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7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82화(78/675)
제 82화
촤르르륵-
세운의 앞으로 시스템 창이 기다랗게 펼쳐졌다.
그 안에는, 기존에 주위를 떠돌고 있던 스무 가지 아이템과는 비교도 안 되게 다양한 보상 목록이 기록되어 있었다.
‘젠장, 저 플레이어. 대체 정체가 뭐야?’
그러한 목록을 보며, 한없이 무관심하던 조금 전과는 달리 눈을 반짝이고 있는 세운을 바라보며 튜닝이 입술을 물어뜯었다.
아무리 랭킹 1위를 달성했다고 해도 고작 튜토리얼의 플레이어. 시스템이나 탑에 대해 기본조차 모르는 이들이다.
그런데 세운은 어떠한가?
튜닝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 뛰어난 보상들을 마다하고 직접 보상을 고른다고 하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이미 탑을 오를 대로 오른 하이랭커인 줄 착각할 정도의 판단력이다.
‘그리고 관리자인 내가 직접 나타났는데 조금은 놀라야 정상인 거 아냐?’
처음 세운이 튜토리얼의 완료하기 위해 탑의 입구에 섰을 때, 튜토리얼 관리소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총 공적치 150만 포인트.
길고 긴 탑의 역사를 뒤져보아도 단 한 번도 사례가 없는 최고 수치의 공적치다.
그런 만큼, 시스템이 혼란을 겪으며 관리자를 호출한 탓이다.
이 당황스러운 사건에 당연히 부하 직원들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였고, 튜닝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솔직히 이 정도 일이면 부하 직원이 나선다고 하여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자칫 부하 직원이 실수라도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런 일이, 지금 튜닝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 봤자, 내가 보여준 것 이상의 보상을 고르긴 어려울 거다.’
지금 세운이 보고 있는 보상 목록에는 약간의 꼼수가 들어가 있었다.
‘모든 보상’.
말 그대로, 튜토리얼의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보상을 넣어 두었다.
아이템의 이름만 보고 그것들을 전부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위험한 것들은 전부 아이템명을 수정해 뒀으니까.’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 역시 확실히 갖춰두었다.
잘해 봤자 아까 튜닝이 보여줬던 보상보다 조금 나은 걸 고르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불안하지?’
어쩐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튜닝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계속 물어뜯고 있었다.
* * *
‘역시, 아까의 보상은 평범한 랭킹 1위의 보상이었어.’
눈앞의 보상 목록에는 수십, 아니, 수백 가지가 넘는 양의 보상 목록이 적혀 있었다.
보상을 직접 고르겠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수준 낮은 보상도 섞여 있었지만, 세운에게는 별로 문제 되지 않았다.
회귀 전, 탑에서 구르고 또 굴렀던 세운이었기에.
[ 신속의 단검 ]‘B급 단검이었나. 쓸 만한 아이템이지만, 1위 보상으로는 한참 모자라지.’
[ 거염탑추(巨炎塔錘) ]‘이름만 거창하지 사용하기 불편하기로 유명한 놈이었어.’
어지간한 아이템은 이름만 보아도 대충 그 등급이나 가치에 대해 파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운은 빠른 속도로 아이템들을 선별해 나갈 수 있었다.
목록을 읽어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세운은 쓸 만한 보상 세 개를 골라두었다.
[ 굳은 신혈(神血) ] [ 태조 무황제의 전포 ] [ 검은 가시넝쿨 ]세 개 모두 관리자가 처음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큰 가치와 잠재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실제로 세운이 이것들을 선별 목록으로 빼내자, 관리자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이 고른 보상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입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뛰어난 안목을 칭찬합니다.
탐욕의 마신, 마몬 역시 세운이 고른 보상을 인정하였다.
뒤랑달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아이템을 보아도 무관심하던 마몬이었기에, 자신의 선택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대로도 꽤 마음에 들었지만, 보상 목록이 워낙 길었던 탓에, 세운은 느긋하게 남은 목록을 마저 살펴보았다.
어차피 시간제한도 없으니까.
“프, 플레이어님? 이제 슬슬 선택하시고 탑에 들어가시지 않겠습니까?”
“시간제한은 못 들었습니다만.”
“시간제한은 없지만, 이러는 중에도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탑을 등반하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절부절못하는 관리자를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보상 목록 중에서, 지금 선별해 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유심히 목록을 내려가던 중.
유독 세운의 눈에 띄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 작은 열쇠 ]‘열쇠?’
아이템의 성능을 떠나 이름만은 화려하기 그지없던 지금까지의 보상들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평범한 이름.
설명을 키워보았지만, 제대로 된 설명도, 사용처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템의 이미지를 확인한 순간 세운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거, 보통 열쇠가 아니다.’
회귀 전, 모험가이자 탐험가였던 세운답게 다양한 열쇠와 자물쇠를 보아왔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열쇠는 그 수많은 열쇠 중에서도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열쇠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쉐어 라인이 존재하지 않았고, 열쇠치고는 과분할 정도의 소재인 최강의 금속.
신이 만든 금속이라 불리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저 조금 특이한 ‘무지갯빛 열쇠’로 알고 넘어갔겠지만, 세운의 본능은 앞선 아이템들을 무시하고 눈앞의 열쇠를 선택하라 외치고 있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열쇠의 정체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 뜹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저 열쇠가 튜토리얼의 보상이라는 사실에 크게 의아해합니다.
마몬의 반응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세운은 고민을 마치고, 눈앞의 열쇠를 선택하였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아니, 다른 거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건 랭킹 1위의 보상으로 가져가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네! 용도도 알지 못하는 열쇠를 얻어 봤자, 탑에서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앞서 고르셨던 신혈이나 전포가 훨씬 좋을 겁니다!”
“그렇군요.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열쇠군요.”
“네네! 관리자의 눈은 아주 정확합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관리자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세운은 이미 확신을 가진 상태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의 말을 받아주고 있는 것이냐고? 바로 방금과 같은 ‘말실수’를 잡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럼, 다른 보상을 추가로 주시면 되겠네요.”
“……네?”
“수준이 낮은 보상이라면서요. 그러니, 수준에 맞게 다른 보상을 추가로 주시면 되잖아요?”
“……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튜토리얼의 랭킹 보상은 어디까지나 하나뿐입니다.”
“그럼 튜토리얼의 관리자라는 분이 랭킹 1위 플레이어에게 ‘수준 낮은 보상’을 넘기는 거로 상황을 넘기려는 건가요?”
“그게 무슨!”
“실망이네요. 저야 힘없는 플레이어니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저를 바라보시는 성좌님들에게는 어떨지…….”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탐욕에 비릿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번 일은 탑의 관리소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며 나섭니다.
“그, 그럴 수가!”
탑의 관리소는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성좌라면 다르다.
세운도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성좌의 입김은 관리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상대가 어중간한 성좌가 아닌 ‘마신’이라면야 더더욱.
“하하! 제가 잘못 알았나 봅니다! 사실 그 열쇠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설마, 가치 없는 보상이라고 속여서 못 고르게 하려던 건 아니겠죠? 튜토리얼 관리소 총책임자라는 분이.”
“제가 총책임자라는 건 어떻게!”
“보고도 한 번 안 하고 보상에 관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존재라면 책임자가 아니면 불량 사원. 둘 중 하나겠죠.”
“크흠…….”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비틀어 오르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관리자를 응시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어떻게 보상에 먹을 거 하나 없을 수 있냐며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오랜만에 보는 탑의 본모습에 인상을 와락 구깁니다.
세운이 이제 어쩔 거냐는 눈빛으로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플레이어 한 명 속이려다가, 덤터기로 보상을 내줘야 하는 셈.
말을 바꾸기에는 무려 마신급의 성좌 셋이 세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이 중에서 레비아탄은 탑 밖에 있는 몸이기에 영향력이 크지 않겠지만, 그녀를 빼더라도, 마신 두 명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탑의 최상층부터 시작한 끝없는 내리 갈굼을 상상하던 관리자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낮게 중얼거렸다.
“하나 더…….”
“그럼, 이걸로 주시죠.”
“그건 안 됩니다! 두 번째 보상이니, 적어도 등급이 낮은!”
“아. 그럼 처음에는 일부러 저에게 ‘등급이 낮은’ 보상을 지급하려 했던 건가요?”
“……알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상 하나를 더 선택하는 세운을 바라보며, 관리자의 입에서 큰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 태조 무황제의 전포 ]분류 : 망토
등급 : S-
설명 : 한나라의 마지막 승상이자 삼국시대 위나라 태조인 ‘조조’가 사용하던 전포.
능력 : 1. 만능의 영웅호걸(英雄豪傑) – 모든 능력치와 스킬의 효율이 10% 상승한다.
2. 친정중시(親征重視) – 군사의 선두에서 정벌에 나설 시, 군사의 전투력을 10% 상승시킨다.
3. 친족중시(親族重視) – 신뢰할 수 있는 군사의 전투력을 10% 상승시킨다. (최대 10명 지정 가능하며, 친정중시와 중첩 가능)
태조 무황제의 전포. 즉, 조조의 전포.
관리자가 처음 선보였던 A+급 아이템들의 등급을 한차례 뛰어넘은 S-급의 아이템이었다.
굳은 신혈이나 검은 가시넝쿨 역시 탐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전의 세운이라면 당연히 그것들을 선택했겠지만.
‘클랜을 끌고 가려면, 이게 낫겠지.’
지금의 세운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유서아와 강한철을 포함한 클랜원들을 이끌고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러한 지휘형 아이템이 하나쯤은 필요했다.
게다가…….
‘이 능력들은 나한테도 전부 적용되니까.’
첫 번째 능력인 모든 능력치와 스킬 효율 10% 증가.
거기에 뒤에 있는 친정중시와 친족중시는 모두 중첩 적용이 가능했다.
즉, 전투에 나설 시 세운의 전투력은 30%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는 뜻이다. 검이나 갑옷도 아닌, 단지 망토를 하나 두르는 것만으로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태조 무황제의 전포’가 S-급 성능을 지닐 자격은 충분했다.
스륵.
‘착용감도 괜찮고.’
전포는 대체로 붉은색에 황제를 뜻하는 금빛 용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처음부터 세운의 것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본래 사용하고 있었던 ‘회색 늑대 망토’의 공포 능력을 포기하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이 전포는 그것을 포기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다음으로 튜토리얼의 본 보상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열쇠’.
[ 작은 열쇠 ]분류 : ??
등급 : ??
설명 : ??
능력 : ??
아쉽게도, 실물로 받아 정보를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된 설명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운은 이 열쇠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만능열쇠.’
다른 말로, 마스터키(Master key).
잠겨 있는, 또는 봉인되어 있는 모든 것을 열 수 있는 열쇠. 문헌 속에서만 보았던 전설의 열쇠다.
물론,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그거야 탑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그만이다.
만약 마스터키가 아니더라도, 오리하르콘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1위 보상에 걸맞은 가치의 광석이었다.
“슬슬 들어가 볼까?”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넓게 한 번 둘러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길게 느껴진 튜토리얼이었지만, 앞으로의 탑 등반을 생각해 보면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운이 탑의 입구에 첫발을 내디뎠다.