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6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61화(661/675)
탑의 모든 쉼터에서 아우터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안전지대인 만큼 관리소가 엄격하게 관리 중인 첫 번째 쉼터를 제외한 모든 쉼터.
그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낮다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쉼터, 모래 도시 스카베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것들은, 그때 그!”
“어, 어쩌지! 우리끼리는…….”
“우선 막아야 합니다!”
“영주님!”
“분명 도와주실 겁니다. 그러니 그분이 도착하시기 전까지, 우리 힘으로 막아야만 합니다!”
사막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쩍쩍 갈라진 틈 사이로 아우터가 주룩 흘러내렸다.
마치 과거의 재앙이 재현되고 있는 듯했다.
스카베의 재앙이었던 전갈을 막아냈던 그 순간처럼, 아우터는 사막의 몬스터를 집어삼키며 스카베를 공격해 왔다.
“막아!”
“성벽을 못 오르게 하라!”
“결계를!”
과거, 디아블로 길드가 아우터의 공격을 막아 주었을 때 이후, 스카베는 결코 평화에 찌들어 있지 않았다.
영주의 지시에 따라 유실되었던 주술을 복구하여 주술사를 키워 왔고, 성벽은 더욱 단단하게 보강하였으며 병사들은 매일같이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운석으로 된 무기나 파멸의 힘같이 아우터를 막아낼 수단이 없음에도, 주술로 이루어진 결계나 탄탄한 성벽으로 어떻게든 아우터를 지연시키고 있었다.
“여, 영주님.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지만, 이 이상은 어렵습니다. 그분들은 아직 응답이 없으신 겁니까?”
“그저 기도하고 있을 뿐이지. 응답해 주시길 바라며…….”
영주가 손을 모았다.
과거, 아우터의 공격에 영웅처럼 등장해 주었던 영웅.
그가 다시 한번 응답에 부응해 주기를 바라며, 영주를 따라 스카베의 모든 시민이 손을 모았다.
“꾸륵-”
“꾸르륵-”
그러는 사이, 아우터는 쉬지 않고 성벽을 기어올랐다.
결국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마저 대피하고, 언제나 스카베를 지켜 주던 부동의 성벽이 아우터에 집어삼켜지기 시작했다.
“아아, 부디…….”
닥쳐오는 멸망을 지켜보며 시민들이 눈을 꼭 감았다.
기도에 진심이 담기고, 진심은 설화를 따라 신을 향했다.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푸북!
“꾸르르륵!”
“어?”
“반응한다!”
“효과가 있다! 공격, 공격!”
아무리 화살을 쏘고 창칼을 쑤셔도 멈칫거릴 뿐, 일말의 타격도 받지 않던 아우터가 처음으로 타격을 받았다.
우연일까?
아니다.
이는 병사들이 쏘아낸 화살 끝에서 일렁이는 검붉은 기운 때문이었다.
“이 힘은, 그분의!”
“그분께서 지켜 주신다!”
“쏘아라!”
“성벽을 넘지 못 하게 하라!”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힘.
당연하게도 이는 세운이 지닌 파멸의 권능이었다.
이제 성좌의 자리에 앉은 만큼, 세운을 믿고 기도하는 이들은 미약하게나마 세운의 힘을 빌려올 수 있었다.
“수, 수가 너무 많아!”
“성벽이…….”
하나, 그렇다고 해도 아우터의 수가 너무 많았다.
화살도 다 떨어져 가고, 창칼로는 파도처럼 거대해진 아우터를 공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시민들의 기도가 더욱 깊어지고, 모두가 세운의 이름을 바랄 무렵.
“크오오오오오오오-!!”
스카베의 창공에 용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스카베에 용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그 흉포한 울부짖음에 절로 공포감이 드는 게 정상이지만, 어째서일까?
그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순간, 스카베의 시민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두려움이 아닌 경외감을 흠뻑 담아 고개를 들어 올리니, 새빨간 용이 스카베의 창공에서 강림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용신의 첫 설화에 딱 어울리는 전장이로다!”
레드 드래곤, 카샬락카스.
그녀가 세운의 부탁에 따라 탑에 강림한 순간이었다.
“싹 다 짓뭉개 주마! 이 더러운 것들아!”
콰아아아앗!
그녀의 입에서 쏘아진 맹렬한 불꽃, 파이어 브레스가 성벽을 뒤덮고 있는 아우터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 * *
탑의 세 번째 쉼터, 서리 요새 카이어.
온갖 몬스터가 득실대는 북방으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한 관문인 이곳 역시 아우터의 습격을 받기는 매한가지였다.
과거, 얼음 호수 아래에 갇혀 있던 아우터가 깨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호수와 설산의 몬스터를 집어삼키고 다가오는 몬스터들.
“막아라! 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쓰러트려 본 상대 아닌가! 이미 한 번 막아낸 상대 아닌가!”
“두려워할 것 없다! 막아라!”
카이어의 병사들이 용맹하게 아우터를 막아냈다.
처음 아우터에게 공격당한 이후 더욱 두껍고 단단하게 보강한 철벽과 제국에게 받아낸 화약과 병기를 이용하여 전보다 더욱 굳건하게 요새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그들의 무기에는.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파멸의 권능이 깃들어 있었다.
스카베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세운에게 한 번 구원받은 적이 있었기에, 세운의 이름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세운의 힘을 내려받게 된 것이다.
펑, 퍼엉!
단순한 대포알에도 파멸의 힘이 깃들었다.
물론 그걸로 아우터를 완전히 밀어붙일 수는 없었지만, 카이어를 지키는 것 정도는 되었다.
“제군! 포탄은 얼마나 남았나!”
“벌써 창고 한 개 분량은 다 썼습니다! 앞으로 절반 남았습니다!”
“대략 두 시간 정도가 고작인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민할 것 없다! 우리는 북방의 철벽!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면 그만이다!”
“네, 알겠습니다!”
한계가 정해져 있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한 번의 전투로 깨달았다.
할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런 병사들의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크오오오오-!!”
산맥의 저 너머에서 흉포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이 넘는 드래곤이 설산을 넘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자가 말한 게 정말이구나.”
드래곤 로드를 중심으로 하여 차원의 모든 드래곤이 모여들었다.
쉼터의 크기는 정해져 있었기에 본래는 해당하는 차원의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 드래곤이 나타나는 건 불가능했지만, 세운의 활약으로 인과율이 비틀어지며 그 제약이 어긋났다.
“우선은 인간들부터 지키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로드시여.”
콰아아아아!
카이어의 지척까지 다가온 용들이 숨결을 뿜어냈다.
드래곤 브레스.
각자의 속성이 깊게 담긴 그 숨결은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아우터마저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요, 용들이…….”
“용들이 왔다!”
수십의 드래곤 무리를 보았다면 본래 공포에 질리게 마련이지만, 카이어의 병사들은 되레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미 한 번 보았기 때문이다.
세운이 이 드래곤들과 힘을 합쳐 아우터를 무찔렀던 장면을.
그리고 이번에 역시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들 준비하게나.”
“네, 로드.”
로드가 말을 내뱉은 순간, 하늘의 드래곤들이 일순간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금빛으로 빛나던 골드 드래곤도, 흉흉하게 타오르던 레드 드래곤도, 물처럼 푸르던 블루 드래곤도 전부.
그 직후.
콰직!
“꾸르르륵!”
“통합니다!”
“과연!”
드래곤의 손톱에 찍힌 아우터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심지어 아우터가 드래곤을 집어삼키기 위해 비늘에 철썩 달라붙었는데도 잠식되지 않는 모습.
“용아병들을.”
“오라! 용의 병사들이여!”
쿵, 쿵, 쿵!
이어서 용에게서 떨어진 이빨이나 비늘 같은 것들이 바닥에 박히더니 병사의 형상으로 변모했다.
용의 이빨로 만들어졌다는 용의 수호자, 용아병.
그들 역시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과연, 로드십니다! 연구의 성과가 있습니다!”
“크하하하! 이제 그 인간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겠군! 전부 박살 내 주겠다!”
그렇다.
이들은 이전에 가져간 운석을 연구하여 그 힘을 뽑아내 자신들의 몸과 용아병의 몸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카샬락카스가 그랬던 것처럼.
용들끼리는 무언가 통하는 게 있는 건가 싶어질 정도였다.
“로드시여, 병기도 움직이겠습니다.”
“그리하여라.”
쿠궁.
설산을 뚫고 등장한 것은 운석으로 이루어진 거인, 골렘.
비록 운석의 힘을 빼냈다고는 해도 그 힘을 완벽하게 빼낼 수는 없었기에, 힘이 남은 운석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다가 만들어 낸 병기였다.
그렇게, 드래곤 로드를 이루어진 운석의 힘이 깃든 군단이.
“꾸르르르륵!”
“드래곤들이여. 중간계의 수호자로서 이계의 침략자를 타도하라.”
“알겠습니다. 로드시여!”
무서운 기세로 아우터를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 * *
네 번째 쉼터, ‘지하 벙커 데지트’.
아니, 세운이 운석 충돌을 막아내고 아우터를 쓰러트리며 ‘시작의 성, 호펜’으로 바뀌어 버린 이곳 역시 아우터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수, 숨어!”
“다들 얼른 벙커로!”
“어린아이와 여자들부터 피신시켜! 남자들은 어떻게든 저것들을 막아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여야 한다!”
다른 쉼터와는 달리 호펜에는 병력이랄 게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세운 덕분에 지상에 올라온 후로 이들의 삶은 평화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아우터가 습격해 왔으니,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장애물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 예전의 지하 벙커로 피신하는 것뿐.
아우터라 할지라도 지하 벙커까지는 쉽게 침투하지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피신할 수 있게……!”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우웅-
“이건?”
그런 그들의 무기에도 파멸의 권능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주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이들의 전투력으로는 아우터를 제압하는 게 불가능했다.
“왕이시여! 피하셔야 합니다!”
“자네들 먼저 대피하게.”
“이것들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시민들에게는 전하가 필요합니다!”
“아니, 왕은 지킬 존재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 왕은, 시민을 지켜야 할 책임이 뒤따른다.”
“왕이시여!”
“누군가는 지하 벙커의 문을 닫아야 할 것 아닌가.”
지하 벙커의 문은 안에서도 잠글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조금 다르다.
아우터가 문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게 숨기고,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문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 밖에 남을 필요가 있었다.
호펜의 왕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맡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희도 남겠습니다.”
“얼른 들어가게나. 명령이다.”
“저희 역시 호펜을 지키기 위해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부디 왕의 곁에 남을 수 있게 허가해 주십시오.”
“……고맙네.”
시민들의 대피가 끝났다.
왕을 포함한 열 명의 신하만이 남아 지하 벙커의 문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무기를 든 채 아우터에 대적하였다.
“왕이시여, 감사했습니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아우터.
그 거부할 수 없는 공포에 무기를 꽉 쥐며 왕의 곁으로 모여든 신하.
그들이 끝을 각오하고 눈을 꼭 감았을 때.
“뭐야, 여기. 많이 변했네?”
쿠궁!
하늘에서 누군가가 떨어졌다.
분명 인간의 모습이었는데, 그가 떨어져 내리자마자 주변에 날카로운 검기가 퍼져나가며 아우터가 무참히 썰려 나갔다.
“나 때는 시커먼 땅속이었는데 말이야. 이것도 그놈이 이런 건가? 난놈은 난놈이라니까.”
카강!
서거거걱-
절대 쓰러트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아우터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제아무리 강력한 숙주를 집어삼킨 아우터라도 그의 검에 대적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무기가 대단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특별한 제련이나 기술도 들어가지 않은, 그저 검으로 운석을 잘라내어 즉석에서 만들어 낸 운석검.
남자는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으로 아우터를 학살하고 있었다.
“얼른 끝내고 도장 깨기나 하러 다녀야지.”
쿠웅!
쓰러져 가는 아우터의 위로 올라선 존재는 다름 아닌 검제.
프랜시스 하멜.
그 역시 카샬락카스와 같이 세운의 부탁을 받아 탑에 강림하였다.
제 6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