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6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65화(665/675)
서열 7위의 마왕, 아몬.
불의 대천사, 미카엘.
우주에서도 이름 날리는 두 존재가 샤이넬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솔로몬의 열쇠가 지닌 진정한 힘이지.’
튜닝이 말한 대로, 본래 성좌는 탑에 강림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조건이 많다.
자신의 격을 떨어트리고, 탑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억지로 내려와야만 한다.
그런데 솔로몬의 열쇠는 그런 제약들을 가뿐히 무시했다.
열쇠에 계약만 되어 있었다면, 탑의 제한 따위 거스르지 않고 온전한 힘을 지닌 채 강림하는 게 가능했다.
“루인, 부탁한다.”
– 알겠다. 나의 주인이시여.
상처 입은 루인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고는 아몬과 미카엘에게 흡수되었다.
어차피 루인의 상태는 전투를 이어가기 힘들어 보였기에, 직접 나서는 대신 두 존재에게 깃들어 파멸의 힘을 극대화해 준 것이다.
애초에 세운은 루인을 무기에 흡수하여 파멸의 힘을 강화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 요령을 키워 이런 것까지 가능하게 하였다.
“크아아앙! 죽어라아아!”
아몬의 입에서 새까만 지옥 불이 뿜어져 나왔다.
“죄를 불태우리라.”
미카엘이 들어 올린 저울에서부터 새하얀 성화가 뿜어져 나왔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아몬과 미카엘 모두 불을 다루는 자들.
검은 불과 하얀 불이 뒤섞이며 아우터를 휩쓰는 장면은 가히 가관이었다.
“이까짓…….”
폐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샤이넬에 모습을 드러내고 난 이후로 처음으로 동요하는 모습.
“이까짓 걸로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나!”
아우터의 앞으로 거대한 막이 펼쳐졌다.
폐왕의 연구 성과.
지금까지 수많은 실험과 실패 끝에 만들어 낸 방어벽 중에서도 화염을 막아내기 위해 특화된 구조였다.
하나, 불꽃이 막에 막히기도 전에.
“당연하지.”
– 멸흑신무(滅黑神武)의 제이 초식, 적조(赤爪).
서걱-
빠르게 날아온 세운이 막을 반으로 갈랐다.
폐왕이 고심 끝에 펼쳐낸 막은 어디까지나 화염을 막는 데 특화되어 있을 뿐.
검격에는 오히려 더욱 약했다.
“이놈이!”
콰아아아앗!!
반으로 갈라진 틈 사이로 흑색과 백색이 뒤섞인 혼돈의 불꽃이 파고들었다.
그대로 아우터를 향해 직격하는 불꽃.
“끄르아아아악-!!”
유성에 직격당하고도 멀쩡하던 아우터에게서 반응이 왔다.
아무래도 유성에 맞고 멀쩡했던 것도 아우터의 능력에 더해 폐왕이 무언가 술수를 부린 덕인이었던 듯했다.
이번에는 폐왕의 술수를 세운이 미리 차단했으니, 피해를 입은 건 당연한 일.
그리고 세운인 아우터가 타격을 입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멸흑신무(滅黑神武)의 제삼 초식, 적아(赤牙).
푹.
살육이 꿰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빈틈이 생기자마자 세운이 공격한 건 밑에서 고통에 울부짖고 있는 아우터가 아니었다.
“크윽!”
폐왕.
그의 어깨에 세운의 검이 박혀 있었다.
‘심장을 노렸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세운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몸을 꺾은 모양이다.
하지만, 세운의 검술은 신화경에 다다르고 100층에서 검사의 기술을 흡수한 덕분에 상식을 초월해 있었다.
검이 진동하며 검로가 뒤틀리더니, 이내 폐왕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커헉! 이놈이……!”
아쉽게도 세운의 공격은 폐왕의 어깨만을 자른 채 끝이 났다.
폐왕의 반사 신경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세운이 검로를 뒤트는 순간, 뚫린 어깨 부위에서 검은 액체가 꿈틀거리더니 폐왕을 지키려는 듯이 터지며 그 몸을 밀쳐낸 것이었다.
덕분에 어깨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지만, 세운에게 목을 잘리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감히, 나의 몸에 상처를……!”
폐왕의 어깨에서 검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흘러내리면서도 꿈틀거리고 있는 게, 두말할 것도 없이 아우터였다.
인간의 피로 따지면 과다출혈이 확실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흘러나오는 아우터는 폐왕의 몸이라는 제한된 부피와 질량을 무시한 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시간 끌 필요 없이 전부 이 자리에서 당장 죽여 주겠다!”
“끄르아아아아악!!”
불꽃을 견디고 어느새 몸을 수복한 아우터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욱 빠르고 난폭하게 팔을 휘두르고, 가시를 뿜어냈다.
“쓸 만한 숙주가 될 것 같아 목숨은 남겨 두려 하였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네놈 따위는 필요 없다! 무참히 으깨 주마!”
아우터와 함께, 폐왕까지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세운이 신화경에 접어들어 직접 만들어낸 멸흑신무를 전부 받아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접전은 약할 거라 생각했는데, 남은 한쪽 팔을 기다란 검의 형태로 바꾸어 공격을 맞받아치는 것을 보니 전투 또한 생각 이상이었다.
“크르롸아아아악!”
“그딴 것도 포효라고 내는 거냐! 진짜 포효란 바로 이런 거다! 크아아아앙!!”
아우터가 내지른 포효가 아몬의 포효에 상쇄되어 사라졌다.
그사이, 아우터의 머리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펼친 미카엘이 불꽃에 휩싸인 검을 내리그었다.
푹!
대천사 미카엘의 검.
그가 죄인이라 생각하는 자라면 일검에 신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그 검이 아우터의 진득한 몸체에 틀어박혔다.
그럼에도 데미지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아우터가 파멸의 힘이나 하얀 불꽃을 깡그리 무시하고 근육을 조이듯이 수축해 미카엘의 검을 붙잡으려 하였다.
“죄인은 결코 신의 검에 닿지 못할지니.”
퍼어엉!!
아우터가 붙잡고 있던 미카엘의 검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충격에 휘청거리며 한발 물러서는 아우터를 향해, 이번에는 아몬의 손톱이 그어졌다.
촤악!
거대한 아우터의 몸을 대각선으로 그은 네 개의 손톱자국.
그 전체에서 새까만 불꽃이 타오르며 아우터를 괴롭혔다.
“끄라아아아악!”
불꽃은 피부를 변질시켜 보고, 손으로 팡팡 두들겨 보아도 꺼지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바닥을 몇 바퀴나 나뒹군 후에야 불꽃을 꺼트릴 수 있었다.
챙, 챙!
“희망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아라!”
“네놈이야말로.”
그사이, 세운은 어느새 아우터의 어깨에서 떨어진 폐왕을 단독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한쪽 어깨가 떨어진 외팔로도 놀랍도록 훌륭하게 세운의 공격을 받아치고 있었다.
[ 파괴의 창, 트리슈라 ] [ 반란의 최후, 롱고미니아드 ] [ 아스테리오스의 양날 도끼 ]각종 무기로 바꿔가며 빈틈을 노렸지만, 빈틈은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이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폐왕의 전투 솜씨.
올림포스에서 자그레우스와 맞붙으며 신이란 자들의 전투력을 파악한 세운이었기에 생각 이상의 솜씨에 놀라는 중이었다.
물론 자그레우스가 아버지의 권력에 힘입어 막 나가던 양아치이기도 하고 투명화라는 권능에 너무 기댔다고는 하지만, 신들도 나름 인정하던 실력자였다.
그런 자그레우스와 비교도 안 되는 솜씨.
이건 마치…….
‘신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그레우스보다 윗 단계의 신.
그것도 무기술에 정통한 투신과 싸우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라 일컬어지는 아레스와 싸운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폐왕의 기술은 그 정도로 뛰어났다.
“의아한가? 그래, 의아하겠지.”
불룩-
잘려져 있던 폐왕의 어깨에서 검은 액체가 부풀었다.
액체는 이내 형태를 잡아가며 딱딱하게 굳어가더니 잘렸던 팔이 복구되었다.
“우리는 스러진 성좌로부터 흘러나온, 버러진 존재.”
단순히 복구되는 것을 넘어 반대편 손과 마찬가지로 손 대신 날카로운 검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만족하지 않고 어깨 뒤에서 뿜어져 나온 두 팔이 새로운 무기를 구현하였다.
“별은 스러져도, 힘은 사라져도, 그 몸에 남은 기술이나 습관, 버릇은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다.”
세운은 폐왕이 말하는 바의 의미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아우터로 이루어진 폐왕의 몸.
그리고 아우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죽은 성좌.
즉, 폐왕은 지금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아우터가 생전에 사용하던 기술을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내 몸에 얼마나 많은 기억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하나! 그 힘을 전부, 네놈 따위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카가가강!
투신을 상대하는 것만 같았던 세운의 착각은 착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상의 존재.
한 번에 수십의 투신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꼴이었다.
‘완벽한 것 같지는 않지만.’
기술이 남았다고 설명했지만, 그래봤자 이미 죽은 몸에서 끌어올린 기억의 일부분이다.
살아생전 성좌의 모든 힘을 재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세운이 진작 밀리고 있었겠지.
[ 달의 칼날, 찬드라하스 ]서걱!
네 개의 무기를 받아내던 세운.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검을 받아내던 중, 드디어 첫 번째 무기를 맞받아치는 데 성공했다.
파멸의 힘이 듬뿍 담긴 만큼, 쉽게 재생하지 못하고 타들어 가는 팔.
“크윽!”
폐왕이 남은 세 개의 팔을 더욱 빠르게 휘둘러 보았지만, 세운은 이미 그의 공격에 적응한 참이었다.
카가가강!
순식간에 썰려 버린 세 개의 팔.
폐왕이 신음을 흘리며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려던 순간.
푹.
“이 무슨……!”
폐왕의 뒤에 서 있던 또 하나의 세운이 휘두른 검격에 그의 등이 잔혹하게 베이며, 검은 액체가 뿜어나왔다.
– 색욕의 양막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 색욕의 양막이 분열합니다.
전투 중에 미리 발현시킨 후에 숨겨 두었던 세운의 분열체.
본래는 기껏 해 봐야 같은 타이밍에 다른 마법을 시전하는 게 전부였지만, 성좌에 오르며 분열체를 더욱 섬세하게 다루는 법을 깨달았다.
덕분에 폐왕에게 기대 이상의 치명타를 먹일 수 있었다.
‘질투의 권능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레비아탄이 직접 다섯 번째 쉼터에 나서 아우터를 상대하고 있는 상황.
그녀는 아직 힘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기에, 현 상황에선 권능까지 빌려올 수 없었다.
이에 세운은 주어진 힘과 권능만을 이용하여 폐왕을 철저하게 밀어붙였다.
“크하하하! 이놈, 씹는 맛이 있구나!”
“심판, 심판, 심판이다.”
세운이 불러들인 아몬과 미카엘도 아우터를 훌륭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문제는 하늘의 구멍에서부터 아우터가 아직도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점.
아몬과 미카엘이 최선을 다해 거대한 아우터에게 상처를 내는 만큼, 하늘에서 흘러내린 아우터가 그 몸을 다시 채워 넣고 있었다.
폐왕 역시 마찬가지.
세운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티며 몸을 다시 수복하고 있었다.
“산 자는 지치게 마련이다! 네놈들 전부, 서서히 메마르게 해 주마!”
지구전으로 이어지면 세운의 패배다.
솔로몬의 열쇠로 소환이 이어지고 있는 아몬과 미카엘도 조금 있으면 역소환될 것이고, 세운도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결국에는 지칠 수밖에 없다.
폐왕도 이를 아는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가고 있었다.
무언가 수를 내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
그때.
– 성좌, ‘네 번째 날’이 준비가 끝났다며 지혜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메시지가 세운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받은 순간, 세운 역시 튜닝에게 배운 대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신호를 알립니다.
제 66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