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6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60화(660/675)
갑작스러운 등장은 아니었다.
세운이 올림포스와 동맹에 관한 확답을 받고, 신계의 주신들을 불러 모으고 있을 무렵.
신으로서 탑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먼저 찾아왔다.
“튜닝?”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세운 플레이어님.”
“어쩐 일입니까? 그보다, 관리인이 오갈 수 있는 곳은 탑 내부만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례도 없었고 워낙 바빠서 신경을 못 썼지만, 본래대로라면 성좌에 오른 플레이어에게 시스템 설명을 돕는 것도 관리인의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세운의 경우에는 신격을 얻자마자 마몬이 옆에서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었지만, 평범한 이라면?
당장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할 거다.
당장 세운만 하더라도 탑을 관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마몬의 손을 빌렸지 않았는가?
“바쁜 이유라면 역시, 아우터 때문입니까?”
“네. 샤이넬을 시작으로 탑의 전역에 아우터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스템으로 아우터를 최대한 제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터라…….”
“……혹시 벌써 무너진 곳이 있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다만, 모두 한시가 급합니다. 때문에 정세운 플레이어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것도 있습니다.”
바쁘다는 건 튜닝의 상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나름 옷도 깔끔하게 다려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처음 보았을 때처럼 옷이 후줄근하게 늘어져 있다.
관리를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관리를 못 한 모습.
눈 밑으로 내려온 다크서클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쉬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은 갈 수 없습니다. 우선…….”
일단은 그를 돌려보내려던 세운이 생각을 바꾸었다.
이 앞으로 진행될 토론.
거기에 튜닝의 지식이 절실히 필요했으니 말이다.
* * *
“먼저,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탑의 관리소 소속 ‘튜닝’이라 합니다. 현재 사안에 관해 탑에 관련된 사항을 조언해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호오, 관리인이라.”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하긴, 당장 탑이 무너지게 생겼으니 관리소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탑에 관련된 일인 만큼, 이번 사안에 관리인의 도움이 절실했다.
“먼저 앞서 나온 방법의 하나인 ‘강림’ 말입니다만…… 불가능합니다.”
“왜지?”
“아우터의 습격으로 이미 차원이 불안정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신들께서 그 방대한 힘을 끌어안고 강림하신다면, 그대로 차원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가 보군.”
“그렇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사안 말입니다만, 이 중에서도 이미 힘을 써주고 계시는 분이 있다고 압니다.”
몇몇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사안이라면 성좌가 자신의 사도에게 힘을 내려주어 힘을 보태 주는 방식이다.
“가장 현실적인 사안입니다. 당장 탑이 버티고 있는 이유도 그 이유가 큽니다. 가능하다면 부디 조금 더 힘을 보태 주시길 바랍니다.”
“그거야 당연하다만, 사도의 힘으로 아우터를 완전히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네. 그저 버틸 뿐입니다. 때문에, 제가 생각해 낸 방법을 말해 드리려 합니다.”
“관리인이 생각해 낸 방법이라.”
“기대되는군.”
“어서 말해 보게. 시간이 촉박하지 않은가.”
모두의 시선이 튜닝에게 집중되었다.
아무리 튜닝이라 하여도 최고신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차분히 심호흡을 내쉰 튜닝이 입을 열었다.
“아우터를 모두 이곳, 신계로 추방하는 겁니다.”
“……뭐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격을 잃지 않고 온전한 힘으로 아우터를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
아우터를 신계로 추방하자.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를 떠나, 큰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저 인간의 말을 믿고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결국 탑의 위험을 신계의 위험으로 옮기자는 말이지 않나.”
신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탑을 구하기 위해 신계를 위험에 빠트리다니.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결국, 신들이 모인 신탁 주변이 세운으로서도 통제가 안 될 만큼 시끄러워질 무렵.
“오딘, 가만히 있지 말고 대답해 보시오. 저 말도 안 되는…….”
“찬성이네.”
“뭐라?”
오딘이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인의 말이 맞지 않는가. 우리 힘을 온전히 간직한 채 멸망의 근원을 치워 버릴 유일한 방법이라네.”
“하나,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으하하하하! 나도 찬성이다! 드디어 그놈들을 이 손으로 직접 부술 수 있겠군!”
오딘 다음은 사탄.
심지어 조용히 있던 티아마트까지 고개를 끄덕였고, 헬리오폴리스의 주신인 라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
그 상황을 뒤집어놓은 건 다름 아닌 사탄의 도발이었다.
“뭐야, 설마 다들 겁먹은 건가?”
“뭐요?”
“우리 힘을 온전히 간직한 채로 그것들을 부술 기회다! 거부하는 놈들은 온전한 힘으로도 이길 자신이 없다는 소리 아닌가?”
“그럴 리가!”
“그 말은 딜문(Dilmun)을 무시하는 발언이오! 당장 취소하시오!”
“그럼 찬성하면 될 거 아닌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하! 무슨 소리를! 우리는 그저 신중할 뿐이오! 딜문의 별들은 언제든지 아우터를 대적할 준비가 되어 있소!”
“으하하하하! 좋다. 그럼 정해진 것 아닌가?”
여론이 점차 찬성하는 쪽으로 굳어졌다.
상황이 이리되니, 방법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신이 동의하더라도 아우터를 신계로 추방할 방법이 정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사실, 거기에도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해 보아라.”
“저희 관리소에서 할 수 있는 건 추방에 대한 허가입니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둘.”
튜닝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리며 하나를 접었다.
“첫 번째는 아우터를 신계로 추방할 통로입니다.”
“그거라면 우리가 맡겠네.”
오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헤임달의 도움을 요청하면 될 것이네. 비프로스트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탑에 연결하겠네.”
“이그드라실을? 그리하면 아스가르드가 가장 먼저 위험해지지 않겠나?”
“지금은 힘을 합칠 때가 아닌가?”
“……고맙네. 오딘.”
“그렇다고 하여도 아스가르드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네. 아스가르드는 신성을 먹고 자라니, 모두 힘을 빌려주지 않으면 탑을 휘감을 만큼 뿌리를 키우는 건 불가능하네.”
“돕도록 하지.”
“당연한 말 아닌가?”
“성역의 모든 신에게 협조를 부탁하겠네.”
튜닝의 첫 번째 조건이 순식간에 달성되었다.
이어서 두 번째.
튜닝이 두 번째 손가락을 접으며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로는…… 탑에서 아우터를 강제로 통로에 밀어 넣을 물리력을 행사할 이가 필요합니다.”
“크흠.”
“이게 문제군.”
당장 아우터의 습격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게 고작인 탑에서 아우터를 몰아내다니, 그런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모든 신이 그렇게 생각할 때, 세운이 앞으로 한발 나섰다.
“이건 제가 맡겠습니다.”
“네가? 플레이어였다고는 하지만, 너도 이제는 신이다. 어찌 탑에 관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신은 탑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 신성의 유래.
신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설화와 전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탑에 넘어오는 순간 엄청난 과부하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세운이 가진 설화는 모두 탑에서 쌓아 온 것들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탑을 통해 성좌에 오른 플레이어는 탑에 직접적인 관여가 가능합니다.”
“허어.”
“물론, 제한이 없는 건 아닙니다. 관리소의 판단에 의해 얼마든지 추방당할 수도 있고, 시련이나 플레이어에 관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신이 탑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니.”
결과적으로, 세운은 지금 가진 힘을 그대로 안고 탑에 내려가 아우터를 막아내는 게 가능했다.
아니, 막아내는 것을 넘어 튜닝의 제안처럼 아우터를 완전히 추방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가능하겠나? 아무리 직접 강림하여 관여할 수 있다고 해도, 혼자서 탑의 아우터를 모두 추방하는 건 어려울 거다.”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혼자 아무리 급하게 움직여 봤자 모든 아우터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하나의 층을 막아내는 사이에 다른 하나의 층은, 아니 다른 수 개의 층이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하나, 세운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몰랐지만, 지금까지 탑을 오르며 쌓아 온 인맥이 있었다.
그들의 힘을 빌린다면.
하나의 층도 포기하지 않고 탑을 전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다.”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지.”
“다들 따라오게. 당장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키워야 하네.”
“올림포스에 이어 아스가르드를 구경하게 될 줄이야. 오랜만에 두 눈이 호화를 누리는군.”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오딘이 앞장섰음에도 따라오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사탄을 중심으로 한 악신의 세력.
동참하기 싫은 게 아니다.
자신들이 오딘을 따라나서면 오딘과 아스가르드는 물론이고 따라나선 모든 신까지 불안하게 만들리라 생각한 것이다.
이에 그들은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의논하려 하였는데.
“티아마트. 도와주지 않겠나?”
“크르…….”
오딘이 티아마트의 앞에 나섰다.
세상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희대의 악룡 앞에 손을 내밀었다.
“비록 편을 가르고 있었네만, 한시적이나마 동료가 되지 않았나.”
그 순간, 오딘을 뒤따르던 신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지금 오딘의 행동은 사자의 아가리에 손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었다.
티아마트가 오딘을 건방지다 생각하며 입을 벌리는 순간, 오딘의 팔 한쪽이 그대로 삼켜질 게 분명하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앞장서라.”
티아마트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선신과 악신. 두 세력이 손을 잡는 진정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자리에 모여 있던 신들이 전부 자리를 떠나갔다.
남은 건 둘.
세운과 튜닝뿐이었다.
‘어떻게든 해야겠지만…….’
세운이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탑에서 만나 온 인연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힘이 부족하다.
마음 같아서는 힘을 쪼개더라도 몸을 몇 개로 나누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때.
“정세운 플레이어님.”
“아, 금방 가겠습니다. 우선 탑의 상황부터 알려 주시겠습니까? 우선순위를…….”
“그게 아니라, 지원군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원군?”
우웅-
튜닝의 옆으로 문이 길게 생겨났다.
그곳에서 나온 이는 둘.
“크오오오오오! 드디어! 드디어, 이 몸이 용신이 되었도다!!”
“헤에, 여기가 신계인가? 제법 운치 있는데?”
레드 드래곤, 카샬락카스.
검제, 프랜시스 하멜.
세운과 같이 탑을 등용문 삼아 플레이어의 몸으로 신좌에 오른 두 명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 6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