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7화(7/675)
제 7화
-‘무덤을 지키는 늑대’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3, 민첩이 5, 체력이 2 상승합니다.
캠프로 돌아가기 전,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여 베엘제붑의 배를 채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한테서는 더 많은 능력치를 흡수할 수 있다는 건가.”
이번에 상승한 능력치는 총 10.
브라운 울프를 처음 포식했을 때 상승한 능력치가 3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세 배가 넘어가는 수치였다.
이것으로 모든 능력치가 10이 넘은 것은 물론, 민첩은 20에 다다르고 있다.
처음 확인했던 형편없던 능력치에 비하면 꽤 플레이어다운 능력치였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역시 고기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씹는 맛이 있다며 만족합니다.
베엘세붑 역시 만족하는 듯하니, 썩 만족스러운 첫 여정이었다.
‘도착하기 전에 아이템부터 확인해 볼까.’
무덤에서 뽑아 든 검과 그레이 울프를 사냥하고 얻은 가죽.
가죽은 그저 소재형 아이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로 장비가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 잊혀진 영웅의 검 ]분류 : 장검
등급 : D-
설명 : 지금은 잊혀진, 오래전에 사라진 영웅을 기리기 위한 검. 세월의 풍파를 받아들여 낡고 녹슬어 있다.
능력 : 1. 쇳독 – 검으로 낸 상처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
2. 영웅의 흔적 – 몬스터를 대상으로 한 공격력이 10% 상승한다.
[ 회색 늑대의 가죽 ]분류 : 망토
등급 : D-
설명 : 늑대 숲에서 브라운 울프들을 다스리고 있던 그레이 울프의 가죽. 아직까지 생전의 위엄이 깃들어 있다.
능력 : 1. 위압감 – 리더의 자격으로 아군에게는 카리스마를, 적에게는 공포를 부여한다.
2. 바람의 축복 – 이동 속도가 5% 상승한다.
어쩐지.
녹슨 것에 비해 날이 잘 든다 싶었더니, 공격력 상승 옵션 덕분에 그렇게 느껴졌던 듯하다.
본래 낡고 녹슨 무기는 붙어 있는 능력도 약해지기 마련인데, 이 검은 오히려 ‘쇳독’이라는 긍정적 능력까지 생겨나 있었다.
회색 늑대의 가죽도 마찬가지.
녀석을 상대할 때 느꼈던 질긴 가죽이 그대로 적용되어 방어력도 쓸 만하고, 붙어 있는 능력도 꽤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둘 다 제대로 관리하기 전에도 이 정도란 말이지.”
검에 붙은 녹은 제거하면 되고, 낡아서 무뎌진 날은 숫돌로 갈아 주면 된다. 회색 늑대의 가죽 역시 무두질을 거치면 지금보다 더 쓸 만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둘 다 최소 D+ 등급까지는 상승할 것이다.
튜토리얼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등급이 대부분 F 언저리인 것을 생각해 보면, 시작부터 엄청난 소득이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검을 내려보며 영 쓰레기는 아닌 것 같다며 무심한 눈길을 보냅니다.
고개를 숙인 까마귀.
처음 창고를 이용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반응도 거의 없더니, 탐욕의 마신답게, 세운이 아이템을 확인하자마자 관심을 내비친다.
검을 손에 들고, 망토를 어깨에 대충 둘러멘 후, 숲을 거의 빠져나올 때쯤,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십시오.
예상대로, 세운이 도착하기 전에 웨이브가 먼저 시작되었다.
웨이브 전까지 돌아온다는 유서아와의 약속이 떠올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볼 좋은 기회다.
세운이 바라는 것은 의지를 지닌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민폐만 끼치는 이를 데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스륵.
세운이 자세를 숙이며 마지막 수풀을 벌리자.
“꺄아악!”
“젠장, 늑대에 이어서 멧돼지라니!”
“돼지가 이렇게 강한 동물이었어? 크헉!”
“하, 할 수 있어! 얼른 막아!”
-성좌, ‘배고픈 왕자’가 고기를 우물거리던 와중에,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며 군침을 줄줄 흘립니다.
수십의 멧돼지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
“막아! 막으라고!”
“꿰에엑!”
첫 번째 웨이브 때와 똑같았다.
시스템 메시지가 가리키는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몬스터가 나타났다.
다른 점이라면, 적이 늑대가 아닌 멧돼지라는 것과 숲이 아닌 언덕 쪽에서 나타났다는 점 정도랄까.
게다가, 적의 전술 역시 첫 번째 웨이브의 늑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늑대들이 주위를 넓게 둘러싸며 포위 진형을 이루고 차근차근 숨통을 조여왔다면, 멧돼지들은 나타나자마자 다짜고짜 뭉툭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돌진해 왔다.
뻑!
“크헉!”
“젠장, 무슨 힘이!”
현대인이 멧돼지를 직접 마주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직접 마주한 멧돼지라는 ‘맹수’의 힘은 그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돌진을 막아 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고, 피한다고 몸을 움직여도 녀석들은 돼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빠르게 방향을 비틀었다.
‘이거라도 안 들고 있었다면 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을 거야!’
그사이, 숲에서 구한 두꺼운 막대기를 든 유서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사람들과의 의논?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몇몇 사람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바로, 저기 뒤에서 약자를 내세운 채 숨어 있는 이들 때문에 말이다.
“막아! 피하지 말고 막으라고!”
“뭣 하나! 자네, 우리 기업에 다닌다고 했잖나! 잘리기 싫으면 제대로 싸우게!”
특히, 헤진 정장을 입고 머리가 반쯤 벗겨져 있는 중년 남성.
“내 돌아가면 톡톡히 사례하겠네! 뭐? 내가 누군지 아나? 내가 이래 봬도 토운 기업 사장이야! 사람 인생 하나 망치는 것쯤이야…….”
그는 능숙하게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며 의지가 약한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약한 자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혹시 지구로 돌아갔을 때를 걱정한 자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당장 달려가 그의 횡포를 막고 싶었지만, 유서아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큭!”
멧돼지의 어금니가 그녀의 허벅지를 스쳐 지나갔다.
피한다고 생각했는데, 바지가 어금니에 걸려 쭉 찢어지며 그 안으로 기다란 상처가 생겨난다.
나무막대기를 휘둘러 보았지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는 힘들었다.
남을 도와주는 것도 결국 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어째서일까?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의논 따위는 불필요하다며, 숲속으로 들어갔던 남자. 결국, 숲속에서 늑대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인지 웨이브가 시작했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남자.
그가 떠날 때 툭 던진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이대로는…….’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침범하자,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때렸다.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다시금 멧돼지를 향해 나무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꾸에엑!”
그때, 뒤쪽에서 또 다른 멧돼지의 괴성이 들려왔다.
어디로 검을 겨눌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
서걱!
“……당신은?”
목덜미가 베이며 땅바닥을 나뒹구는 멧돼지의 사체 위로, 세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생각보다 잘 싸우네.’
멧돼지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본 내 소감이다.
물론, 전투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의지.
아직 소수의 사람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최선을 다해 멧돼지를 막아 내고 있었다.
특히.
‘강한철, 유서아.’
둘의 실력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강한철은 큰 덩치와 거력을 이용해 멧돼지와 힘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유서아는 빠른 몸놀림과 무기를 이용해 멧돼지를 상대하고 있었다.
둘의 손에 쓰러진 멧돼지의 수도 벌써 네 마리를 넘어갔다.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는 상황에서 저 정도라니, 과연 잠재력이 높은 자들이었다.
‘슬슬 나서볼까.’
타앗!
세운이 몸을 일으켰다.
힘이 빠진 건지, 집중력이 떨어진 것인지 두 마리의 멧돼지 사이에서 경직되어 있는 유서아의 뒤로 달려들었다.
서걱!
하멜가 장검술.
아직 힘이 받쳐주지 않아 목을 통째로 베지는 못하겠지만, 뼈가 지켜주지 않는 목덜미를 베어내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순식간에 급소를 베인 멧돼지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다만, 반작용 때문에 손목이 얼얼한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은?”
유서아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지만, 동료의 죽음을 본 멧돼지들이 더욱 열을 올리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일단은 저놈들부터.”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하이 오크의 힘줄 ]– 태생적으로 힘이 강하고, 투기가 강한 종족인 하이 오크의 힘줄은 오크 특유의 질긴 생명력을 가득 담고 있다.
꽈악!
검을 쥔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갔다.
검 손잡이를 둘러싼 가죽이 비틀리며 손에 착 감겨왔다.
마몬의 창고에 있는 보물로 능력치 그 자체를 올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 신체를 보완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사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꿰에엑!”
십로담퇴 특유의 움직임을 살려 멧돼지의 공격을 사뿐히 피하며,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손에서 녀석의 두꺼운 근육이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치,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근육이 검을 꽉 붙잡는다.
하지만.
꽈드득!
“꾸엑!”
방금 사용한 ‘하이 오크의 힘줄’ 덕분일까? 평소보다 강해진 힘으로 검을 회전시키며, 검을 붙들어 맨 녀석의 근육을 파열시킬 수 있었다.
‘아니, 힘이 강해졌다기보다는 힘을 감당하기 수월해진 거지.’
인간의 근육은 스스로의 자멸을 막기 위해 평소에 낼 수 있는 출력이 제한되어 있다.
거기에 하이 오크의 힘줄이라는 훌륭한 부품이 추가되어 근육이 낼 수 있는 출력이 상승한 것이다.
검을 뽑아내자, 녀석은 옆구리에 뚫린 구멍을 통해 피를 왈칵 쏟아냈다.
석- 서걱!
쿠당탕!
자기 세상처럼 날뛰던 멧돼지들이 하나둘,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기세에 밀려 몸을 움츠리던 사람들도 세운의 등장에 기세를 올렸다.
그러던 중, 한창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세운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턱 올라왔다.
척!
“자, 잠깐!”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상대가 멧돼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검이 상대의 목에 도달하기 직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채로 축축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 내고 있는 중년의 남성.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자네, 정말 잘 싸우는구만! 저기 저 쓸모없는 것들이랑은 차원이 달라!”
그가 짚은 어깨에서 땀이 축축하게 묻어 나왔다.
이에 세운이 인상을 더욱 크게 찌푸렸음에도,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자네, 내 전담 경호원이 되지 않겠나? 내가 이래 봬도 토운 기업의 사장이라네!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몸은 방금 막 탑에 넘어왔다고는 하나, 세운의 정신은 탑에서 구를 대로 구른 베테랑이었으니까.
지구에 있던 기억은 대부분 추억 속에 잊혀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런 기업 이름까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아가게 된다면, 내 사례는 톡톡히 하겠네! 얼마를 원하나?”
연속된 질문에도, 세운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는 새로운 멧돼지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세운의 검에 묻은 동료의 피 냄새를 맡은 것이다.
위험을 느낀 것인지, 남자의 말이 더욱 빨라졌다.
“아, 원한다면 우리 기업의 실장 자리를 주도록 하지! 어지간한 대기업보다 대우가 훨씬 좋을 거야!”
그는 알고 있을까?
대기업이니, 실장이니. 탑에 들어온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탑은 오로지 일방통행이다. 이미 튜토리얼에 진입한 이상, 지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자의 제안을 듣고 있던 세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잘됐네.”
“하하! 그럴 줄 알았네! 현명한 선택이야! 나만 제대로 지켜주면, 내가 평생…….”
“마침, 적당한 고기 방패가 하나 필요했거든.”
“그래, 고기 방…… 뭐? 지금 뭐라고…….”
툭.
세운이 남자의 배를 발로 가볍게 밀어냈다.
각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아주 살짝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자신의 체중을 못 이겨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덩치도 있으니까 네 마리만 맡고 있어.”
“무, 무슨!”
“꿰에에엑!”
세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의 주위로 네 마리의 멧돼지가 모여들었다.
남자가 다급하게 도망가려 하였지만, 두꺼운 뱃살 때문인지 바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성향을 파악하며 씨익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저런 맛없는 놈은 버려두고 얼른 맛있는 고기를 갖다 달라며 징징댑니다.
남자가 비명을 질러보았지만, 그를 구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