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5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58화(658/675)
하데스의 말을 듣는 순간, 세운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승에 뭔가 일이 생겨난 겁니까?”
그가 다스리는 곳.
지하세계에서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그리고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그건 분명 아우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데스가 여기까지 찾아와 세운에게 손을 내밀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네.”
“하데스! 그게 무슨 말인가!”
“타르타로스의 최심부에 일이 생겼다네.”
“타르타로스의 최심부라면, 극악의 죄인들을 수감해 둔 곳이 아니던가. 하나, 그곳의 신들은 이미…….”
“그래, 죽었다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가?”
그의 말에 반응한 건 세운만이 아니었다.
타르타로스의 사건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포세이돈과 함께 제우스까지 다가와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세운도 문헌에서 읽었을 뿐, 타르타로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몰랐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자네들도 봤지 않았나. 신이 죽고 난 자리에 생겨난 구더기들을.”
“하나, 그것들은 주변에 생명체가 없는 이상 큰 반응을 보이지 않지 않았나?”
“그랬었지. 그리고 지금, 구더기들이 날뛰기 시작했네.”
“날뛰다니…….”
“감옥을 부수고, 간수를 집어삼켰다네. 문을 틀어막았지만, 언제, 어떻게 빠져나올지 모르네.”
“……잠깐. 그럼 자네 아들은!”
“그건 걱정하지 말게. 놈을 가둔 곳은 타르타로스의 구석. 괴롭긴 하겠지만, 그것들로부터는 안전한 곳이니.”
신이 죽은 자리에 생겨난 구더기.
생명체에 반응하고 간수를 집어삼켰다는 얘기만 들어도 그 정체가 아우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폐왕의 영향을 받은 건가.’
하필 아우터가 탑을 습격한 상황에서 타르타로스의 아우터가 날뛰기 시작했다니.
아무래도 아우터는 그 어디에 있어도 폐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듯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들은 세운과 손을 잡아야 했다.
신계조차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은 분명 큰일이었지만, 이로써 신들의 힘을 빌리기가 수월해졌다.
“제안에 수락한다면 힘이야 얼마든지 빌려주지. 애초에 그러기 위해 찾아온 것이니.”
“제안? 제우스, 무슨 일이 있었지?”
“전해 듣지 못했나? 명계에도 전언을 보냈는데.”
“여러모로 바빠서 말이네.”
“그렇다면…… 모이라이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겠군.”
제우스의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주변의 그 어떤 신조차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이제 막 성좌의 자리에 오른 인간에게 처참하게 망가져 버린 자그레우스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하데스.
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십이신좌에 앉은 신들이라 하여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군.”
지금까지의 일과 세운의 제안.
이 모두를 전해 들을 하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의견을 내기 전에, 힘부터 증명해 줬으면 하네.”
“힘의 증명?”
“간단하네.”
철컥.
하데스의 앞으로 해골 무늬가 그려진 문이 솟아올랐다.
지옥문(地獄門).
그가 관리하는 명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시꺼먼 내부에서 사슬에 칭칭 휘감긴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꾸르르르륵-”
아우터.
그것도 이미 숙주를 잠식한 아우터가 사슬에 의해 문 앞에서 바둥거리고 있었다.
“간수라 해도 신격을 얻은 이들인데, 몸을 잠식했네. 내 힘으로도 쓰러트릴 수가 없더군.”
“하데스 님의 힘으로도 말입니까?”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았네. 모든 간수가 집어 먹혀, 타르타로스에는 이미 이것으로 가득 차 있다네.”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간수.
세운은 그것을 보자마자 하데스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하다.
아우터를 쓰러트리는 것.
그리고 그건 세운에게 전문 분야나 다름없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파멸’이 깨어납니다.
검붉은 기운으로 휩싸이는 뒤랑달.
이미 자그레우스와의 전투로 기술은 충분히 보여 주었으니, 이번에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깔끔한 일격.
그 일격으로 죽음의 신인 하데스조차 쓰러트리지 못했던 아우터가.
“꾸르륵-”
치이익!
인두에 지져지듯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남은 건 아우터가 집어삼켰던 숙주뿐.
‘저건 어쩔 수 없지.’
설룡같이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우터에 잠식당했던 숙주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법은 하나.
엘라가 지닌 시간의 권능처럼 시간 그 자체를 되돌리는 것뿐.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쿨럭!”
“간수여, 괜찮나?”
“커헉, 하데스, 님…….”
간수는 살아 있었다.
물론,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노화한 것처럼 전신의 기운이 쇠약해진 것은 물론, 본래 가지고 있었을 신성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은 다른 건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유라고 할 만한 건 그뿐이었다.
신은 신성을 모두 잃지 않는 한 죽지 않으니, 어쩌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어찌 되었든, 아우터는 쓰러지고 간수는 목숨을 되찾았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하데스가 간수를 돌려보내자마자 세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난 찬성이네.”
“하, 하데스 님!”
“다들 평화에 찌들어 머리가 굳은 겐가? 타로타로스의 일만 보아도 이는 단순히 탑의 문제가 아니라네. 신계 전체가 멸망할 수 있는 일이지.”
“하나, 마신들과 손을 잡는다니…….”
“마신이라 하여도 결국 우리와 의견이 다른 신을 그렇게 칭했을 뿐. 결국 같은 신일 뿐이다. 편향적인 문헌을 제외하고 그들의 악행을 직시한 자가 있긴 하나?”
“하나…….”
“죄가 있으면 수감하면 그만이다. 난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하데스의 찬성.
포세이돈은 이미 세운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으니, 올림포스의 세 최고신 중에서도 과반수가 세운의 편을 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다른 신들의 의견도 세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저도 찬성입니다. 우선은 위협부터 막아야 합니다.”
“좋군! 간만에 전투인가! 전부 부서트려 주지!”
“대신, 마신들은 더욱 철저히 경계하겠어요. 지금은 손을 잡겠지만, 악행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처벌하겠어요.”
동맹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모두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이에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거부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말도 안 되옵니다! 저런 몰상식한 인간을 어째서 받아들이려는 겁니까!”
자그레우스가 쓰러진 이상, 녀석의 세력도 완전히 와해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남은 세운의 적대 세력은 단 하나, 디오니소스였다.
어차피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좌가 세운의 손을 든 이상 결과는 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세운은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아, 이건 마신 측에서 주는 소소한 선물이다.”
“마신 따위가 무엇을 줘 봤자……!”
휙.
디오니소스가 말대답을 하려는 중, 세운이 물건을 던졌다.
세운이 올림포스에 도착하기 전, 마몬이 건네준 선물.
그 정체는 바로.
“이건……!”
[ 악의의 향연(饗筵) ]술이었다.
오직 마계에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극상의 술.
아무리 디오니소스라고 할지라도 마계의 술을 구할 방도는 없었으리라.
그것도 싸구려 술이 아닌, 마몬이 직접 내준 극상품을 말이다.
“마계의 극상품! 알코올 도수가 90%를 넘어가면서도 깊은 향기와 특유의 짜릿함을 갖추고 있다는 그, 악의의 향연!”
“아직도 반대하나?”
디오니소스는 술을 쥐여 주자마자 넋을 놓았다.
그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찬성이옵니다!!”
찬성이었다.
* * *
협상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올림포스와의 동맹은 단순히 올림포스만이 아니라 선신과 악신을 포함한 모든 신이 힘을 합치는 과정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세간에 관여하지 않기로 유명한 중립신 진영에 이 소식을 전하러 가기도 하였다.
그사이.
– 크릉…….
“신성에서 파생된 짐승이라. 갓 신좌에 오른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의 응용이군.”
하데스는 루인과 함께 명계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세운을 돕는 이유는 하나.
명계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세운은 위에서 동맹에 관한 논의를 이어 가야 했기에 직접 명계에 나서는 대신 루인을 하데스와 함께 보냈다.
처음에는 하데스도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 하였지만, 루인이 제힘을 보여 주자마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겠다.”
– 크릉, 냄새가 난다.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되네.”
– 모조리 씹어먹어 주겠다.
텅!
하데스의 손짓에 명계의 가장 깊은 곳, 타르타로스의 문이 열렸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는 아우터.
사건이 생기고 시간이 그리 지나지 않았을 텐데, 그 양은 벌써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감옥을 지키고 있던 간수들은 이미 모두 집어 삼켜진 모양.
그 꿈틀거리는 아우터 속으로.
타앗!
루인이 뛰어들었다.
“꾸르르륵-”
당장 이 깊은 지하 감옥을 빠져나가 명계 전체를 흡수하려는 아우터들은.
푸홧!
“꾸르륵!”
– 크릉!
속수무책으로 루인에게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손톱에 베이고, 송곳니에 짓이겨졌다.
세운이 신격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로 루인의 힘 역시 신에 걸맞게 강해졌기에, 아우터를 상대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아우터 역시 평범한 플레이어나 몬스터가 아니라 신격 지니고 있는 간수들을 잠식한 거라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서걱!
그래봤자 루인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다.
‘썩지 않는 자’를 완벽하게 집어삼킨 시점에서 루인의 힘은 세운과 별개로 또 하나의 신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대단하군.”
바이던트를 쥔 하데스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아우터를 쓰러트리기 위해 특화된 힘.
아니, 솔직히 그게 아니더라도 루인의 힘은 충분히 강력했다.
솔직히 루인 하나의 역량으로만 따져도 자신의 못난 아들인 자그레우스를 뛰어넘을 것만 같았다.
‘그자는 분명 이것보다 강하겠지.’
하데스의 머릿속에 세운이 떠올랐다.
이제 막 신격을 얻은 인간이 이렇게나 강할 수 있다니.
속세에 관심을 버리고 오직 명계만 관리해 온 그였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저것들을 모두 쓰러트린다면…….’
아우터가 사라진 세계.
선신과 악신이 손을 잡고, 평화를 되찾은 세계.
운명의 여신들이 말한 멸망을 피하고 나면, 그 세계의 주인은…….
‘아니, 아직이다.’
고개를 저은 하데스가 다시금 루인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타르타로스를 뒤덮었던 아우터가 벌써 절반 이상 루인의 아가리에 집어 먹혔다.
명계를 안정시키자마자, 그 역시 세운을 도와 계약을 이행할 생각이었다.
제 65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