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7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74화(674/675)
강한철과 유서아.
둘이 전투에 참여하자마자 전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원래도 디아블로 길드에서 세운 다음으로 강한 플레이어였는데, 신좌에 오르며 둘의 힘이 급격하게 강해진 덕분이었다.
먼저 강한철.
– 성좌, ‘멈출 수 없는 힘’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콰앙!
그의 주먹은 더 이상 아가레스가 지닌 격진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약해진 건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격진의 힘 따위가 아닌, 순수한 자신의 힘만으로 대지를 내려치고 천지를 뒤흔들었다.
다른 성좌들이 화염이니 번개니 하는 권능을 일으킬 때, 그는 오로지 이 힘만으로 신좌에 오른 만큼 그 힘은 그 어떤 신보다 강력했다.
다음은 유서아.
– 성좌, ‘미친 바람’이 ‘삭풍(朔風)’을 사용합니다.
그녀 역시 신좌에 오른 만큼 더 이상 바알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강한철이 힘이라면, 그녀는 속도.
바람과도 같은.
아니, 바람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그녀 앞에 아우터가 잘게 잘려 나가고 있었다.
서걱!
“조심하세요.”
“한두 대 맞아 봤자 간지럽지도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잖아요.”
“그렇다면 가랑비는 너에게 맡기지.”
지금껏 얼마나 많이 합을 맞춰 보았던 걸까? 둘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아우터를 상대했다.
서로를 라이벌 삼아 대련하며 서로의 힘을 파악하고, 함께 탑을 등반하며 등을 맞대는 데 익숙해졌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꾸르르륵!”
무엇보다 둘이 아우터를 상대로 이리도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파멸의 힘 덕분이었다.
둘은 탑의 그 누구보다 세운을 믿고 있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파멸의 힘 역시 엄청났다.
파멸의 힘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세운과 비슷할 정도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수준이었다.
“네까짓- 것들이-!”
터져 나오는 아우터를 쓰러트리는 사이.
수십, 수백 번 넘게 터져 나가던 폐왕이 기어코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다.
아니, 본래의 모습은 저것보다 더 컸을 것이다.
지금까지 상처가 날 때마다 저 많은 아우터를 이용해서 몸을 회복해 왔을 테니까.
“감히- 우리를-!”
이제는 인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괴이하게 일그러진 외관의 폐왕.
그 거대한 손아귀가 아래에서 아우터를 상대하던 셋을 향해 덮쳐왔다.
그저 셋만을 노리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손아귀의 범위에는 분명 ‘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을 지켜야 한다.”
“알겠어요. 세운 씨.”
“귀찮은 건 네가 알아서 해라.”
고개를 끄덕인 둘.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강한철이었다.
– 성좌, ‘멈출 수 없는 힘’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강한철이 아무리 거한이라 한 듯 수백, 수천의 아우터가 뭉쳐진 저 아우터의 손아귀에 비하면 개미에 불과한 크기다.
그런데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강한철.
그 결과는 일반적인 상상을 완전히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터어엉!!
터져 나가는 폐왕의 손아귀.
다만,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백의 파편이 되어 퍼져나간 아우터 모두 자아가 있었고, 그 모두가 셋과 문을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 퍼져나가면 상대하기가 귀찮아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때, 유서아의 몸에서 바람이 피어올랐다.
– 성좌, ‘미친 바람’이 ‘춘풍(春風)’을 사용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흔들린다.
모든 것을 수용할 것처럼 따스하게 주변을 채워나간 봄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아우터의 파편을 전부 한데 모으고.
– 성좌, ‘미친 바람’이 ‘한풍(春風)’을 사용합니다.
까드득-
째앵!!
순식간에 차가워진 바람이 아우터를 얼림과 동시에 그녀의 검이 얼어버린 아우터를 단번에 깨부쉈다.
“크아아아아악-!!”
폐왕이 울부짖으며 공격을 이어 나갔지만, 그 이후 역시 결과는 같았다.
강한철과 유서아는 폐왕의 공격을 철저하게 막아내며 시간을 벌어 주었고, 세운은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 색욕의 양막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 색욕의 양막이 분열합니다.
샤이넬에서도 한 번 선보였던 공격.
여섯 개의 분열체가 세운과 나란히 서며 서로 다른 무기를 쥐어 들었다.
[ 징벌의 번개, 아스트라페 ] [ 드래곤 슬레이어, 아스칼론 ] [ 광휘의 창, 브류나크 ] [ 파괴와 폭압, 파라슈 ] [ 디그다의 곤봉 ] [ 태초의 낫, 스퀴테 ] [ 은빛의 활, 간디바 ]이어서 각 무기에 걸맞은 9서클 마법이 시전되었다.
현재 세운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
거기에 이제는 수많은 회귀의 기억이 되돌아온 터라 한층 강해진 무기술이 멸흑신무를 더욱 완벽하게 보완해 주고 있었다.
멸흑신무의 초식 중 하나라기보다는.
“멸흑(滅黑).”
그저 멸흑신무 그 자체.
아우터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격이, 폐왕을 향해 쏘아졌다.
콰과과광-!!!
아스트라페와 함께 터져 나오는 9서클 번개 마법, 헤븐리 피니쉬먼트(Heavenly punishment).
아스칼론과 함께 터져 나오는 9서클 화염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등.
신의 보구와 9서클 마법이 합작을 이루며 터져 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폭음으로 귀가 먹먹해지고, 빛으로 인해 절로 눈이 감긴다.
하늘의 구름이 밀려 나가고, 후폭풍이 퍼져나가 쉼터의 동산을 휩쓴다.
강한철도 뒤로 한 발짝 물러서 팔로 얼굴을 가릴 정도의 위력.
유서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강한철의 뒤에서 후폭풍을 피하고 있었다.
“세운 씨, 이제…….”
“아직이다.”
“괴물이군.”
“괴물이지.”
핵폭발이 일어난 듯한 충격.
이 충격에도 폐왕이 살아 있을 거라는 세운의 말에 강한철과 유서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폐왕은 살아 있었다.
폭발의 여파가 사라진 자리.
그 위에서 이제는 거인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슬라임에 가까운 모습으로 온 대지를 검게 적시고 있는 폐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째서냐! 우리가 질 리 없다! 우리가 져서는 안 된다!”
“질 수밖에.”
세운이 앞으로 나아갔다.
방금의 일격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기에 나아가는 한 발, 한 발이 천금을 실은 듯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분노에 떨고 있는 폐왕을 향해.
“대체 어째서냐! 우리가 네깟 놈들에게 지는 이유가!”
슬라임처럼 뭉개진 피부에서 폐왕의 얼굴 윤곽이 떠오른다.
세운은 그런 녀석을 향해 검을 들어 올린 채 착실하게 폐왕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아니니까.”
“뭐라?”
“우리라고 생각하는 건 너뿐이니까.”
폐왕.
버려지고 스러진 별들의 왕.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져간 별들을 따라 스스로를 내버리고 그들을 끌어안은 왕.
처음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정말 아우터에게 인정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
“네 대의를 위해 죽어 나간 아우터가 얼마나 되지?”
“숭고한 희생이다! 이 모두는 우리를 위한 목표다!”
“죽어 나간 아우터도 그렇게 생각했나?”
아우터의 기본은 항상 생존 본능이었다.
숙주를 찾아 번식하여 수를 늘려나가고, 강자를 만나면 도망치기까지 했다.
수를 불리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어찌 보면 야산의 짐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모습.
하지만, 그런 아우터가 폐왕의 명령을 받으며 어떻게 변했는가?
“지금 신계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아우터도 그렇게 생각하나?”
수많은 아우터를 쓰러트리며 세운이 느낀 점이었다.
비록 스러진 별이라지만.
비록 버려진 별이라지만.
그들은 살고 싶어 했다.
이미 살아 있는 몸이 아닐지라도, 살고 싶어 했다.
하데스를 포함한 신들 역시 이를 존중하여 아우터를 죽이기보다는 지하 밑바닥에 가두어 생이라도 이어가게 해 주었다.
하지만, 폐왕은 아니었다.
아우터가 죽든 말든,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폐왕의 목표가 본래는 아우터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죽어 나가면서까지 아우터가 대의를 원할까?
죽어 가던 아우터의 떨림을 코앞에서 수십, 수백 번 넘게 느껴왔던 세운이기에 알 수 있었다.
“너는 대의라는 이름 아래 아우터를 절벽 아래로 밀어붙였을 뿐이다.”
“바로 그 절벽 끝에 우리의 대의가 있단 말이다!”
“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신세가 되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내가 있어야만 대의를 이룰 수 있다! 나는 오로지 그것을 위해 살아 있을 뿐이다!”
아우터를 동정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폐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해도, 저들은 폐왕과 함께 탑을 공격하고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냈으니까.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가장 큰 적.
이 일의 근원이 바로 폐왕이라는 것.
– 나태의 손아귀에 빠져듭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회복합니다.
– 일시적으로 체내의 모든 힘을 증폭합니다.
텅 비어 있던 마나와 내공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에 자신의 최후를 깨달은 폐왕 역시 몸을 빠르게 부풀렸다.
“죽어라.”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절대……!”
콰아아아앙-!!
첫 번째 쉼터에 검붉은 빛이 가득 차올랐다.
* * *
꿈틀-
무수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문.
빛 한 줄기도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봉인되어 있는 문틈 사이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크흐……. 크, 크흐.”
흘러나온 액체는 곧 인간의 형태로 변했다.
폐왕.
자신의 모든 걸 내걸어 폭발은 일으킨 폐왕은 터져 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폭발로 셋의 시야를 가로막음과 동시에, 터져 나간 파편 사이로 자아를 담아 보냈다.
비록 모든 힘을 잃게 되었지만, 결국 이 안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승리다. 우리의…….”
같은 말을 반복하던 폐왕은 문뜩, 세운의 말이 떠올랐다.
– 우리가 아니니까.
“아니,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곧 하나다. 나는 곧 우리다.”
폐왕이 손을 들어 올렸다.
모든 힘을 잃은 터라 형체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손.
그곳에서 아우터의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자기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우터는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라고 생각하는 건 너뿐이니까.
“아니다! 우, 우리는. 우리는 성공했다. 저, 저것만 집어삼킨다면. 금방 되돌릴 수 있다.”
폐왕이 들어 올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두운 방.
그 가운데서 외로이 돌아가고 있는 톱니바퀴.
비록 모든 힘을 잃었지만, 저 톱니바퀴만 집어삼킨다면.
시스템만 지배한다면, 힘을 되찾고 신을 굴복시키는 것쯤이야 간단하다.
비록 지금은 모두를 잃었지만,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여 ‘우리’를 늘려나가면 그만이다.
“우리는…….”
폐왕의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단 한 걸음.
손을 조금만 더 뻗으면 대의를 이룰 수 있다.
“영원…….”
푹.
“끝이다.”
그래.
단 한 걸음만 더 나아갔다면 말이다.
제 67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