싸우던 감각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이 메시지가 진짜라면, 마몬의 도움 없이도 그와 비슷한 전투가 가능하지 않을까?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
세운이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행히도 힘을 확인할 무대는 준비되어 있었다.
카샬락카스가 아직 아우터를 정리하지 못했으니까.
그녀가 아직 아우터를 정리하지 못했음에 감사하며.
타앗!
세운이 설레는 마음으로 전장을 향해 달렸다.
* * *
“멈춰라! 이 더러운 것들!”
콰직!
카샬락카스가 손톱을 휘둘렀다.
손톱이 워낙 거대해 손톱에 베인 아우터는 그대로 짓뭉개졌고, 다시는 몸을 재생할 수 없었다.
운석에서 뽑아낸 힘을 스스로의 몸에 인챈트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래는 가지고 있던 운석이 하나뿐이었기에 곤란했지만, 세운의 지원 덕분에 카샬락카스는 자신의 비늘과 손톱 등 모든 부위에 운석의 힘을 이식할 수 있었다.
물론.
“크오오오오오-!”
화르르르륵!
그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파이어 브레스에까지 말이다.
덕분에 그녀에게 걸린 아우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숙주를 잠식한다 하여도 드래곤인 그녀를 이길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꾸륵-”
“꾸르륵-”
녀석들의 목적은 카샬락카스를 상대하는 게 아니다.
분열, 그리고 증식.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수를 늘리는 것만이 녀석들의 목표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중심의 아우터가 세운을 처리할 수 있도록 카샬락카스를 떨어트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나 다름없었다.
아우터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크흥, 더럽게도 많군. 더러운 것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아우터의 수는 가히 엄청났다.
92층은 분쟁이라는 시련 명에 어울리게 수많은 몬스터가 있었기에, 아우터 또한 엄청난 속도로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카샬락카스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분열하는 속도를 간신히 억누를 정도.
이대로 체력이 빠지기라도 한다면 아우터가 분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게 분명하다.
“할 수 없군.”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브레스를 뛰어넘는 그녀의 비기.
목에 무리가 가긴 하지만,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아우터를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빵빵하게 부푼 가슴을 터트리며 비기를 사용하려던 그 순간.
[ 은빛의 활, 간디바 ]촤아아아악!!
그녀의 앞으로 한 줄기의 물길이 쇄도했다.
물길이라고는 하나, 그 위력은 물길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그녀가 어릴 적이 보았던 블루 드래곤의 워터 브레스를 떠오르게 하는 공격.
그렇다고 해도 이런 공격에 아우터가 당할 리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끄르르르륵-”
아우터들은 물길 속에서 처참히 소멸해 갔다.
압도적인 수압에 의해 몸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물속인데도 살이 불에 타들어 가듯이 사라진다.
그녀는 아우터가 저런 식으로 소멸해 가는 경우를 딱 하나 알고 있었다.
“크흥, 벌써 끝났나?”
열 번째 쉼터에서 만난 인간.
정세운.
그가 가진 파멸의 힘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공격이었다.
그는 마신의 힘을 빌려 신구를 꺼내 저런 공격을 하기도 하였으니, 충분히 납득할 만한 광경이었다.
다만, 그 이후부터는 드래곤인 그녀의 상식으로도 이해가 어려운 것들이었다.
[ 영광금귀신노(靈光金龜神機弩) ]푸부부북-!!
허공으로 날아든 화살 하나가 천 발의 화살로 변하여 비처럼 쏟아졌다.
아우터가 화살에 박혀 비명을 내지를 무렵, 또 하나의 공격이 날아왔다.
[ 태풍을 부르는 번개, 바즈라 ]콰릉!
콰과과광!!
자색의 창이 가장 거대한 아우터를 꿰뚫음과 동시에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내리꽂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력.
그런데도 이런 공격을 벌인 당사자인 세운은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 거인의 검, 에케작스 ] [ 헤라클레스의 놋쇠 곤봉 ] [ 달의 칼날, 찬드라하스 ]콰과과광!!
거대한 검이 횡으로 그어지며 아우터를 양단하고,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땅이 떨리며 갈라졌다.
달빛을 닮은 검기가 펼쳐나가며 아우터를 얼리더니 또 산산이 부서트렸다.
“이게 무슨 일이더냐…….”
이게 정말 인간이 벌인 일인가?
아우터가 퍼져나가는 범위가 워낙 넓어 드래곤인 그녀도 전부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세운은 지금 그 모든 범위를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
눈앞의 아우터는 근접 무기를 들어 휩쓸고, 중거리는 투창으로, 원거리는 화살을 쏘아 보냈다.
그 압도적인 위력에 그녀의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마신과의 계약…… 아니, 그걸로 설명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아끼는 계약자라도 신이 저렇게까지 힘을 안겨 줄 수는 없다.”
콰아아아앙!!
그렇다고 계속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세운이 힘쓰는 만큼, 그녀 역시 잽싸게 움직이며 퍼져나가는 아우터들을 막아냈다.
둘의 협동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92층의 모든 아우터가 사라졌다.
“확실한가?”
“확실해.”
카샬락카스의 마나 감지, 거기에 세운의 성흔 또한 아우터에 반응하고 있었기에 아우터를 감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이냐? 본래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아는데.”
“조금…… 성장했다.”
“조금? 하, 그게 조금이면 나는 조금 성장하면 고룡이 될 수 있겠군.”
툴툴거리며 말했지만, 카샬락카스의 태도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유순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세운이 보인 무력에 느낀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92층의 시련, 분쟁.
아직 공략법은 모르지만,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쟁이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이래서는 시련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
그때.
[ 관리소로부터 공지 사항이 도착하였습니다. ]둘의 앞으로 예상치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제 63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