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7화(67/675)
제 67화
세운과 리엘이 손을 잡은 후, 그들의 전진 속도는 이전의 두 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그 이유에는 세운이 사용하고 있는 엘프의 고유 마법 ‘자연의 숨결’의 힘만 있었던 게 아니다.
후웅!
정령의 불꽃에 바람을 불어 넣어 불길을 더욱 크게 일으키고.
드드득!
정령의 바람에 날카로운 돌조각을 넣어 위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런 식으로, 적재적소에 마법을 지원하니 정령들의 공격이 한층 더 강해지며 몬스터가 바르게 스러져 나가고 있었다.
“우와!”
“내가 더 강해졌어!”
“아냐, 저 아이 덕분이야.”
“신기해!”
덕분에 자연스럽게 정령들이 세운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엘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누구지?’
목적을 위해 손을 잡긴 했지만, 처음부터 조금 이상했다.
인간 주제에 엘프의 고유 마법을 사용한 것에 이어, 지금은 정령들에게 관심까지 받고 있었으니까.
정령이란 본디 자연 그 자체에 가까운 생령으로, 그 경계심이 엄청나다.
엘프처럼 자연의 축복을 받은 존재가 아니라면, 대화를 나누긴커녕 눈으로 보는 것조차 어렵다.
그 때문에 인간 중에서 정령사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정령들이 저 인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성좌, ‘다섯 번째 날’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어째서인지 그토록 자신을 걱정해 주던 여신께서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계셨다.
하지만, 상황을 깊게 판단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지만, 몬스터의 수는 여전히 엄청나게 많았으니까.
“집중하지. 이제 거의 다 왔다.”
“알고 있어요.”
차가운 말투였지만, 세운은 리엘의 전투에 감탄하고 있었다.
평범한 정령사라면 두 속성의 정령과 계약하는 것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대 정령과 모두 계약을 하다니.
회귀를 하기 전, 그녀가 당당하게 공적치 랭킹 1위를 차지한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리엘이 프레이야의 계약자였나.’
그녀의 위에 떠 오른 성좌의 메시지가 세운의 눈에 들어왔다.
성좌, 다섯 번째 날.
얼마 전, 세 번째 서클을 개방하였을 때 마몬의 견제를 뚫고 세운에게 관심을 가졌던 여신이었다.
프레이야라고 하면 오딘과 함께 아스가르드를 다스리는 주신 중 하나다.
그 힘은 사대 정령을 다루는 그녀에게 부스터를 붙여주는 꼴이 되었으니, 세운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번 생에서도 분명 랭킹 1위를 달성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보스 몬스터를 양보할 수는 없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보스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하는 건 무리다.
탑의 뛰어난 전력으로 성장할 그녀가 여기서 죽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스 몬스터를 양보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 그녀와 손을 잡고 함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다.
그러면 공적치가 균등하게 분배되어 세운의 랭킹은 유지될 것이고, 그녀를 지키는 것도 성공하게 된다.
“시이잇-”
“쿠륵, 꾸륵.”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중, 드디어 다섯 번째 장의 보스 몬스터, 씨 드레이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압감 때문인지 자잘한 몬스터들은 대부분 거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준 보스 몬스터급의 대형 몬스터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보스 몬스터를 호위하는 듯이 말이다.
놈들을 확인한 순간, 세운은 빠르게 발을 도약하며 자리에서 이탈하였다.
“시간 좀 버텨줘.”
“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대답할 시간도 아까웠다.
어차피 그녀가 도망갈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세운은 그녀의 외침을 무시하고 보스 몬스터 주위를 빙 돌았다.
그러는 중, 보스라는 자리에 걸맞게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보이던 시 드레이크와 눈이 마주쳤다.
“크오오오-!”
-분노한 바다의 폭군, 다라칸이 드래곤 피어를 내지릅니다.
-분노한 용의 포효로 인해 압도적인 공포가 침식해 옵니다.
용의 권능 중 하나인 드래곤 피어.
마력이 담긴 포효를 내질러 육체와 정신을 뒤흔들어 공포에 잠기게 하는 힘이었다.
드레이크의 포효에는 마나가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 포효는 전장의 모든 생명체를 공포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큭…….”
이는 세운도 피할 수 없었다.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드래곤 피어는 단순히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던 다리가 멈추고, 손발이 덜덜 떨려온다.
그나마 세운이 아니었다면, 당장 바닥에 주저앉아 이성을 잃고 말았으리라.
쿵, 쿵!
자리에서 멈춘 세운을 향해, 다라칸이 여유롭게 다가왔다.
감히 눈앞의 먹잇감이 자신을 피해 도망가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 순간.
-사티로스의 성흔(봉인)이 압도적인 공포에 의해 일부 해방됩니다.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세운의 오른 손등에 새겨져 있던 성흔이 스산한 검갈빛을 내뿜었다.
산양의 뿔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정신을 침식하고 있던 공포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사티로스의 성흔’으로 인해 모든 종류의 공포를 집어삼킵니다.
-더욱 강한 공포를 집어삼킬수록, 사티로스의 성흔이 더욱 강해집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공포를 극복하였다. 떨리던 손발에 힘이 들어가고,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크오오-!”
턱!
다라칸이 느긋하게 입을 다물어 보았지만, 그 자리에 세운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포 따위는 털어 버리고, 성흔 때문인지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그 주위를 내달렸다.
이를 지켜보던 리엘은 입을 벌린 채 놀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드래곤 피어에 당한 건 세운 혼자가 아니었다. 리엘과 사대 정령들 역시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전신이 경직되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운에게서 검갈빛이 뿜어나옴과 동시에 공포 상태가 해지되었다.
다라칸 역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서웠어!”
“이제는 안 무서워!”
“저 용이 그런 거야?”
“나쁜 용!”
정령들은 방금까지 경직되어 있던 것도 잊은 채 리엘의 주위를 신나게 맴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운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뭘 하려는 거야?’
싸울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저, 다라칸의 주위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을 뿐이었다.
“크오오오오!”
다라칸이 울부짖자, 그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원래는 같은 팀임에도 두려움에 떨며 다가오지 않던 몬스터들이었는데, 아무래도 감히 자신 앞에서 두려움에 떨지 않는 이들을 정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듯했다.
“너무…… 많아!”
그녀의 정령들이 힘을 내주고 있지만, 수백 수천의 몬스터를 혼자서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꼼짝없는 포위 상황.
어쩔 수 없이,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려 혼자라도 자리를 떠날까 생각하던 중.
“수고했어.”
“네?”
다라칸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온 세운이 리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다라칸의 주위로 ‘카르멜더식 방어마법진’이 펼쳐집니다.
우우웅!
다라칸의 중심으로, 세운이 내달렸던 길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카르멜더식 방어마법진.
이전에, 클랜을 지키기 위해 사용했었던 마법진이었다.
“이게 뭔가요?”
“보다시피, 결계 같은 거야. 가지고 있는 마나석을 모두 사용했으니까, 당분간은 외부 공격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마나석이라니, 설마 저게 다?”
리엘이 빛을 내뿜고 있는 마나석을 둘러보았다.
대충 둘러보아도, 백 개는 가뿐히 넘어가는 숫자.
‘튜토리얼에서 저 많은 마나석을 어떻게 구한 거지?’
그 어떤 플레이어라도, 드래곤이라고 하여도, 튜토리얼에는 아무런 아이템도 가지고 올 수 없었다.
즉, 저 많은 마나석은 전부 튜토리얼에서 구한 아이템이란 거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도저히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오오오오-!!”
결계를 알아챈 다라칸이 분노하며 또다시 드래곤 피어를 내질렀다.
하지만, 사티로스의 성흔이 활성화 중인 세운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다.
오히려, 결계 바깥에서 당황하고 있던 몬스터들만이 패닉에 빠져나갈 뿐이었다.
“안 싸울 거야?”
타앗!
먼저 앞으로 나선 건 역시 세운이었다.
세운은 이전에 성주에게 빼앗은 무기인 ‘노움의 압축 광물’을 꺼내, 다라칸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잠깐만요! 일단은 계획부터 세워야 할 거 아니에요!”
쿠우우-
다라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 이후에 벌어질 것은 안 보아도 뻔했다.
브레스(Breath).
고유의 속성을 한계까지 응축하여 내뱉는 용종의 고유 능력.
상대가 제아무리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드레이크라도, 브레스에 당한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운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에 내공을 실어 속도를 더욱 올려 다라칸의 머리를 향해 내달렸다.
그 모습에 리엘이 이를 악물었다.
저런 막무가내식 공격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실프!”
“응!”
“저 인간의 등을 밀어줘!”
“알겠어. 알겠어!”
후웅!
바람의 정령, 실프가 순풍을 일으켜 세운의 움직임을 도왔다.
정령의 바람에 의해, 세운의 속도는 평소의 1.5배 이상 빨라졌고, 순식간에 다라칸의 코앞에 도착하였다.
다라칸도 세운이 이렇게 일찍 도착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크게 당황하며 미처 완성되지 못한 브레스를 내뿜었다.
하지만, 놈이 브레스를 내뱉는 것보다 세운이 둔기를 휘두르는 게 더 빨랐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헤라클레스의 놋쇠 곤봉 ]– 헤라클레스가 12 과업을 수행하기 전, 제우스가 신들에게 부탁하여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낸 몽둥이.
으드드득!
세운의 둔기가 황색으로 물들며 놋쇠 곤봉의 힘을 이어받았다.
헤라클레스의 손에서 수많은 괴물을 짓이기고, 성문마저 한 방에 때려 부쉈다는 신의 무기.
그 무기가 다라칸의 콧등을 내려찍었다.
콰직!
단순히 팔뚝만 한 둔기를 휘둘렀을 뿐인데, 10m가 넘어가는 괴수의 코뼈가 완전히 찌그러졌다.
다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놋쇠 곤봉의 강렬한 충격이 코를 강타하자, 다라칸은 자연스럽게 입을 닫게 되었고.
콰아아아앙!!!
다급하게 준비하였던 브레스가 발동을 멈추지 못한 채, 좁은 입 안에서 터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