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6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70화(69/675)
제 70화
-‘분노한 바다의 폭군, 다라칸’을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전, 세운은 다라칸을 향해 잊지 않고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애초에 용종이면서도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게 드레이크였기에 마나는 흡수할 수 없었지만, 모든 능력치 10. 총 40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란 말이야.’
단순히 레벨로만 따지면 한 번에 13에 해당하는 레벨이 오른 것이나 다름없는 능력치 상승이었다.
그런 능력치를 이런 식으로 올려주다니, 과연 마신의 권능다운 힘이었다.
거기다, 탐욕의 권능 덕분에 전투력도 급상승하여 몬스터를 잡는 것 역시 수월했으니.
두 권능의 시너지 덕분에, 지금의 세운은 어지간한 탑의 하층민보다 월등히 강해진 상태였다.
아마, 탑에 들어간 이후로도 하층 구역은 막힘없이 오를 수 있으리라.
-성좌, ‘배고픈 왕자’가 깊은 맛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육질이 쫄깃한 게 식감이 매우 훌륭하다며 식사를 음미합니다.
베엘제붑도 드레이크 고기가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최근 제대로 권능을 사용하지 않아 불평불만이 가득했었는데, 다섯 번째 장을 통해 식탁이 휘어질 정도의 음식을 제공해 주었으니,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다.
풍덩!
절벽이 높았던 탓인지, 생각이 길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던 추락이 끝나고, 차가운 파도가 피부를 덮쳐왔다.
다라칸과 싸우느라 달아올랐던 피부가 식으며 몸에 한기가 닥쳐온다.
그것보다 문제는, 호흡이었다.
높은 절벽 위에서 떨어진 만큼 세운은 바다 깊이까지 빠져들었고, 수면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수압이 높아질수록, 폐가 짓눌리며 담아두었던 공기가 빠져나가고 싶어 하였다.
‘이건 여정의 지침표가 있었더라도 절대 못 살아남았겠네.’
회귀 전의 모습을 떠올리던 세운이 짧게 미소 지으며, 탐욕의 권능을 개방하였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머메이드의 아가미 ]– 상반신은 사람의 몸을,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를 한 반인반어. 여성의 모습을 한 몬스터로, 그 수려한 모습에 수많은 전설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빠직!
으드드득.
세운의 목 언저리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목 양쪽에 세 가닥의 실선이 일더니, 구멍이 점점 크게 벌어진다.
“흐읍.”
손으로 목을 더듬어 아가미의 존재를 확인한 후에야, 세운이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어느덧 크게 벌어진 아가미 사이로 바닷물이 빨려들어 오며, 가슴에 시원한 충족감이 스며들어왔다.
“후우우…….”
성공이다.
마몬의 보물창고에 아가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마몬의 보물.
인간의 몸으로 바다에서 숨을 쉬는 게 가능하다니.
폭식의 권능과 비교해도 절대 꿇리지 않는 능력이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물과 돼지를 비교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낍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돼지가 어디 있냐며, 자기한테도 좀 나눠달라며 군침을 흘립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맛있는 돼지를 혼자 먹으려는 것이냐며, 당장 자신에게도 나눠 달라며 위엄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세운은 두 성좌의 대화를 무시하고 바닷속을 넓게 관찰하였다.
‘일단 방향부터 정해야 하는데…….’
회귀 전이었다면 ‘여정의 지침표’를 사용하여 따라가면 그만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세운에게 그런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몬의 보물창고를 뒤져보았지만, 마신에게 안내해 주는 형편 좋은 보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솨아앗-
“꾸륵, 구르륵.”
“시잇-”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멈춰 있는 세운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기 전에 이 몬스터들이 대부분 쓰러지는 게 수순인데.
세운이 절벽까지 찾아와 보스 몬스터를 무찌른 덕분에, 살아남은 몬스터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세운을 공격하지 않았다.
공기 취급. 아니, 바다 취급하며 자신들의 길만 가기 바쁠 뿐이다. 마치, 세운에게만 보이지 않는 ‘길’이 존재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따라가 줘야지.’
본능적으로, 놈들이 움직이는 곳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 *
“샥스 님. 방금 막 튜토리얼이 끝났다고 합니다.”
“벌써? 다라칸이 올라간 지 몇 시간도 안 지났다고 아는데.”
“몇 명의 플레이어가 다라칸이 성에 도착하기 이전에 사냥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신기하군. 비록 힘을 감당하지 못해 이성을 잃었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심해의 정기를 이어받은 놈이건만.”
탑의 외곽.
튜토리얼이 진행되던 대지가 무너지고 생겨난 바다의 저 끝.
그 깊은 바닷속에서 두 명의 어인(魚人)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이는 가재처럼 단단한 갑각을 전신에 두르고 있었고, 이를 내려다보는 샥스라 불린 어인은 등과 팔목에 윤기 나는 상어의 지느러미와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인상적이었다.
“그럼, 살아남은 놈들의 수도 꽤 많겠군.”
“거의 절반에 가까운 놈들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절반이라……. 곤란하게 되었군.”
“그대로 놔두면 번식 속도가 도를 넘을 테니, 수일 내로 정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
상어 모습의 어인이 생각에 잠겼다.
본래는 튜토리얼 후 살아남은 몬스터라 해 봤자 몇백 마리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튜토리얼의 플레이어들이 바다의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절반에 가까운 몬스터가 살아남다니?
‘튜토리얼 역사상 이런 적이 있었던가?’
튜토리얼을 빠르게 끝낸 적은 몇 번이고 있었다. 플레이어 중에는 들어올 때부터 이미 다른 이들과 궤를 달리하는 괴물들이 존재해 왔으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렇게 빨리 튜토리얼을 끝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 여자 이후로는, 처음이겠지.’
상어 모습의 어인이 한 여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용의 힘을 다루던 여인.
그녀를 만난 것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났으니, 지금쯤이면 아마 탑의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갔으리라.
그가 추억을 회상하던 중, 저 뒤에서 정어리를 닮은 물고기 몇 마리가 빠르게 헤엄쳐오더니, 갑각을 두른 어인에게 무언가를 보고해 왔다.
보고를 들은 어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무슨 일인가?”
“몬스터 사이에 인간 하나가 섞여 들어왔다고 합니다.”
“인간? 그게 무슨 문제인가. 아마, 도망치는 물고기들의 사이에 섞여 떨어진 것이겠지.”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 인간이 물고기들을 따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라면, 바닷속에서 숨 쉬는 것조차 불가능할 텐데?”
“보고 내용으로는, 인간의 목에 아가미가 달려 있다고 합니다.”
“아가미? 그럴 리가.”
인간은 무척이나 약하고 여린 종족이다. 오크보다 약한 신체 능력에,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물속에서 숨도 쉬지 못한다.
심지어, 수명마저 100년도 채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어떤 종족보다 수많은 업적을 남겨왔다.
마치, 한순간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사라지는 성냥불처럼 말이다.
그 증거로, 탑의 랭커 중 절반가량이 인간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설마, 그분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확인은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어차피 놈들도 정리해야 하니,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갑각을 두른 어인의 지시에, 아래에 무릎 꿇고 있던 이들이 빠르게 전투를 준비하였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음 튜토리얼을 위해서라도, 물고기들의 개체 수를 조절해 둘 필요가 있다.
전투를 준비하는 어인들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욱 단단해 보였다.
최근 몇십 년을 예로 들어도, 적의 수가 이토록 많았던 적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무장을 마치고 진형을 꾸린 후, 가장 앞에 상어 모습의 어인이 서서 두 갈래로 나눠진 이지창(二枝槍)을 쥐어 높이 들어 올렸다.
“진군.”
척!
바닷속의 군세가 몸을 움직였다.
그러는 중.
‘인간이라. 지상의 지성체를 마주하는 건 꽤 오랜만이군.’
상어 모습의 어인. 샥스가 세운을 떠올리며 불안한 심정을 눌러 담았다.
* * *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튜토리얼의 몬스터.
단순히 탑의 관리자에 의해 생성되는 것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듯했다. 만약 그런 거였다면, 튜토리얼이 끝나며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정상이니까.
놈들이 이동하는 곳은 아마…….
‘보금자리.’
놈들이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이겠지.
이 많은 몬스터를 수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라니, 그 크기가 얼마나 클지 기대되었다.
‘아이템이나 확인해 볼까.’
보스 몬스터, 다라칸을 통해 얻은 아이템들.
대부분이 소재성 아이템이었지만, 그중 딱 하나. 장신구 형태의 장비가 있었다.
세운은 품에서 ‘바다의 분노’라 이름 붙은 푸른 보석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 바다의 분노 ]분류 : 목걸이
등급 : A
설명 : 하급 용종(龍種)이 심해의 정기를 흡수하여 응축되어 만들어진 보석.
능력 : 1. 심해의 축복 –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2. 심해의 물결 – 물 속성 친화도 및 저항력이 상승하며, 물속에서의 제약이 대폭 사라진다.
3. 심해의 흐름 – 적으로부터 받는 데미지가 10% 감소한다.
4. 심해의 공포 – 공포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상승하고, 공포를 활용한 모든 능력의 효율이 대폭 증가한다.
과연, 탑에서도 소문이 돌만큼 뛰어난 장비였다.
A급이라는 등급에 비해, 다른 아이템보다 능력치 상승 폭이 작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신구’다.
기본적인 무기와 방어구처럼 착용에 제한이 있는 장비와 달리, 얼마든지 추가 및 중복 착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장신구형 아이템은 하나의 능력치를 5%만 올려주어도 엄청난 값어치를 자랑한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예를 들어 이런 능력을 가진 반지를 열 손가락에 끼기만 해도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게 되니까.
그보다.
‘공포라…….’
고창석이 만들어 준 장비와 사티로스의 성흔. 거기에 분노의 보석에 붙은 심해의 공포까지.
어쩐지 공포와 관련된 능력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공포의 주체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회귀 전의 세운은 그 반대였다.
공포의 피식자.
별다른 전투 능력 하나 없어, 항상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던 게 바로 세운이었으니까.
수많은 공포를 이겨낸 만큼, 이번 생에서 공포를 다루는 데에도 익숙했던 것이리라.
확인을 마치고 ‘바다의 분노’를 착용한 후 앞을 내다보니 거대한 산호초를 기점으로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하강하고 있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해류 역시, 몬스터들을 빨아들이는 듯이 아래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리를 휘저어 앞으로 나아간 세운은.
-히든 던전, ‘심해의 산란장’을 발견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침내, 몬스터들의 목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