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6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66화(666/675)
아스가르드의 주신, 오딘.
이번에 그를 주축으로 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성좌들이 맡은 임무는 단 하나였다.
바로, 신계와 탑을 연결하는 것.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튜닝의 허락하에 탑의 보안을 열어 주고 아스가르드의 세계수인 이그드라실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잠깐이나마 그것을 가능케 하였다.
‘문제는 시간.’
어떻게든 성공하긴 했지만,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오딘이 말한 대로라면, 대략 3분.
그 안에 아우터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면,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아우터를 밀어내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세운을 포함하여 각 쉼터를 지키고 있는 이들.
그들은 메시지를 통해 미리 계획을 전달받고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이 소식은 스카베에서 브레스를 내뿜고 있던 카샬락카스에게 가장 먼저 들어갔다.
스카베의 병사들이 돕고 있다지만, 이곳은 실질적으로 그녀 혼자서 아우터를 막아내고 있는 상황.
끝도 없이 흘러내리는 아우터를 따라 시선을 올린 그녀가 하늘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좌표가 뒤틀릴 만한 충격이라.”
무너진 하늘을 신계로 밀어 넣을 방법은 단 하나.
무너진 하늘을 향해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것.
이로써 무너진 하늘이 뒤틀리는 순간, 자연히 오딘이 연결해 놓은 좌표로 하늘이 연결될 것이다.
간단하게 들려도 좌표를 뒤튼다는 건 곳 차원이 뒤틀릴 만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뜻.
결코 쉬운 조건이 아니었지만.
“크흥, 간단하군.”
카샬락카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코를 풀었다.
그러고는 몸을 수직으로 세워 고개를 들더니 숨을 힘껏 들이쉬었다.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그녀의 입 앞으로 마나가 모이고, 압축되고, 응축되었다.
순간적으로 그녀 주변의 마나가 모조리 빨려 들어가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성좌에 오른 드래곤.
용신(龍神)이 전력을 다해 내뿜는 브레스가.
콰아아아앗-!!
무너진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평소에 그녀가 뿜어내던 일반적인 파이어 브레스가 아니었다.
태양보다 뜨거운 섬광이 레이저처럼 곧게 날아가 순식간에 무너진 하늘에 닿았다.
쿠과과광-!!!
하늘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폭발로 인해 일어난 후폭풍이 스카베에 밀려왔다.
충격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 단단하던 성벽이 순간적으로 무너질 것처럼 휘청일 지경이었다.
후폭풍에 담긴 뜨거운 열기에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숨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폭풍이 가라앉은 다음에야 숨을 가다듬은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이……!”
“하늘이 돌아왔다!”
“용신이시여!”
깨지고, 무너지고, 아우터가 질질 흘러내리던 하늘이 본래의 건조하고 메마른 하늘로 돌아왔다.
* * *
세 번째 쉼터, ‘서리요새 카이어’.
이곳에서도 역시 카샬락카스와 같은 용이. 아니, 용들이 쉼터를 지키고 있었다.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신호를 알립니다.
“지금이로다.”
다만, 이들은 카샬락카스와 같은 방법으로 하늘에 충격을 줄 수 없었다.
같은 용이라고는 해도 카샬락카스는 어엿한 용신.
평범한 드래곤은 그런 식으로 충격을 일으키는 게 불가능했다.
이에 드래곤 로드를 중심으로 세워 둔 계획이 있었다.
“진을 완성하여라.”
“네, 로드.”
우웅-
아우터를 정리하며 틈틈이 얼음 호수에 발톱을 그어 호수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낸 마법진.
그 마법진의 중앙에서 드래곤 로드가 마나를 주입하니 엄청난 한기가 호수 중앙에 휘몰아쳤다.
마법진 외곽에서 자리를 잡은 드래곤들이 하나둘 마나를 흘려보내자, 한기가 더욱 강해졌다.
마치 북부의 한기를 모조리 끌어모은 듯한 냉기.
그게 착각이 아니라는 듯, 저 멀리 설산도 한기를 빼앗겨 눈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견뎌라.”
“문제없습니다. 로드.”
문제는, 드래곤들조차도 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한기가 더욱 강해질수록 드래곤들의 비늘에 서리가 끼며 날개가 딱딱하게 굳어 갔다.
그럼에도 모두 물러서지 않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폐왕의 실험으로 어지간한 냉기는 진동으로 떨쳐 보내는 아우터들조차 이 한기는 견디지 못하고 딱딱하게 얼어 갔다.
세상이 멈춘 듯한 한기가 마법진 내부를 가득 채웠을 때.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역할을 증명할 때로다. 드래곤들이여, 수호자의 이름을 밝혀라!”
촤아아앗!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응축되었던 한기가 설한의 폭풍으로 변하여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마치 새하얀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
흘러나오는 아우터들을 전부 집어삼키며 나아간 설한의 폭풍이 하늘에 닿자마자.
꽈드드드득!
하늘이 얼어붙었다.
아우터가 얼어붙었다.
세상이 얼어붙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드래곤들이 탈진하여 차가운 얼음 호수 위에 쓰러졌을 때에는.
“수고했느니라…… 수호자들이여.”
시꺼멓게 깨진 하늘 대신, 카이어의 차가운 하늘이 되돌아와 있었다.
* * *
네 번째 쉼터, ‘시작의 성, 호펜’.
이곳은 세운을 뒤이어 검신의 자리에 오른 플레이어, 프랜시스 하멜이 지키고 있었다.
“나 때만 하더라도 시커먼 지하였는데. 신기하다니까.”
과연, 신이라는 걸까?
플레이어 시절에도 탑에서 그의 검술을 따라올 자가 없었지만,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되니 그의 검술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게 되었다.
조잡한 운석 검을 휘두를 때마다 아우터 뭉텅 잘려 나가고, 검을 내지를 때마다 아우터가 꿰뚫리고 터져나간다.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신호를 알립니다.
그러다가 나타난 세운의 메시지.
이제 프랜시스 하멜이 씨익 미소 짓더니 휘두르던 검을 허리춤에 넣고 자세를 다잡았다.
“제대로 휘두르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다고.”
플레이어 시절.
검제라 불리며 플레이어 중 최강으로서 탑을 등반하던 그였지만, 스스로의 실력에 만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이대로 등반을 끝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한 그는 스스로를 96층의 시련에 가두었다.
96층의 시련, 억압.
그 무거운 중력 속에서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르며 기본기를 갈고닦았다.
검의 끝을 보기 위해 삶의 모든 시간을 검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결국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실력이 정체되어 있었을 때.
‘그놈이 왔지.’
세운이 96층에 나타났다.
아우터라는 괴물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그가 관심을 가진 건 그딴 괴물이 아니었다.
세운.
갑자기 나타나 자신과 같은 하멜가 장검술을 다루던 자.
처음에는 호기심에 검을 섞어 주었지만, 이내 관심이 커져 세운이 본인의 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함께 깨닫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검이, 처음 보는 이가 내뿜는 집념과 부딪치며 발전하게 되었다.
하멜이 수련을 끝내고 세운과 함께 등반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자신의 검에 만족하였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스스로도 극의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검을 휘두를 시간이었다.
“잡놈들이 검신(劍神)이니 신검(神劍)이니 떠들어 댈 때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지.”
하멜가 장검술의 기본 중의 기본.
발도술.
단순히 검을 뽑아 드는 방법일 뿐이지만, 검을 익힐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날카로움이 더해진다.
96층에서 수십 년 동안 기본기를 갈고 닦아온 그의 발도술이야말로 진정한 극의(極意).
“그놈들이 아직 살아 있으면, 꼭 보여 주고 싶은데 말이야.”
서걱-
프랜시스 하멜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주변에는 아주 미세한 바람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 보았다면 왜 검을 휘두르지 않냐고 질문했을 정도로 평온한 풍경.
그때.
스윽-
하늘이 반으로 갈라졌다.
좌표를 뒤흔들 정도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프랜시스 하멜이 일순간이나마 차원을 두 동강 내 버린 것이다.
신이라 하여도 공간을 다루는 신이 아닌 이상 차원을 자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진정한 신검을.”
그런 일을, 이제 막 성좌에 다다른 이가 해 내 버린 것이다.
* * *
제헤튼에서 임무를 맡게 될 자는 정해져 있었다.
제헤튼의 병사들과 어인들이 아우터를 막아내는 사이 힘을 아끼고 있던 레비아탄.
그녀가 세운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대양 위로 몸을 일으켰다.
“나의 아이야…….”
세운의 앞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저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온 바다에 해일이 일고 지축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몸체.
아직 신성이 전부 회복된 게 아님에도 그녀는 온 바다를 둘러싼다는 레비아탄의 설화 그 자체를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이제야 드디어 은혜를 갚을 수 있겠구나.”
레비아탄이 과거를 떠올렸다.
루시퍼에 의해 신계에서 떨어지고 탑의 바깥에서 힘을 회복하고 있을 때 돌연 나타난 인간.
처음에는 작은 관심이었을 뿐이었지만, 갈수록 그에게 향하는 관심이 커졌다.
시간이 흘러 세운을 결국 레비아탄을 탑까지 끌어올려 주었고, 그녀의 자식과도 같았던 어인들까지 흑해로 돌려주었다.
비록 계약에 의한 것이기는 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운은, 은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너진 하늘을 바라보며 그 거대한 꼬리로 바다를 내려쳤다.
퍼어어엉-!!
바다가 터져 올랐다.
용오름처럼 솟아오른 바닷물이 하늘을 향해 맹렬히 치솟았다.
단순한 물리력의 행사가 아니라 레비아탄으로서 그녀의 설화가 담긴 일격에 해수면이 줄어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하늘에 담겼다.
마치, 바다가 뒤집힌 듯한 장면.
신기하게도 하늘을 뒤덮은 바다는 중력을 무시한 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하늘이 바닷물로 전부 채워졌을 때쯤에.
쿠궁!
결국, 그 부피와 질량을 견디지 못한 하늘이 뒤흔들렸다.
“꼭 성공하거라, 나의 아이야…….”
솨아아아-
하늘을 뒤덮고 있던 바닷물이 소나기로 변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비가 그친 상공은 예전과 같은 제헤튼의 쨍쨍한 하늘로 돌아와 있었다.
* * *
여섯 번째 쉼터, ‘유혹의 도시, 라일락’.
이곳은 초월적인 존재들이 수호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신도, 드래곤도 아닌 플레이어. 아르카나가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여왕님께서 행차하신다!”
“크하하하! 힘이 솟구치잖아!”
“죽어! 죽어! 죽어라! 이것들아! 어디서 라일락을 넘봐?”
그런데도 아우터의 방어는 순조로웠다.
라일락을 수호하는 이들이 하나씩 나눠 받은 아르카나의 트럼프 카드.
그것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넘쳐흐르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아르카나는 가만히 카드만 나눠 주어도 아우터를 확실히 격퇴할 수 있었다.
이곳은 라일락.
플레이어의 수준에 제법 오른 곳이기에, 적당히 힘을 키워 주고 아우터를 상대할 수 있는 힘만 주어져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다 그녀에게 나타난 메시지.
– 성좌, ‘파멸의 늑대’가 신호를 알립니다.
그녀도 계획은 미리 전해 들었기에 저 무너진 하늘을 뒤흔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신도 드래곤도 아닌 평범한 플레이어가 어떻게 해야 저 하늘에 그만한 충격을 줄 수 있을까?
이에, 아르카나도 미리 계획을 준비해 두었다.
“힘, 조금만 빌릴게요~”
“네?”
그녀가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무늬도 그려 있지 않은, 오직 그녀의 성흔과 같은 무늬만이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카드.
세운과 함께해 오면서도 그녀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카드였다.
그녀가 그 카드를 집어 들자.
“커, 커헉…….”
“힘이…….”
털썩.
아우터를 막아내던 라일락의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쓰러진 이들에게서 흘러나온 기운이 도시의 중앙. 그러니까 아르카나가 든 카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그녀의 카드를 가지고 있던 자들 모두 자리에서 쓰러졌다.
애초에 그녀가 라일락의 사람들에게 카드를 나눠 주었던 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비록 한 명, 한 명의 힘은 약할지라도, 그 모두의 힘을 끌어모으면 잠깐이나마 신을 넘볼 만한 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거기에.
“여신님, 부탁드려요.”
– 성좌, ‘행운의 여신’이 굳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녀의 성좌인 티케 역시 힘을 쏟아부었다.
그뿐만 아니라 계획을 전해 들은 올림포스의 신들이 힘을 합쳐 그녀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늑대 씨의 부탁만 아니었어도 신의 손 따위 빌리지 않았을 건데 말이에요.’
그녀가 든 카드의 힘이 놀랍도록 짙어졌다.
힘을 뽑힐 대로 뽑힌 라일락의 사람들이 대부분이 쓰러진 후, 그녀는 힘이 과도하게 응축되어 전류가 흐르듯이 파직거리는 카드를 가볍게 튕겼다.
휘리릭!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는 카드.
그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무너진 하늘이었다.
그녀의 행운 덕분인지 카드는 날아가는 도중에 단 하나의 아우터와도 충돌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드가 하늘에 도착하는 순간.
콰지지직!
무너진 하늘이 뒤틀렸다.
그녀가 가진 힘인 행운과 불운.
카드는 그중에서 불운을 최대한 응축시킨 매개체였다.
이전에 세운과 내기를 했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가 가진 운은 인과율을 뒤틀 정도로 강력하다.
심지어 사람들의 운까지 모조리 뽑아내고, 신들의 힘까지 받아들인 카드는 무너진 하늘의 인과율을 사정없이 비틀었고.
파직!
차원을 뒤흔들어 좌푯값을 변경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늑대 씨도 꼭 제 약속 지켜야 한답니다?’
아르카나의 시야에서 라일락의 하늘이 평상시의 어두운 심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제 66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