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4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44화(644/675)
– 무오오오오오!!
세운이 정직하게 아우터를 향해 내달렸다.
쿵, 쿵, 쿵!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고, 굉음이 터져 나온다.
두꺼운 가죽을 둘둘 두르고 있어 움직임이 둔할 것 같은데도 세운의 신형은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빠른 속도는 결국 각력에서 나오는 법.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허벅지는 세운에게 엄청난 속도를 안겨 주었다.
이내 두 뿔에서부터 공기가 갈라지며 흐트러진 공기가 모락스의 신성과 합쳐져 황소의 형태를 취했을 무렵.
콰아앙!!
“꾸르르륵-”
세운과 아우터가 충돌했다.
다만, 그 아우터는 운석을 감싸고 있던 아우터가 아니었다.
“크릉, 미안하다! 아까 포효가 들렸을 때부터 이놈들이 갑자기 이 몸을 무시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하늘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아우터와 카샬락카스와 싸우고 있는 아우터들, 그 모든 아우터가 달려들어 세운의 앞길을 막아섰다.
운석만은 절대 공격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각자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를 구사하며 황소의 뿔을 막아섰다.
콰직!
“꾸우으!”
콰직!!
“꾸륵!”
콰직!!!
하지만, 모락스의 힘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발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거대한 아우터 한 마리가 거칠게 터져 나갔다.
괴력 그 자체.
이미 수십 마리의 아우터가 앞길을 막아섰지만, 세운의 발걸음은 멈출 줄은 몰랐다.
– 귀찮은 놈들.
그렇다고 해도 움직임이 굼떠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 손을 짚어라.
“손을?”
– 네 발로 달리란 말이다. 뿔을 쓸 줄도 모르는 애송아.
네 발로 달리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 제안이었지만, 어쩔 수 있나?
당장 따지고 자시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세운이 곧바로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 순간.
“힘이……!”
콰앙!!
아우터가 점차 늘어나며 대치를 이루던 힘의 균형이 세운에게로 크게 기울었다.
밀려 나가는 아우터들.
속수무책으로 황소의 뿔에 꿰뚫리고, 발굽에 짓밟힌다.
네발로 땅을 짚은 게 정답이었다.
– 이성을 버려라.
“이성을 어떻게 버립니까.”
– 생각을 버려라. 오직 네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라.
목표.
지금 세운의 목표라면 하나뿐이다.
저 운석을 부수는 것.
이미 네발로 땅을 짚는 순간 위력이 강해진 걸 느꼈기에 더 대꾸하지 않고 모락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터로 가려진 운석만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잡념을 지운다.
그리고, 세운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 무오오오오오!!
콰직, 콰직!
터져 나가는 아우터들.
벌써 얼마나 많은 아우터가 세운의 뿔과 발굽에 터져 나갔는지 모른다.
그 증거로, 세운의 뒤로는 파멸의 힘 때문에 재생하지 못한 채 스러져 가는 검은 액체와 형체도 모르게 터져 나간 숙주의 사체가 가득했다.
“꾸르르르륵!”
필사적인 건 아우터도 마찬가지였다.
그 짧은 새에 얼마나 많이 흘러나온 것인지, 셀 수 없이 많은 아우터가 끊임없이 앞을 막아섰다.
세운은 더 이상 녀석들의 수를 세지 않았다.
그저, 돌진.
돌진.
돌진.
모락스의 말에 따라 운석만을 생각하며 힘차게 네발을 움직였다.
– 그래, 이제야 조금은 그럴듯하다.
그렇게 수십의 아우터를 꿰뚫었다.
아니, 운석에 집착하느라 터트린 아우터의 수는 더 이상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세운의 눈이 붉게 물들고, 전신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었다.
그 힘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 마무리다.
세운의 눈앞에 거대한 구체가 나타났다.
운석을 집어삼킨 아우터.
드디어 아우터로 이루어진 고기 방벽을 모조리 뚫고 운석의 앞에 도착한 것이다.
– 무오오오오오!
모락스와의 빙의가 지속될수록 그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세운의 입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오고, 한껏 숙인 뿔을 운석에 다다르기 직전에 올려 찍었다.
콰앙!
엄청난 위력.
운석을 감싼 아우터가 온갖 방어를 내세웠다.
처음 세운의 공격을 막아 냈을 때처럼 방어막을 겹겹이 쌓고, 그 방어막도 가죽이나 갑각, 비늘 등.
온갖 형태를 취하며 가장 걸맞은 방어의 형태를 찾았다.
그러나 그 모두가 소용없는 짓이었다.
– 쓸데없는 반항이다.
꽈드드득!
아우터의 방어막이 전부 깨져 나갔다.
코앞에서 녀석의 비명이 들려오고, 모락스의 뿔은 마침내 아우터의 방벽을 모두 깨트리고 운석의 단단한 표면에 닿았다.
이에 세운이 당장에라도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전신의 근육을 전부 폭발시키듯이 터트리며 모락스의 뿔을 내밀었다.
터엉!!
그 거대한 운석이 축구공처럼 날아가 뒤쪽 바위에 박혔다.
운석이 어찌나 단단했는지, 모락스의 뿔에 직격당해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처럼 금이 잔뜩 일어도 어떻게든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 마무리 지어라.
빙의한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모락스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일까?
벌써부터 열쇠가 부담을 느끼고 벌벌 떨려 오는 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세운이 다시금 네발로 땅을 짚었다.
이번 공격으로 끝장을 낼 생각으로 모락스의 힘을 집중했고, 그만큼 두 개의 뿔이 더욱 두껍고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타앙!
땅을 박차는 소리가 로켓을 발사하는 것만 같았다.
쏘아지는 신형.
길을 가로막던 아우터도 전부 처리했으니 운석만 깨부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꾸르르르르륵!”
아우터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 벌어진 하늘의 틈새 사이에서 거대 개체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시야를 다 가릴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 세운의 공격을 막아섰다.
쿠궁!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꾸륵…… 절대…… 뚫릴 수 없다…….”
말까지 내뱉는 걸 보니 결코 평범한 개체가 아니었다.
아마, 숙주도 폐왕이 엄선한 실험체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정도면 스카베에 봉인되어 있던 전갈. 아니, 그 이상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하나, 그렇게 강한 아우터도.
– 귀찮은 놈.
모락스의 돌진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
점차 밀려나는 신형.
내뻗은 팔이 끝에서부터 꺾이고, 부러지고, 으스러졌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고 운석을 지켜내는 녀석을 세운이 완벽히 밀어붙였다.
눈앞의 아우터를 쓰러트리는 건 걱정이 없었지만.
‘힘이…….’
슬슬 네피림에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당장 네피림도 이제 더 이상은 무리라고 알려 왔다.
터엉!
“꾸르르륵-”
마지막 힘을 쏟아내 눈앞의 아우터를 완전히 떨쳐냈다.
세운이 머리를 들어 뿔을 들자 그 거대한 아우터가 비현실적으로 허공에 붕 뜨며 뒤편으로 날아갔다.
이어서 눈앞에 다가온 운석.
그 운석을 향해.
콱!
들었던 뿔을 힘차게 내려찍었다.
뿔이 깊게 박히고, 옅은 금이 운석의 모든 표면으로 번지며 벌어지기 시작했다.
쩌억, 하는 소리는 운석의 힘이 다했음을 알려 주었다.
– 타격감이 영 좋지 않다만.
몸을 뜨겁게 달구던 힘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열쇠의 힘이 다해 모락스의 힘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 원하는 바는 모두 끝났겠지?
“감사합니다, 모락스.”
– 착각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루시퍼 님의 명에 따른 것뿐이다.
빙의한 성좌의 힘이 빠져나갈 때 느껴지는 특유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모락스의 힘이 워낙 거대했던 탓일까? 갑작스럽게 빠져나간 힘에 무릎이 절로 굽혀진다.
털썩.
‘열쇠의 힘이 이렇게 컸던가?’
마신의 힘을 받아들였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세운이 무릎까지 굽힐 정도라니, 열쇠를 사용한 빙의는 일반적인 빙의보다 더 큰 후유증을 요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중력은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었다.
‘억압.’
96층의 시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중력이 아직까지 세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운석은 부서트렸는데.
그러고 보니 이 운석이 96층의 근원이었다면 지금쯤 96층의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뜰 법도 한데, 세운의 눈앞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떠 오르지 않고 있었다.
“크윽, 이제 못 버틴다! 이 중력 속에서는 나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크오오오오!”
카샬락카스가 브레스를 뿜어대며 외쳤다.
그녀는 중력 때문에 날개도 펴지 못한 채 드레이크처럼 바닥을 납작 기고 있었다.
아우터를 상대하는 것쯤이야 가능하지만, 문제는 이 중력이다.
이에 세운이 다시 한번 운석 쪽을 바라보자.
쩌어억-
운석이 극심하게 갈라지며 부서지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부서지는 건 운석이 아니었다. 운석의 표면을 감싸고 있던 아우터.
카멜레온처럼 운석의 색을 그대로 재현하고, 질감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낸 아우터가 부서지고 있었다.
어째서 의심하지 않았을까?
가죽, 비늘, 갑각.
그것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녀석들이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꾸고 벌레처럼 질감을 흉내 내는 게 가능하다는 건 상상해야 했을 텐데.
“꾸르-”
부서진 아우터의 안으로 보이는 건 진짜 운석.
모락스의 뿔이 박혀 두꺼운 한 쌍의 구멍이 찍혀 있었지만, 아우터로 인해 치명상을 피하고 여전히 억압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운석이었다.
“젠장!”
세운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다른 몬스터도 아니고, 아우터에게 속을 줄이야.
녀석들의 지능이 높아져 봤자 결국 아우터라고 자만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지능은 아직 인간을 따라잡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수많은 아우터가 머리를 맞댄다면, 한순간이나마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 색욕의 양막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 색욕의 양막이 분열합니다.
다시 한번 운석을 박살 내기 위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준비한다.
색욕의 양막이 분열하여 세운의 형상을 따라 하고.
[ 큰 격노, 모탈타크 ] [ 작은 격노, 바갈타크 ]각자 격노의 검을 꼬나쥔다.
순식간에 고서클 마법을 인챈트하여 검에 담고는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간다.
“꾸르르르륵!”
철퍽!
하늘에서 또 한 덩어리의 아우터가 쏟아진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아우터를 통과하려 했지만, 녀석들은 끝까지 세운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세운의 분열체가 먼저 바갈타크를 휘두르며 아우터를 정리했다.
아우터의 파편을 뚫고 나아간 세운이 운석을 향해 검을 힘차게 휘둘렀지만.
“꾸르르륵-”
“꾸르륵-”
또 어디선가 아우터가 튀어나왔다.
하늘에 뚫린 구멍에서는 질리지도 않게 아우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특히, 전력을 다한다고 하여도 운석과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억압으로 인해 제힘의 절반도 내지 못하는 상황.
‘할 수 없다.’
체력이 다 떨어진 건 아니지만, 이 상태로는 아우터를 돌파할 수 없다.
후유증이 걱정되긴 하지만, 당장 눈앞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나태의 권능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나태의 권능으로 강화된 힘이라면 어떻게든 아우터를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운석만 부서트린다면, 후유증이 닥친다고 하여도 카샬락카스와 함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할 수 없는 긍정적 상황을 기리며, 세운이 벨페고르의 힘을 빌리려 하는 그 순간.
“애쓰는 거 보니까 이 돌덩어리가 원흉인가 보지?”
운석의 건너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난장판 속에서도 너무나도 느긋하게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
“가만히 둘까도 생각해 봤는데. 네가 사용하는 검술에 관심이 조금 생겨서 말이야.”
서걱-
운석을 중심으로 세상에 긴 선이 하나 그어졌다.
그건 마치 대지와 하늘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르고 있는 지평선을 당겨온 것만 같았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세운을 막는 데 온 신경을 다하던 아우터들마저 시선을 옮겼다.
뒤이어.
기기긱-
쿠궁!
아우터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켜내던 운석이 반으로 잘려 양쪽으로 쓰러졌다.
어깨를 짓누르던 중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운석의 중앙까지 파고들어 있던 아우터가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렸다.
“으, 징그러워. 내 96층에서 몇백 년 동안 있으면서 이런 놈들은 처음 보는데. 대체 뭐야?”
갈라진 운석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청년.
그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세운은 어쩐지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과거, 얼음 성의 마지막 층에서 보았던 성주의 미래.
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랭킹 1위의 플레이어이자, 전설이라 불리는 남자.
알려진 건 단 하나.
그의 이명과 이름.
검제(劍帝), 프랜시스 하멜이었다.
제 6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