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4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47화(647/675)
세운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며 정신을 차렸다.
늑대와 연결이 강제로 끊긴 탓에 정신적인 대미지가 찾아온 모양이다.
다만, 이상한 점은…….
‘대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인가?’
나태의 권능으로 쓰러지고 깨어났으니 최소한 며칠은 쓰러져 있었을 텐데, 며칠 동안 늑대와의 연결이 끊긴 정신적 대미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그래도 나름대로 회복 속도에 자신 있던 세운이었기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익숙한 메시지가 떠 올라 있었다.
– 96층의 시련 ‘억압’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96층의 공략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
96층의 근원이 되는 운석을 부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문제는 그 뒤에 떠 올라 있는 메시지들이었다.
– 모든 기운이 소진된 신체에 새로운 기운이 흡수됩니다.
– 드래고닉 엘릭서를 복용하였습니다.
– 십이경맥이 완전하게 개방되었습니다.
– 기운의 흡수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시작합니다.
– 환골탈태로 인해 신체적인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중단전이 개방되었습니다.
– 상단전이 개방되었습니다.
– 태극심공이 성장합니다.
– 태극심공이 파왕태극심공(破王太極心功)으로 발전하여 세 단전을 순환합니다.
…….
평소에 후유증으로 쓰러졌을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메시지들.
드래고닉 엘릭서는 무엇이고, 십이경맥이 완전히 개방되다니?
‘그러고 보니…….’
환골탈태라는 말을 듣고 몸을 조금 움직여 보니, 확실히 몸 상태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신의 근육이 더욱 세밀하게 잡혀 있었고, 뼈는 더욱 단단하고 가벼우며 탄력이 생겨났다.
마치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신체.
가장 이상적인 신체였다.
‘기운이 흡수되었다는 게, 이걸 말하는 건가?’
세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96층의 근원인 운석이 올라 있었던 산의 정상.
그곳의 흙과 바위가 힘을 잃고 먼지가 되어 바스러져 있었다.
심지어, 성흔이 채 흡수하지 못했던 아우터의 잔재까지도 못했다.
세운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익숙한 두 기운이 빠르게 다가왔다.
“크릉, 괜찮나?”
“이야, 장관이네. 내 생전 이렇게 거창한 깨달음은 처음 봤어.”
카샬락카스와 프랜시스 하멜.
세운은 둘에게서 이 사태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몸에게 감사해라. 드래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마지막 엘릭서를 너한테 사용했다.”
“말했듯이 내 점혈이 아니었다면 엘릭서고 뭐고 절반도 흡수하지 못했다니까? 뭐, 효과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긴 했지만.”
“크흥.”
“용아, 무시하는 거냐? 한 판 붙어볼까?”
“크흥!”
카샬락카스가 드래고닉 엘릭서를 제공했고, 하멜이 점혈술을 사용해 치료를 북돋아 주었다.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를 보았을 때 단순히 치료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환골탈태에 태극심공의 성장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성장이었다.
당장 일어나서 몸을 가볍게 털어 보니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가볍게 통통 뛰는 동작으로도 이전보다 2배에 가까이 떠 오를 만큼 몸이 가벼웠다.
그러면서도 다리에 힘을 실으면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쿵! 소리가 나며 먼지가 휘날렸다.
“신기하냐? 그럴 수밖에. 조화경(造化境)의 경지에서 헤매던 놈이 갑자기 신화경(神化境)의 경지 코앞까지 성장했으니까.”
“신화경?”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선에 도달하는 경지다. 아, 여기서는 성좌라고 해야겠네. 뭐, 그래봤자 네놈은 아직 반쪽짜리지만.”
신화경의 경지. 세운도 서적으로나마 읽은 적이 있다.
무공을 배울 때의 경지를 표현한 것인데 삼류부터 시작해서 이류, 일류, 초절정, 화경, 현경, 신화경의 단계로 올라가게 된다.
다만, 세운은 지금까지 서적을 통해 무공을 배웠을 뿐이지, 누군가에게 직접 전수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본래 화경의 경지였다는 것도, 이번에 신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도 알 턱이 없었다.
“신화경의 경지…….”
“신기하단 말이야. 몸은 덜 무르익었는데, 내면은 알차고, 기술은 덜 무르익었는데, 정신은 알차. 너 뭐, 회귀라도 한 거냐?”
“크흡! 어, 어떻게 그걸 알았느냐! 역시 너는……!”
“어? 진짜로?”
“크흥?”
세운이 설명하기도 전, 카샬락카스의 어처구니없는 반응 덕분에 세운의 회귀가 너무나도 쉽게 들켜 버렸다.
뭐, 어차피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다만 이렇게 들키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일단, 내가 쓰러지고 시간은 얼마나 지났지?”
“크흠. 얼마 안 지났다. 고작해야 반나절이다.”
반나절이라.
최근 나태의 권능으로 인한 후유증이 짧아졌다고는 해도 반나절은 기록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심각하다 할 정도로 모든 힘을 끌어다 썼으니 본래는 꼬박 며칠간 기절하는 게 정상이었을 터.
둘 덕분에 시간을 생각 이상으로 아낄 수 있었다.
“그럼 바로 다음…….”
“잠깐. 나랑 얘기는 마쳐야지?”
“은혜는 감사합니다만, 시간이 부족한 터라 다음에 갚도록 하겠습니다.”
“탑에서 다음이 어딨어? 당장 네놈이 다음 층에서 비명횡사해도 모를 판인데.”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아, 별거 없어. 네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그런데, 그냥 나랑 한 번…….”
하멜이 검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세운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다.
“붙어 주면 돼!”
카앙!!
섬광처럼 다가온 하멜의 검.
세운이 저도 모르게 검을 뽑아 든 덕분에 가까스로 검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이 봐, 역시 우리 가문의 검술이라니까?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검을 뽑아 드는 것만으로도 검술의 정체성을 알아보는 하멜.
아니, 아마 아우터를 상대할 때부터 쭉 의아함을 가지고 지켜봐 왔을 것이다.
“회귀자라고 했지? 회귀 전에 내 제자라도 됐어? 아니, 그러기에는 기술이 너무 부족한데. 애초에 내가 제자 따위를 키웠을 리도 없고.”
하멜의 검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지금까지 탑을 올라오며 나름대로 검에 자신이 붙었던 세운이었지만, 그의 검에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혈랑검법, 자하검결, 북해검결과 파극암검, 그 어떤 검법을 사용해도 그를 몰아칠 수 없었고, 그 어떤 보법을 사용해도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드높은 벽을 마주한 느낌.
‘검 대 검으로는 무리다.’
검에 자신이 있기는 해도, 상대는 검제 ‘프랜시스 하멜’이다.
그런 상대에게 무식하게 검만으로 돌격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한 세운이 곧바로 탐욕의 권능을 발현하였다.
[ 단단한 벼락, 칼라드볼그 ]파지직!
샛노란 벼락의 검이 하멜의 검과 부딪혔다.
칼라드볼그에 깃든 벼락이 뿜어져 나왔지만, 하멜은 주변에 검막을 펼쳐 벼락을 가뿐하게 막아 냈다.
이어서 세운의 검을 비껴치며 반격을 날리려 하였지만.
“어?”
세운은 더 이상 칼라드볼그를 쥐고 있지 않았다.
[ 티탄의 왕, 스퀴테 ]하멜의 옆으로 덮쳐오는 거대한 낫.
벼락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있던 터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지만, 그는 가볍게 발을 한 걸음 옆으로 내빼며 검을 회수하더니 거짓말처럼 낫을 비껴 냈다.
[ 헤카테의 횃불 ]화르륵!
곧이어 그가 서 있던 자리로 뜨거운 불길이 몰아쳤다.
다급하게 몸을 빼냈지만, 하멜이라 하여도 모든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급하게 자리를 벗어난 그의 옷 끝에 붙은 불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거였네. 애초에 기술이 부족하다 싶었더니, 부족한 게 아니라 일부러 얕고 넓게 성장한 거구나.”
[ 영웅의 맹세, 악-켈테 ]탕!
거리가 벌어지자 어김없이 원거리 공격이 시작되었다.
총, 석궁, 활과 마법.
각양각색의 공격이 튀어나오자 하멜도 피하고 막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부족해.”
잠시 세운의 공격을 관찰하던 하멜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운이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유지한 채 감각을 끌어 올리더니, 다급하게 몸을 돌려 뒤를 향해 화살을 쏘아냈다.
캉!
“감각은 좋은데, 역시 기술이 너무 부족해. 웨폰 마스터(Weapon master)의 길을 걷더라도 무기를 얕잡아 보면 그 끝에 도달할 수 없는 법.”
세운과 하멜의 공수가 팽팽하게 이어졌다.
숨 막히는 승부.
카샬락카스마저 이 비현실적인 전투에 침을 꿀꺽 삼키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신화경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남의 기술에 의존하지 말고 네 기술을 사용해라.”
“내…… 기술.”
[ 곤오산의 붉은 구리, 헌원검 ] [ 고귀한 기사, 프레시외즈 ] [ 뱀의 포승, 나가파사 ]둘의 전투는 이미 인간의 전투를 초월했다.
둘에게서 흘러나온 기운이 주변에 퍼져나가며 풍압을 일으키고, 기류가 맹렬히 회전했다.
“일만의 길도 결국에는 하나의 도착지로 연결되는 법. 신화경에 도착한 너라면,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길을 하나로 합칠 수 있을 거다.”
세운의 눈이 번뜩였다.
머릿속에서 깨달음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이에 세운이 마몬의 보물창고에서 새로운 보물들을 꺼내 들었다.
[ 양의검법(兩儀劍法) ]무당파의 검법부터 시작해서.
[ 섭혼도법(攝魂刀法) ] [ 악가창법(岳家槍法) ] [ 만천화우(滿天花雨) ]마교의 도법, 명가의 창법에 사천당가의 암기술까지.
온갖 무공을 펼치며 그 묘리를 받아들였다.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세운의 검로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저 강력한 보구를 꺼내 들었을 때보다 하멜이 더욱 고전하며 세운의 발걸음이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 관상도(官商道) ] [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 [ 궁신탄영(弓身彈影) ] [ 구음백골조(九陰白骨爪) ]그저 새로운 무공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무공의 묘리를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쌓아 온 진리에 더해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 낸다.
광석은 다듬어질수록 더욱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아름다운 보석이 되게 마련이다.
“다 왔네. 이제, 이름만 지어 주면 돼. 이름은 곧, 힘의 존재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이니.”
세운의 무기가 쉴 새 없이 휘둘러졌다.
저도 모르게 깨달음을 얻어 어검술(馭劍術)의 경지에 도달하더니, 여러 개의 무기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가가강!!
하멜은 그 모든 공격을 덤덤하게 받아 주었다.
세운의 깨달음이 굳어질 때까지 기쁜 눈초리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자가 생긴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하멜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세운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름이라.”
이내, 세운의 주변으로 수십의 무기가 동시에 떠 올랐다.
온갖 보구들이 온 무공의 묘리를 담아낸 채 세운의 의지에 따라 적을 겨냥하였다.
세운이 하늘 높이 집어 든 검을 아래로 내리긋자, 그 모든 무기 역시 일순간에 하멜을 향해 쏘아졌다.
“멸흑신무(滅黑神武).”
아우터를 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술.
신화경에 다다른 세운이 처음으로 만들어 낸 무공이었다.
제 6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