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6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62화(662/675)
탑의 다섯 번째 쉼터, 항구도시 제헤튼.
상권이 발달한 만큼 언제나 바쁘고 활기찬 곳이었지만.
“꺄아아아악!”
지금은 비명만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뭄이 온 대지처럼 쩍쩍 갈라진 하늘.
그 틈새로 흘러나오고 있는 검은 액체.
그것들은 바닷가로 뚝뚝 떨어지더니, 이내 바다의 몬스터들을 잠식하고 수를 늘린 채로 항구를 덮쳐오고 있었다.
“포격 개시!”
펑!
퍼벙!
해안가의 전함과 방어 시설에서 포탄이 쏘아졌다.
전투에 익숙한 이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적의 습격에 대비 정도는 되어 있었기에 기본적인 방어 정도는 가능했다.
게다가…….
“지금이다!”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트!”
파지직!
제헤튼에는 마법사들도 존재했다.
대부분 생산 직종으로 자리 잡은 마법사들이라 전투계 마법은 서툴렀지만, 그래도 마법사는 마법사.
기본적인 공격 마법 정도는 구사할 수 있었다.
“꾸르르륵!”
그래도 아우터를 막아내기에는 턱도 없었다.
기껏해야 아우터가 해안에 오르는 속도를 늦출 뿐, 파멸의 힘이나 운석의 힘이 없는 이상 아우터를 쓰러트리기란 불가능했으니까.
“대포가 안 통한다!”
“저것들은 대체 뭐야!”
“저, 저거 봐!”
“젠장, 또 뭐야!”
심지어 수평선 너머에서 새로운 적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어인.
흑해를 지배한다고 알려진 어인들이 거대한 몬스터를 이끌고 진군하고 있었다.
굳이 먼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굳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진 어인이었는데, 어째서 제헤튼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것일까?
“제헤튼은 끝났어…….”
“도, 도망가! 모두 대피시켜!”
어인들이 진군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결국 제헤튼은 도주를 택했다.
현재로서 적들을 막아낼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
충격 때문인지 도망치지 못하고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하나 있었다.
“이봐, 뭐 하나! 얼른 도망치세! 여기는 이미 끝났어!”
“저기…….”
“정신 차려! 얼른 가족 데리고 도망가야 할 것 아닌가!”
“어, 어인들. 어인들이 저걸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가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과연, 그 말은 충격에서 흘러나온 헛소리가 아니었다.
지평선을 타고 나타난 어인들이 날카로운 작살로 아우터를 내려찍고, 몬스터들이 날카로운 이빨로 아우터를 물어뜯고 있었다.
“어인들이 도와주고 있는 건가? 어째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저희도 도와야 합니다!”
“어, 어인을?”
“제헤튼을 위해 싸워 주고 있는데, 저희가 도망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그렇지! 맞는 말이다! 다들 다시 자리를 잡아라! 어인들을 지원하라!”
그렇게 제헤튼과 어인들의 합동 전투가 시작되었다.
제헤튼의 해군과 마법사들은 아우터가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최대한 견제하였고, 어인들은 뒤에서부터 아우터를 밀어붙였다.
어인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하여도 아우터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리가 없지만.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그들의 공격에는 모두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어인들은 튜토리얼의 바다에서 고향인 흑해로 돌아오기까지 세운의 도움을 받았다.
이에 세운을 믿었고, 그에 따라 파멸의 힘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나 빨리 아우터의 습격에 반응하여 제헤튼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
“부탁한다. 나의 아이들아.”
질투의 마신, 레비아탄.
본래 신이 탑에 관여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
마신이라는 거대한 신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한때 탑의 바깥이라 할 수 있는 튜토리얼의 바다까지 추방당해 힘을 잃었었던 그녀였다.
비록 아직 모든 힘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튜닝이 말한 대로 탑에서 쌓아 온 힘은 탑에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촤아아아!
그녀가 꼬리를 휘두르자 파멸의 힘이 깃든 파도가 아우터를 휩쓸었다.
조금 전, 아우터의 습격을 저지해 달라는 세운의 부탁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파멸의 힘을 빌려 이곳에 나타난 그녀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구나. 나의 아이야.”
콰아아아-!!
파멸의 힘이 깃든 물살에 아우터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 * *
여섯 번째 쉼터, ‘유혹의 도시 라일락’.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시설이자, 카지노라는 합법적인 도박이 허용된 곳이기도 했다.
도시 전체가 뒷골목이나 마찬가지인 무법지대.
이곳에도 역시 아우터의 습격은 시작되었다.
“꾸르르르륵-”
“젠장, 이것들! 왜 안 죽냐고!”
“헤버트! 빠져, 빠지라고!”
“왜!”
“너 지금 먹히고 있잖아!”
“젠장, 뭐야 대체! 이놈들!”
“자른다!”
“자, 잠깐!”
“앞에 먹힌 놈들 못 봤어? 집어삼켜지면 끝이라고!”
촤악!
“크악! 제기랄!!”
남자가 아우터에게 삼켜진 동료의 팔을 잘라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동료의 몸 전체가 아우터에게 집어삼켜질 게 분명하니 말이다.
라일락의 사람들은 암흑가의 사람들이다 보니 아무리 최하층에 산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전투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우터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복잡한 뒷골목의 구조를 이용해 빨빨거리며 도망치고는 있지만, 점점 늘어나는 아우터에게서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
“아오,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야?”
“그냥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어?”
“도망치면 또 어디로 도망쳐. 어차피 여기서 벗어나면 우린 범죄자 신세라고. 여기서 죽든, 도망쳐서 죽든. 똑같아.”
“키킥, 그렇긴 해.”
“정도 좀 들었고. 여기 놈들, 성격은 더러워도 재미는 있잖아?”
“성격 더러운 걸로 따지면 널 이길 놈은 잘 없지.”
“무슨 소리냐, 네가 있는데.”
“키킥, 그렇긴 해.”
온갖 범죄자가 몰려든다고 알려진 라일락.
당연하게도 아우터의 습격과 동시에 모두가 도시를 버리고 도망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뒷골목의 양아치도, 주점의 여인도, 경매장의 직원도,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아우터에게서 저항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 세운의 존재도 알지 못했지만.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아우터를 쓰러트리고 도시를 지키겠다는 일념이 세운에게 닿아 파멸의 힘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라일락에서 가장 거대한 무력 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비켜라.”
“카지노가……!”
카지노.
실질적으로 라일락을 다스리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곳.
그곳의 직원들이 개성 넘치는 장비로 무장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님께서 행차하셨다.”
“여왕님?”
“여왕님이라면…….”
카지노의 주인은 늘 비밀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전대 카지노의 주인 중에서도 여왕이라 불린 자는 라일락의 질서를 평정했을 정도로 강력하고, 잔혹하고, 아름다웠음을.
하나, 지금은 여왕이 사라지고 근육질의 거한이 카지노의 주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알려졌었는데.
현대 카지노의 주인으로 보이는 거한이 허리를 푹 숙인 채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머, 그렇게까지 할 거 없어요~ 이제 카지노는 제 게 아니잖아요?”
“전 그저 여왕님을 대신해서 카지노를 지키고 있었을 뿐입니다.”
“곤란하다니까요~”
카지노의 여왕, 아르카나.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그녀는 분명 디아블로 길드와 함께 최상층의 시련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이곳까지 내려온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 올라가 동등하게 서 있고 싶었는데 말이죠.’
100층에 다다르기 전, 세운이 그녀에게 부탁을 남겼다. 라일락을 지켜 주라고.
그것도 어엿한 성좌의 메시지로 부탁을 해 왔다.
‘파멸의 늑대라니. 얼른 가서 놀려주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녀의 손에 잡힌 카드가 거대한 낫으로 변모하였다.
이어서 다가오는 아우터를 일격에 베어 냈다.
“링크.”
우웅-
그녀의 낫이 검붉게 물들었다.
본래 링크라는 기술은 또 다른 하나의 조커를 들고 있는 대상의 힘을 빌려오는 것.
이에 그녀는 세운이 샤이넬을 떠나기 전에 세운의 품에 조커 한 장을 안겨 주었다.
어차피 세운 정도가 아니라면 조커를 연동할 대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게 지금에 와서 이렇게 큰 힘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대가는 제대로 받을 거랍니다?’
돌아온 카지노의 여왕.
아르카나와 함께, 라일락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 * *
일곱 번째 쉼터, ‘침묵의 도시, 데스힐’.
이곳에서는 흑익과 그 길드 마스터인 블레이크가 아우터를 막아내고 있었다.
“마, 마스터. 이것들은 이길 수 없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닥쳐라. 도망친다면, 죽음뿐이다.”
“크흑…….”
“되레 지금 네놈들이 살아 있는 게 저것들 덕분이라 생각하여라.”
“그분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럴 리가.”
– 성좌, ‘추락하는 날개’가 쓰레기를 이렇게 재활용할 수도 있구나라며 흑익을 지켜봅니다.
“루시퍼 님께서도 동의하신 바이다.”
흑익을 정리하기 위해 내려왔던 블레이크.
끝까지 지시를 거부하면 목숨을 거둘 생각까지 하고 데스힐까지 내려왔는데, 그러는 사이 아우터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세운과도 인연이 나름대로 깊은 블레이크였기에 성좌로서의 세운과 연결도 쉽게 이루어졌고.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응답합니다.
파멸의 힘 역시 내려받을 수 있었다.
신뢰가 깊은 만큼, 지금까지 지켜봐 온 그 어떤 사람보다 짙은 파멸의 힘을 말이다.
“지원군이 왔군.”
“그쪽이 흑익의 블레이크, 맞습니까?”
“청해인가.”
“상황이 급하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좋다.”
촤아앗!
청해 길드의 마스터, 제논이 열은 아공간에서 물줄기가 뿜어나왔다.
본래 청해는 항구 도시, 제헤튼에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레비아탄이 제헤튼을 맡기로 하여 경로를 바꿔 데스힐을 향했다.
비록 제논이 있었지만, 흑익만으로는 아우터를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해 길드는 디아블로 길드와 마찬가지로 세운의 소속이나 다름없었기에.
우웅-
그들에게도 파멸의 힘이 진하게 발현되고 있었다.
* * *
여덟 번째 쉼터, ‘생명의 중심, 엘하임’.
이곳에서 현자들은 운석을 이용해 만들어 낸 시설과 장비를 이용해 아우터를 훌륭히 막아내고 있었다.
“방어만으로는 안 되겠는데!”
“임시로 하나 만들었다! 다들 이거 끼고 쏴 갈겨!”
그래도 대현자는 대현자.
괜히 엘 아르브의 연구 자금을 축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순간에도 당장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내 보급하는 모습.
그 덕분에 아우터를 밀어내고 있었지만.
“가지에서부터 아우터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크흠, 곤란하군. 가지와 연결된 곳이라면 숙주로 삼을 것이 많아질 터인데.”
“그러게, 가지부터 자르자고 하지 않았나.”
“아무리 아쉬워도 그렇지 어떻게 나무를 자르나. 그건 안 되지.”
“고집은, 참.”
말은 여유로웠지만, 상황은 급박했다.
가지와 연결된 사냥터에서 수많은 몬스터를 집어삼킨 아우터가 끊임없이 밀려들어 오는 순간, 돌연 엘하임의 창공에서 방대한 기운과 함께 무지갯빛이 일렁였다.
“저건 무엇인가.”
“이 힘은…….”
“정령일세.”
“정령?”
엘 아르브에서도 몇 없는 정령사가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자연의 힘이 넘쳐나는 엘하임이라도 정령사는 극히 보기 힘든데, 일반인도 느낄 정도로 방대한 정령력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진짜 벌어지고 말았네요.”
기운의 중심에서 떨어져 내린 건 다름 아닌 엘프였다.
게다가, 그녀의 주위로는 일반인은 알아보기도 힘들다는 정령이 넷이나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모습.
저 크기.
저 힘.
그것들의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저, 정령 왕!”
“정령 왕이라고?”
정령사인 연의 대현자가 놀라서 외쳤다.
분명하다.
이는 정령 왕의 기운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 풍, 지, 화를 뜻하는 사대 정령 왕의 기운.
– 저것들이로구나 우리 아이를 괴롭히고, 억압했던 게.
– 부정을 억압하라.
– 세계수가 제때 자라나 줘서 다행이군.
– 더럽게도 생겼군! 싹 불태워 버리자고!
리엘 리프레인.
세운의 도움으로 세계수를 피워 낼 수 있었던 엘프.
그녀가 세운과의 약속대로 아우터를 쓰러트리기 위해 부름을 받아 엘하임에 내려온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성좌가 될 줄이야.”
– 성좌, ‘파멸의 늑대’가 부름에 응답합니다.
그녀에게 내려온 세운의 메시지.
메시지를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당장 자신과 함께 세계수를 피워 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탑을 전부 등반하고 신격을 얻다니.
잠깐이지만, 함께 탑을 등반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은혜는 갚아야겠죠. 정령 왕님들, 부탁드려요.”
– 가자꾸나, 아이야.
– 묻으라.
– 부정의 존재라 한들 우리 정령마저 더럽힐 수는 없을 것이다.
– 불태워 버려!!
사대 정령 왕을 포함한 수많은 정령이 엘하임을 채워 나갔다.
제 6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